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00)
299화 어른들의 구원자
이브 폰 로엔그린은 오늘도 회장실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언제나 있는 일이고, 있을법한 일이고, 그냥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그 상태가 조금 더 처참해 보이는 것이 마치 큰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 사람처럼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은 큰 분노를 참고 있는 것과 동시에, 기도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브는 그 두 가지를 전부 경험하고 있었다.
“……제발.”
문 밖의 누군가를 기다리듯. 이브는 한참을 문을 바라보다. 덜컥 열리고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며,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다.
“이브님.”
“그래요. 나의 기사 실피아. 결과는 어땠죠?”
“…….”
실피아는 이브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
역시 이브님의 혜안이십니다. 라거나……이브의 말이 무조건 옳았다. 당신의 안배가 맞았다. 같은 소리를 입에 담고 싶었다.
허나, 그녀는 그럴수 없었다.
냉엄하고 잔인한 현실을 알려주는 것도, 충신이 해야 할 일.
주인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 그 끝에 남는 것은 암군과 간신 뿐이다.
설령 이 상황에선, 눈물 흐를 정도로 괴로워도 진실을 입에 담아야 한다.
“빨리 말해줘요. 실피아.”
“……없었습니다.”
“……네? 하하. 실피아도 농담이죠?”
실피아는 이를 악 물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의 물음에……진실로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저주하며.
“저는, 이브님의 명령에 따라수색을 개시했습니다. 저희 임원 일동. 회장님의 명령을 받아 이 제프린 전체를 탈진을 각오하고 찾아봤습니다만……없었습니다.”
“한 명도……없었다고요?”
“신화제 운영을 직접 담당했던 전 학생회 임원은…현 제프린에 단 한명도,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아.”
“그리하여. 이제……운영 매뉴얼은 이브님과 저희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그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과거의 이력은요? 옛날에 만들어 둔 것들이요.”
“……지금 크게 변한 제프린의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드는 게 빠르거나 비슷하다. 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브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최근 레이드 때문에 학생회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이브는 레이드가 끝난 이후 곧 열릴 신화제의 밑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십만 제프린의 위용을 생각하면 신화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축제의 장이며, 이브 폰 로엔그린 집권기의 안정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중에서도 그 규모만으로는 최정상을 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브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이번 신화제를 반드시 성공시킬 생각이었고, 우선 이전의 신화제를 비교, 분석해 자신만의 신화제를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이전 신화제의 행사 진행 과정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단 하나도 없었다.
이오 폰 로엔그린은 자신의 치적을 들고 자신의 성 스펠디아에 쳐박아뒀고, 그 이전 황자 오라버님이나 언니들의 자료들 중에서도 핵심은 쏙 빠진 형태만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브는 학생회 임원들에게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어떻게 해서든 울프람 임기때 신화제 운영을 담당했던 학생회 임원을 찾아내서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알아내라.
그리고 나온 결과는 전멸이었다.
“어째서죠? 울프람의 재임기때도 신화제를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그 때의 신화제는……”
“그 때의 신화제는? 뜸들이지 말고 말 해봐요.”
실피아는 말을 멈췄다.
울프람은 이제 자신의 친구다. 그의 허물을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가 멈칫한 사이. 옆에서 클라리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허나 확실하게 말을 이어받았다.
“노점의 위치로 경매를 열어 학생회에서 돈을 벌었을 뿐. 기사학부와 마법학부가 양대 축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때문에…… 학생회에서 진행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당연히 진행 과정 서류도 없으며,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신화제 기간동안 날이 춥다며 방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울프라아아암!!”
이브는 포효했다.
타당한 포효였다.
* * *
곧 신화제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이벤트다.
다른 것보다 각 파티원들과의 이벤트도 풍족하고, 이 기간에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도 동시기에 구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효과가 좋다.
이번에는 즐기는 쪽이 아니라 출품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아일라가 돕기로 했으니 일손은 층분하지 않을까.
우선 낮에는 디저트. 밤에는 식사를 팔고….
그 다음 장사 메뉴로 떠올릴 만한 것들이.
“음료. 추가로 곁들일 디저트. 그 외에……”
하나하나 메뉴를 고안하며, 무엇을 팔아서……편의점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려볼까 하던 중.
그것이 찾아왔다.
황금색 빛이 멀리서 걸어온다.
이브 폰 로엔그린이었다.
아 진짜 귀찮게.
