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70)
269. 24시 울프람스파
건물주가 인정하고, 내 이름을 건 가게가 증식하면 그게 체인점 아니겠나.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솔직히 말해. 대단한 건 아니다.
파티원들의 편의성을 위해 편의점 물건들을 가져오기로 했고, 레이드 도중의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 설치한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2호점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흑수정으로 대충 칸막이를 만들어 설치한 거라 디테일은 부족하다.
특히 아일라의 흑수정은 【창】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골렘 크래프트】에 적합한 스피카에 비해서는 그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아일라는 날카롭게 깎거냐 벼려내는데 특화되어 있다면, 스피카는 뭉치거나 합체하는데 특화되어 있다고 할까.
자매지만 마법의 연산과 특화술식의 차이가 여기까지 난다고 생각하면 흥미롭긴 하다.
“역시 저는 스피카보다는 이쪽 소질은 없나봐요.”
허나.
그럼에도.
“충분히 대단하지 않은가.”
“…울프람. 고마워요. 후후.”
아일라는 내 말에 방긋 웃었다.
아니, 정말로 훌륭하다. 가건물이면 어때. 디테일이 떨어지면 어때.
나는 지금, 내가 바라는 확장성을 얻은 것이다.
소꿉놀이 수준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아일라를 위시한 총원 여섯명에 파트라슈 한마리가 끝.
그럼에도, 이 2호점에는 감동이 있다.
“선배님. 선배님. 이런 물품만 가져오신 이유가 있나요?”
“이런 물품이라. …그렇군.”
내가 중점적으로 가져온 것은 시원한 마실것과 짭짤하고 달달한 간식들. 거기에 가벼운 한끼 식사. 삶은 계란. 소금. 목욕하고 나서 입을 가벼운 옷들과 수면용 매트. 이불 대신 쓸 모포와 베개 등. 지금까지의 편의점의 물품들 중에서도 확실히 편향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물품인가요?”
“그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알 수 있다.”
“…아, 네!”
“총원. 전투준비.”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다시금 진지해졌다. 찌릿거리는 투지가 여기까지 전해진다.
이런 전투의 전환이 좋은 거라니까.
적어도 레이드 직전에 캠핑깔고 휴식을 즐겨도, 전투에서 헛짓은 안 하겠군.
***
그 뒤의 전투도 합격이었다.
샤워 부스는 3개. 당연히 2교대로 돌아가면서 씻어야 했다.
먼저 씻는 사람은 가위바위보로 정했고, 이에 아일라. 네프티. 이브가 남았다.
“…으. 먼저 씻고 싶었는데 말이죠.”
“내일은 이 순서 그대로 먼저 씻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만 불편하다고 생각하죠. 선배님.”
“뭐. 하루 늦는다고 무슨 일 생기겠나요. 그것보다 울프람. 저는 건물주로서 이 편의점 물건들의 의도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음? 아아…. 그렇군. 편하게 둘러봐라.”
이브의 말은 실로 마땅했다. 아일라가 건물주로 있는 편의점이라면 나도 뭐라 하겠지만, 이 건물은 명실상부 이브의 건물이니까. 이 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다.
그 결과 세 명은 카운터로 몰려들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해답을 내린 것은 아일라였다.
“아 과연…. 이제야 의도를 알겠어요.”
“말 해 보도록.”
“후후. 전부 씻고 나와서 한 순간의 평온을 즐기고,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목적이군요? 반역의 날개도 잠시 쉬어갈 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정답이다.”
아일라의 말마따나.
이 편의점의 베이스는 바로 찜질방 매점이다.
목욕하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개운한 상태로 마시는 한 잔의 매실차를 모티브로 삼았다.
전체적으로 상큼하고 달콤하며 얼음을 동동 띄운 음료수를 베이스로, 간식은 짭짤하고 달콤한 것들로 준비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 그러면 결국 먼저 씻고 나온 사람들이 이득이네요.”
“글쎄. 그건 어떨까.”
“…네? 그야 먼저 씻고 나와야 그 개운함을 맛볼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여기는 요리 주문도 받는다.”
“요리 주문?”
“그래. 깊고 담백한 맛의 고기 요리를 필두로, 샌드위치 등의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는 요리들을 이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서 건네주지.”
“와아….”
내 말에 네프티와 아일라. 이브의 눈이 빛났다.
“물론 본점만큼의 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니 조리에는 시간이 걸리는 편에다가 주문은 늦게 씻는 사람들만의 권리다. 즉. 이걸 조합하면 어떻게 되겠나.”
