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90)
289. 오빠와 언니
이브 폰 로엔그린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마력을 집중했다.
등 뒤에서 돌아가는 고리. 그리고 그 밖을 반대로 도는 하나의 보석.
이게 무엇인지. 어떤 용도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울프람이 내민 노트.
자신은 앞으로 이런식으로 부르겠다. 라고 적은 단어집? 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물건이었다.
탱커. 딜러. 힐러. 서브딜러. 등의 포지셔닝과 몬스터를 보스라고 칭하고, 각각의 회복아이템과 상황의 용어집.
축약어가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것마저도 완전히 의도된 것이라고 ···이브는 파악했다.
그녀 역시 총명한 아이고, 천재중의 천재라고 불렸다.
가진바 마력 뿐만 아니라, 지식을 익힘에 있어 그 총기가 남달랐기 때문에, 이 단어집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굉장히 실전적. 그것도 ···목숨을 걸고 싸우기 위한 단어집.”
애당초 축복을 버프. 상태이상을 메즈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탱커라는 위치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이건 전투를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칼 끝 승부를 바라는 듯 한 전투 방식. 그걸 위한 용어집.
헌데
지금까지 울프람이 말한 ‘파티’는 한 번도 위험에 처한 적이 없다.
학생회실 지하의 골렘 사냥? 파트라슈가 언제든 꺼내줄 수 있고, 라피스 라즐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며, 위험할 경우 ···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탱커로 나설 수 있는 것이 과연 위험인가?
“······.”
아니다.
그 전투는 ···결국 한없이 실전에 가까운 전투였다.
그래. 모의전. 놀이 감각.
실전이 아닌, 실전에 가까운 무언가.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죠.”
이브는 등 뒤의 고리를 신경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쥐었다 펴며, 손을 슬쩍 내밀어···. 허공에 마력을 수놓았다.
농밀하기 그지 없는 이 마력은 말 그대로 이 학생회실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마력들을 전부 창으로 만들어 내리 꽂는 ···울프람 칭하길 공간 장악형 광범위 공격 마법 【브라이트 레인】을 쓸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녀의 자존심으로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를 키우고 있다는 거죠. 자신의 눈높이에 맞게끔.”
전투를 ‘경험’ 시켜주고 앞에서 이끌어주고, 지도해주고, 성장시켜주고.
세상에서 부르는 ‘선생님’ 처럼···.
그리고 더욱 귀찮은 것은···.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브 폰 로엔그린 또한 그의 그런 배려에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미미하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음.”
이 마음의 빚을 해소하기 위해 이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실피아. 밖에 있나요.”
“네. 이브 님.”
“편의점 본점으로 외출하겠어요. 먼저 출발할테니 제가 지시하는 물건을 들고 가지고 오세요.”
“아, 네. 이 물건들은···?”
“마침 창고에 남는 것들이라, 편의점에 재고 처리겸 떠넘기려고 해요.”
“···이게 남는다고요? 이게? 남을리가···. 아하. 여전히 솔직하지···. 으흠.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죠.”
실피아는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튼.
빚을 졌다면 빚을 진 거고.
그건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
***
고기는 옳다.
그리고 어떻게든 MSG를 만들어서 보다 풍족한 식생활을 누려야 한다.
하지만 MSG는 사먹기만 했던 나에게, 대충 고기를 말려서 으깨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밖에 없다.
뭐.
천상의 요리비법이나 1티어 요리스킬. 그리고 소재 융합이나 초강화등을 배우면 MSG도 만들 수 있을거다. 다시마에서 성분을 추출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
아무튼.
그게 아니다.
왜 저 녀석이 여기에 있지?
“······.”
금색 머리를 한 그 녀석은 자리에 앉아 그저 빤히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언젠가 저 깔끔하게 맞는 교복의 배 쪽 단추가 펑 하고 터져버리길 바라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다.
그렇군. 드디어 최종전의 파이널 카운트다운인가. 오늘이야말로 자웅을 겨뤄 진정한 절대자가 누군지 정할 때로구나.
“···뭐지. 이브.”
“뭐가요.”
“왜 거기에 그냥 그러고 있냐는 말이다.”
“···손님이 여기에 앉아있을수도 있죠. 거기에 시비를 거는 사장이라고요?”
“······.”
아니.
너희 집 아래에도 편의점 하나 있잖아. 왜 걸어서 왕복 두시간짜리 여기 와서 그러는데.
