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51)
250. 칠흑의 날개
그렇게 밤이 깊어지는 동안,
잡담 절반과 진지한 토론 절반의 비율로 우리는 엘피라네 공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파트라슈는 이브의 마력 압축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브는 처음에는 떨떠름해 했지만 파트라슈의 실전 압축 화염창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파트라슈가 잠든 사이. 이브는 몇 번이고 마력을 압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도 괜찮은 수준의 성광창이다.
“이거라면 ···올해 내로 도전해 볼 만 하겠어요.”
“그럴 거다. 네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이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이 녀석의 재능은 진짜다.
지금 세대에서 한 줌이 아니라,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재능이니까.
“울프람.”
“뭐지.”
“······묻고 싶은게 있어요.”
“언제 내 동의를 구하고 물었나. 멋대로 말하도록, 나도 대답은 멋대로 할지 말지 정할테니 말이다.”
“···어째서 도와주는 건가요? 제가 당신 입장이라면 안 도와주고 패배하는걸 지켜보기만 했을텐데.”
“인성 참 더럽군.”
“······흥.”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것은 아니다.
대충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 턱을 괸 채로, 대답을 골랐다.
나는 어째서 이브를 도운 걸까.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말을 입에 담았다.
그 순간, 나는 손 끝으로 메마른 입술을 잠시 만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뭐에요. 사람 속타게 하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확실하게 해요.”
“······.”
새벽은 사람의 기분을 이성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시간이다.
그래서, 하려던 말을 계속 했다.
“울프람?”
“나는 노력이 가치가 되는 세상이 좋다.”
“네?”
“노력만으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세상이 좋다.”
“잠깐만요.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그러니까. 노력한 녀석이 보답받는 세상이 좋다.”
“아······.”
이브는 그제야 내 말의 진의를 눈치챈 듯 하다.
“그것 뿐이다.”
그래. 그거 뿐이다.
이영진으로 살았을 때 아무리 노력했어도 삶이 변하지 않음에 절망했듯.
이 D/Z SAGA는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음에 속으로 환호했듯.
이영진이 아니라 울프람으로서 이 세계에 들어왔음에도, 나는 여전히 노력하면 보답받는다. 라는 꿈을 믿고 싶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이 끝끝내 성공해서 내 앞에서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릴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걸리는 미소가 좋다.
절망하고 타락했을 아일라가, 평민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네프티가, 어둠속으로 사그라들었을 루디카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을 밀푀유가.
내 주위 모두가 그렇게 하나씩 해내고, 하나씩 변화하고 점차 좋은 쪽으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그 안에.
빛의 영웅이라는 파트너가 없음에도, 스스로 빛나기 시작한 녀석 하나가.
“노력한 녀석이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다. 어린애 같은 말이다.”
모두가 그러는 건 불가능하다.
허나 ···내 주위 녀석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고집이다.
“······그렇군요. 그런 말 하고 부끄럽지 않아요?”
“쯧. 나도 알고 있···다.”
왜 그래 아프게.
남자 스물아홉에 새벽감성에 취해서 카톡 프사랑 대화명 좀 바꿀 수 있는거지.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되겠냐. 응?
“···쯧. 못 들은걸로 해라.”
“아뇨. 들었어요. 다 들었거든요?”
“······.”
그만둬!
“황족 주제에 노력의 보상이라니···. 다른 귀족이나 평민이 들으면 기분 나쁘다고 할 걸요?”
“······.”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나는 체력2의 쓰레기인걸 그러니까 나도 할 말이 있는거 아닐까?
“하지만, ···그래요. 뭐. 지향점은 나쁘지 않네요. 울프람 주제에.”
이브는 거기까지 말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한참을 웃던 이브의 목소리가 가라앉고, 한 결 평온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울프람.”
“뭐지.”
“당신이 바라는 세상이 괜찮은 거 같으니까···. 특별히 제 노력도 보답받을 수 있게 할게요.”
평소라면, 비웃었을 말이다.
그게 뭐냐, 결국 네가 좋은 일 아니냐. 그리 비웃고 우리는 서로 한 번 욕을 한 뒤 중지를 치켜들었겠지.
허나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만큼은 욕설도 비웃음도 없었다.
이건 새벽 탓이다.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
대충 자고 일어나니 이브는 사라져 있었다.
학생회장 일이 바쁘니 돌아간 것이겠지.
대충 기지개를 펴고 어깨를 으쓱한다.
어제의 피로는 말끔하게 씻겨져 있었다. ···내 체력이라면 아마 비틀거리고 있어야 할 텐데.
마력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은 굉장히 희귀한 특성이고, 마법 속성으로 치면 빛이다.
“【성광창:치유】 인가.”
본인 체력이나 신경쓰지. 멍청한 녀석.
