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82)
281. 유일신의 사도
나는 이제 공급자가 되는 것인가.
편의점 사장이 아니라, 본사 사장님.
물건을 납품하는 아저씨. 두근거리고 가슴뛰는 손님들과의 낭낭한 하루 일상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 언제까지 현장에서 뛸 거야. 어른이 되어야지. 어른은 관리할줄 아는 사람이야.
나는 그리 생각하며, 편의점 2호점의 성장을 멀리서 따듯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선배님. 저 고민이 있어요.”
“말 해보도록.”
최근 이 제프린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편의점의 사장님께서 나에게 고민을 상담하러 오셨다.
나 아직도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구나, 무척이나 기쁘다.
밀푀유 사장님의 진지한 고민상담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1호점도 아직 쓸모가 있다. 이 슈퍼영진도 아직 현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겠지.
“하여. 무슨 고민이지?”
“그게···. 선배님께서는 2호점을 만들 때.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대부분의 상품 준비와 그 의도는 저의 판단에 따르겠다. 라고요.”
“그랬다.”
그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수준의 오래 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러긴 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팔고 싶지?”
“으, 으흠. 그건 지금부터 조금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괜찮다.”
우리 착한 체인점 사장님은 반드시 챙겨드려야지.
“우, 우선 선배님께서 제 자주적 권한과 권리를 존중해 주신 점에 감사드리며 이 발언은 선배님의 권한과 권리. 혹은 호의를 침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호 타협점을 찾아 좀 더 좋은 편의점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감히 제안하는 것에 가까우며···.”
“번거롭구나. 본론만 말 하도록.”
“선배님의 얼굴이 그려진 상품을 만들어서 팔아도 될까요!?”
“좀 더 전후설명을 해봐라.”
“선배님의 얼굴이 그려진 상품을 만들어서 팔아도 될까요!?”
갑자기 훅들어오기 있기야?
“아, 음. 네에···.”
밀푀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처음부터 이야기 했다.
“감히. ···감히 선배님의 후배로서 말씀을 올리자면···. 지금 제프린에서 선배님의 이미지는 조금 더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고.”
내 이미지가 재고라는 건가. 황족의 재고같은 느낌이긴 한데 ···아 그 재고가 아니군.
“네. 선배님은 실은 착하고 멋지고 대단한 분이시잖아요. 그런데 편의점 2호점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선배님을 감히 배척하려는 학생회 학생들이 많다는 거에요.”
“······그래서?”
“선배님의 보다 좋은점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 전시나 판매 물품들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거에요.”
“흠···.”
거기까지 듣고 나도 생각에 잠겼다.
아예 처음 듣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니까 모자 쓴 팽귄이나 단풍머리를 한 카드소년같은것들 이야기인가보다.
아니면 블럭이나 대기업의 첨병인 대머리 사자같은···. 그런 장난감들.
갑자기 울프람 굿즈라니 엄청 광대가 된 듯 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뭐···. 썩 나쁘진 않다.
“좋다. 그런 이유라면 허락하도록 하지.”
“저, 정말인가요!?”
“음. 괜찮다.”
자아도취나 내가 관종이라 그런게 아니라 그 발상이 좋다.
나를 위해서. 내 이미지를 위해서.
후배가 나를 걱정해서 한 배려에 어떻게 내가 퇴짜를 놓겠는가.
나는 허락했고, 밀푀유는 주먹을 꽉 쥐고는 ‘허락이 떨어졌어 이제 할 수 있어···!’ 같은 소리를 하며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돌아갔다.
그때는 몰랐다.
그러지 말 걸···.
***
편의점 2호점은 생각보다 많이 넓다.
당연히 건물 한 채만한 골렘이 마음껏 움직이고, 그 주위를 인간들이 뱅뱅 돌며 사냥을 해도 남아 돌 정도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 넓은 공간에 물건을 전부 채울수도 없는 노릇. 편의점 2호점은 주변에 격벽을 쳤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를 만들었다.
허나 조명은 기존에 있는 것을 썼기에 기묘하게 높이만 높고, 옆은 미묘하게 좁은 크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이 격벽은, 사장이 바라는대로 마정석의 공급을 끊기만 하면 사라져서 아주 조금씩, 자연스럽게 편의점 증축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밀푀유는, 오늘 처음 그 기능을 쓰기로 했다.
벽이었던 흑수정이 사그라들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늘어서있는 매대를 보고 밀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새로운 매대에, 선배님의 물건으로 가득 채우는거야.”
뭘 만들지는 처음부터 준비해 뒀다.
밀푀유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갑작스럽게 선배님의 얼굴을 들이밀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선배님의 상징인 금빛 늑대 배지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그녀는, 지금껏 없던 열기를 몸에 두른 채. 상품 개발에 힘썼다.