그저 이브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편의점 밖을 슬쩍 보고, 다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또 누가 오나?
그리 생각하며 편의점 밖을 보고 있자니 이브와 한 세트로 묶기 편한 실피아가 봉투를 들고 편의점 문을 열며 들어왔다.
“실피아. 늦었네요. 당신이 조금 늦은 덕분에 저는 그 조금의 시간을 울프람과 둘이서 보내야만 했어요.”
“그렇군요.”
따지는 듯 한 이브의 말에 실피아는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요? so what? sister? 같은 느낌으로 흘러 넘겼다. 언제부터 이런 힙한 주종관계가 된 거지.
“실피아···?”
“이브 님께서는 싫다고는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
실피아의 그 말에 이브는 팩, 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슨 대화야 대체.
실피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울프람. 잘 지냈나?”
“음. 잘 지냈다만···. 그건 뭐지?”
“아, 이건 이브 님이 너에게 보내는 친애와 우호의 증표다.”
“실피아!!”
뭐지. 저주걸린 물건인가.
아니면 이미 저주가 걸린 채로 나를 찾아 온 건가.
아마 데스크에 위협 방지용으로 포츈 쿠키가 몇 개 있을거다. 그걸 손에 쥐고, 나는 실피아에게 내용물을 꺼내놓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온 것은
【물리방어의 부적】 【마법방어의 부적】 【사신쫓기의 부적】
“······이건.”
“제가 설명하죠.”
이브는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흠흠, 하며 억지로 호흡을 진정시키고는 나를 바라봤다.
“학생회 창고에 남는 물건 세 개입니다. 그걸 편의점에 떠 넘기려고 가져왔을 뿐이에요.”
“이게 남는다는 말인가?”
“예. 이 정도 하급 부적. 저희 학생회에서는 남아 도는 물건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지고 있던가 팔던가 알아서 하시죠. 학생회 창고는 이제 용량이 꽉 차서요!”
······.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 삼대 부적은 게임 내에서도 꽤 귀중한 물건이다.
물론 초반 한정이긴 하지만 들고 있으면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다.
물리방어, 마법방어의 부적은 가지고 있으면 ‘치명상’으로 들어오는 물리, 마법 공격을 1회 대신 맞아준다. 그 후 파괴된다. 그리고 사신쫓기의 부적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딱 한 번 공격을 대신 맞아준다.
그리고 이건···.
켈터스가 무리했을 때. 이브 폰 로엔그린이 그의 몸의 안위를 걱정해서 건네준, 인연 아이템이다.
효과도 좋지만 그보다는 게임 내에서도 입수 수단이 극히 적어 희귀한 아이템.
“너의 몸이 적잖이 걱정되셨나보군. 나에게 이걸 챙겨서 오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남는다고 했잖아요!?”
“그랬군요. 잘 못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건 이브 님께서 너에게 건네는 성의다. 받아두도록.”
“제 말 듣고 있나요!?”
“예. 듣고 있습니다. 이브 님.”
“······.”
“제 추론과 생각에 문제가 있다면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이브 님께서는 울프람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셨다. 아닙니까?”
“그건 아니···.”
“이브 님께서는 가문 전체가 위협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저를 로열 가드로 내정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음.
그건 내가 기억하고 있다.
분명 이브는 실피아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가문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도 약속하죠. 당신이 신의를 가지는 한, 저도 거짓 없는 신뢰로 당신에게 대답하죠.] [돌아오세요. 당신은 제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 저에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켈터스 때문에 자기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실피아는 편지를 남기고 실종되고, 이브가 한 밤중에 제프린 전체를 뛰어다니며 실피아 수색에 나선다.
그리고 끝끝내 찾아낸 뒤 보여줬던 이벤트다.
굉장히 유명한 이브와 실피아의 스토리였지.
그걸 여기서 보게 되네.
아니 그 이벤트가 맞긴 해?
“저, 저는 정말 남아서···. 남아 돌아서요···.”
“제 말이 맞다면. 이브님께서 하셔야 할 말씀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나는 이브를 빤히 바라봤고, 이브는 새빨개진 얼굴로 한참을 고개를 숙였다가.
그대로 빛처럼 편의점을 나섰다.
저거.
그 스킬이다.
2차 승급 직전에나 배울 수 있는 【빛의 폭주궤도】
“승급도 안했는데 저 정도의 기술을 벌써.”