아무튼 덕분에 체력도 회복했고, 쉴 틈 없이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선은 【각성의 비서】
전원이 거절했기 때문에, 1차 각성 스킵권은 내가 받았다.
중요한 건 아직 내 1차 직업도 세팅이 안되었다는 것.
여전히 내 상태창은 울프람 직업:??? 으로 표기되어 있다.
“가지고 싶은 직업은 많다만.”
“어머. 황자나 사장님 말고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나요? ···반역의 화신은 어때요?”
“······그건 직업인가? 그리고 언제 들어왔지?”
“들어온지 꽤 됐는걸요? 인사도 했어요. 울프람이 깊게 집중하고 있어서 듣지 못한거죠.”
“미안하게 됐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일라.”
아일라는 괜찮아요. 하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얘가 들어와서 내 옆을 빤히 보고 있을 때 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가.
그만큼 이 녀석이 옆에 있는걸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뭘 하고 있었나요. 울프람?”
“다음 원정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벌써 정해졌나요?”
“아니. ···잠시 고민하고 있다. 격전이 펼쳐질지도 모르겠군.”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파티 플레이의 꽃이자 핵심인 레이드.
내 최초의 레이드는 1막의 골렘이었지. 원거리에서 투척용 포션만 던져서 잡긴 했지만 아무튼.
다만 ···조금의 저항감이 있다.
부활 마법이 없고, 회복 마법이 귀중한 이 세계에서 레이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녀석들을 다치게 해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전투가 벌어지겠군요!”
“반드시 강적과 조우할 것이다. 너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조금 드는군.”
“무의미한 걱정이에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울프람이 보여주는 미지를 경험하고 싶은걸요?”
“······.”
“그 날.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그 곳에서 울프람이 했던 약속 기억해요?”
“따라와라. 이 제프린의 모든 곳을 보여주겠다. 라고 했지.”
“네. 맞아요. 이 막혀있는 답답한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했죠.”
“······.”
“울프람. 위험이 동반하지 않는 미지에는 가치가 없어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모두 준비가 되어 있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망설이는 것이,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는 꼴이 된다.
“좋다. 그럼 빠르게 다음 원정을 준비하도록 하지.”
“네!”
“그럼 오늘부터 특훈이군.”
“네? 어라? 오늘은 울프람과 둘이서···.”
“그래. 단 둘이서 하는 특훈이다.”
“·········.”
응? 왜.
뭐 레이드 보스는 조상님이 쓰러트려주나?
***
제 8 마법학구는 원체 망해버린 땅인지라 근처에 공터들이 무지하게 많았고, 나는 적당히 아일라 소유의 공터를 향했다.
“특훈이라고 해도 ···울프람과 제가 싸우는 건가요?”
“그럴리가.”
“···다행이다. 저는 울프람과 싸우고 싶진 않아요.”
아일라는 눈에 띄게 안도하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저는 뭐랑 싸우는 건가요?”
“···굳이 말하자면, 아일라 너 자신이다.”
“네? 저, 저 자신이라고요? ···그렇게 멋있고 반역적인 일을···?”
“······.”
잘은 모르겠지만, 아일라는 묘한 기합이 들어간 채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울프람.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저는 저를 쓰러트릴 수 있죠!?”
“음.”
사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아일라의 전투 패턴중 불안한게 몇 개 있으니까 그에 따른 전투 방식의 개량. 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저 밝고 순진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울먹일 거 같아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어린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것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지.
“우선···. 너의 전투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그렇군요. 어떤 문제점이죠!? 저는 그걸 해냄으로서 저 자신이라는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가는 거죠!? 반역적이에요!”
“그러니까 너의 문제점은 체술과 재주를 믿고 방어를 도외시 한다는 것이다.”
“···네? 하지만 때리지 않으면 맞기만 할 뿐이잖아요?”
그 발상 뭔데.
“대련이라면 그렇게 공격 일변도로 나가도 괜찮지만, 진짜 몬스터와의 전투가 된다면 방어와 수비. 진형도 충분히 신경써야 한다.”
“그야 그렇죠.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너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것을 전제로 싸우고 있다.”
“네. 피하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피하지 못하는 일격은 어쩔 셈이지? ···루디카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면?”
“······음?”
“예를 들면.”
나는 가볍게 손을 내밀었고, 아일라의 손을 잡았다.
아일라와 나의 재주는 현재 17로 동각.
“···우, 울프람? 갑자기 이, 이런 곳에서···?”
“순수한 속도로 내 손을 피할 수 있었나?”
“그, 그러니까요.”
“너무 갑작스러웠다면, 한 번 더 해보면 되겠군.”
“···아, 음. 그, 그렇네요!”
그 뒤로, 나는 아일라에게 몇 번이고 손을 내밀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때 마다 아일라는 움찔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단 한 번도 내 손을 피하지 못했다.
