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69)
268. 본사직영
며칠간의 전투는 실로 흡족했다. 중대장은 너희에게 감동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오랜 기간 레이드를 뛰어 본 입장에서 …이 정도의 파티 플레이라면 이것저것 기대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택틱? 오더? 그것들도 중요하지만, 그 두개가 만전이라는 전제 하에 바로 만전의 상태다.
탱커가 방어 버프를 안감고, 물리딜러가 치명버프를 안쓰고, 마법딜러가 마력방패를 안깔고…. 순수 퓨어모드로 레이드에 들어가는건 삼류중의 삼류.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트라이로 애들이 지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옆에 있는 파트라슈를 불렀다.
“파트라슈. 전원을 전장이탈시켜라.”
“음.”
그 즉시 쿠웅! 소리를 내며 골렘의 일격이 마력의 장벽에 막혔다.
이전에는 그냥 염동력으로 전원을 빼오고 말았는데, 이제는 한 번 막아내 달라고 했고, 파트라슈는 이에 수긍했다. 마력은 비슷하다.
그 공격을 막아낸 것을 보고, 전원이 그 자리에서 헤쳐서 잽싸게 빠져 나왔다.
이 또한 보스의 시선을 돌린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전선에서 철수할 수 있느냐의 훈련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 전멸패턴 나왔네요. 빠른전멸요. 같은 오더를 내릴 수는 없지 않는가.
회피기동 또한 훌륭한 훈련임을 숙지한 애들은, 서로 각자의 방법으로 전선을 이탈했다. 기동력이 느린 이브는 실피아의 정령에 의지해. 아일라는 자기 자신을 흑수정으로 역사출했고, 루디카는 밀푀유와 보폭을 맞췄으며, 네프티는 끝까지 보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다가 마지막에 탈출한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는 애들에게 내가 한 일은, 바로 포션을 섞은 음료를
“수고가 많았군. 마실걸 들고 잠시 쉬도록 하자. 그 다음은 다시 작전 토의다.”
“…아. 네!”
“특히 밀푀유. 오늘은 한결 더 훌륭한 움직임이었다.”
“아.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
“왜 그러지?”
“아, 아뇨….”
밀푀유는 내 주스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뭐. 아무튼.
그렇게 오늘도 훈련의 밤이 깊어갔다.
***
훈련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온 밀푀유가 제일 처음 한 것은 침대에 풀썩 쓰러진 것이었다.
“…씻는 것도 힘들어….”
“우와…. 밀푀유가 완전히 뻗었어.”
“밀푀유. 괜찮아?”
바닐라와 요거트는 그런 밀푀유를 보면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최근 밀푀유가 뭘 하는지는 얼핏 들어 알고 있다.
학생회실 지하에 생긴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프람 선배님과 함께 지하를 탐험하고 있다. 라고 한다.
허나, 여기서 요거트는 책만 읽고 살아온 문학소녀답게 다른 의문을 재기했다.
작은 문제라면 그 울프람 선배라면 완전히 해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울프람 일행은 계속해서 학생회실 지하로 가는가.
그 면면만 봐도 놀랍지 않은가. 놀랍게도 울프람을 제외하면 전원이 여성이다.
이 놀라운 하렘을 보아라. 요거트는 망상했고, 이를 현실로 끌어내렸으며, 이내 진실이라 확신했다.
“울프람 선배님께서 그렇게 안 놓아주셔?”
“응?”
“대단하시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가는데 매일 밤 녹초가 되서 돌아오니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괜찮아. 나는 이해할 수 있어. 불타는 청춘이잖아. 난잡함 또한 젊음의 상징이라고 …책에서 그랬어.”
밀푀유는 잠시 자신의 친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그 의도를 파악하다가 …이내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 잠깐만. 요거트?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밀푀유. 요거트가 지금 뭐라고 하는건데?”
“바닐라는 몰라도 돼! 아, 아무튼 요거트! 울프람 선배님은 그런 분 아니니까!”
“…뭐, 나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요거트는 그리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울프람의 이성이나 본성은 둘째 치고, 그가 그런 굉장한 체력을 가지고 있을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궁금한게 생겼다.
“그럼 대체 왜 그렇게 땀에 절여질 때 까지 매일 가는거야?”
“…그건. 잠깐. 땀에 절여졌어?”
“응. 그런데?”
“잠깐, 잠깐 요거트. 나 혹시 …이거 굉장히 심각한 질문인데, 가감없이 말해줘. 혹시 나 …땀냄새 나?”
