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07)
306화 스릴 쇼크 서스펜스
레지나 시엘라는 둥글게 둘러싼 탁자의 중앙에 앉고, 파티원 전원이 그녀를 지켜보는 상황.
울프람은 자리를 비웠다.
이 자리에 울프람이 있어서는……파티원들간의 액티비티를 다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레지나 시엘라님의 새로운 파티원. 정규도 비정규도 아니라 게스트 파티원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허나 울프람 선배님께선 저희들 기존 파티원에게 당신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화합을 다지라고 하셔서요.”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심문이 아닌지?”
“마음에 물음을 던진다는 의미에선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
부정하지 않는 건가. 레 지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다들 저와 같네요.’
눈에 보이는 감정은 ……호기심. 그리고 경계.
허나 자기 자신의 위치에 대한 경계가 아니다. 어느거냐면……그렇군.
‘연심.’
과연.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께 연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 인가.
말석이라고는 하나, 기존에 우정을 쌓을 기회도 없었던 자신이 파티에 들어온다는 것은……
기존에 있던 이들에게는 반감을 일으키겠지.
즉.
‘나도 이 사람들과 같지만……원 밖에서 원 안으로 들어온 이방인.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결국 이런거다.
이 자리에서는 시엘라 가문의 무게감도 자신의 위치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자신의 어휘로 언변으로 설득해야 한다.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위시한 다른 소녀들.
이브 폰 로엔그린은 자리에 없지만 모두의 면면은 이미 알고 있다. 아니 모를리가 없다. 그분이 곁에 두는 소녀들의 신상은 그녀도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을 통과하려면 계급도, 권위도 아니고……솔직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진심을 흉내내는 것은’ 레지나에게 있어서 극히 쉬운 일이었다.
“여러분들께서 저를 적대하는 이유는 알 수 있을 듯 해요. 하지만 그리 경계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무슨 의미죠?”
처음에는 공감대 형성. 그 다음에는 그 공감대의 좋은 이야기만 하면서 마음의 빗장을 푼다.
“다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께 적든 크든 호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시니까요. 그 분께서 저를 영입하신 것에 저항이 있다는 것까지.”
“자, 잠깐만요. 호감이라니요!”
“그, 그래요.”
“어머, 없으신가요?”
“으음…….”
레지나의 말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내 생각이 맞잖아요.
레지나는 픽 웃었고, 대화의 우선권을 가져왔다는 확신을 얻었다.
대화란 일종의 턴제 보드게임과 같다.
내가 쓸 수 있는 대화의 양. 길이. 품질. 설득력이라는 코스트가 있고, 그걸 사용하여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면 된다.
너무나도 쉬운. 체스보다 간단한 게임.
자. 선공은 내가 쥐었다.
그럼 할 이야기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저도 여러분들과 같은 마음이랍니다. 그 분에 대한 순수한 호의. 그 분이 제게 주신 자비.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죠.”
“……그렇다면, 당신은.”
“하지만……그 분은 저에게 호의를 가지지 않고 계세요. 그도 그럴 것이, 여러분들은 정규 파티원. 혹은 비정규라고 한들 저보다 아득하게 높은 위치에 계신 것 또한 사실……하지만 그 분께서는 저를 격렬하게 거부하시고, 또한 미워하고 계시답니다.”
“……아.”
그녀들 눈에 새겨진 동정.
레지나 시엘라는, 자신이 그런 동정마저 이용하는 마녀라는 사실에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 사람들 모두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좋아한다.
그리고……자신도 울프람을 좋아한다.
허나 위치는 다르다.
이들은 울프람과 쌍방간에 호의가 있는 반면 자신은 미움받고 있지 않은가.
공감대를 끌어내고, 그 공감대를 치켜올리고, 허나 자기 자신은 낮다고 알려주면 상대들로 하여금 우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아아.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이 사람은 보답받을 수 없구나.
그런 안타까움.
그래.
나는 울프람에게 미움받고 있다.
엄청 미움받고, 경계받고 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웃는 이 세계에 나는 들어갈수 없다.
그걸 받아들이고, 이 사람들을 설득하면……
“…흑.”
“레자느 양. 우나요?”
“아, 안 울어요. 누가 운다고 해요. 누가…… 흑.”