···이상하다. 동격이면 기교가 있다고 해도 확률은 반반일텐데, 한 번도 못 피했다고?
“아일라 혹시 일부러···.”
“모, 못 피하겠네요!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은가봐요!”
아.
그러면 그럴 수 있지.
“아무튼, 빠른 공격에 한 번이라도 피격당하는 순간, 이어질 몬스터들의 공세는 더더욱 피하기 힘들어진다. 자세가 무너지고 평정심이 흐트러지니 말이다. 허나 너의 방어는 언제나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을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지.”
“···그, 그건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진 이해했나?”
“네. 이해했어요.”
그제야 아일라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즉. 맞기 전에 쓰러트리라는 교훈인거죠?”
아니.
그···.
내가 좋아하는 전술이긴 한데 그게 아니고.
“회피가 아니라, 방어를 신경쓰라는 것이다. ···켈터스를 상대했을 때 비산하는 흑수정을 재결합해서 행동을 봉쇄했듯. ‘상태이상’이나 ‘방어’ 자체를 염두에 두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흑수정 갑옷을 걸친다거나···.”
“으음 ···그건 검은 전신갑주가 너무 멋있어서 일곱살 때 해봤는데요.”
“해봤나.”
“네. 그런데 ···걸리적거려요. 흑수정으로 갑옷을 만들어서 방어하면 방어력은 좋지만 느려져서···.”
그건··· 그렇네.
“지금부터 같이 생각하도록 하지.”
“···네. 울프람!”
***
그렇게 두 시간.
“어렵네요.”
“······.”
“저 자신을 넘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고된 반역이었군요.”
아일라의 말마따나 흑수정으로 방벽을 세우거나 갑옷을 만드는 것은 속도를 중시하는 아일라의 전법과 잘 맞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루디카도 회피형이었죠. 루디카는 어떻게 방어하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 루디카는 방어가 필요없다.”
“···그런가요?”
“재주 22는 그런 영역이다. 나도 한 번 붙어봤지만, 그 녀석의 공격은 포착한 순간 이미 닿아있다.”
“······그 정도로 빠른가요?”
“단적으로 말해 그 녀석은···. 마음 먹는다면 한 번 뛰어오른 상태에서 허공을 박차고 한 번 더 뛸 수 있을거다.”
“와아···. 그건 비행이네요.”
“그 정도로 자유자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아니. 가능할수도 있겠군.”
순수한 스펙으로 이단점프를 할 수 있다면 그건 하늘을 나는것 아닐까?
“비행···. 비행. 아! 그거에요. 울프람!”
“그거?”
“잠시만요. 그러니까···. 그래. 왜 그걸 잊고 있었지?”
아일라는 품 안에서 【반역 소재 모음 수첩】이라고 적힌 수첩을 것을 펼쳤다.
“···그런 것도 있나?”
“네. 일곱살 때 반역에 눈 뜬 이후로 적기 시작해서, 이게 21권째에요!”
···일 년에 거의 두 권은 썼다는 건가. 아일라는 반역에 진심이구나.
“아,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아. 그래. 마력 20이니까 되겠다 이건···!”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으음 으음 하면서 허공에 흑수정을 수놓더니 하나하나 천천히 자신의 등 뒤에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열. 열에서 백. 그 숫자를 세는데 지칠 무렵. 나는 아일라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아일라의 등 뒤에 수놓인 흑수정을 하나의 깃털로 친다면. 그것은···.
“이거에요. 이거! 반역의 날개!”
흑수정의 깃털을 빚어 만든, 한 쌍의 검은 날개.
아일라가 오른손을 앞으로 휘젓자 그 손에 따라 날개가 아일라의 몸을 가렸다.
0
“이렇게 하면 방어도 되고!”
반대 손을 쭉 펴자 날개가 창끝처럼 펼쳐진다.
“이렇게 하면 공격! 이 날개야 말로 공방일체의 완전체!”
어때요 울프람? 하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아일라.
그래요. 제 평가는요.
“그래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지?”
“에헤헤 사실은요. ···지금이 한계에요.”
“아일라?”
아일라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고, 흑수정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럴 줄 알았다. 진짜.
“헤···.”
헤롱거리며 쓰러지려는 아일라를 팔로 붙잡았다.
으윽 ···팔이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붙잡았으니 망정이지 안 다치게 하려고 방어에 신경쓰라고 했더니, 넘어져서 다치면 무슨 소용이야.
“괜찮나?”
“······네. 조금만 더 잡아주고 있으면, 금방 괜찮아 질게요.”
“무리는 하지 마라.”
“후후. 네.”
그렇게 잠시.
아니.
내 예상을 꽤 넘어선 긴 시간 동안 아일라는 회복에 전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