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슈퍼 메탈릭 솔개
게스트 파티.
그러니까, 모바일 게임으로 치면 프렌드 용병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이다.
[지금 당장 이 캐릭터들을 프렌드 슬롯에 넣고 파티를 짜보세요.] [SSSSR 캐릭터 엘드리치를 빌려준 딸깍딸깍을 친구로 추가하시겠습니까?]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익숙한 시스템이지.
당연히 레벨 높은 캐릭터도 빌려 올 수 있고 아군 파티에서 활약은 해줄 수 있지만, 으레 그렇듯 여러모로 제약이 붙는 법 아니겠나.
예를 들면 한 번 사용하면 끝이라던가 파티 버프가 미묘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은 말 할 것도 없지.
자.
그럼 어째서 솔플 게임인 이 D/Z SAGA에 이런 시스템이 있는 가 하면……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발매 몇년 전 개발착수에 들어갔다고 하는 이 D/Z SAGA의 첫 인터넷 기사가[AAA급 모바일 게임의 시대를 연다. 중국 일본게임 게섯거라. D/Z SAGA 전격 인터뷰!]였다는 것이다.
즉.
D/Z SAGA는 처음에는 모바일로 만들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러다 어찌어찌 꼬이고 굴러서 결국은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싱글 게임이 된 거겠지.
아무튼 그 잔재가 남아서 게스트 슬롯이라는 기괴한 개념이 생긴 거 아닐까.
다만 온라인으로 캐릭터 데이터를 받아서 파티에 넣거나 하는 게 아니라, 몇 가지 제약을 가진 채로 파티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캐릭터를 뜻했다.
우선 첫 번째로.
게스트 파티원은 파티 편성 보너스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즉 지금 이 상태에서 실피아를 게스트 슬롯에 넣는다고 해서 내 체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이건 파티를 짜는 입장에서 가장 큰 디메리트다.
그럼 이 디메리트 하나로 메리트 두 개를 얻을수 있는데.
하나는 편성 보너스를 적용은 받는다는 것.
즉 이브가 가져다 준 자체 회복 등의 보너스를 게스트 파티원도 받는다.
또 하나는.
“……편성과 해제의 자유.”
그래.
이게 가장 중요하다.
게스트 파티원은 말 그대로 게스트라, 파티의 맛만 보여주기 위해 채용하기 때문에, 채용과 해고가 자유롭다.
어느정도냐면, 나도 게스트 파티원은 파티원과 다르게 대우할 정도였으니까.
음
그나저나.
지금은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파티 메세지 기능을 설명하도록 하지.”
“파티 메세지? 그게 뭔데요.”
“하루 한 번. 자정을 기준으로……파티원 중 누구에게든 한 번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다. 참고로 거리 제한은 없다.”
“거리 제한이 없다고요……? 그럼 군사용으로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이야기? 세상에……”
이브의 말마따나, 이건 군사용으로 쓰자면 얼마든지 위험해 질 수 있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하다. 양동작전을 계획한다고 치자. 그럼 A가 B에게 보내는데 한 번.
B가 A에 보내는데 한 번. 완전한 동시 시작과, 가장 큰 변수 차단. 심지어 자정 근처에 야습으로 하면 네 번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그렇게 쓸 녀석이 내 파티에 있나? 아니지. 그런게 필요할 정도로 나약한가?”
“…….”
내 말에 이브는 으음.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게 좋나요. 울프람?”
“흠.”
원래 이 기능은……엄밀히 말하면 DLC 기능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밤에 잠들기 전에 애들이 메세지를 보내주는 기능이다.
처음에는 인게임에서 일정 이상 호감도를 올린 파티원만 보내줬는데, 다른 히로인도 동시에 받고 싶어. 나 초반에도 좀 받게 해주세요.라는 성원에 못이겨서 추가 된 기능.
인당 2, 500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하며 한 번 받으면 2회차 이후에도 파티 가입만 하면 적용되는 DLC라 자신이 좋아하는 모스트픽은 항상 사서 다니는 게 신사의 매너로 취급받았다.
뭐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원작 중심으로 쓰자면……
“편하게 써라. 원정 전 까지는 자유로이 써도 된다.”
“네!”
그리 말하고 눈앞에 또롱. 하는 표시와 함께 메세지창이 열렸다.
[울프람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어요!]메세지 발신인이 누군지 안 봐도 뻔하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방긋 웃었다.
“이런 식으로, 아일라가 나에게 보낸 것처럼 편하게 보내면 된다.”
“오오. 정말 대단한 기능입니다. 그럼 이게 그 지팡이의 능력입니까. 선배님?”
지팡이?
아. 그러고 보니 내 파티 스킬은 패도의 은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안 쓰는 아이템은 대부분 창고에 박아두니까, 그것도 슬슬 찾아서 꺼내야겠다.
지금 쓰는 거라고 해봐야 망토 하나 분인가.
어차피 슬슬 4티어 이상으로 한번 싹 템갈이도 해야 하고, 가진 장비들은……곱게 묻어둘 필요가 있겠지.
