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50)
249. 밤샘파티
그렇게 윈드 오브 네이처를 찾아내 구매까지 성공한 뒤. 실피아와 헤어져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윈드 오브 네이처.
뭐 말 할 것도 없이 바람의 마력을 담은 돌이고, 그만큼 바람 정령을 다루는 정령기사인 실피아와 잘 맞을 것이다.
그 뒤로 실피아와 잡담을 나눴다.
우선 윈드 오브 네이처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남는 슬롯을 생각하면 목걸이 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같은 이야기들.
그 외에 이브의 파티 버프가 사라지면 다음번에는 실피아를 파티에 넣을 생각이고, 그녀와 어울리는 원정을 준비하겠다.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울프람. 너는 신기하구나.”
“뭐가 말이지.”
“처음에는 너를 의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 크게 의심하고 있었다. 세상을 기만하는 악인.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고, 너는 이브님의 앞길에 방해되는 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아니.
그 때의 울프람은 그게 맞을거다.
하지만 실피아가 말하려는 것은, 엄연히 …지금의 울프람. 즉 나에 대한 평가. 나는 지적하지 않은 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무척이나, 그래 무척이나 신기한 남자다. 후후…. 수십겹의 잎사귀로 감싼 선물상자같군.”
“엘프의 속담인가?”
“아니. 내가 어릴 때 받았던 선물이다. 나에게 선물을 주신 친척중 한 분이 무척이나 짓궂으셔서 말이지. 선물을 수십겹의 잎사귀로 감싸서, 그걸 하나하나 풀어보는 재미가 있게끔 하셨지.”
“…….”
“신기하군. 너는 그런 남자다.”
아.
그렇군. 양파 같은거다.
즉
나는 양파처럼 까도까도 끝이 없는 남자라는 이야기인가?
“지금은, 잠시나마 너와 한 파티가 되어서 꽤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진심이다.”
그리 말하고 실피아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잡담과 담소를 나누며 계속 걸어간 결과, 제1기숙사와 편의점을 가르는 갈림길에 섰다.
“그럼 또 보자 울프람.”
“음.”
실피아는 웃으며 손을 저었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응수하며 편의점을 향해 발걸음을 놀렸다.
하지만 이거 위험하다. 편의점에 가기 전에 중급 바람 정령의 축복 …천 걸음이 다 될 거 같다.
근처에 앉아서 자정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지만, 그래서야 시간이 아깝다.
그리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는 사이
【중급 바람 정령과 그 주인이 당신에게 깊은 신뢰를 보냅니다.】
【중급 바람 정령의 축복이 중급 바람 정령의 수호로 진화합니다.】
【하루에 보정을 받는 걸음걸이 수가 1500보로 늘어납니다.】
“……허 참.”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도움이 되는 녀석이로세.
그렇게 편의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 밤 중.
내일의 장사를 위해 물건만 점검하고 자야지. 그리 생각하며 가게에 들어가려던 그 때.
“울프람?”
정말 예상외의 인물과 마주했다.
“……너는 왜 여기에 있지.”
“제가 어디에 있던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꺅.
살려줘.
이 한 밤중에 이브를 만나다니. 죽어버리고 말 거야.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여기서 죽어줄 것 같으냐, 조금만 더 하면 나의 원대한 계획이….
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이브를 놀려먹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브의 표정이 평소와 다름을 깨달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나.”
“누가 멍하니 있었다고 그래요? 신경 쓰지 마시고 편의점 일이나 보세요.”
허 참.
이 어린 녀석이 어른이 신경써주면 ‘예 감사합니다.’ 하고 들을 줄도 알고 그래야지.
“그럼….”
“…….”
나는 그리 말하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브가 빤히 이쪽을 바라봄을 느꼈다.
이런 시선. 어디선가 느껴본 적 있다.
그래. 슈퍼 영진으로 살아가던 그 시절. 편의점 앞에서 담배피는 동네 양아치들.
진짜 쌩양아치들도 있었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인정도 받을 수 없어서 비뚤어진 불쌍하게 엇나간 녀석들도 있었다.
즉 이브는 그거다.
나 학창시절에는 이렇게 배웠다.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 즉.
“반항기나 사춘기인가. 쯧. 가지가지 하는군.”
“뭐라고요?”
“거기 있으면 민폐다.”
“알겠어요. 진짜. 가면….”
“들어와라. 차 한 잔 정도는 내주도록 하지.”
“……헤?”
이브는 잠시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싫은가? 싫다면 돌아가도 된다만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남은 거 아니었나?”
“……누가.”
이 이상 이브의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어줄 생각은 없다. 내가 이브를 지나쳐 편의점 쪽을 향하자 …뒤에서 쫄래쫄래 나를 따라 걸어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있었다.
그럴거면 그냥 곱게 들어오면 안 되는 건가?
