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04)
303화 밤은 어른들의 시간
장사는 전쟁이다.
축구에 비교하는 게 아니라, 진짜 농담이 아니라, 장사는 전쟁이 맞다.
물건 수급도 원활하게 되어야 하지. 그에 따른 물건의 품질도 일정해야 하지.
가장 끔찍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 점심을 지나 저녁까지,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 말고도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론만 다시 말하자면 장사는 전쟁이 맞다.
특히 현대와는 완전히 다른 장사 체계……그러니까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 세상에서 물품의 대량 구비. 대량 유통은 꿈 같은 소리이며,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그나마 현대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 그 안으로 들어가면 당연한 말이지만 한참 부족하다.
이 대축제. 신화제를 위해 한 달을 비축한 물건을 싹 풀었음에도, 슬슬 몇 개의 재료는 명확하게 그 한계가 보인다.
예를 들면 기력 회복용 쥬스라고 적은 음료는 학부형들이 벌써부터 사 마시기 시작해서 그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보충하기도 힘든 것이, 편의점에 있는 재고도 거의 다 가져와서 풀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당장 재료가 없다.
“선배님. 슬슬 재료가 동이 납니다!”
“울프람. 슬슬 인당 1 세트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나느 아니 나도 많이 당했다.
어린시절 하나 둘 모으던 띠부씰 들어 있는 빵을 이십대 후반에 다시 팔기 시작했을 때.
동네 편의점 수십 곳을 뒤져도 찾을 수 없던 시기.
혹은 이건 진짜 사서 먹고 싶다.라고 하는 물건을 사러 갔을 때 품절 되었다던가.
결국 하나 집었다고 생각하면, 1 인 1개 한정이라는 글자에 묘한 실망감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당 1 개 한정. 혹은 품절 되었습니다.라는 팻말을 내걸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선배님 저희는 재료가….”
“아니. 온다.”
곧. 그 사람이 올 것이다.
다른 점포를 맡겼지만, 전체적인 판매량을 보면서 만약 부족하다면 바로 ‘구해다’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늦지 않을 것이다.
“동생! 가지고 왔어!”
“고맙군. 덕분에 살았다.”
역시.
필티 아 블루브리즈는 늦지 않았다.
……지금 유일하게 ‘순간이동’을 쓸 수 있는 드래곤이 도착해 다시 한 번 반죽을 준비했다.
“그럼 2차전 들어간다. 단단히 준비하도록.”
“네!”
자 그럼. 다시 한 번 장사를 시작하자.
* * *
대 축제라고는 하나, 모두가 시장을 돌거나 상연물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돈은 그런 현장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서 도는 법.
큰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또는 자기 자신의 사업 구상을 팔기 위해 모여든 귀족가들은 다른 상인들과 결탁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만든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사업 대리인으로서 참여한 소녀가 있었다.
본인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면 와서 반죽이나 튀기라는 말에 결국 사업 전선으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던 소녀.
“저는 이 사업을 별로 진행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타당한지는 한 번 검토해 보시죠.”
“…….”
눈 앞에 있는 귀족은, 그녀가 내민 기획서를 눈으로 훑고는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입으로는 이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썩 잘 만들어진 기획서였다.
어느정도냐면 ……반드시 투자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트라이스타 가문이 철도라는……강철의 길 위를 내달리는 마차를 공급하고, 그에 따라 제국 전역에 철도역을 설치. 중점적으로 운송한다…… 엄청나게 큰 사업이군요.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정말 흥미가 갑니다.”
“흥미가 가는군요.”
사업 계획서를 내민 그녀.
이브 폰 로엔그린은 눈 앞의 귀족이 사업 기획서에 흥미를 가짐에 따라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귀족은 더욱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능성 있는 사업을 내밀고서 흥미가 없단다.
그렇다면 버림패로 쓸 사업이냐고 물으면 굉장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브 본인은 내키는 건지, 내키지 않는 건지 애매한 표정,
“하지만……이 정도면 국책사업 아닙니까? 아무리 저희 가문이라 한들….”
“국책으로 정해지기 전에, 우선 그쪽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잠깐 설치를 시험해 보자는 거죠.”
“……저희는 그럭저럭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결국 황실에서 대여한 것. 황녀님의 말씀 한 마디면 언제든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말장난 하지 마세요.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저는 당신의 충성을 받아들인겁니다.”
이것 참.
엘프 남성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알겠습니다. 저희도 나름 중앙에 땅을 가진 가문이니……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하는 건지.
남자는 다시 한 번 사업 서류를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머릿속에, 어디선가 이런 사업을 본듯한 기억허나……중앙을 잇는 것이 아니라 좀더……
“이브 황녀님.”
