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64)
263. 그렇다면 듀얼로 증명해라
그 뒤로 네프티는 가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이쪽을 바라봤다.
“…선배님.”
“음. 정말 실수였다. 나도 깜빡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네.”
“그나저나, 착용감은 어떻지.”
“음. 스, 스커트가 좀 지나치게 짧은게 아닌가 싶은데요.”
“제프린 교복도 충분히 짧다고 생각한다만.”
“진짜요. 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대체 지금 교복 디자인은 누가 선택한건지…!”
“전교생에게 미니 스커트를 입히겠다는 야망을 가진 학생회장이 있었다. 몇 깃수 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
네프티는 그 말에 난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 학생회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황손이고, 황손에게 제정신이냐고 물으면 불경죄다.
그러니 억울해도 참을 뿐이다.
“허나 그의 야망은 지나치게 광오했지. 당대 학부생들이 모여 탄원서를 냈고 황실에서 받아들여 학생들의 양말류는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
예를들어 네프티의 레깅스 같은 경우가 그렇다.
기사학부는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일라나 이브, 루디카와 밀푀유까지 전원 다른 양말을 선택한 것도, 그 때의 여파다.
제프린의 보급품은 대부분 평균이지만, 기묘할 정도로 양말이나 스타킹의 선택은 폭이 넓다.
이 또한 그 당시의 대타협 때문이라는 설정이다. 오호 통제라, 제프린의 어둠은 깊구나.
뭐, 아무튼.
내가 이러저러한 이유를 설명하자, 네프티는 살짝 움츠러들면서 나를 바라봤다.
뭔데, 왜 겁먹는데.
“생각보다 잘 알고 계시네요.”
“황실의 역사니 말이다.”
“아. 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뭐 아무튼, 교복 문제는 올해 연말 부근에 새로운 공모전을 낼 것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디자인이 되겠지.”
“……아.”
뭐 실제로 있는 이벤트다.
그때 교복 디자인으로 수상하면, 그 다음해의 교복이 바뀌는 스탠딩 일러스트가 나온다.
참고로 화려한 교복은 DLC다. 미친놈들이 교복 모델링 팩을 돈 받고 파는데….
뭐 아무튼.
나는 위쪽은 제복으로, 아래쪽은 미니스커트로, 거기에 수상할 정도로 게임 캐릭터마냥 디자인 된 갑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효과는 어떻지?”
“…네? 아, 효과요. …음. 조금 가벼워 진 거 같아요.”
“그래. 아마 그게 가장 큰 효과일거다. 그 외에는 크게 바라지 말도록.”
“네? 그, 그런가요?”
아무리 장비 강화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극적인 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풀강이라고 부르는 10강을 때려도 상위 티어템의 하위급이다.
9T 풀 강화는 8T 하위까지는 비벼볼 수 있어도, 8T 상위와 비비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다.
간단하다.
세이브 로드로 강화한 아이템이 세계 최강이면, 게임에 난이도가 무슨 의미겠는가.
오히려 3T 이상으로 넘어가면 강화되는 아이템이 더 드물다. 마검 신검에 강화 기능이 있는것도 요상한 일.
특히 방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프티가 그렇게나 바랐으니 해준거지 뭐.
그래도 강화는 강화고, 스펙업은 스펙업이다. 내 기준으로 유의미 하지 않더라도, 얘네들 기준으로는 쓸만하지않을까.
“나머지는 훈련이나 실전에서 써보도록.”
“…네!”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교복 디자인 공모전이라.”
그러고보니, 그것도 슬슬 준비해야겠네.
***
네프티는 자신의 기숙사 방에 설치된 대형 거울을 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전신을 비추는 거울은 고가의 일품이지만, 로열 가드용으로 재단장된 자신의 방에는 자연스레 놓여 있었다.
“저에게는 여전히 분에 넘치는 물건입니다만….”
하지만 로열가드 된 몸. 언제나 단정해야 한다.
원래 수석이 되면 기숙사도 1인실로 바뀌고, 그럭저럭 괜찮은 물품들을 지급 받지만, 로열가드가 된 이후로는 실로 차원이 달랐다.
한 달 품위 유지비로만 막노동을 일 년 내내 뛰어야 벌 정도의 돈이 나왔고, 모자라면 은행가서 말하면 더 지급해준다고 한다.
“…그건 제 돈이 아니지만요.”
네프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바로 신경을 껐다.
사실 품위 유지비라는 것을 받을 생각도 없고, 은행에 가서 추가금을 받는건 더 어불성설이다.
이쯤 되면 네프티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은 자신의 ‘주군’인 울프람의 돈이 아니고, 그 돈을 받는 순간 자신과 황실의 연관이 생긴다.