레지나의 울음에 다들 묘한 동정심을 안기 시작했고, 이내 레지나가 파티에 들어온다는 사실은 유야무야 받아들여 졌다.
“……흠흠. 아무튼 레지나 선배님은 이렇게 파티에 들어오셨다고 치고 ……다음은 원정에서의 위치네요.”
“그건 울프람이 정해야 하는 게 아닌지?”
“아……저도 완전히 동의하지만 ……울프람 선배님은 바쁘시니까, 저희들이 우선 기본적인건 알려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 그렇네요. 그럼 네프티 부탁할게요.”
“넵!”
다음은, 파티라는 개념에 대한 정체성과 전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네프티가 설명하자니, 레지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 제프린의 미지를 탐구하며 괴물들을 잡는다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그럼 저 같은 대마법사를 보호하면서, 마법이 장전 될 때까지 참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네?”
“그게 가장 피해가 적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브님이 안 계신 이상 제가 이 자리에서 가장 마력이 높으니까요. 저만 보호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제 포지션을 차라리 제가 짜고 여러분들이 제게 맞춰주면 될 거 같네요. 으음. 이 건에 대해서는 황자님께 건의할게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차갑게 식었다.
* * *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때.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아니, 액티비티라면서, 어떻게든 대화를 하면 알아갈 수 있을거라면서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레지나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모두의 시선은 한없이 차가워져 있었다.
“……아일라. 무슨 일이 있었지?”
“아, 울프람……음. 이건. 파티 메세지로 보내도 될까요?”
“음. 부탁하마.”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최대한 문장을 요약해내게 메세지를 보냈다.
[레지나 시엘라가 파티를 무시함.]무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내가 아일라를 바라보자, 아일라는 시선을 네프티에게 던졌고, 이내 띠롱 하면서 내 앞에 파티 메세지가 떴다.
[가장 마력이 높은 인물이 자신이니, 자기 중심으로 포메이션을 짜라고 했음]…….
그렇군.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내가 시선을 네프티에게 던지자, 네프티는 루디카에게, 그리고 루디카의 메세지가 날아오고 시선을 다시 밀푀유에게 던지고…….
그 결과.
나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레지나 시엘라가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다들. 내일은 휴업을 하도록 하지.”
“……어머. 울프람. 다른 일정이 있나요?”
“그래. 있고 말고. 신인이 들어왔으니, 우리의 원정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와, 찬성입니다. 선배님.”
“그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겠구나. 울프람.”
“저도 동의할게요. 선배님.”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레지나만이 멀뚱 이쪽을 바라봤다.
“그럼 저도 가는 건가요?”
“그럼. 와야지.”
“후후. 정말 기대되네요. 저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그래.
기대하고 말고.
* * *
원정지.
묵음의 늪지대.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늪지가 있고, 대층 보스가 있고……보스 드랍템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지형 자체가 개판이라 보스 난이도도, 드랍템 레벨도 그리 높지 않다.
“……저 늪은.”
“다가가지 마라. 모든걸 녹이는 늪이다.”
“지, 진짜인가요?”
레지나는 몸을 살짝 떨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말장난이라 생각했나? 동부 숲 언저리만 돌아다닐거라고 생각했다던가?”
아쉽지만 우리는 도봉산 막걸리 맛집 탐방용 등산모임이 아니라, 해외의 고산지를 오르는 전문직을 목표로 한다.
얘도 나름대로 실전을 겪어 봤지만……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이런 전장은 처음일거다.
나는 들고 있는 돌을 집어들어 늪지를 향해 던졌고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돌이 녹아내려 갔다.
“힉…….”
“두려운가?”
“……아, 아뇨. 두렵지 않습니다.”
“늪에는 닿지 말도록. 녹아버리면 귀찮아진다.”
“네, 네에.”
레지나 시엘라는 그렇게 조용히 뒤로 물러섰고, 그녀와 교대하듯 아일라가 내 옆에 섰다.
“마침 제 때 왔군.”
“네. 제가 생각한 그대로라면 여기는 제가 나서야겠네요?”
“그렇다. 이번에는 꽤 어렵겠지만 할 수 있겠나?”
“쉽지 않겠네요.”
“그런가?”
“네.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아니면 쉽지 않겠다. 라고 말 한 거에요.”