“…….”
밀푀유의 절박한 물음에 친구된 요거트는 시선을 돌렸다. 그것이 벗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니까.
밀푀유는 자신의 친구에게 대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바닐라를 바라봤다. 똑같은 질문을 담은 눈빛에 바닐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방긋 웃으머 밀푀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라. 밀푀유!”
“……바닐라. 그렇지? 안 나지?”
“많이 연하긴 해도 우리 고향의 냄새와 비슷해서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
그 뒤로, 1학년 기숙사 방에서 ‘싫어어어어어!’ 하는 애절한 괴성이 울려퍼졌다.
그렇다.
바닐라의 종족명은 술과 땀과 대장장이 망치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즉
드워프.
***
훌륭한 전투가 있는 며칠 후. 우리는 다시금 이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 학생회실 지하에 뭉쳤고…. 그리고 예상 외의 짐을 하나 발견했다.
“이 봉투는 뭐지? 이런 것이 있었나?”
“아 그거 …정화포션이에요. 약초와 향초를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밀푀유. 네가 만든 것인가?”
“……후후. 네.”
“정화 포션이라. …이 보스는 중독 계열 상태이상을 안 건다만?”
“아하하…. 요새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요.”
“그런가. 그렇다면 상관 없겠군.”
다른 애들도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우리는 다시 레이드에 돌입했다.
평소 이상으로 훌륭한 전투를 끝내고, 우리는 다시금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다들 지친 표정으로도, 내가 레이드란 무엇인지에 대한 총론 강의와 이번 전투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말하니 진지하게 따라와줬다.
“…이건.”
“이 향은…?”
아니.
오늘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청량한 향기.
그 향을 쫓아서 시선을 옮기니. 그 곳에는 밀푀유가 있었다.
“이 향은 뭐지. 밀푀유?”
“아…. 아하하. 죄송해요. 아까 만든 박하잎과 향초. 청정수를 합쳐서 만든 정화 포션 향기인가봐요. 선배님.”
“…그런가.”
정화 포션은 이런 향이 나는구나.
마셔 본 적은 없고, 딱히 향을 맡아 본 적 없다.
중독계열이나 침식계열 메즈를 거는 보스 근처에 간 적도 없으니까 …그리고 게임에서 향을 맡는건 불가능하지 않는가.
“죄송해요. 신경쓰이셨나요?”
“아니. 좋은 향이었다. 그럼 계속하지.”
“…아자!”
“음?”
“아, 아뇨! 아자! 아자! 힘내자! 라고요.”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생긋 웃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강의를 계속했다.
허나 묘한 것이. 그 뒤로 자신의 손목이나 팔꿈치등에 코를 묻고 숨을 쉬는 애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런 냄새가…. 났었군요.”
아니. 늘었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군. 정확히 말하자면 …전원이 그러고 있었다.
모두가 암울하고 침울하고, 혹은 한 방 먹었다? 혹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짓는 사이.
오직 밀푀유만이 따듯하고 자상한 미소로, 좋은 향기를 내뿜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
그 다음날은 전원이 정화 포션을 가져왔다.
정화 포션은 박하향을 베이스로 깔고 있기 때문에, 후각이 마비될 정도의 강렬한 향을 자랑한다.
결국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과한 향이로군. 적당히 하는게 어떻겠나.”
“…….”
“애당초 왜 정화 포션을 쓰는 거지? 여기는 중독이나 침식형 상태이상을 걸지 않는다.”
그 말에 모두가 입을 샐쭉 내밀었다.
허나, 거기서 기묘하게도, 오직 밀푀유만이 정화 포션을 들고 오지 않았다.
“그건 뭐지. 밀푀유?”
“대단한 건 아니에요. 은신 포션이에요. 선배님.”
“은신 포션.”
“네. 어제 박하 포션을 썼을 때는 그 향이 너무 강한거 같아서요. 그러면 몬스터들의 이목을 끌기 쉬워지니까요. 예상 외의 위험에 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에 비해 은신 포션의 효과는.”
“바로 체취의 삭제죠. 완전한 무향. 그 결과 야생의 동물마저 향으로는 느끼지 못할 정도의 완벽한 은신. 앞으로의 레이드에서 제 위치를 생각해서 쓴 거랍니다.”
“훌륭하군. 좋은 발상이다. 밀푀유.”