그건 …황실에서 벗어나 대륙 전도를 여행할 울프람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주군은 울프람이지 황실이 아니다. 경의와 공경은 존재하지만 딱 거기까지. 충의와 충직은 오직 한 남자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프티는 여전히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거울 하나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으흠. 그래도 그 분의 기사니까요. 옷매무새는 올바르게 해야하니 잘 쓰겠지만 자. …됐다.”
완벽하게 각을 재고, 기숙사 방을 나선 네프티는 이윽고 공용 로비를 지났다.
수석을 위해 준비된 기숙사.
정확히 말하면, 기사학부에서도 엄선한 학생들을 위한 학년 통합 기숙사다.
기사학부 2,3,4학년들을 통합으로 묶어 상위 20명. 총원 80명만 입주를 허가받은 통합 기숙사.
허나 여기에 있다고 해서 실력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친목 단체가 될 확률이 높고 …기존에 있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생각하면 기숙사를 옮기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허나 네프티는 학년 수석이면서 동시에 로열가드인 몸. 옮기지 않으면 기사학부의 명예에 진흙을 쳐바르는것과 같다며 교수가 부탁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네프티는 단언할 수 있다.
진짜. 정말.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네프테리안.”
“시온챠이엔 선배.”
“성천화에요.”
“서, 시 싱…. 뭐 아무튼. 무슨 일이세요?”
“……그 옷은 뭐죠? 처음 보는 의복이네요.”
엄청나게 불편한 사람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로열 가드 제복을 울프람 선배님께서 강화해 주신 겁니다.”
“……본디 …당신의 것이 아니었던, 그 옷을 …그 분께서.”
로열가드가 되지 못했던 이.
바꿔 말하면 네프티가 되지 못했던 이.
성왕국의 왕녀. 성천화가 있기 때문이다.
***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잠시간 이어졌다.
네프티도 그렇지만 성천화의 입장에서도 지금의 네프티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듯 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먼저 그것을 깬 것은 성천화였다.
“그렇군. 그 분께서 직접 강화를 해주셨다고요?”
“네.”
“……그렇군요. 당신은 서류상으로 정말 로열 가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제가 해내지 못한 걸 해냈네요.”
음.
그 말에 네프티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거, 귀찮게 질척거릴 거 같다.
그리고 이런 질척거림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단답형으로 빠르게 대답하고 이 자리를 뜨는 것.
그리고 그 단답형의 최종기는 바로 …상대방의 말 끝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뭐더라. 해냈네요. 로 끝났던가. 그렇다면….
“네. 해냈습니다.”
“그래요. 이 제프린을 나가서도 …정식으로 로열가드 임명을 받으면 좋겠네요.”
“네. 좋습니다.”
“……그렇군요.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네. 자신감입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
“할 말이 없으시다면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뇨.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한 마디만 하세요.”
“……당신은 그 분이 정말,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거라고 믿나요? 당신은 버려지지 않을거라 확신하나요?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알죠? 이간질의 달인. 이 제프린의 악당.”
여기서 가볍게 확신한다. 라고 말하기엔, 그 질문은 화가 났다.
자신을 모욕하는건 좋다.
자신을 질투하는건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프티는 자신이 지금 분에 넘치는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것이, 울프람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진다면.
“선배님. 제 손이 보이시나요?”
“……네. 보입니다. 잘 연마된 건틀릿이네요.”
“네. 안타깝게도, 로열 가드가 전장에 나설때는 …장갑이 아니라 건틀릿을 끼게 되어 있죠. 하지만 …대용으로도 괜찮겠죠? 뭐 손에 낀다는 점에서 비슷하니까요.”
“……네?”
네프티는 그대로 건틀릿을 벗어 있는 힘껏, 정말 있는 힘껏 성천화를 향해 집어 던졌다.
그 일격에 대비하지 못한 성천화의 명치에 로켓펀치마냥 발사된 건틀릿이 꽂혔고, 이내 크헉 소리를 내며 성천화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크헉…. 다, 당신 대체….”
“음. 으음. 그러니까? 여기서?”
그 다음 네프티는 …자신이 교양 수업에서 배운 말을 그대로 읊었다.
그러니까.
주군이 모욕당했다 생각했을 때.
로열 가드는 응당….
“…어, 결투입니다. 따라 나오세요.”
“……다, 당 당신…. 대체.”
“주군을 모욕당한 로열 가드는, 원칙상 결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성천화는 그 말에 네프티를 올려봤다.
이전에 한 번 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
자신의 권은, 틀림없이 무적.
여기서 이긴다면….
엉망진창으로 네프티를 쓰러트릴 수 있다면….
