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10)
§ 309. 우리가 남이가
신화제도 끝났건만, 학생회실은 여전히 분주했다.
그 이유인 즉슨 보통 신화제를 기점으로 4학년들은 졸업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4학년 2학기는 제대로 된 강의도, 시험도 없으며 제프린에서는 4학년 2학기를 준비하는 녀석들은 졸업 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멍청이들 뿐이라는 이야기만 나올 정도.
허나 학생회에 들어오는 기준에 성적도 포함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임원들중 단 한 명도 성적을 이유로 2학기를 준비하는 학생은 없다.
즉. 지금의 부산함은, 떠나가는 사람의 짐 정리.
졸업식은 2월이지만, 지금부터 하나 둘 정리해둬야 나중에 곤란하지 않다.
실피아를 위시해 많은 4학년들이 졸업한다.
“그간 수고 많았어요. 실피아.”
“네. 이브님.”
4학년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현 학생회에서 4학년이라는 것은, 울프람 치세에도 학생회 멤버였다는 이야기고, 그 들중 떳떳한 이들 몇몇은 남았으나, 대부분이 부정부패에 손을 대 한 몫씩 챙겼기 때문이다.
즉 실로 한 줌.
허나, 그렇기에 엄선하고 또 엄선한 제프린 학생회의 멤버이가 최고 연장자.
이 곳에서 졸업 축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이 제프린에서 보낸 삶은 썩 괜찮았다 자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은 날개를 펴고, 더욱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야 한다.
그걸 위한 졸업.
특히, 스스로의 사명의 자각한 실피아 같은 학생은, 좀 더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가야 한다.
설령 그 날개에 화살을 맞더라도, 주군을 위해 날개를 쉬어서는 안되는 사냥매.
지금 그 날개를 펼쳐 비상할 마음으로 실피아는 스스로의 사명을 입에 담았다.
“그럼 저는 바로 로열가드나 중앙 귀족들이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하겠습니다.”
“네? 무슨 소리에요?”
“······?”
“졸업식 끝날 때 까지는 당연히 제프린에 있어야죠.”
“그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바깥을 돌아다녀도 되는 것은 제프린의 불문율 아닙니까. 졸업 예정자 신분이라면, 지금부터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누구도 의문 삼지 않습니다.”
“음. 그 말도 맞아요. 실피아. 하지만 ···지금은 제가 움직이는 것을 허락할 수 없어요.”
“어째서입니까. 주군?”
“···이오 폰 로엔그린이 이쪽을 경계하는 징후가 포착되었어요.”
“그건···.”
“아시다시피 이오 언니의 세력은 대부분이 기사학부 출신이기에 강성한 무력을 자랑하죠. 당신이 강한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사가 넷에서 다섯이 모인다면, 당신은 부상 없이 끝낼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안 돼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강해지세요. 기사 넷. 다섯이 아니라 열 스물이 와도 이길 정도로 말이죠.”
“말씀은 쉽습니다만···.”
“저는 할 수 있어요. 자.”
그리 말하며 이브는 등 뒤의 광륜을 빙글빙글 돌리며 브라이트 레인을 손끝에 피워 올렸다.
“···울프람이 말하던 1차 승급이군요.”
“맞아요. 1차가 있다는 건 2차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울프람은 그걸 말해 줄 생각도 없는 듯 하고···. 뭐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1차 승급을 하면서 동시에 이만큼 강해졌어요. 그러니까.”
“설마 주군.”
“지금 울프람을 찾아가 1차 승급을 부탁해보세요.”
“···울프람을, 찾아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나의 기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이건 주군 명령이에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찾아가서 졸업까지 1차각성을 완수하세요. ···전부 당신을 위한 거에요. 부디 거절하지 마세요.”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허나 장담컨데 이런 사건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만.”
“···시끄럽다.”
정말.
진심으로 생각 해 본적도 없다.
자고 일어났더니 교복을 입은 엘프 기사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정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라니.
“우선 다리가 저리진 않은가?”
“다리가 저린다는 것은 즉,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하지만 라피스라줄리를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켜 혈액순환에 지장이 없게 하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도 별 문제 없다.”
“길고 자세한 설명 고맙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설명을 요구하지.”
“···말해라.”
“그 때. 여행 떠나는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지 않겠냐고 한 엘프 기사는 왜 여기에 있는가?”
“···큭. 그, 그건···.”
“······.”
“나, 나에게 수치를 안겨줄 생각인가! 그,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럴 수 있는건가?”
내 말에 그녀.
곧 졸업할 4학년 선배님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뭐, 부끄러울 수 있지.
“그래서, 왜 찾아 온 거지?”
“음. 그게 말이다···. 이브 님께서 말이다.”
그리 말하며 실피아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이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실피아의 1차승급.
그로 인한 전력으로서의 활용.
게임 내에서야 1차승급 정도는 당연히 찍어두는 거지만, 그걸 처음으로 달성한 이브는, 자신의 수족에게 전파하여 제프린 밖에서도 쓰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아니 어찌보면 당연한 활용법.
“그래서 이브님께서는 ‘한 때라고는 하나 파티원이었던 당신의 1차 승급을 거절 할 정도로 울프람이 박정하다면, 항상 말하던 파티원을 아낀다는 말은 헛소리에 지나지 않겠네요.’ 라고 하셨다.”
이것 참.
정말 나를 잘 알고 하는 말이다.
“그렇군. 네 1차 승급.”
“물론 네가 바쁘면 할 수 없다만.”
“아니다. 해야지. 해야겠지.”
“그런가! 고맙다!”
해 줄건 해 줘야지.
이브 녀석한테는 일주일동안 사탕 팔지 말라고 밀푀유에게 파티 메세지를 보낸 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정령 기사.