***
자리에 앉은 이브의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몸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저 녀석은 체력이 쓰레기라 이런 늦가을에 혼자 나와있으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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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은 체력이 쓰레기라 이런 늦가을에 혼자 나와있으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저 녀석의 감기는 제프린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어쩔 수 없지.
이건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브. 생선은 가리나?”
“…네? 먹는건 안 가립니다. 생선도 뭐…. 취향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는 편이에요.”
그럼 됐다.
“파트라슈.”
“뭐지 주인.”
블랙마켓에 갈 때. 눈에 띌 수 있다는 이유로 편의점 구석에 박혀있던 파트라슈가 늘어지게 하품하며 이쪽을 바라봤다.
“너는 생선을 먹나?”
“…뭐. 먹자면 먹을 수 있다만.”
그렇군. 그러면 됐다.
“자 그럼 거기 두 바보는 여기로 오도록.”
“…무슨 생선을 먹겠다고.”
“나까지 가야 하는가. 주인?”
시끄럽다. 진짜.
한 번 먹어보면 입 꾹 닫을 녀석들이 말이야.
“그래서 이게 뭐에요?”
“흠 …피쉬 젤리 스프라고 명명하면 되겠군.”
“피쉬 젤리?”
“음.”
뭐 오뎅탕이라고도 하고 어묵탕이라고도 하고.
뭐 대충 그렇게 바꾸면 알아먹겠지.
***
보통은 포장마차에서 팔지만 일부 편의점 가을메뉴에서 항상 빼놓을 수 없는게 어묵이다.
이전 대학원에서 북어국을 판 적이 있지만, 그거랑 이건 또 다르지.
치킨스톡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MSG에 대한 감을 잡아가는 지금. 역시 도전해 본다고 하면 어묵 아니겠나.
당연히 시식단의 평가는.
“후우. 후우.”
“허어. 이건…. 진미로군.”
뭐 들어볼 것도 없다.
10월의 쌀쌀한 밤.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식도를 타고 흐르는 따듯한 국물이 몸을 녹여준다.
속에서 퍼져나가는 온기가 전신에 소름을 돋게 하고, 차갑고 흰 숨결은 어느샌가 온기를 띈다.
온 몸이 사르르 녹지만, 아직 덜 녹은 손 끝을 녹이기 위해 국물을 담은 종이컵을 꾹 쥐고, 그러다 다시 한 모금 마시고. 꼬챙이에 꽂혀있는 어묵을 다시 한 입 먹고, 따듯해진 손을 살짝 비비고는 다시 종이컵을 쥔다.
“울프람. 저는 당신은 싫어하지만, 당신의 요리는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까지 그렇게 쳐먹어놓고 하는 말이 그건가.
“지금 시간은?”
“…열 한시 조금 넘었네요.”
D/Z SAGA의 1년은 365일이고 시간은 뭐, 내가 왔던 곳과 똑같은 24시간이다.
즉 밤 11시라는 건.
“이미 통금은 옛저녁에 지났군. 이제 와서 마법학부를 걸어다니다 걸리면 추문이 돌겠지.”
“네. 중간고사가 끝난 학생회장. 고삐를 풀고 한밤중에 거리를 배회…. 같은 기사가 나오겠죠.”
그건 좋지 않다.
파티원의 카르마와 교내 평판은 파티장에게도 적용이 되거든.
“공간은 남는다. 뭣하면 묵고서 새벽에 가도록.”
“……당신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너도 뭔가 고민이 있기 때문에 편의점 앞에서 멍하니 있던 것 아닌가?”
“…….”
내 말에 이브는 입을 꾹 닫았다.
뭐 말하기 싫으면 말고. …아무튼.
“공짜는 아니다. 다른 것들의 맛도 보고 평가해줬으면 하는군.”
“…다른 것?”
“이번에 요리에 진전이 있었다. 이것 저것 새로운 요리를 피로하기에 좋은 시간 아닌가.”
“어떤게 있어요? 달콤한것도 있겠죠?”
“주인. 개운한 거나 고기도 있나? 나는 그쪽이 좋다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브와 파트라슈는 미소로 회답했다.
그 뒤로는 축제였다.
오뎅탕을 시작으로 나오는 쌈마이한 요리들.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서 맛을 보고, 국물을 한 입 먹거나 훈제 닭다리를 데워서 한 입 베어물고, 그 육즙에 흐허! 소리를 내면서도 눈을 빛내고 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폭식의 광풍이 지나간 이후. 우리는 한 차례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걱정거리가 뭐였지?”
“아 그거요. …뭐 별거 있겠어요? 그냥 엘피라네님이 너무 강하다는 거였죠.”
결국은 공복이 원인이었는지, 배가 가득 찬 이브는 내 질문에 쉽게 대답해줬다.
“엘피라네님은 저보다 마력이 낮으신데도 제가 옴짝달싹을 못했으니까요.”
