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83)
282. 야시장 데이트
로엔그린은 제국이고, 이 대륙. 아니 차원 전체를 관리하는 황가를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왕국. 공국. 그 외 부족연합등이 황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통치하고 있다.
허나 다른 세력들이 아무리 강성하다 한들, 로엔그린 황가에 대적할수는 없다.
우선 교육의 성지 제프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것 이크다.
제프린을 졸업하지 않으면 각 국가에서 중요 요직에 앉을 수 없다. 라는 각 국가의 인식.
그리고 그걸 활용하는 로엔그린 황가.
학생회장은 입학생 중 로엔그린의 인물이 없을때를 제외하고는 전원 황가의 인물이며, 만약 학생회장의 공백이 생기면, 전 학생회장이 임명하고 전권대리인이 된다.
그리하여 어려서부터 황실에 충성하는 법 만을 배우고, 그것이 이어지고 또한 교묘하게 파벌을 나누고 경쟁을 붙인다.
그렇게 로엔그린은 각 국가에 간섭하고 감시하고 의도적으로 파벌을 제어하며, 관리하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그런 숨막히는 세상 속에서 평민들이 입학한다.
나 또한 지방의 하급 귀족가의 인물이었으며 인재는 평민들 사이에서도 나올 수 있다. 라는 초대 황제의 지침에 따라 평민들도 입학은 가능하지만 부담스럽기 그지 없는 학비를 강요당한다.
거기에 파벌싸움. 눈치싸움. 서로간의 죽을 정도의 견제. 상대를 깎아내려야 자신이 살아남는 세상. 성적이 전부며 미쳐버릴 정도의 학비.
마력을 가진 천재가 아니면, 죽을만큼의 경쟁.
이 두 개가 아니면 이 제프린에서 살아남는건 불가능하다.
각자의 고향에서 자신의 실력과 재능에 자신이 있어 이 제프린에 온 평민들은, 이 제프린에 와서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다.
어느정도의 재능이 있다면, 혹은 집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살아 남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허나 그 이상의 ···하급 귀족이 되거나, 귀족의 줄을 대거나 통틀어 ···그래. 신분 상승의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압도적인 실력. 성적. 운. 아첨의 기술. 뛰어난 사교성. 그거 말고도 온갖 지저분한 재능까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신분 상승의 기회다.
한 학년에 많아봐야 수 십 명 내외. 수 만 명의 평민들 중 티켓을 발부받은 이다.
그것도 하급 귀족의 눈에 들면 티켓이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지방의 왕족. 중앙의 귀족. 그 정도는 되어야 노력의 보답을 받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일하게.
이 제프린에서 단 한 명.
순금으로 만든 티켓 위에, 백금으로 글씨를 적어넣고, 다이아를 필두로 열 다섯개의 최고급 보석으로 스스로를 치장한, 유일한 티켓을 발부받은 소녀가 있다.
그저 연줄이 아니다.
평생을 내 곁에 있어달라는 청혼에 가까운 언약을 받아들인 소녀.
네프테리안.
빛나는 재능과 실력. 좋은 사교성. 상냥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십. 한 번도 내어주지 않는 학년 수석의 자리.
모든 평민 소녀들의 우상이자 졸업 후 취직을 넘어서서 이 대륙 전체를 호령할 황가의 후예를 보필할 소녀.
네프테리안의 일거수일투족은 평민들의 관심의 대상이고, 그녀가 사 먹은 노점상이 한 몫을 잡는다던가 하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을 정도.
평민들의 최근 불타오르는 소재는 바로 어둠의 귀공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의 격정적이고 뜨거운 이야기다
약혼녀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포함해 귀족 소녀들과 문란하고 뜨거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어둠의 귀공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의 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어둠의 귀공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
이브 폰 로엔그린의 반역에 당해 학생회장의 자리에서 물러선 악당.
허나 그는 파멸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신기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천재성을 입증.
회장의 권좌를 찬탈당한지 얼마 안 되어 학생경연대회에서 우승.
최근에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스스로를 옭아매는 권좌에서 일부러 내려와 황손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졸업하면, 혼사를 올리거나 황실의 부품이 되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절망하며, 일부러 회장의 자리를 이브에게 넘기고 스스로 정한 패도의 행보를 걷는다. 라는 추측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어둠의 귀공자 울프람은 ···두려울 정도로 문란한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약혼녀. 그 약혼녀의 라이벌. 하급 귀족 소녀. 왕국에 준하는 부족연합의 수장. 여동생의 수호기사까지. 문란하기 그지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부러움과 그 불꽃같은 삶에 동경을 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수에 걸렸지만,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아직 그 어둠을 다 깨닫지 못하고 있는 로열 가드, 네프티와의 관계는 백미중의 백미.
아무튼,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네프테리안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 하면···.
“···아.”
뽀각. 하고 평소처럼 훈련하던 중. 보급품으로 받은 롱소드를 깨먹고 쪼르르 자신의 선배님께 달려가서, 호에엥 하고 칼을 내밀었다.
“또 해먹었는가 네프티.”
“네 선배님. 헤헤···.”