“그렇다.”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네프티는 자신의 추론이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주변 사람들 중 금장의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너희들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말씀하세요. 울프람.”
“게스트 파티원. 즉 파티원의 범위 안에는 들어가지만, 계급이 낮은 인물을 한 명. 소속시킬 수 있다.”
“……아하. 그러면….”
모두가 실피아를 바라봤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피아는 비정규라고는 하나, 파티원이었다. 게스트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받아들여줬으면 하는군.”
“아. 그렇군요. 그렇게 선을 정도로 낮은 계급이라는 말씀이죠?”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파티원에 넣을만한 사람을 치면……
뭐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에밀리. 필티아. 그 다음으로는 굳이 이야기 하자면 스피카. 그리고 코튼. 바닐라나 요거트도 인선에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레지나 시엘라.”
“……네?”
나도 모르게 내뱉은 그 말에 아일라가 의문을 표했다.
“아니 말실수다. 잊도록.”
어떻게 파티에 레지나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특히 아일라라면 기겁하고 질색을 하겠지.
하지만.
“괜찮네요. 레지나 시엘라.”
“……뭐라?”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게스트라면서요?”
“그랬지.”
“그리고 제 반역의 감인데요. 레지나는 저희 파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죠? 그럼 이번에 한 번 게스트로라도 파티에 넣어주고 치우면 되는 거 아닐까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아일라에게서 돌아왔다.
심지어.
논리적이었다.
“그렇죠. 울프람?”
그건 그런데.
너, 누구냐. 아일라를 어떻게 했지?
* * *
축제 이틀차.
오늘은 장사를 했다간 우리 모두 죽을거 같아서 점포는 일시휴점.
이건 이브도 납득해줬고, 재료 수급을 위해 제프린 전역을 뛰어다니는 필티아를 제외하면 오늘은 전원 신화제를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신화제는 길다. 더군다나 첫 날 노점으로 대박을 냈기 때문에, 장사를 안 해도 충분한 실적을 올렸다.
그러니 오늘은 나도 이 축제를 즐길 예정이다.
다만 나는 순수하게 즐기는 건 쉽지 않고, 오늘은 찾아야 할 사람을 위해 종일 돌아다니기로 했다.
“음. 본래라면 이 근처에서 우연히 조우할 법하지만 말이다.”
“황자님?”
“데일리 타블로이드인가. 오늘은 용무가 없으니 물러나도록. 기사는 잘 쓰고 있더군. 앞으로도 우호적인 기사 부탁하지.”
“넵!”
내가 손짓하자 데일리 타블로이드는 잽싸게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데일리 타블로이드와 조우를 했는데, 레지나 시엘라는 만난 적 없다라……”
아무튼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귀족들이 주로 축제를 즐기는 상위구역이고, 여기를 그저 서성이고 있었다.
게임에서 축제는 크게 조우-약속-동행-이벤트-호감도상승-추가이벤트-헤어짐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기사학부 근처를 돌아다니는데 네 프티 호감도가 높으면 네프티와 조우할 확률이 높고, 학생회 근처를 서성이면 이브와 조우할 확률이 높다.
즉. 각 캐릭터의 직업. 계급. 취미등으로 축제내에서 돌아다니는 구역이 다르고,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면 호감도에 따라 이쪽을 찾아내고 다가온다.
그리고 약속을 잡거나, 잡지 않거나.
오늘 귀족거 리에서 조우할만한 인물은 방금 전의 데일리 타블로이드나 혹은 레지나 시엘라다.
맞다.
나는 오늘 레지나 시엘라를 찾으러 이 거리에 왔다.
그런데, 오늘은 공수표인가. 뭐. 강의실에서 만나도 되니까.
그리 생각하며 상위 구역의 으슥한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있었다.
“……울프람 황자님?”
“레지나 시엘라.”
가장 끝자락 벤치에서, 조용히 앉아 이쪽을 바라보는 레지나.
그런데…….
“황자님이시군요. 후후. 축제는 즐기고 계신가요?”
“……너는 즐기지 못하고 있나 보군.”
“……부끄럽게도, 예에. 조금 일이 있어서요.”
얘 상태가 왜 이래?
다 죽어가잖아?
“괜찮으시다면, 잠시 대화 가능하신가요?”
“불편하시다면, 다음번에 말씀을 걸어주세요. 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우는 했다.
즉 지금은 약속 스텝.
얘 상태가 더럽게 안 좋아보이니까, 여기선 거르면 된다.
되는데…….
나는 레지나와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
“……감사합니다.”
* * *
평소의 레지나 시엘라와 지나치게 분위기가 다르다.
흠.
이걸 어디서 봤냐하면 레지나 배드엔딩 7. 엔딩명[무기력]이었다.
말했다시피, 나는 레지나 시엘라의 스토리를 한 번 빼고 전부 스킵해서 제대로는 모르지만, 엔딩 회수 자체는 전부 했다.
레지나의 엔딩은 전부해서 아홉 개.
