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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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본래 목적을 이뤄내지 못했다.
즉 레지나 시엘라에게 어째서 마법사들은 광역마법에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뭐 원래 법사라면 광역이고 한 번에 싹 쓸어버리는 걸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레지나는 두 번 다시 학년 수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마음을 먹었고, 그 청명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레지나가 저런 눈동자를 할 때는 본인의 루트가 열렸거나, 아예 맛이 갔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레지나 루트를 연 기억도, 그 조건도 충족 못 시켰고 그렇다면 맛이 갈 일도 없다.
즉 저건 레지나 시엘라 스스로 자립하여 선언한 거다.
“후.”
원작 기준으로도 없던 이벤트다.
그러니까 녀석의 멘탈은 이제 괜찮겠지.
아무튼, 그럼 이제 나는 내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음.”
문득 생각나 편의점의 재무제표와 재고조사를 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이런 것도 레지나 시엘라가 가르쳐 줬던가.
녀석에 대한 평가를 조금이나마 상향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선배님?”
“음···. 밀푀유인가?”
“네, 네에···. 뭐 하고 계셨나요?”
“잠시 결산을 하고 있었다.”
“편의점 결산인가요? 저도 보여주실 수 있나요?”
“상관없다. 보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둔 표를 건네자 밀푀유는 흠흠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선배님. ···저희 괜찮은 것 맞나요?”
“무슨 의미지?”
“너무 자금을 트라이스타 가문에 의존하는 것 아닐까요···?”
“······.”
밀푀유의 말은 묘하게 뼈를 때리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나의 주 수입원은 트라이스타 가문에 팔고 있는 각종 희귀재료들이랑 내 지식 특허다. 대표적으로는 흑왕호를 본딴 열차와 레일들이 있다.
더군다나 주요 지출도 그쪽이다.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희귀 광석들을 받는다.
그 외에 엄밀하게 따지만 아침 저녁 장사. 가끔 파는 간식들정도?
“아일라 선배님이 한 번이라도 선배님의 자금을 막는다면 그 때는···. 아니, 아일라 선배님은 그럴 일 없으시겠지만요.”
“······.”
“괜찮아요. 선배님.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제가 선배님을 지켜드릴게요!”
밀푀유는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봤다.
거 참, 든든한 보디가드다.
뭐 아무튼.
“밀푀유. 아일라가 그런 일을 할리 없으니 괜한 걱정은 말도록.”
“···아, 네!”
“지금 봐야하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재고 쪽이다.”
“재고···? 어라? 이건”
“너무 편중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네. 압도적으로 사탕이 많이 나갔네요.”
“······.”
그래. 그게 문제다.
1분기 결산서에 제일 많이 팔린 것은 사탕이고, 그 구매자는 누가 뭐래도 이브 폰 로엔그린이다.
하지만 나는 이브의 당 충전기가 될 생각은 없다.
누가 뭐래도 편의점은 공산의 왕이다.
대형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는 과자. 음료. 삼각김밥과 진공포장된 조리음식 등. 그것들을 보면 느껴지는게 있다.
바로 이것이 문명의 정점이구나. 라는 감상.
말 그대로 ‘24시간’ ‘조금 비싸더라도 편리하게’ ‘전국 어디서나 동일 품질의 물건을 구한다.’ 이것이 편의점의 매력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떻지?
물건들은 ···흉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편의점에 부합할까? 나는 정말 양산형 물건들을 찍어내고 있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이건 내가 바라던 편의점이 아니다.
그러니.
“제품을 좀 더 다양하게 제작할 필요가 있다.”
“와아···!”
이를 위해선 ···우선 거래처를 뚫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재료를 공급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양산이 가능하겠는가.
내 이야기를 들을 밀푀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지금부터 외출하시나요?”
“그럴 예정이다.”
“아. 그러면 저는 이만 돌아가야겠네요. ···아하하.”
“급한 용무가 없다면 같이 가는것도 나쁘지 않지.”
“······네?”
“네가 급하지 않다면···.”
“급하지 않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 있어도 없던 걸로 만들게요!”
밀푀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의욕이 넘치는게 보기좋네.
***
거주구 상점가의 예술가의 거리를 지나서 향한 곳은 위그드라실 자치구.
이전에 왔던 이곳은 정말 도떼기 시장 그 자체고 ···원래 도떼기 시장에서 물건 떼와서 택갈이 한 뒤에 파는것이 소상공인 아니겠나.
물론 그런 악랄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물건만 공급받을 생각이다.
“···전부 다 엘프분들 뿐이네요.”
“위그드라실 자치구니 말이다.”
내 말에 밀푀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에 바짝 붙었다.
“선배님. 제 기분탓이 아니라면요.”