“아하. 그렇군요. 늦게 씻은 우리는 먼저 주문할 권리가 있다. 먼저 씻고 나온 사람들과 차별점을 주겠다는 거네요?”
이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네프티가 보충했다.
“아…. 필연적으로 저희의 요리가 먼저 나오니까. 타이밍만 잘 맞으면 저희는 나오자마자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 거군요!”
“후후. 먼저 들어간 사람들도 주문하고 들어가면 그만인데 …언뜻 보기에 불편한 방식을 취한 이유는 역시. 늦게 씻어 불편한 저희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인가요. 울프람?”
“……음.”
아일라의 그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원간의 분쟁은 없을수록 좋으니까 말이야.
“그럼 …뭐. 흥. 울프람 주제에.”
이브는 투덜거렸지만 결국 세 사람은 나란히 주문하고, 결과적으로는 웃으며 샤워실에 들어갔다.
***
그리고 전원이 씻고 나왔을 때. 펼쳐진 것은….
“아…. 움직이기 싫구나. 이거.”
“음…. 루디카랑 마음이 맞는구나…. 실피아여….”
“으음…. 선배라고 부르면 안되겠나…. 내가 나이가 더 많지 않나….”
“실피아는 황족의 로열 가드 후보…. 루디카는 열두 장로중 일석…. 나는 너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 은 아니고 대등하지 않나….”
“음…. 그도 그렇군…. 합리적이다….”
저기 저 …민첩계열 근접캐 두명은 그대로 흐물흐물 녹아서 매트 위에 누워있다. 옆에는 삶은 계란과 소금. 그리고 시원한 레몬티 두 잔. 그대로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듯 표정조차 기묘하다.
뭐지. 슬라임인가.
“여기서 제 손패에서 나오는 건 증식하는 슬라임!”
“아앗! 치사해요!”
“이 또한 반역! 제 차례에요. 자. 반역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세요!”
이브와 아일라는 필티아의 마력으로 만든 카드 게임의 프로토타입으로 잘 놀고 있다.
생각보다 저런 곳에서 죽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지는거 싫어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싶어하니 말이다.
“음…. 여기에 추가적으로 물품을 놓는다면 뭐가 좋을까요. 네프티 선배님?”
“그러게요. 후배님. 개인적으로는 서가가 어떨까 싶어요.”
“서가!”
“예. 제프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여기에 꽂아넣은 후. 누워서 계속 읽는거죠. 로맨스 소설 전권같은 걸 놓으면 엄청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될 거 같지 않나요?”
“…훌륭하세요. 선배님!”
밀푀유와 네프티는, 이 간이 편의점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평화롭고 안온한 한 때다.
내가 준비한 실내복을 입고,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고, 누워서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거나 간식을 먹거나.
편의점에서 조금 변질된 …찜질방 매점에 가깝지만 그 또한 좋지 않은가.
“주인.”
“음.”
“이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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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 그렇지 평화란 좋은거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흑수정 방벽을 쳤다고 하지만 …보스 바로 앞에서 이래도 되는건가…?”
아니.
안전하긴 한데 말이야.
…이거 맞나?
***
내 걱정과는 다르게 총원 전투태세에 있어서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 오히려 더더욱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라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다음 날.
한 번의 모의전이 끝나고, 애들은 쉬지 않고 두 번째 모의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 모의전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방진:강철화】흘렸습니다! 다음 일격!”
“【흑수정:단발:관통:필중】 흔들었어요.”
“【핫산류:살보:뒤잡기】”
“【파워샷:버스터】”
“【성광창:단발:관통:필중】”
“【풍령술:질주:광역화】”
깔끔하기 그지 없는 연계술.
네프티가 흘리고, 아일라가 흔들고, 루디카와 밀푀유가 양쪽 다리를 긁어낸 후 성광창이 정확하게 미간에 명중하고, 한 발 물러나있던 실피아는 파티 전원에게 이동속도 증가를 걸어 한 번 물러난 후 다시 한 번 포메이션을 잡는다.
“훌륭하군.”
“네가 봐도 그런가. 파트라슈?”
“음. 이 정도의 연계라면 …300년 전 전장에서도 한 자리의 방어는 맡겼을거다.”
“…….”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익숙하다지만, 그리고 2페이즈는 들어가지도 않았다지만, 내 파티원들은 강자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연계해 나아가고 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의 연환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 그 쯤 해라. 2페이즈가 나온다!”