그 말에 아일라는 양손을 펼쳤고, 이내 늪지 위를 거대한 흑수정이 덮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이건……”
“흑수정의 땅이랍니다. 지금 마법을 쓰고 있으니 조금만 조용히 하세요. 레지나 시엘라.”
아일라의 대마법.
늪지를 완전히 흑수정의 땅으로 덮어버리는다는 그 발상에, 레지나는 입을 떡하니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럼 지나갈까요. 완성됐어요.”
“그러도록 하지. 자. 따라와라. 지금부터는 늪지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네프티가 최전열에, 그리고 그 옆에 루디카.
가장 튼튼하고 가장 빠른 이를 포진해놓고, 중열에는 딜러들…. 마지막으로 제일 후열에 나와 파트라슈.
우리는 모두 흑수정 발판 위를 걷기 시작했고, 오직 레지나만이 흠칫거리며 겨우겨우 발걸음을 떼었다.
“……다들 두렵지 않으신가요?”
“두렵다니요? 뭐가 말이죠?”
“……바, 발 아래는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잘못 밟아서 넘어진다면 그도 아니면 발아래에서 거대한 몬스터라도 튀어 나오기라도 한다면……”
“아……그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네요. 선배님께서는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상상이라고요?”
“네. 첫째로는 아일라 선배님이 만드신 이 발판이 무너진다는 상상. 그리고 두 번째로는 울프람 선배님께서 그런 위험조차 경고하지 않았을거라는 상상. 뭐 망상은 자유지만, 전투는 현실입니다?”
“…….”
네프티의 말에 레지나는 침묵했고, 조용히 걸었다.
그렇게 걸은 결과, 우리는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저건 설마.”
사람 몸의 두 배쯤 되는 거신이 주저 앉아 있고, 레지나는 내 옆에 바짝 붙었다.
“화, 황자님 물러나셔야 해요. 저건……골렘입니다.”
“그래. 내가 봐도 골렘이군.”
“어, 어떻게든 늪으로 움직임을 막겠습니다.”
“귀찮군. 비켜라.”
“……네?”
나를 말리려는 레지나 곁을 스윽 지나가, 나는 전원에게 오더를 내렸다.
“다들 포진해라. 녀석의 패턴은 아주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광폭화 없고, 사거리 짧고, 위력도 약하다.”
“아. 그런거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번 골렘이 파란색이라면 이번 골렘을 붉은색.
지난 번 골렘이 이벤트 지역 보스라면, 이번 건 하향 평준화 된 길거리 네임드몹.
너무나도 쉬운 상대.
그리고.
매번 새로운 보스를 만들어 낼 수 없었던……D/Z SAGA의 안타까운 리소스 활용.
그것이 저 보스.
늪지대의 골렘이다.
* * *
레지나 시엘라는 경악했다.
“네프티 선배님. 좌측에서 공격 옵니다.”
“보고 있어요. 밀푀유 후배님. 그 뒤로 땅을 찍을 수 있으니까. 충격파에 안 맞게 주의하세요.”
“그 부분은 제가 막아 줄 수 있어요. 충격파랑 정확하게 반대 방향으로 흑수정을 깔 테니까, 다들 그 뒤로 피하세요. 피하기 싫으면 그냥 뛰어도 흘려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건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루디카 선배님. 공격 부탁드려요.”
“응……이 녀석은 물렁물렁하네. 울프라암! 대충 긁으면 되나아?”
“아, 핵은 다치지 않게 해라. 써먹을 곳이 있다.”
“알겠다아!”
레지나 시엘라는 혹여 누군가 다치지 않을까.
아니면 저 흉포한 공격이 자신들을 덮치지 않을까 잠시 불안해 했다.
심지어 땅 아래는 아일라의 흑요석이다. 발판조차 두려운 상황.
허나.
네프티가 공격을 흘려내고, 밀푀유가 정확하게 지시하고, 아일라가 윤활유가 되며, 루디카가 공격에 나선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방 일체의 치열한 접전.
이런 전투.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무려 사람 몸의 두 배가 넘어가는 골렘이다!
그렇게나 거대한 골렘과,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일까.
“……저는, 이런 곳에 들어오고 싶었다고 생각한거군요.”
너무나도 먼 경지.
레지나는 도저히 닿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