“음.”
“···다들 선배님을 보는 눈에 적대감이 깃들어 있는데···. 맞나요?”
“맞다.”
여기는 나를 적대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내가 친 분탕이 한 두개가 아니라 모두들 나를 미워하거든.
“선배님은 제가 지켜드릴게요!”
“······.”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꾸욱, 하고 내 왼쪽 팔에 팔짱을 끼며 내 옆에 바짝 붙었다.
“걱정 마세요. 제, 제가 이렇게 팔짱을 껴서 ···지, 지켜드릴게요.”
“······내 한쪽 팔을 쓸 수 없다만.”
“못 쓰셔도 제가 지켜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팔짱을 끼면 너도 한쪽 팔을 쓸 수 없다만···?”
“그래도 제가 지켜드릴 수 있어요!”
······
그래. 뭐.
하고싶은대로 해라.
어차피 여기서 내가 공격을 받을 일은 없다.
그랬다간 엘프들은 멸족이다.
뭐. 왜. 꼬우면 맞짱까던가.
***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곳은 중앙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상가였다.
“여긴 ···방금 전과 완전히 다르네요.”
“한적하지. 그리고 살풍경하고.”
“···네.”
여기는 앞선 손님에게 직접 파는 소매상과는 다르게 그냥 창고를 지어놓고 각 상회나 가문에 판매하는 재료 도매상이다.
즉 양 옆으로 쭉 나열되어 있는 창고 뿐이고, 구분할 수 있게끔 나무판으로 상회 이름만 적어뒀을 뿐. 호객 행위조차 없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그 안에서도 더 한적한 장소였다.
낡은 명패. 적혀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여섯 글자. 【스티그마 상회】
보통이라면 거래를 뚫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낡고도 낡은 창고지만, 가게 앞에 놓여져 있는 원단만 해도, 그 품질이 예사롭지 않다.
손을 대기만 해도 속성이 느껴질 정도라니, 얼마나 많은 마력을 담고 있는 건지.
정말, 제대로 찾아왔다.
“주인 있나.”
“······저희는 장사 안 하는데요.”
가림막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숫기도, 생기도 없었다.
가라앉다 못해 죽어가는 목소리.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나른함과 함께 의욕조차 사라진 어조.
이 소녀의 목소리.
틀림없다.
“거래를 트고 싶어서 왔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나. 이 앞에 있는 원단의 품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말이다.”
“거짓말 하지 말아주세요.”
“거짓말이 아니다. 이 정도 원단은 쉽게 구할 수 있는것이 아니지.”
“재봉도 안 되는 잡동사니를 고평가하시는 건가요?”
“재봉이 안 된다?”
“···제가 만드는 옷감은 전부 속성이 담겨 있어서 일반적인 재봉방법으로는 의상을 만드는게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정말로, 아주 잘 찾아왔군. 내가 그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이 문을 열고 나와 마주하면 알 수 있겠지.”
“······들어오세요.”
주인의 허가가 떨어지고, 그제야 나와 밀푀유는 천막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는 빛의 정령이 하나. 그 앞에서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소녀가 하나.
귀는, 당연하지만 엘프 귀다.
눈은 실로 나른해서 축 늘어져있다.
허나 진짜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다.
그 어떤 빛도 투과하지 못할 정도의 흑발.
태생적으로 엘프에게서 나올 수 없는 머리색.
나와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채 중얼거리는 소녀.
“티아라 스티그마. 맞나?”
“네.”
“그렇군. 이야기 할 때는 사람 얼굴을 제대로 보고 하는 버릇을 기르는게 좋지 않겠나?”
“그리 말한다 한들···?”
“자.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그러게.
어째서 여기에 있을까.
“재봉사가 좋은 원단을 찾으러 오는 것이, 그리도 특이한 일인가?”
“······네?”
***
티아라 스티그마.
검은 머리의엘프.
태생적으로 강한 속성력을 타고 태어난 티아라의 컨셉은 자연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여기에 마력까지 갖춰져 있었다면, 엘피라네에 준할 정도의 화력을 발휘했겠지만, 속성력만 높을 뿐 마력은 또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티아라가 태어났던 마을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엘프들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흑발을 가지고 태어난 그녀.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엘프답게 자연에 사랑받는 그녀.
우리와 다른데 우리보다 더 엘프답다. 그것은 엘프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안겨다줬고, 이내 모두가 그녀를 배척했다.
마력이라도 높으면 마법사로 전직했을거고, 체력이 높으면 정령검사, 평범한 활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재주까지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저 정령력 뿐.
그래서 ···마치 내 현대의 실업계 학생들이 바로 기술을 배워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듯 그녀는 제프린에 들어오기 전 부터 하나의 기술을 중접적으로 팠다.