“말하세요.”
“이 열차 설치 계획이라는 것은……혹시 저희가 처음이 아닙니까?”
“네 맞아요. 처음은….”
“트라이스타가 있는 에덴. 서부의 땅입니까?”
“잘 아시네요? 맞아요. 그쪽은 탄광열차. 라는 개념으로 이미 도입했죠.”
“…….”
남자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이 사업의 제안자는 혹시 이브님이 아니라.”
“짐작한 대로입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죠.”
“……이것 참. 하필이면 그 분이시라니.”
남자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러죠? 사업을 거절할 건가요?”
“아뇨. 사업은 받을 겁니다. 다만…… 좀 아까운 물고기를 놓쳤군요.”
“……?”
“하지만 괜찮습니다. 혹시 어망을 뚫고 도망친 물고기를 어떻게 다시 잡는지 아십니까?”
“모르겠군요.”
“하하. 간단합니다. 더 크고 질긴 어망을, 물고기가 도망칠 수 없는 반경에서부터 설치해 조여가면 그만입니다. 돈이야 조금 들겠지만……물고기가 더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다재무능한 제 딸이 좀 쓸모가 있으면 좋겠군요.”
이브는 눈 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미소가 가득하나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
하긴 오죽하겠는가.
지금은 그 입지가 불안하다고 하나, 이 남자야 말로 현 제국 귀족가의 중심.
남자의 이름은 피카로 시엘라.
그 레지나 시엘라의 아버지이자, 현 시엘라 가문의 가주였다.
* * *
솔직히 말해서, 한계가 찾아올거라 생각했다.
체력4와 1500보의 축복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버틸수 있을거다.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내일은? 모레는?
신화제는 4일간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퍼지는 시간이 온다.
그리 생각하면 어떻게든 체력의 분배를 해야 하지만, 기계에 맡길수도 없는 상황.
결국 나는 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 생각했을 때.
“오라버니! 이거면 될까요?”
“……음. 괜찮다.”
“네! 자. 1 호부터 3호는 튀김기 옆에서 다 튀겨져 나오는 걸 기름 거름망에 넣고, 4호기부터 6호기는 손님들 빈 자리로 안내해. 알았지?”
상상하지도 못한 서포터가 찾아왔다.
아일라와 같은 검은 장발.
허나 체구가 한참은 작은 꼬맹이.
아일라의 축소판.
그리 생각했을텐데.
그녀는 이제 작은 아일라가 아니었다.
양갈래로 길게 내린 머리는 스스로의 스타일을 나타냈다.
거기에 같은 흑수정임에도 골렘을 이용한다는 전투 방식은 그녀만의 아이덴티티.
스피카 트라이스타.
아일라의 여동생이 아니라, 스피카 트라이스타.
매점에 찾아온 그녀는 일손 부족을 깨닫고 바로 골렘을 소환했다.
처음에는 몇 가지 도움만 줘도 충분하다 생각한 골렘들은 그녀의 지시를 따라 일을 돕기 시작했고, 제법 괜찮은 수준의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흔히 말하는 ‘멍청하기 그지 없는 파티원’ 수준의 도움.
하지만……장사에 있어서는 그런 작은 도움만으로도 충분했다.
“……저 아이가, 언제 저렇게 성장했는지 참.”
“아이의 성장은 빠르지.”
내 말에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스피카는 내 곁으로 다가와 베실베실 웃었다.
“오라버니!”
“음.”
“저, 언니보다 더 잘하죠!”
“……?”
“언니는 마력량은 많고, 흑수정으로 창은 잘 만들지만…… 이렇게 다방면으로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지금은 제가 언니보다 낫지 않을까요. 오라버니?”
그렇게 순진한 표정으로 물어오는데.
“그렇죠?”
“……윽.”
그 때마다 아일라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이것 참.
그래.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보면 아일라보다 스피카가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아니 그렇지 않다.”
“……네?”
“아일라를 ……도움이 된다 안 된다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생각도 없지만, 설령 그런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들 아일라가 지금까지 나에게 해준 일을 생각하면 당연히 아일라 쪽이 낫다.”
“울프람….”
“그렇군요. 으음. 역시 아직은 무리인가……”
스피카는 양손을 깍지끼고는 기지개를 쭉 펴더니, 양 손을 허리춤에 대고 아쉽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공세로 나서도……언니에게는 아직 이길 수 없나보네요.”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린 스피카는 이내 눈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가 더 도움이 되나요?”
“그야 그렇지.”