노말같지 않은 노말엔딩 하나. 해피엔딩 하나. 나머지는 개판 오분전의 배드엔딩 일곱개.
그 필티아의 ‘시련을 넘지 못했으니’ ‘약속을 못 지켰으니’ ‘마계의 문을 막지 못했으니’ 펼쳐지는 드래곤 누나의 대유쾌 살인쇼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배드엔딩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건…….
절대적인 벽을 만나서, 스스로 모든걸 놓아버렸을 때의 레지나와 비슷하다.
스킵했는데 왜 아냐고?
엔딩 텍스트는 스킵이 안 되더라고……
빨리 감기를 누르긴 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들어오는 거니까.
“무슨 일이 있었지?”
“그게……혹시 황자님께서는 시엘라 가문의 가계도를 아시나요?”
[정신적 한계에 몰린 대마도사의 말은 주언(呪言)이 됩니다.] [레지나 시엘라의 음울함이 옮습니다.] [정신무효를 위해 황실혈통이 발동됩니다.]와.
대체 뭐가 어떻게 몰려 있길래 애가 이렇게 맛이 갔지?
거 참. 황실혈통이 자동으로 켜질 정도라고?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후후. 그러시군요. 시엘라 가문은, 가장 뛰어난 아이를 차기 가주 후보로 삼는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저는 아주 뛰어나죠. 마력치 21이라는 수치는 이브 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뛰어난 수치니까요.”
“[그야 그렇지. 너는 공간 지배형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몇 안되는 마법사니 말이다.]”
“네. 다만 반대로 말하면, 저는 이브 님으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죠. 이 세상 누가 그 분을 대체할 수 있겠어요?”
거기까지 말하고 시엘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레지나 시엘라는 그것 때문에, 이브 폰 로엔그린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자괴감. 절망감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이내 절망하고, 멋대로 좌절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 가 왜 나오지?
“이브 님이라면, 아직 괜찮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버님의 귀에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 처참하게 깨졌다는 사실이 들어갔죠.”
아. 그렇군.
그래서 절망했다. 이건가.
레지나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수명이 짧아 빠르게 후계를 계승해야 하는 인간과 다르게 ‘다음 패의 성장’을 지켜볼 시간이 충분하죠. 당장 가주가 되어도 전성기가 삼 백년은 남았는 걸요? 만약 낙인이 찍힌 저를 대체할 수 있는 패가 나온다면 저는….”
거 참 시끄러운 녀석이로세.
그나저나, 이 녀석의 투지가 꺾이면 진짜 위험하다.
제프린에 미친 폭탄 하나를 푸는 거랑 비슷하다고.
거기에……아일라가 더 크려면 팔팔한 레지나를 더 쓰러트려야 한다.
음.
여기서는 위압스킬을 좀 켜고……그 뭐냐. 희망의 집 나올때 동생들 훈육시켰던 그 마인드로….
“[이제 아일라를 이길 자신이 없는가?]”
“…네. 솔직히 말하자면, 없습니다.”
“[그만큼 노력했는가? 목숨을 걸고 하루 열 시간 이상 잠도 아끼면서 투지를 불태우고, 다섯 시간 자면 지고 네 시간 자면 이긴다는 마음으로 싸워 보았나?]”
“……네? 네?”
“[스스로 노력하면 전 우주가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서 끝없이 도전해 보았냐 물었다. 늙은 솔개는 스스로 바위에 발톱을 부딪쳐 새로운 발톱이 자라날 때까지 스스로를 매질 한다. 그 정도로 노력 해보았냐는 것이다.]”
“……솔개가, 그런 일을….”
아 참고로 이건 구라다.
차라리 전신을 메탈로 바꾼 슈퍼 메탈릭 솔개가 된다는 말을 믿지.
뭐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메세지가 중요한거지.
“[그러니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면 내가 기회를 주마]”
“……기, 기회라 하심은?”
“[제일 밑자리 모두의 시중을 들어야 하지만 그럼에도……우리 파티에 들어와 언제든 아일라와 싸우고,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 아아.”
“[말해두지만 보수는 없다. 허나 열정이 있다면 보수는 필요 없겠지. 그렇지 않나? 싫다면 거절해도 좋다. 허나 ……너는 거기서 끝날 녀석인가?]”
“저는. 저 레지나 시엘라는….”
“[열기가 식지 않았다면, 대답해라. 레지나 시엘라]”
“저는 더 도전하고 싶습니다. 노력하고 싶습니다. 솔개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대답이다,
물론, 이건 아마 레지나의 본심이 아닐 거다.
눈이 뱅글뱅글 도는 게 아마도 위압 효과가 제대로 먹힌 상태.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서명해라. 너는 지금부터 우리 파티의 최고 하급자. 게스트 파티원이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좋아.
위압이 풀려서 다시 음울한 레지나로 돌아가기 전에 계약서에 사인 시켰, 아니 스스로의 의지로 아무런 정신적 문제 없이 본인이 직접 사인했다 상태이상은 풀려도 계약서는 남는 법이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