“하나 더 가져가라.”
“넵!”
그렇게, 드워프 대장장이 후배가 만든 롱소드를 하나 슥 집은 네프티는 다시 한 번 훈련을 위해 돌아갔다.
현실은 본디 기대심을 충족시켜주지 않는 법.
뜨겁거나 열락이라거나 문란. 음란은 단 하나도 관계 없는 담백하고 깔끔한 상황.
에헤헤 웃으며 떠나간 자신의 로열 가드를 보며 암흑의 귀공자는 으음.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많은 롱소드를 해먹는군.”
이미 우리 편의점에는, 최근 힘이 넘치는 네프티가 훈련한다고 해먹은 롱소드의 잔해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
그 날 밤.
나는 네프티를 불렀다.
파티원 전체에 하루 한 번 오더를 내릴 수 있는 이 능력으로 네프티를 지정해 부른다.
이게 아주 독특한 능력인데 긴 오더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피해라! 돌진해라! 도망쳐라! 식의 짧은 오더는 가능하고, 파티원들 말로는 뭔가 묘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한다.
네프티는 훈련을 마치고 내 지령에 따라 편의점에 찾아왔다.
“선배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네프티. 여기 와서 앉아봐라.”
“넵!”
나는 네프티를 앞에 앉혀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쪼잔해 보일수도 있는 이야기다. 파티의 탱커가 롱소드 몇 자루 해먹었다고 면박주는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최근 말이다.”
“네. 네···.”
“요 일주일 상간에 네가 해먹은 롱소드의 숫자를 기억하고 있나?”
“네?”
“열 다섯 자루다.”
“···아.”
몇 자루가 아닌걸.
바닐라가 만든 롱소드는 최소 보급품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스펙은 되며, 이를 싸제로 구하려면 한 자루에 이십만린을 호가한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네프티가 해 먹은 금액만 삼백만이다.
“어, 어떻게 변상해야 할까요? 서, 선배님께서 주신 돈을 차곡차곡 모은건 있는데요···.”
네프티의 눈이 하염없이 떨린다.
내가 미쳤냐. 네 돈을 해먹게.
“누가 변상하라고 했나.”
“네?”
“고작 삼백만···. 아니 삼백만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 문제가 아니다. 이 악순환은 계속해서 이어질거라는게 문제다. 지금 너는 롱소드 정도로는 힘을 주체할 수 없다. 그렇지?”
“···음. 네.”
대방패를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는 녀석의 무기가 롱소드라니 말이나 되나.
“애당초 어중간한 롱소드는 너에게 맞지 않는 무구라는 거다. 한손으로 대방패를 휘두르는 녀석에게 그런 철쪼가리의 무구가 어울리겠나.”
“그럼···.”
“만들거나 얻어야겠지. 너만의 무구를 말이다. 철퇴나 둔기. 혹은 양손 해머정도가 괜찮겠군.”
“······서, 선배님.”
“뭐지?”
“그, 그런 무기를 쓰면 너무 흉폭해 보이지 않을까요? ···선배님이 보기에는, 제가 그런 무기를 쓰는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흠?
대방패 전사가 무기가 양손해머나 둔기다.
그리고 그게 네프티다?
“완벽하게 좋군. 그거 외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네. 그럼 어서 제 전용 무구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
불안해 하던 네프티는 이내 방긋 웃으며 내 의견에 동의했다.
···뭐지?
***
하여.
나는 네프티에게 어떤 무구를 쥐어줄지에 대해 본인 의견을 물었다.
네프티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저도 소녀인데 양손 해머···. 메이스···. 모닝스타···. 할버드···. 으, 으음······.”
“그게 싫다면 방패로 후려치는 방패술만을 중심으로 할수도 있다만.”
“그, 그것도 조금··· 아무래도 기사가 방패만 들고 있으면, 나중에 로열 가드가 됐을 때. 무구 없는 기사. 방패 학살자 같은 별명이 붙을 거 같아요···.”
···.
놀랍게도 방패 학살자는 진짜 있는 칭호다.
그리고 그건 ···높은 확률로 내 파티에는 네프티가 자주 얻었던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렇군. 그래서 뭘 고를거지?”
“서, 선배님의 취향에 맡겨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은 무구가 있다.
다만 그게 있는 장소가 조금 애매한데···.
“기사학부의 야시장을 가야겠군.”
“네? 거기를요?”
“음.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야시장이 열렸을때만 얻을 수 있으니. 가도록 하지.”
“···아, 네. 네!”
우리는 그렇게, 기사학부의 야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있겠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
제프린은 기본적으로 밤 11시까지 귀가하기 전까지는 자유다.
자습하는 학생들도 있고, 연구에 몰두하거나 훈련중인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11시라는 늦은 시간은 놀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고, 그 때문에 야시장은 매일 활발하게 열린다.
그리고 우리가 걷는 길이 바로, 제프린의 명물. 기사학부의 야시장거리.
“자! 고기구이 꼬치가 쌉니다! 무슨 고기냐고? 고기는 고기죠 뭐!”
“먹으면 맛도 좋고 기분도 좋은 과일이에요! 싸게 가져가세요!”