“헤헤. 그럼 됐어요! 더 도움이 될게요!”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춤추듯 노점의 객석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울프람.”
아일라는 무언가 충격을 받은 듯. 이쪽을 바라봤다.
……아니.
그렇다고 거기서 거짓말을 하기는 좀.
* * *
그렇게 낮 장사가 끝났다.
“수고 많았다. 다들 자신만의 신화제를 즐기도록. 우리 노점을 도왔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면……황실 도움 가산점을 받아서 신화제 모든 상연물 무료 입장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에 학생회에서 나온 서포터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쟈무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와 최저 시급을 넘은 알바비. 거기에 남은 음식들을 싸주는 것 뿐이다.
내일 재료는… 어떻게든 필티아와 오늘 밤에 천혜의 고도를 털어서라도 어떻게든 하면 될 것이다.
아무리 그곳에 강한 몬스터가 많다고는 하나 드래곤이 재료를 캐러 오면 지들이 뭐 어쩔건데.
그렇게 낮의 서포터들을 보내고 노점 휴게실로 돌아오니, 그 곳에는 묽은 반죽마냥 늘어져 있는 아일라가 있었다.
“아일라. 고생이 많군.”
“…아뇨.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저는 아직 안 지쳤어요. 오라버니!”
스피카가 그리 말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녀석 하고는.
“그 체력이 있다면 신화제를 즐기고 오도록. 일만 돕다가가는 것은 네 삶에 있어 좋은 경험이 되지 않는다.”
“…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니 스피카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에. 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났다.
말 잘듣네. 착하네.
아무튼.
“그럼 이제 저녁 장사가 시작되겠네요.”
“……음. 그렇지.”
“또 이렇게 간식 중심으로 갈 생각인가요?”
“아니. 아니다. 다른걸 팔아야지.”
“다른거라고 하면?”
“아일라. 너와 함께 천혜의 고도에 갔을 때 얻은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들 말이다.”
“……아.”
내 말에 아일라는 에헤, 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도 정했다. 이름하여 해물파이.”
“괜찮은 이름이네요.”
“그 다음 마실 것을 정해야 하는데. 그것도 이미 충분하다.”
“어머. 그런가요? 그런 재료가 있었던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동석 냉장고에서 하나의 병을 꺼냈다.
뚜껑을 딱 여는 순간 풍겨오는 향기에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달콤한 향기네요. 과일쥬스 ……아니 그걸 넘어선 향.”
“그렇지. 그리고 이걸……물에 100배 희석한다.”
“네?”
쪼르륵.
콸콸콸.
앞은 원액이고 뒤는 맹물.
이 병 하나로, 백 한 병 어치의 음료가 나오는 셈이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조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괜찮네.
허나 아일라의 표정은 나와 정 반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울프람, 그 음료.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아요.”
“호오. 어째서지?”
“마력의 흐름이 무척이나 탁해요. 그대로 마시면 몸에 안 좋을거에요.”
그야 뭐 그렇지.
“아일라. 술을 마셔본 적 있나?”
“아뇨? 그건 스무 살 넘어서 마시는 것 아닌가요?”
이런 착한 녀석을 봤나. 참 잘 살고 있어요 스티커를 주도록 하지.
“그럼 술에 만취한 사람은 본 적 있겠지?”
“네. 보기 흉했어요.”
“그래. 맞다. 술에 취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태이상과 같다.”
“……그렇죠? 그런데 그게 왜요?”
그게 왜냐고?
나는 희석한 음료를 살짝 마시고는 씩 웃었다.
[황실혈통이 발동합니다]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하급기분상승] [하급 혼란] [하급 흥분] [하급 격정] [위 효과가 전부 무효화 됩니다.]“그럼 말이다. 상태이상 부여 포션을 마셔서 걸리는 상태이상과 술로 걸리는 상태이상은 다른가?”
“어…. 어?”
“축제에서 술을 팔면 규정 위반이지. 하지만 말이다. 학생의 노력 끝에 제조된 포션에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그건 금지해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지?”
내 말에 아일라의 눈이 떨렸다.
그래.
이건 그냥 어디까지나 실수로 나온 음료다.
손님들에게 해물파전……아니 파이와 함께 제공되지만 술은 아니고, 그 비슷한 상태이상만 거는 실수의 산물.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자. 자. 아일라. 새로운 메뉴판을 준비해라.”
“…아. 네!”
새로운 메뉴에 적힌 단가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해물파이 장당 18, 000린.] [해피포션 병당 6, 000린.]자. 밤은 어른들의 시간.
미친듯이 돈을 벌어볼 시간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