“…후후. 과찬이세요. 선배님.”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생긋 웃었고, 다른 아이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삐약이.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보여주겠어요. 다른 규모의 완전한 대처를…!”
그러니까 뭔데 대체.
***
다음 날.
먼저 학생회실 지하에 가 있겠다고 보고한 아일라를 제외하고, 우리는 조금 천천히 도착했다.
그리고 거신 골렘이 서있는 광장 구석에 있는 그것을 보고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사람 세 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 속이 보이지 않는 …흑수정의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아일라. 이건 뭐지?”
“바로 보호 구역이랍니다. 울프람.”
“……보호구역?”
“예에. 보스의 공격이 튀었을 때. 제가 전력으로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 봤답니다.”
“훌륭하군. 파티에 대한 배려인가.”
“…예에. 하지만 지금은 쓴다고 한다면 …고작 레이드가 끝났을 때 이 안에서 옷 갈아입는 것 정도가 최선이겠는걸요?”
“환복한다?”
“네. 지금은 고작 그런 용도가 최선이겠어요. 물수건으로 몸을 가볍게 닦고, 그 안에서 깨끗한 옷을 갈아입는 것 정도? 아 안타깝네요…!”
“…….”
아무튼, 아일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드를 뛰었고, 이내 본인의 말마따나 그 안에서 환복하고 머릿결을 다듬고 얼굴을 포함해 깨끗하게 닦고 나왔다.
그리고….
“어머나. 마력이 다 되었나봐요. 이 이상의 유지는 저도 힘든걸요?”
“그렇군.”
다른 애들이 그 쉘터 …탈의실을 묘한 시선으로 보고 있을 때. 혼자만 쓰고는 마력이 부족하다며 닫아버렸다.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그리고, 묘한 열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뒤에는 정말 가관이었다.
네프티는 자동정화 스킬을 최대한 키워서 상시 깨끗한 옷을 만들었고, 루디카는 가문의 전통 약향을 사용해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면서 은근히 내 근처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실피아는 더더욱 대단했는데 공기의 순환이 안 좋으니 라피스 라줄리를 시켜서 외부와 내부의 공기를 교체 하는데, 자기 주변에만 발동하며, 심지어 숲의 공기를 까는 기행을 보였다.
아무튼, 그 결과 …나는 이 묘한 경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렇군. 땀냄새 때문인가.”
“아…. 눈치 채셨나요? 아하하…. 선배님. 죄송해요.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요.”
“다들 그럴 나이니 말이다. 이건 내 배려가 안 좋았군. 질풍노도의 시기이자 외부인 어른도 아이도 아닌 중간인 제2의 탄생기인 너희들의 감수성을 생각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그럴 나이?”
“그렇다. 질풍노도의 시기. 제2의 탄생기. 어른도 아이도 아닌 중간인. 그 결과 나오는 감성의 풍부함. 아이들은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거늘….”
“……선배님 저희랑 한두살 차이 맞으시죠?”
“음.”
“……어라 이상하다. 그러고보니 생년월일로 따지면 …아일라 선배님보다 울프람 선배님이 몇 개월 어리지 않으셨나…?”
그랬나?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무튼 나는 아이들에게 험한 훈련을 시키면서도 그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했고, 바로 이브를 찾아갔다.
이브는 처음에는 경악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아일라를 찾아가 제안하고, 아일라 또한 ‘그렇죠.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허무한 일….’ 같은 뜻 모를 소리를 하고는 승낙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단 이틀.
“……서, 선배님. 이, 이건 대체.”
간이 테이블과 음료 코너. 과자 코너.
그리고 저 멀리에는 사우나와 탈의실까지.
아일라와 이브. 그리고 실피아까지 합세해서 바람이나 시야. 빛. 혹은 소리가 새는지까지 완벽하게 체크하여, 이 곳에서는 그냥 네모난 상자로만 보이지만, 저 안에서는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 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 흑수정 가건물의 모든 동선이 보스의 영역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고, 그의 소유권과 소모 마력을 마동석으로 고정시켜놨으니 백 퍼센트 안전하다.
“그보다 여긴 더 큰 의미를 가지지.”
“더 큰 의미라 하시면…?
밀푀유. 그것도 모르는건가?
당연하게도, 학생회 건물의 건물주인 이브의 허락을 얻어 지었으니.
명실상부 여기는.
“울프람 편의점의 공식적인 2호 진출점이라 할 수 있겠군.”
즉. 본사직영 체인.
제프린 학생회 지하점 되시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