“그 분께서도, 재고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대로 된 발음으로 제 이름을 불러주시겠죠.”
“안 나오십니까?”
네프티의 차갑기 그지 없는 말에, 성천화는 쓰린 명치를 붙잡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
다음 교복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제프린의 교복 규정은 무척이나 독특한데, 지급품으로 제작되는 ‘표준 규격 보급형 디자인’이 있다. 지금의 미니스커트와 자유로운 패턴의 양말 조합이 그렇다.
그리고 두번째로, 과거에 선택되었던 교복들.
이것 또한 대부분의 공모전 수상작이나 역대 학생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들이기 때문에 착용 자체는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백 년 전 디자인의 동양풍 드레스를 입은 필티아가 그렇다.
세번째로, 이번 시즌에 당선된 교복을 미리 입어보는 것.
사실 생각해보면 올해 당선되었다고 해서 내년에 바로 보급품으로 적용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체 기간을 두지만 …당선작을 사비로 제작해서 미리 입는것은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DLC 수준으로 나온 화려한 교복들은 교내 평판이 올라가는 좋은 아이템이다.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디자인을 그대로 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 할 것인가.”
내 계획상 첫 레이드가 끝나면 교복 공모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에 바로 디자인에 들어가는게 좋다.
그리 생각하며 종이 위에 치수와 디자인을 낙서하고 있는데….
“……선배님.”
“음…? 네프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보니, 그 곳에는 네프티가 있었다.
그래. 네프티가 있긴 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제가, 제가 부족해서.”
그 자리에서 울먹이는 네프티.
일단 내가 강화해준 미니스커트 아머가 조금 헤져있다.
저건 자체 수복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알아서 복구가 될 것이다.
그것보다….
“선배님이, 만들어주신 …방패. 방패가아….”
어제 내가 강화해준 방패 가운데에, 정확하게 주먹 자국이 나 있다. 아니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라.”
“네, 네에…. 그, 그게 말이죠.”
네프티는 그리 말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내가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건틀릿을 명치께에 집어던져 결투를 신청한 것.
그리고 신나게 싸운 것.
허나….
“어째서인지 지난번 보다 힘이 안 나와서….”
“……음.”
그야 그럴 수 밖에 없다.
네프티가 그때 성천화를 이긴 건 등 뒤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로열 가드의 스킬이 발동해서다.
“연타를 허용하다가, 겨우겨우 방패로 막았는데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나온 정권이….”
“그녀의 주특기다. 최종연환계를 허용했군.”
“……네. 그래서 방패에 구멍이…. 서, 선배님 이거….”
“아쉽지만 그 방패는 버려야겠다. 네프티.”
“……아, 으으.”
네프티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오열했다.
어쩌겠냐. 그 방패로 최종연환계를 막아낸 것이 대단한거다.
그리고 잘 됐다. 갑옷은 그렇다 쳐도 방패 하나를 아예 새로 맞출 생각이었는데, 저런 하급 방패를 들고 다니는 건 멋도 안 살고 말이야.
“…그 방패는 놓아줘라. 대신 새로운 걸 구해보도록 하지.”
“……네. 죄송합니다.”
“뭘 사과하는거지?”
“멋대로 싸우고, 멋대로 결투하고, 멋대로 선배님이 만들어주신 방패를 부숴먹고….”
“그 안에 사과할 이유가 어디 있나.”
“……네?”
네프티는 로열 가드로서, 나에 대한 모욕을 참지 못하고 결투를 신청했다.
그 안에서 낮은 스테이터스로도 상대와 장절한 승부를 벌였다.
그 결과 하급 방패를 해먹어서, 파티 탱커가 노말템을 두르고 있다는 이 개같은 상황도 겸사겸사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면….
“네프티. 거듭 말하마.”
“네, 네. 말씀하세요. 선배님.”
“내 로열 가드가 되지 못한 이들이 너를 시기할 수 있다. 너도 마음 고생을 할지 모른다.”
“……네.”
“허나, 내 로열 가드는 오직 너 하나다. 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리 신경쓰지 마라. 하나하나 발목이 잡혔다간 끝이 없다. 알겠나.”
“네!”
아.
그리고 하나 더.
“네프티. 나의 로열 가드. 그래서 …이겼나?”
“네? ………네. 어찌저찌 이겼습니다.”
“그럼 됐다.”
“네?”
“이기면 된 거다.”
“…아, 네!”
“자 그럼 안에 들어가지. 어떻게 이겼는지 설명해 주지 않겠나.”
“……에헤헤. 네!”
그래.
이겼으면 된 거야.
우리는 그 뒤로 차와 과자를 곁들이며, 한참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