“……읏. 네!”
그 말에 전원이 잽싸게 물러났고, 다시 한 번 골렘은 몸을 기울여 수면 상태로 들어갔다.
정말 편한 샌드백이야.
“…후우. 수고하셨어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울프람 선배님. 그렇게 2페이즈가 무섭습니까?”
“…음. 팔이 두 개 늘어나고, 패턴이 여럿 늘어나고,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질 뿐. 그리 위협적이진 않다.”
“……와아.”
그 누구도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저나 2연전…. 피곤하지 않나?”
“아뇨! 오히려 이게 바라던 바인걸요! 후후. 그렇죠? 자 그럼! 신나게 운동했으니 다시 한 번 씻으러 들어가요!”
아일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로 다시 한 번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들 노곤노곤해져서 음료를 마시고 그대로 눕고 뒹굴고….
이것 참.
찜질방에서 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인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투에서 모두가 한 몫씩 했으니 더할나위 없나.
“…흠.”
체력이 남아도는지 다시 한 번 보드게임에 손을 대거나, 정말로 도서관에서 가져온 로맨스 소설을 비치하는 등. 저마다 자신만의 찜질방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놀고. 시간은 오후 네 시.
전투 회의도 끝났고, 평소라면 그대로 흩어졌겠지만….
“자 그럼 한 번 더 전투하죠!”
“네! 선배님!”
“…….”
애들은 열의를 보이며, 세 번째 전투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괜찮겠나?”
“네! 괜찮아요!”
열기도, 그리고 내가 보이는 파티 스테이터스에도 하나의 문제가 없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진입을 허락했다.
다시 한 번 좋은 전투가 펼쳐지고, 1페이즈의 마무리 단계에서 나는 신호를 보냈다.
“곧 2페이즈에 진입한다. 어서 빠져나오도록.”
“네. 울프람!”
파트라슈가 막아주고, 다시 한 번 빠져나온 아이들은 말없이 그대로 척척 샤워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샤워를 하고, 먹을걸 먹고, 마실걸 마시고….
“후으으으…. 반역적으로 졸린데요….”
“역시 세번은 피곤하구나…. 루디카도 체력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말이다.”
너 나 할거없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했다.
“열정적인건 좋지만 다들 이렇게 피로해서야 돌아갈 수 있겠나?”
“…아…. 그게요. 안 돌아가도 괜찮아요.”
“뭐라?”
거기까지 말 한 아일라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서 루디카가 졸린 눈으로 기지개를 쭉 펴면서 말했다.
“으음…. 뭐 안 돌아가도 되지 않겠나. 솔직히 말하자면 …침대가 없는 것 빼고는 루디카는 기숙사 방 보다 여기가 좋다. …아 세실이 없는것도 조금 아쉽구나.”
“네…. 저도 친구들이 없는 거 빼고는, 여기가 정말 좋아요.”
“……즉. 그 말은.”
“건물주인 제가 허락했어요. 오늘은 전원 여기서 자고 갈 거에요.”
이브의 마지막 선언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진심인가?”
“예. 선배님. …혹시 안 될까요?”
“뭐…. 본디 목적은 수면 시설이니 사용 용도는 맞다만, 저걸 옆에 두고 자겠다 이 말인가?”
나는 골렘을 슬쩍 가리켰고, 이들은 골렘을 한 번 보고, 그리고 나를 보고는 모두가 동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야?
“이브. 너는 글래스트헤임의 전용 층계가 있는데도 여기서 자겠다는건가?”
“어머. 학생회 일이 바쁠때는 학생회실에서 야근을 더 많이 하는데요? 오히려 기숙사 방이 낯설 정도인걸요?”
“……실피아. 너는 이브를 지키는 기사 아닌가? 이브가 저런 보스 옆에서 자는걸 받아들이는 건가?”
“무얼. 라피스 라줄리가 우리 모두의 잠버릇이 나쁠때는 바람의 장막으로 막아주겠다고 약속했다.”
“…….”
아니 그런 문제냐고 이게.
“울프람…. 안 될까요…?
아일라의 졸음 섞인 물음.
“너희들 모두의 안전을 신경써야 하는 파티 리더 입장에서는 허락하기 쉽지 않군.”
“그럼요 울프람….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데요. 이거라면 울프람도 …허락할거같은데.”
“뭐지.”
“그렇게 걱정되면요. 음…. 울프람도 자고 가는건 어때요…?”
…….
아일라의 그 말에, 모두의 숨쉬는 공기가 멎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