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08)
§ 307. Goodbye my friend
아무튼, 참으로 의미없고 부질없고 대의도 긍지도 없는 레이드가 끝나가고 있었다.
다들 고이고 고여서 ···는 말이 조금 나갔다. 얘네가 비룡을 잡아봤겠어 창흑의 기마병과 싸워봤겠어. 여전히 응애들은 맞다.
하지만 경험을 역순으로 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마음을 놓은 것도 있다.
무슨 의미냐고?
이렇게 생각해보자.
흔히들 말하는 다크 판타지 게임이 있다. 뭐만 하면 옆에서 발차고 몬스터들이 엇박으로 때리고 다굴놓고 죽어서 유다희 만나고 화톳불로 사출되는 그런 게임 있잖아.
거기에서 보스가 하나 있다.
1페이즈에서는 휩쓸기 땅긁기 평타 엇박평타밖에 없는 보스.
당연히 몇 번 구르고 1페이즈를 깼다.
그런데 그 놈이 어?
쓰러지면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요.
그런데 그 피가 갑자기 타르처럼 새까매지고 다시 그 놈 몸속으로 들어가.
그러더니 눈이 미친듯이 붉게 빛나고 등 뒤에서 괴물같은 팔 네개가 튀어나오더니 갑자기 라틴어 BGM이 깔린다고 생각해보자고.
어떻게 되겠어.
다 죽는거야 그냥.
잡혀서 죽고 찍혀서 죽고 갑자기 새로 생긴 팔로 벽을 타고다니더니 몸으로 내리 찍어서 죽고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죽잖아.
그리고 다시 1페이즈를 봐봐.
엄청 쉽지?
그런거야.
우리는 학생회실 지하에서 2페이즈의 광란의 보스를 먼저 상대했고.
지금 이 침묵의 늪에서는 1페이즈 보스를 상대하는 거지.
당연히 고일대로 고여서 모든 패턴이 우스울 뿐이다. 여기서 한 대라도 맞는다? 그럴 녀석들을 파티에 넣었을리 없다.
“어떻게, 이런 전투가.”
“나쁘지 않군.”
하지만 뉴비 응애는 1페이즈 보스만 보고도 기겁을 하지.
‘호엥 저게 뭐야 어떡게싸워야해 나 저거 쓰러트릴 수 있을까 죽으면 환불할거야’
그리고 레지나 시엘라가 그 뉴비였다.
전투 내내 관망할 뿐.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고, 그저 멍하니 서 있다.
어느정도로 멍하니 있었냐면, 골렘의 특수스킬로 날아오는 돌맹이에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파티원. 맞으면 죽을 수도 있기에, 나는 패링의 기술로 돌맹이를 쳐냈다.
물론 내 팔은 비명을 질렀다. 완전한 패링이라고 해도 날아오는 돌을 쳐낸 것이다. 수갑이나 단검이라도 있으면 더 깔끔하게 쳐냈겠지만···.
맨손 패링시 내 근력을 넘어서는 질량을 패링하면 당연히 체력에 데미지를 받는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시스템이 그런데 어쩌겠어.
“흠.”
“화, 황자님 ···팔이!”
아니 팔 잘렸냐고.
누가 보면 어? 다음 시대에 건네주고 온 줄 알겠다 야.
호들갑은 진짜.
“울프람! 괜찮아요?”
“괜찮다. 전투 중에 지정되지 않은 구조행위는 하지 말라 하지 않았나? 자리를 지켜라. 아일라 트라이스타.”
“······윽! 전원 총합 공격태세!”
아일라의 오더로 순식간에 전원이 딜링 포지션으로 바뀌었다.
이런건 빠릿빠릿하니 좋네.
“이 정도의 냉정함. 침착함 대체 얼마나 많은 수라장을 넘어 온 건가요···?”
“이제 아일라 녀석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알겠나?”
“······.”
“이게 네가 그리도 바라던, 파티원이 된다는 것이다. 하여, 묻겠다. 너는 정녕 저 정도의 냉정함과 침착함으로 이 파티에 잔류할 자신이 있나?”
레지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얘는 아직 멀었네.
그럼 얘를 어떻게 키운다.
내가 키웠다간 어느날 갑자기 ‘황자님이 나쁜거에요. 나를 그렇게 무시하는 발언을 하니까···!’ 하면서 휘모리장단으로 칼빵맞고 으엑 살려조 할거같은데 말이야.
정말.
어쩐다?