***
학생회 다과회.
제프린 최고의 귀족들이 모여. 장차 제프린과 ···나아가 이 로엔그린의 미래를 논하는 이 장소에는 오래간만에 다과회의 중심인 소녀가 참석했다.
황금빛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 묶고, 등 뒤에는 망토를 입고 차갑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차를 들고 있는 소녀.
이브 폰 로엔그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수 많은 소녀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인조 모형 정원. 혹은 소음이 시끄러운 새장.
허나 오늘은 비단 아부와는 다르게, 그녀들의 표정이 실로 밝았다.
이브가 이 다과회에 간식을 가지고 온 것이다.
최근에는 다과회도 자주 열리지 않았고, 자연스레 이브의 권력에서 멀어지나 싶었던 귀족가 영애들은 이브가 내민 다과를 사과의 제스처로 받아들였고, 그 맛도 실로 훌륭했기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황실의 디저트는 다르네요. 호호.”
“그러게요.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올까요?”
“저희 요리인도 꼭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이브님?”
“······네. 뭐.”
허나 가지고 온 이브만큼은 그리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
그리고 이 과자를 맛본 소녀들 중.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이건.”
“······.”
레지나 시엘라.
한 입 먹는 순간 느꼈다.
이 맛이 자신의 몸에 받아들여지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든 거식증을 극복하려고 했으나, 그 분이 만든 요리가 아니면 잘 넘어가지 않는 몸.
허나 이 과자만큼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마치 그 고유한 마력을 탐하듯 말이다.
영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지금의 레지나 시엘라의 거식증은 다른 이가 만든 마력의 원천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이 정한 사람만을 몸에 받아들이고 싶다. 라는 무의식의 갈망이 터져나온 것.
울프람의 마력이 들었다면 소찬도 만찬이 되고, 만찬은 연회가 된다.
오직 울프람의 마력만을 가지고 싶다라는 그 광기 어린 집착은 무의식에서 발현하여, 몸을 침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아니 알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눈치 챘다면, 말 하지 마세요.”
“네. 이브님.”
이브 폰 로엔그린이 가져온 과자는 전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만든 것.
그 의도를 묻고 의중을 헤아리기에 앞서 레지나는 손을 놀려 과자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연회가 끝났을 때.
레지나는 이브에게서,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눈치챘기 때문에, 이브는 레지나를 따로 불렀으며 정말 드물게도 의도를 설명해 준 것이다.
그리고 레지나는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 남자가 저희 학생회 지하에 편의점 2호점을 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요?”
“초문입니다. 이브님.”
“뭐 아무튼, 그렇게 됐어요. 그 남자는 2호점을 냈고, 제가 다음 학생회 멤버로 노리고 있는 밀푀유라는 아이가 점장을 맡고 있죠.”
밀푀유.
아 그 분홍 머리의 ···가당치도 않은 천박한 체형을 한 아이.
그 분의 후배. 동시에 그 분의 지원을 받은 열등생. 그 분께서 편애하시며, 그 분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제 점장이 된 것인가.
건방지고, 가소롭다. 아일라 트라이스타라면 모를까. 그런 분에 넘는 은혜를 받은 아이라면.
···조금 부숴버리고 싶어질지도.
“···조금 미워질지도 모르겠네요.”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2호점이 학생회 건물 지하에 생겼다. 알아들었습니다.”
“뭐 인정하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 남자가 만든 과자는 저희 학생회 임원들 사이에서도 영문은 모르겠지만 정말 호평이라서요. 저도 정말 싫지만 거기 물건을 조금씩 구입하고 있답니다. 저는 싫지만 다들 그걸 입에 대면서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재고가 남아버렸죠.”
“······.”
그렇게까지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레지나는 이브가 말 한 마디에 이브가 몇 번 부정했는지 세다가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뭐 아무튼 이야기를 요약하면, 울프람이 만든 과자는 학생회 비품이며, 울프람이 지정한 유통기한? 이러는 것이 지날 거 같아서 이번에 다과회에 풀었다.
자신은 이제 학생회 건물 지하에서 구입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아무튼.
레지나 시엘라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 2호점 말입니다만, 이브님.”
“뭐죠?”
“···저도 이용해도 될까요?”
“뭐···.”
제발 거절하지 말아달라는 애절함을 담아 이브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자신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당신도 엄연히 따지면 제 파벌이니까요. 이용해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평소, 이브 폰 로엔그린이라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소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레지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고 작게나마 충의를 맹세했다.
***
그날 오후.
정확하게는 다과회가 끝난지 30분 되는 시점.
영업을 개시한 편의점 2호점에 한 손님이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어머나.”
“······.”
밀푀유는 편의점에 들어온 소녀를 빤히 바라봤다.
금발의 적안. 조금은 수척한 몸. 그리고 그녀 주위를 감싸는 방대하기 그지 없는 마력.