품질과 위생은 조금 뒷전으로 때려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 활기는 참 기분이 좋다.
재미있는 것이 이 시간에 제프린의 야시장을 걷는 이들은 학업을 뒷전에 놓고 청춘 구가에 진심인 학생들이 많기에, 이 야시장의 거리는 커플들로 가득하다.
하하. 학생 커플이라니 순수하고 귀엽네.
“···저, 저 선배님···. 저기···.”
네프티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내 뒤에 바짝 붙어 걸었다.
주변 모두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황손이고, 네프티는 나름 학년 수석이자 내 로열 가드니 ···우리 둘 정도의 계급이면 이 거리에 오는 것 자체가 드물다.
“네프티.”
“···네?”
“주변이 어떻게 보던 우리는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신경쓰지 마라.”
“······아. 네.”
“그보다. 좋은 거리구나. 활기가 있어.”
“네? ···네.”
“편의점 업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근처 노점상에서 먹을 것이 있다면 몇개 사서 돌아다니지 않겠나?”
“아···. 저는 괜찮지만 하, 하지만 선배님께서 드실만한 품질은···.”
“네가 먹을 수 있는데.”
“네?”
“아···. 저는 괜찮지만 하, 하지만 선배님께서 드실만한 품질은···.”
“네가 먹을 수 있는데, 내가 먹지 못할 이유가 있나?”
“·········안내하겠습니다. 선배님.”
네프티의 인도에, 우리는 이내 노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건 어떻지? 너는 먹을 수 있겠나?”
“···네. 네. 저, 저는 괜찮은데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막창을 양념에 구워 1회용 용기에 담아 파는 노점상.
그러니까, 손질한 돼지 내장을 양념에 재워 구운 가게다.
“소, 손님 괜찮으시겠어요?”
“서, 선배님···. 선배님께서 드실만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신기한 것이. 상한 내장 구이는 악취도 품질도 완전히 썩어 문드러지는데, 이 노점상의 고기는 품질 자체는 나빠보이지 않았다.
“좋은 부위가 있는데 어떻게 회, 회장님 같은 분께서···.”
아.
그렇군.
이 세계의 귀족들이 보기에는 혐오스러운 부위기에 평민들이 안정적으로 육류를 공급하려면 이런 내장이 값싸고 편하다.
그럼 품질은 믿을만 하고.
“네프티. 너는 먹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그럼 두 개 주도록.”
나는 그렇게 그릇 두개를 받아 들고, 네프티와 함께 노점을 나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고기를 먹어 넘겼고, 네프티는 그런 나에게 잠시 놀라다가 이내···.
“후후. 이런 분이셨죠. 그럼 저도 잘 먹겠습니다.”
“음. 먹을만 하군.”
웃으며 본인도 식사를 들었다.
어느새인가 주변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떠들며, 싸구려 간식이나 마실것으로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인 우리는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단검 던지기로 목표를 맞추시는 분께 상품을 드립니다! 기회는 20번! 상품을 골라 잡으시면 됩니다!”
이 시기. 이 시간에만 열리는 미니 게임. 단검 던지기.
“저걸 하지 않겠나.”
이 시기. 이 시간에만 열리는 미니 게임. 단검 던지기.
“······네? 네!”
“어서 오세요. 손님! 자. 단검 스무 자루를 던져서 전부 적중할 경우 저기 있는 대형 해머를 드립니다! 엄청 귀한 물품이랍니다!”
그래. 알고 있다.
저거 엄청 쓸만하지.
그리고.
“···아. 선배님! 저부터 해보겠습니다! 제 무기니까요!”
“해 보도록.”
네프티는 단검을 쥐어서 던졌고,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3발! 아깝습니다! 여기 있는 열매 하나를 가져가세요!”
“어라···. 저, 저는 3발밖에 못 맞췄네요.”
“그야 그럴 수 밖에 없다. 다음은 내가 하지.”
저 목표지점 자체가 도착지에 스킬이 걸려 있다.
9티어 스킬 【페이크 오브젝트】
상대의 시야정보를 조금 흐트러트리는 것으로 회피율을 아주 조금 올리는 것.
허나 중심이 저 곳에 있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반드시 빗나간다.
즉.
그러니까.
【황실 혈통이 발동합니다.】
【모든 정신 간섭 스킬이 무효화됩니다!】
나한테는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 둘. 단검이 이어지고
다섯을 넘어서서 일곱. 열. 하나의 빗나감이 없다.
열 둘을 넘어서서 열 셋. 그 시점에서 점원의 표정이 창백해진다.
열 다섯. 아무리 창백해져봐야.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열 일곱. 나는 돈을 냈고, 황손이다. 이제 와서 너무 많이 맞췄다고 멈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열 아홉. 그러니까 작작 했어야지. 원작에서도 정신방어 패시브가 없으면 여기서 죽쑤기 십상이었다.
자. 그리고.
“···스무발. 전부 명중입니다.”
“음. 해머는 받아가겠다.”
“·········윽. 으윽···.”
스물.
개수작을 부리면 본인 손모가지도 걸어야지. 안 그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