***
아무튼 그렇게 레이드는 끝났고, 전원이 전투 정산을 하는 와중,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정확히는 내 옆에 있는 레지나에게 꽂혔다.
“······제 잘못입니다. 제 마력이면 그 정도 돌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었어요.”
레지나가 고개를 숙이고, 모두의 시선이 차가워진다.
음.
이건 내가 바란게 아닌데.
“다들 레지나를 질책하는 시선을 거둬라. 너희들도 손도 발도 못 내미는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를 벌써 잊었나?”
“울프람···!”
그러니까 팔 부러졌냐고. 그냥 무리하게 흘려내서 신경이 조금 놀란걸로 끝인데.
“쯧. 그리고 내 파티원이 된 이상. 누구 한 명 중상을 입게 하지 않겠다고 한 말을 잊었나. 나는 스스로 내건 규율에 따라 행동했다. 이의가 있다면 지금 말해라.”
모두가 침묵했고 이의는 없었다.
하여간 팔이 조금 뻐근한 것 가지고 호들갑은 말이야.
“그럼 귀환한다. 이의는 없지.”
“네!”
전원의 일사분란한 대답.
말 잘 듣네. 착하네.
뭐, 그건 그거고.
안색을 살펴보니 납득 못한 녀석들 중 대표격 인물이 있었다.
“아일라.”
“네. 울프람.”
저 볼을 뿌우 하고 부풀리고 있는 아일라는 어떻게 해야겠군.
“내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나보군.”
“···울프람이 다쳤어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설령 그게 울프람 스스로 내건 규율이라 해도 ···울프람이 파티원을 감싸듯, 저희도 울프람을 감싸고 싶다는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요.”
“···쯧. 알겠다. 앞으로는 방패는 지참하도록 하지. ···진짜 알겠다. 그런 눈으로 이쪽을 보지 마라. 아무튼 이번 사고의 문제는 레지나 시엘라의 숙련도 부족이다. 레지나. 인정하나.”
“···네. 인정합니다.”
“좋다. 그렇다면 최고 선임 파티원으로서, 레지나 시엘라의 교육계를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 맡기겠다. 이상.”
그 순간 둘이 서로를 바라보고 이후 나를 빤히 바라봤다.
실화냐. 이거 맞냐. 라는 눈이구만.
그래 맞아요.
“교육계는 철저하게 교육하고, 보고서를 올리도록.”
“···알겠어요. 울프람.”
“화, 황자님?! 제가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 배우라는 건가요?”
“레지나 시엘라. ···네가 그리도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아.”
그래.
아일라는 어떻게 강팀···이 아니라 대마도사가 되었는가.
그 노력을 알아보려면, 아일라의 특훈대로 구르는게 최고 아니겠어?
“따라와요. 신입. 앞으로 저를 부를때는 선배님이라고 부르세요. 알았죠?”
“그, 그런 수치···.”
“당신! 때문에! 울프람이! 다친게! 더! 수치라고! 생각하라고요!”
“······네. 선배님.”
거 참.
서로 죽일듯이 바라보네.
***
그 날 저녁.
팔을 찜질하고 있는데 예상 외의 손님 둘이 찾아왔다.
하나는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슨 일이지. 이브 폰 로엔그린.”
“오늘 원정에서 다쳤다고 들어서요.”
“누구에게서 들었지? 너와 실피아는 그 자리에 없었잖나.”
“누구에게 들었든 뭔 상관이에요!”
이브는 오른발로 몇 번이고 땅을 밟았다.
얌마 땅 울릴라.
“원정에 부상은 상수다. 크게 다친것도 아니니 걱정말도록.”
“걱정 안 하게 생겼어요?! 아니, 누가 걱정 한다고 했어요?!”
어느쪽인데.
“그래서?”
“하여간, 대축제 도중에 원정은 대체 무슨 미친 발상이에요? 그렇게 체력이 남아 도나요?”
“이브 님. 그런 말씀을 하러 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알아요. 쯧. 울프람. 내놔봐요.”
“뭘 말이지?”
“팔이요. 팔! 에이 진짜!”
그리 말하며 이브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
【황실 혈통이 발동합니다.】
【격통에 대한 강제 저항이 발생합니다.】
진짜 아파 죽겠는데 그러기 있기냐.
이게 진짜 묘한 감각이거든? 아픈건 더럽게 아픈데 정신은 더럽게 냉정하거든?
“뭐 하는거지.”
“쯧. 【성광창:치유강화:치유촉진:단일:최강화:지속】”
“······.”
이브의 성광창이 내 팔 위를 감싸고 빙글빙글 돌며, 천천히 치유하기 시작했다.