“그거야 어쩔 수 없다. 그건 수치가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 않나. 파트라슈.”
“음. 주인의 말이 맞다. 여왕님은 마력의 응축에 무척이나 능숙하시지.”
“응축…? 잠깐만요. 마력을 응축한다고요?”
“그렇다. 너보다 뒤떨어지는 마력을 가지고도, 1할의 힘으로 너를 가볍게 누르는건 엘피라네의 마력이 응축….”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어느정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지 알아요?!”
“엘피라네의 능력은 다음과 같다. 근력4 재주5 체력8 …마력21 의지21. 부족한 마력은 전부 의지로 채우고 있지.”
“…….”
300년 전.
신화의 시대 최전선에서 미쳐 날뛰고, 고향이 습격당해 동포가 죽고, 그 끝에 유폐되었음에도 고작 미약한 알콜 의존으로 끝난 괴물이 바로 엘피라네다.
“…그럼 방법이 없잖아요. 그 분의 정신력이 그렇게 강하다면 저한테 승산은….”
“네 마력 22를 살리면 되는 일 아닌가.”
“최대한 살렸다구요!”
“그게 최대한이라고?”
“…윽. 그야 발전의 여지는 있지만요.”
“지금의 마력에 조예가 있는 후예님을 죽이는데 딱 1분이면 충분하다.”
파트라슈의 그 말에 이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안하게 됐지만 파트라슈의 말은 허세가 아닐거다.
다회차 플레이인 극 엘피라네전에서 싸울때 중간보스로 등장했던 붉은 늑대는 최종장비를 들고서도 비비기 까다로웠다.
파트라슈는 앞발로 바닥을 두번 툭툭 두드리더니 씩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삼백년 전은 그런 시대였다. 마력에 조예가 있는 후예님은 분명 하르크의 마력치와 대등하지만 나약하다. 반대로 주인은….”
“뭐지.”
“아니다. 어디서 주인같은 녀석이 나타났는지 모르겠군. 주인이라면 삼백년 전에도 그 통달한 기책으로 분명 크게 한 자리를 차지했을거다.”
“……제가 울프람보다 못하다니.”
그렇게까지 좌절할 일인가.
아니. 곰곰히 생각하면 황족 모두가 존경하는 하르크 옆에서 함께 싸웠던 이의 보증수표다.
절망할 법도 하지.
“나는 장구벌레….”
“이브.”
“뭐에요.”
“걱정하지 마라. 방법은 있다.”
“……?”
이러다 비뚤어지면 제프린 전체의 절망이라고.
“너를 가르칠 스승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내 말에 이브는 내 시선의 끝. 파트라슈를 바라봤고, 파트라슈는 앞발을 들어 스스로를 가리켰다. 어. 너 맞어.
“내가 어째서 여왕님을 쓰러트리는데 협조해야 하지?”
“진심으로 싸우는게 아니지 않은가. 파트라슈. 너도 삼 백년간 엘피라네가 내다 던진 술병의 처리나 꼬장을 상대하느라 쌓인게 있지 않나?”
“…….”
“떠올려라. 파트라슈. 그 치욕과 굴욕의 나날을.”
“……….”
“한 번의 반역이다. 딱 한 번만 하고 넘어가라. 이건 너 자신을 위한 포상이다.”
파트라슈는 앞발을 들어 턱을 괴고는 생각에 잠겼다.
오케이. 거의 넘어왔다.
“파트라슈.”
“알겠다. 알겠어. …그래서 마력에 조예가 있는 후예님은 …내게 배울 각오가 되었나?”
“……물론이에요!”
“좋다. 그럼 나도 주인의 말에 따라 돕도록 하지.”
“고마워요. 파트라슈! 그리고…. 울프람….”
그러니까.
고맙단 말 하지 말라니까.
그거 엄청 근질거리거든요.
“그럼 우선은 이론이다. 작전을 짜도록 하지. 셋이서 타도 엘피라네를 하려면 작전부터 완벽해야 한다. 자 의견이 있으면 내보도록. 이브 너는 상대할 때 어땠지?”
“그, 그러니까요. 그게….”
“이런 벌써 배가 고파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거냐. 이 돼지녀석.”
“자, 잠깐만요! 누가….”
나는 바로 일어나 과자 몇 개와 사탕을 가져와 봉투를 넓게 뜯어서 그대로 중앙에 담았다.
무질서하게 우리 셋의 중심에 놓인 과자의 산.
각자의 앞에 놓인 음료수 한잔.
“뭐에요. 이거 …왜 중간에 다 담은거에요? 맛이 섞이잖아요.”
“싫은가?”
“누가 싫다고 했나요? 아 진짜. 살 찔건데 으으.”
이브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고, 파트라슈는 과자를 하나 잡아서 입에 옮겼다.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
심야의 편의점에서 벌이는 축제는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