그것이 바로 옷감 만들기다.
엘프들의 옷감 만들기는 ‘스킬’로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제작 공정이 무척이나 간소화 됨을 의미했다.
나로 따지자면 실제 요리에는 체력과 근력이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나는 스킬로 떼우니까 체력과 근력 코스트를 소모하지 않는것과 같다.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옷감을 만들고, 내다 팔 준비를 했다.
이제 이걸로 자립해서 어떻게든 먹고 살자. 그리 생각하며 시장에 옷감을 내놓은 결과.
“···처참하게 망했지. 왜냐하면 속성력이 너무나 강해서, 네 옷감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재봉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하지만 기묘한 호사가들도 있는 법. 네 옷감은 싼 값에나마 그럭저럭 팔려나갔고, 귀족들의 홈파티용 장난감이 되었지.”
찢어서 던지면 물풍선이 되는 옷감이라던가, 바닥에 깔아서 밟으면 돌바닥을 밟는 느낌이 드는 옷감이라던가, 불에 태우면 활활 잘타는 옷감 등. 말 그대로 홈파티용 장난감으로는 그럭저럭 쓸만한 1회용 쓰레기.
그것이 그녀의 속성 옷감에 대한 취급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누구보다 티아라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를 모욕하러 오신 건가요? 이 멀리까지? ···황족께서 엄청난 취미를 가지고 계시네요.”
“아니. 네 옷감을 사러 왔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저 화염의 원단은 어떠세요? 불에 태우면 아주 잘 타서 깜짝 불쇼를 할 때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답니다.”
“나쁘지 않지. 화염의 원단이라. 그런 사용법도 있었군?”
“···윽.”
그러게 자기가 비꼬아놓고 왜 상처받을 말을 하니.
“하지만 나라면 그런 사용법을 쓰지 않겠다. 화염 저항을 얻을 수 있는 의복을 만들면 되니 말이다.”
“···하. 그러다가 손목에 화상을 입고 날아간 재봉사가 몇인지 아세요? 제 원단은 누구도 재봉할 수 없어요.”
“물론 지금까지는 그랬지. ···아무도 방법을 몰랐으니 말이다.”
“······네?”
“옷감 하나를 써도 되겠나? 아무거나 샘플이면 된다.”
“······여기요. 얼마 전에 만든 암석의 원단이에요. 그걸로 사람을 때리면 아프다고 하니까···. 그걸 쥐고 저를 때릴 생각은 아니죠?”
“허 참. 의심이 많은 녀석이구나.”
나는 원단을 쥐고, 다른 손에 재봉 키트를 쥔 채 스킬을 켰다.
【드레스 메이커가 발동됩니다!】
【만들려고 하는 의상이 드레스가 아닙니다. 마법의 재봉사가 발동합니다!】
【상호 호환 스킬 발동! 티어가 유지됩니다!】
이윽고, 내 손이 번쩍이며 움직이고는 원단을 그 자리에서 꿰메고 엮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암석 브레이슬릿】
【8T】
【준수한 능력을 가진 장인이 시간이 없어 급히 떼운 물건입니다. 암석 저항력이 소량 올라갑니다. 순수 방어력이 극소량 올라갑니다.】
“자. 되었나?”
결과물을 앞에 들이밀자, 티아라는 그것을 몇 번 매만지더니 숨을 토해냈다.
“···제 원단으로 지금, 이걸 만드신 건가요?”
“그럼 뭘로 만들었겠나?”
“···트릭 아니죠? 그, 그런 마술이 있다던가. 저를 놀리기 위한 홈파티용 장난이라던가···.”
“여기에 직접 찾아와서 그렇게까지 하는 녀석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 아뇨. 아니 ···그럼 이게, 제 원단으로···.”
티아라는 내가 만든 브레이슬릿을 꾸욱 끌어안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제 내 실력에 만족했나?”
“······감사, 합니다.”
“단언하지. 네 원단은, 세상을 바꾼다. 믿을 수 없다면 전부 다오 내 손으로 바꿔 보일테니.”
“·········흑.”
하하. 녀석. 그렇게나 감동적이었군.
좋아. 기름칠도 했으니 이제 이 원단은 전부 내가 사들여서 속성의상 작업을···.
“선배님.”
“뭐지 밀푀유.”
“······5분.”
“음?”
“5분 걸렸어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항상 존경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네.”
“······음?”
“어떻게 사람이. 아니 어떻게 5분. 아니···. 그게. 진짜···. 선배니임······.”
갑자기, 밀푀유가 볼을 부풀리고 이쪽을 바라본다.
·········5분?
뭐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