팔이 회복되는것이 느껴졌다. 따스함이 흘러들어온다.
팔을 잘라서 이제 안 아프죠? 하는게 아니라, 진짜 치유다.
이브의 치유는 마력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성광창 급의 6소절 치유면 브라이트 레인에 준한다.
그걸 나에게?
왜?
내가 알던 이브가 맞나.
너 누구냐.
“···됐어요. 제가 할 일은 이상이에요. 흥. 진짜 실피아 건만 아니었어도 이런 짓 안 했을텐데.”
“후후. 감사합니다. 이브님.”
“······됐어요. 그럼 나는 가 볼테니까,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알아서 하세요!”
그리 말하며 이브는 그대로 뾰로통하게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실피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 참. 여전히 솔직하시지 못하다니까.”
“······.”
“상처는 괜찮나?”
“괜찮다만 대체 이브는 무슨 바람이 분 거지. 혹여 네가 치료 해 달라고 부탁했나?”
“아니. 이브님도 전전긍긍하셨다. 나는 그저 명분을 드린 것 뿐이야.”
“명분?”
“음. 그래. 이브님의 종자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가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큰 빚을 졌으니 마침 울프람이 다쳤다고 하니 치료해 주실 수 있겠나. 하고 말이지.”
“큰 빚···. 그런 걸 내게 졌었나?”
“본인은 모르는 건가. 하하. 그래. 그런 남자였지. 배포가 크고, 무심하면서도 잘 챙겨주는 남자. ···아무렴. 나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네게 큰 빚을 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약 삼 십 년 만에 최초로 신화제 개막 대련에서 기사학부 차석이 수석을 잡는 쾌거를 이루었거든.”
“즉 너는.”
“그래.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세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이졸데 크루엘을 꺾었다. 라는 것이다.”
조금 놀랐다.
불가능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해냈군. 수고했다. 대단한 성과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4학년의 수석과 차석쯤 되면 ···대등하다기 보단, 완전한 상하관계니 말이다. 4년내내 부딪치고, 깨지고 그 결과 고착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이겨냈지.”
“그래. 거기에 그 승부를 보고 가문에서도 이브님의 파벌에 드는 것을 어느정도 묵인해 준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제 정식으로 로열 가드가 되는 것이군. 축하한다.”
“이 정도로 반대했는데도 성과를 내다니 독한 것. 너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라 라고 포기한 것에 가깝지만 말이야. 사실 독하지도 않고, 울프람. 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라 생각한다.”
“아니. 네 스스로 이뤄 낸 것이다. 어깨를 펴라.”
“······정말. 띄워주려고 해도, 너라는 남자는 진짜.”
실피아는 몇 번이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어깨를 펴고는, 후련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이걸로 이 제프린에서 내가 할 일은 전부 끝났다. 학년 수석도 이겨봤고, 이브님의 로열 가드로서 활동하겠다는 허락도 받았다. 울프람 네 덕분에 최고의 전장도 겪어봤다.”
“만족한 표정이군.”
“물론. 이제 나는 진짜 졸업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패를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떤게 이브님을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되는지. 로열 가드가 해낼 수 있는 정치를 배워야지.”
“······.”
“그러니 내가 두 번 다시 네 파티의 정식 일원으로서 활약할 일은 없을 듯 하다. 명예 멤버로 남겠지. 제프린 졸업생 겸. 울프람 파티의 기념할만한 첫 졸업생이 되겠군.”
신화제가 열린 지금은 10월의 중순.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의 졸업은, 내년 2월.
“그러니, 다음 비정규 파티원의 자리를 사퇴하기로 하마.”
“······.”
안 돼 가지마.
내 체력1은 어떻게 할 건데.
네가 가면 나의 야망이!
허나, 그런 식으로 말릴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겠다. 선배가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데에, 과거의 후배들이 잡고 있을 수는 없지.”
“···너라면 알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쪽이 일방적으로 나를 미워했고, 그에 맞춰서 나도 열이 받아 어깃장을 놓거나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실피아는 ···다른 녀석들과는 다른 의미로 이 제프린에서, 나와 잘 맞는 친구였다.
실피아는 나를 보다, 이내 큰 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친구끼리에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너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물론.”
그리 말하며, 실피아는 팔을 벌려 나를 바라봤다.
거 참.
이런 부탁이었어?
다 큰 처자가 망측하게 이게 무슨 일이래.
“···고맙다. 울프람.”
하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기에는 가장 확실한 인사법이라 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