적당히 좀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잠깐 이야기 좀 하죠.”
“뭐. 그러도록 해라.”
이브가 이런 난리를 치는 게 한 두번도 아니고, 또 뭔가로 열이 받았고 대부분은 억까일거다.
일단 사탕 몇 개 쥐어주면 알아서 돌아가겠지.
“사탕 먹겠나?”
“………필요, 없어요.”
…
……
생각보다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 * *
그래서,
이브 폰 로엔그린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서 신화제를 진행했던 학생회 보존 서류가 없다. 라는 것인가?”
“네. 하나도. 아예 없어요. 아니 있어도…각각의 핵심이 없어요.”
“뭐. 당연하다. 신화제는 그 학생회장의 임기 기간동안 세력을 넓히려는 묘수가 들어가 있으니, 자신의 패를 공개하는 것과 경쟁자에게 소스를 주고 싶지 않은 두 개의 요인 때문이라도 회수하겠지.”
“……그런데! 왜! 당신은! 없냐고요!”
“나는 아예 흥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왜! 없었냐고!”
그러게 말이다.
내 이야기 긴 한데, 내 잘못은 아니라서 잘.
하지만, 울프람 폰 로엔그린으로 살겠다고 한 이상. 이 잘못은 내 잘못이기도 하다.
젠장.
내가 이득보는 건 하나도 없는데, 져야 할 책임은 한 두개가 아니라니, 이거 억까 아니냐고.
“당신이 잘만 했었어도, 서류만 만들었어도…!”
“흠. 그건 억지 논리다. 이브.”
“뭔 헛소리에요! 당신이 아무것도 안하니까 제가 인계받은게 없고, 제가 해야 할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그런 내가 꼴보기 싫어서 내쫓았으니, 책임도 네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미친놈아!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지금!?”
“논리적으로 반박이 가능한가?”
“……그, 그러니까….”
“내가 태만 했고, 내가 직무유기했고, 내가 부정부패 했기에, 이브 폰 로엔그린이 발호하여 나를 내쫓아 빛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이전의 내가 무엇을 했든 답습하고 참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나?”
“………아니, 그….”
“그런데 이제와서 내가 만든 서류가 없다고 하여 나에게 투정을 부리다니, 그렇다면…… 흠. 이브 폰 로엔그린은 전대 학생회의 행보를 답습하거나 참고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보면 되겠나?”
“…….”
이브는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얼굴이 시뻘개져선 눈물까지 흘릴 거 같았다.
이 이상 놀리면 진짜 폭발할지도 모르니, 그만해야지.
“이브. 그럼 이전 학생회장으로부터 충고를 하나 하지.”
“뭐…에요.”
“누군가가 시키는 행사가 아니라, 너만의 행사를 해라.”
“이 미친놈아!”
거 참.
층고를 해줘도 화를 내니.
* * *
하지만 그대로 이브를 보내기도 뭐하기에, 나는 아주 잠깐. 이브와 놀아주기로 했다.
“알겠다. 그럼 지금부터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 쉽죠.”
“흠. 나는 요식업 노점으로 나갈 생각이니, 그 부분에 있어서 세세한 건의사항과. 이런 부분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라는 점을 말하도록 하지.”
“……말해봐요. 그리고 적을 것 좀 가져와요. 사탕하고.”
“지금 그걸 나에게 시키는 건가?”
“그럼 누구 탓이라고 생각해요?”
그도 그런가.
나는 노트와 볼펜. 그리고 사탕을 가지고 와서 이브에게 건네고는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우선 날것은 안된다. 야채 샐러드라고 해도 쉽게 허가를 내지 마라.”
“그건…… 오히려 당신쪽에게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당신이 샐러드를 팔면 돈이 더 될텐데?”
“흥. 내가 메뉴 하나를 포기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낫다. 축제는 모두가 즐기러 오는 곳이지. 끝나고 돌아간 뒤 누군가가 위험해져도 된다는 발상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
내 말에 이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다시잡아 필기 모드에 들어갔다.
“그래서요. 더 말해봐요. 들어줄 만한 가치는 있는 거 같으니까.”
“우선 너만의 축제를 하라는 것은 진심이다. 그러니 네 축제의 테마를 정해라.”
“……어떤 테마를요?”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허나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면.”
원작에서도, 이브 폰 로엔그린의 첫 신화제에서 썼던 테마였다.