누가 뭐라 한들. 자신이 충성하고 따르는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라이벌이자, 현 3학년 마법학부 차석. ···마도상인 레지나 시엘라.
그녀는 묘하게 경계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고, 밀푀유는 곤란하다는 듯 웃음 속에 난감함을 감췄다.
그녀 또한 사랑에 빠진 소녀.
그리고 소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타인의 시선에도 민감하다.
거기에 밀푀유는 똑똑하고, 분위기 파악이 빠르다.
즉.
울프람이 미움 받는 것은 알지만, 울프람이 너무 좋아서 자신을 경계하는 사람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이다.
묘한 침묵. 서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상황.
먼저 말을 꺼내기 싫다면 이럴 때 우위는 사장이 가진다.
사장은 손님이 둘러보게 내버려두면 그만이지만, 손님은 물건을 찾기 위해 사장을 불러야 하니 말이다.
결국 레지나도 그 점을 깨달았는지 밀푀유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에서 ···그 분이 만든 물건을 판다고 들었어요.”
“네. 여기 있는 물건 전부. 울프람 선배님께서 만든 거랍니다.”
“······그렇군요.”
그 말에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편의점 내부를 바라봤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대도시에 한 번 갔을때 자신의 표정이 이렇게 밝았던가 싶었다.
“그렇군요. 여기 있는 물건 전부가···. 말이죠.”
“네. 물론 제가 만든 것도 있지만요.”
“······.”
그 말에 레지나는 극도로 혐오한다는 표정으로 밀푀유를 바라봤다.
이 낙원에 흙 묻은 발을 들이밀지 말라는 듯 말이다.
레지나가 밀푀유를 혐오할 때. 밀푀유는 레지나를 ‘가늠’했다.
위험한 사람이다. 자칫 잘못 나가면 울프람 선배님께 위협이 될 수 있다.
허나, 그녀의 권력과 힘은 진짜배기.
보자. 다과회도 참석하고 있다 들었다. 귀족가에서는 아무리 하급 귀족이라도 시엘라 가문을 모를 수는 없다.
즉 그녀를 제어할 수 있다면 ···울프람 선배님의 평판 전환을 위한 첫 사도가 될 수도 있겠다.
가늠이 끝난 밀푀유는 상냥하게 웃으며 레지나에게 말을 걸었다.
“품질은 그렇다 쳐도, 의도는 아주 마음에 드실 거에요.”
“······무슨 말이죠? 당신이 만든 것이 그 분께서 만든 것과 대등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단 말인가요?”
“후후. 그럼 따라와 보시겠어요? 본 편의점의 신작이자 자신작이랍니다. 거기에 이 물건들의 전시는 ···울프람 선배님도 허락하셨답니다.”
“······흥.”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감히 소개해드려도 될까요?”
“······.”
레지나는 침묵했고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인 밀푀유는 레지나 앞을 걸었다.
편의점 구석. 격벽의 끝.
거기서 레지나는, 상상도 못 한 물품들을 봤다.
“······이, 이건?”
“울프람 선배님의 공식 인증 브로치. 두꺼운 종이에 직접 사인하시고 손도장까지 찍은 종이들을 마법적으로 코팅해 놓은 것. 드워프 대장장이의 손을 빌려 만든 작은 흉상. 선배님께서 항상 착용하시는 지팡이의 모조품까지. 예술의 거리에서 선배님의 얼굴을 그린 종이를 열쇠고리로 만들기도 했답니다.”
“···아, 아아······. 아.”
신의 계시를 받은 구도자처럼. 진리를 깨달은 철학자처럼. 레지나 시엘라는 축복받은 성역의 홍수에 그 자리에 무릎꿇고 경배를 올릴 것 같은 표정으로 밀푀유가 소개한 공간을 거닐었다.
허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그렇게나 깊은 법.
이 물건이 어떻게 나왔을지 생각한 레지나는 아일라를 쏘아봤다.
“······그, 그 분을 가지고 장사를 할 셈인가요!? 이, 이건 개인 권리 침해에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 이 모든 것은 울프람 선배님께서 허락하신 일이랍니다.”
“네······?”
“감사하게도 제 제안을 받아들여주셔서요. 여기 있는 모든것이 공식적인 물품. 하나의 거짓 없는 본인 인증 물건이랍니다.”
“·········아, 아아. 그, 그렇다면···.”
밀푀유 폰 사브레는 이 물건을 제안해 세상에 내보내고, 자신에게 연결해 준. 신의 사도 아닐까.
밀푀유는 웃으며 레지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레지나는 그 손을 맞잡은 채 구매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다음 날
수상할 정도로 많이 팔린 자신의 굿즈 정산표에 울프람은 작은 현기증을 느껴야만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