“으음. 여전히 무리였나.”
나는 실피아를 바라봤고, 그녀는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
그리하여.
실피아와의 티타임을 가지며, 오늘 조금 ···그래. 주종으로서 선을 넘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그녀는 차가운 스무디를 들이키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브 님께서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계신다. 그 분은 강인하시지만 ···그건 정말로 강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그래. 그 분은 ···한계 직전까지 버티실 뿐이야. 자기 자신을 해방하는 법도, 솔직해지는 법도 배우지 못하셨지. 그러다가 한계를 넘어서면···.”
“그대로 무너져 내리지. 엄청난 약점이다.”
“음. 그래서 그 분께 하나의 짐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그 짐이 바로 나인가?”
그 말에 실피아는 픽 웃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너는 그냥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울프람. 그 분은 ···조금 더 솔직해지실 필요가 있어. 세상 모든것에 철저하게 벽을 치고서 살고 계시니, 그것만으로도 지치지 않나.”
그 점에는 동의한다.
결국 이브 루트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 솔직해지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선을 넘은 것인가?”
“음. 로열 가드에서 잘릴지도 모르겠군. 이브님을 위한 일이 결국 내 해고로 이어지는 것인가?”
“그 때는 우리 파티에서 받도록 하지. 그 정도 이유로 해고할 거라면 이브를 내쫓고 너를 파티의 비정규 자리에 넣는 쪽이 낫다.”
“···비정규직인가?”
“정규직이 되고 싶다면 능력을 보이도록. 3개월간 월급은 2할 제하고 2년 후에 심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초봉 2억린의 생활에서 개척자 파티의 비정규직이라···. 그래도 졸업하고 백수는 아니라 다행이군.”
우리는 그렇게 잠시 소리 죽여 웃었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한다.
알고보면 소탈하고, 배려심이 높다. 이브에 대한 걸로 머리가 가득 차 있지만 ···한 번 이브 곁에 둬도 된다고 인정한 사람은 믿고 의지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켈터스를 인정하지 못하다가···. 누구보다 켈터스와 이브의 관계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멋진 선배가 되었지.
이 녀석과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이런 즐거운 시간이 조금 더 이어졌을텐데 말이다.
“나는 곧 졸업하니 말이다. 혼자 남을 이브님께서 ···그런 마음의 벽을 친 상태로, 너에 대해서 솔직하게 한 마디도 못하고 티격태격 하다보면”
“결국 저 멍청이는 쓰러지겠지.”
“그렇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알아둬야 하지 않겠나.”
“······뭘 말이지?”
“음······.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비밀로 해줄 수 있겠나? 정말 주군 모욕죄로 잘릴지도 모를 일이라 말이다.”
“당연하지. 나를 믿어라. 그리고 백수가 되어도 내가 채용하면 그만이다.”
“···다음 취직처 사장님이 그리 말하니 전혀 믿음이 안 가지만, 뭐 아무튼. 이브님이 아셔야 할 것은 그거다.”
실피아는 한숨을 내쉬고, 똑바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솔직하게 말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 말하는 실피아의 얼굴은, 마치 동생의 곁에서 떨어져야 하는 언니의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잘 안다.
희망의 집에서 나올때 찍은 단체사진 속 나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군. 꼭 내가 아니더라도 ···그건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필요한 일이지.”
“그렇지? 그러니까 이 또한 충의 아니겠나.”
음.
하지만 뭐.
“나에게 있어 못내 아쉬운 일이지만 ···실피아. 네가 잘릴 일은 없을 듯 싶군.”
“음?”
실피아의 의문에 나는 문 밖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답했다.
“네 주군은 신뢰하는 로열 가드의 복귀를 진심으로 바라고 계신 듯 하다.”
“···그렇군.”
내가 가리킨 곳 너머에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이브가 있었다.
“한 마디 보태자면 저 녀석은 똑똑하지만 겁쟁이에 비틀려있어서 호의를 곡해해서 받아들이니. 오늘 한 일에 대한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도록.”
“······그래. 그 또한 맞군.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쉽지만 정규직 채용은 불합격이다. 훌륭한 인재였지만 당사 방침과 안 맞는군.”
그 말에 실피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웃더니.
“그럼 본업에 종사해야 겠군. 귀사와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하고는 밖에서 기다리는 이브와 합류해 돌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