며칠을 고생해서 떠올린 이 테마로, 이브는 신화제를 화려하고 멋지게 마무리했지.
테마명은.
“빛.”
“……아.”
내 말에 이브는 잠깐 탄성을 내뱉더니 생각에 잠겼다.
턱을 괴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시선은 나직히 깐다.
그건, 이브 폰 로엔그린이 최고로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
“……그렇네요. 확실히……빛.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것. 좋은 제안이네요.”
“그렇다.”
“……그럼 울프람. 한 가지 물을게요. 당신은 제가……빛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당연한 것 아닌가?”
뭘 그걸 묻고 그러냐.
“그럼……그럼. 당신은 저를 혹시 그러니까. 빛……이라고.”
“이 대륙에서 지금 너보다 빛 속성 마법을 잘 쓰는 마법사는 없다. 그러니 너는 빛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아 그러세요.”
“뭔가 문제가 있나?”
“아뇨. 없는데요.”
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라보듯 시선을 흘겼다.
뭔데 또.
“그럼 대화를 계속 하지.”
“좋아요. 단 테마 관련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노점상 쪽 의견만 들을게요.”
“나도 그럴 셈이었다. 우선 신청의 반려. 수락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근간은 위생부터 시작해야겠지. 특히 기사학부의 노점상 거리는 위생이 아주 끔찍하다.”
“……자세히.”
이브의 말에 내가 지난 번 네프티와 함께 노점상 거리를 걸었을 때의 위생상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브는 들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확답을 줬다.
좋아. 여기까지는 내가 바란대로 먹혀 들었다.
내 제안으로 인해……솔직히 말해서 노점상.
그러니까 요리 관련 규정은 거의 다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결과 이브는 무척이나 만족했다. 애당초 신화제라는 게 요식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잡화 판매. 끝으로 전시와 공연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 이전 서류와 발맞춰 요식을 끝냈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좋아. 그럼 나는 너에게 몇 가지 은혜를 팔았다고 생각한다만.”
“……은혜?”
“그렇다. 그러니 나도 특례를 받을 수 있겠나.”
“애당초 당신이 잘못한 건데 특례를 달라고요?”
“나는 무죄라고 말했다만. 아니면……정말 너는 내 재임기간의 서류가 필요한 것인가? 정말로? 정말 필요한가?”
“아 진짜. 알겠다고요. 좋아요. 도움을 받았으니 뭐라도 말해보세요. 한 개는 들어드리죠.”
“내가 만드는 요리 중에. 상태이상을 부여할지도 모르는 요리가 있다.”
“뭘 팔려고요!?”
“아니. 그리 큰 상태이상은 아니다. 최하급 상태이상으로 두 가지 정도다. 지속시간은 길어봐야 세 시간. 생명에 위험히 가지는 않는다.”
“어떤 상태이상인데요?”
“하나는 아마도 최하급 광분이다. 남은 하나는 생각해봐야 한다만, 아무튼 절대로 생명에 지장은 없다.”
“……음.”
이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어떤 상태이상인지 확실하게 정해서 신청하면 통과시켜드릴게요. 다만……이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진짜 용서 안 할 거에요.”
“무얼. 마법 간식은 내 특기 분야다. 이 제프린에서 나보다 그걸 잘 만드는 사람은 없다. 걱정하지 말도록.”
“……그야 그렇지만요. 좋아요. 그럼 저는 바쁘니까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그리 말하고 이브는 돌아갔고,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신화제는 외부 참가가 가능한 축제다.
자 그럼 과연 누가 찾아올까.
아이들?
그래. 아이들도 오겠지. 제프린 입학을 꿈꾸는 아이들이 올 것이다.
그럼 걔네들이 혼자 올까?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당연히 부모님이 같이 온다. 제프린 재학중인 아이들의 부모님이 찾아오고 입학 희망자의 부모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평소 가업에 종사하다가 아이를 볼 겸. 자녀의 성화에 못이겨 제프린에 찾아온 몸이다.
즉 지쳐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음료를 팔 것이다.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를 섞어서.
추가로 광분 효과를 넣어 피로를 싹 날려주는 상태이상을 걸어서 말이다.
이전 운동회에서 선물세트를 팔았듯.
이번에는 숙달된 강화 포션을 판다.
“지쳐있는 부모에게 제공되는 한 잔의 음료. 그것으로 이번 축제를 휘어 잡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