사실 실피아는 1티어 캐릭터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한 손 세검에 바람정령을 두르고, 정령술과 검술을 동시에 구사하며, 고속이동을 통해 상대를 베어 넘기기에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게 끝이다.
아무리 기본 스펙이 구려도 어썸한 스킬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든 쓰인다거나, 그와 별개로 최강급 캐릭터가 힘을 전부 발휘하기 위해서 반드시 쓰여야 하는 콤보 시동용 키 캐릭터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면 켈터스의 전직군중 하나 【무신】
이건 자신의 모든 마력을 써서 상대를 일격에 분쇄하는 【무신분쇄】라는 기술이 간판이다.
허나 개쩌는 이름과는 다르게 무신분쇄는 한 번 쓰면 3분간 마력 회복이 강제적으로 막힌다.
그래서 무신 켈터스는 처음에는 예능픽으로 준비되었지만, 여기서 하나의 또라이가 이 무신 켈터스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암흑사령사】의 기술로 켈터스를 【즉사】시킨 다음 2티어 부활 스킬 【완전부활:극의:메시아멜로디】를 써주면 어머나 놀랍게도 마력 완충상태로 켈터스가 부활한다.
그럼 아 못참치 다시 한 번 무신분쇄
직후 다시 즉사 – 완전부활의 테크닉을 쓴다.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공격법】 【켈터스. 지금의 너는 인간 폭탄이다.】 【이 앞 살려줘 유효하다.】 【이런 싸움방식 나는 몰라】등의 댓글을 수집하는 기적의 인간폭탄 켈터스.
아. 참고로 이걸 처음으로 고안한건 나다.
파티원을 죽이지 않는 마음가짐? 그야 켈터스는 파티원이 아닌걸.
켈터스는 나 자신.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파티를 승리로 이끌고 싶은게 주인공 마음 아닐까?
아님말고임다.
뭐 아무튼.
실피아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 정도의 어썸한 스킬연계가 가능해야 1티어가 아니더라도 파티에 쓸만하지. 바람의 정령검사는 딱히 어딘가에 쓸 구석이 없다.
그렇기에 직업 자체의 티어가 낮은 편이다.
스킬과 스테이터스 배분이 방향이 잘 맞아서 파티에 넣어서 쓰기 좋은거지, 어썸한 스페셜함이 있는건 아니니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이점이 있다.
“따라와라.”
“···어딜 가는건가?”
“따라와보면 안다. 파트라슈. 너도 일어서라 갈 곳이 있다.”
승급 퀘스트가, 더럽게 쉬운 편이라는 이점 말이다.
***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동부 숲.
요정이라고 하면 정령과 조금 다르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지는 자기들끼리만 그렇게 정하는 거고, 엄밀히 따지면 본질은 같다.
정령이 조금 더 자연속성에 가깝고, 요정이 좀 더 의사체에 가깝다는 것.
요컨데 결국 친척지간이다.
그러니까, 실피아 속에 있는 라피스라줄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요정의 낙원에 가는게 가장 빠르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어머 울프람. 옆에 분은 처음 보는 손님이군요?”
“음. 이브 폰 로엔그린의 로열가드. 즉 그녀의 수호기사다.”
“저희 낙원이 수호기사도 출입 가능한 곳은 아닐······어머?”
“왜 그러지?”
“흐음. 이 아이에게서는 ···우리랑 비슷한 향기가 나네요. 엘프라서 그런걸까? 아뇨. 엘프는 그냥 저희랑 사이 좋은 친구 관계. 좀 더 본질적으로 비슷한···. 설마?”
“그렇다. 이 녀석은 바람의 중급 정령과 계약했지. 이름은 ···라피스 라줄리.”
“어머나, 어머나···. 먼 곳에서 동포가 찾아왔군요? 모습을 드러내 줄 수 있나요?”
그 말에 실피아 옆에 라피스 라줄리가 스스로를 구현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요정 여왕 엘피라네. 바람의 중급정령 라피스라줄리 인사 올립니다.”
“어머나···. 예의도 바르시네요. 혹여 실례가 안 된다면 어디에서 태어난 아이인지?”
“푸른 잔가지에 불어오는 하늘색 바람에 피어난 아이들입니다.”
“어머나, 어머나. 신목의 가장 큰 가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대모님은 잘 계시고요?”
“마지막에 뵈었던 것이 봄이 백 오십 번 찾아오기 전이셨으나, 무척이나 잘 지내고 계십니다.”
음.
역시 내 예상대로다.
그러니까, 요정이나 정령은 대자연의 흐름이고 하나고 엄청 자유롭게 살고 그런거 같은데, 생각보다 호적이나 족보를 따진다.
원래는 그런 역사가 없었다고 하는데, 어둠의 정령이나 요정이 기존의 요정을 흉내내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때문에 서로를 분간하기 위해 출신 성분을 팠다고 한다.
그리고 전에 봤을 때. 라피스라줄리는 꽤 혈통 좋은 정령의 가계라 생각했고, 엘피라네에게 보이면 그럭저럭 밥 한 끼 정도는 얻어먹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후후. 그렇군요. 대모님과 함께 하르크의 곁을 지켰던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엘피라네님의 무용담은 대모님께 동화처럼 들었던 기억이 난답니다.”
“후후. 과찬이세요. 역시 불어오는 사람의 시작이 정결할수록, 그 대가 지나도 청결함이 지워지지 않는 법이군요.”
즉 저건 그거다.
우연히 만난 애가 동향의 옆동네 살던 친구의 조카였다는 거다.
‘어머어머. 이게 무슨일이니. 여기서 동향 사람을 다 보네? 그래. 노른자상회 최할머니는 잘 지내시고?’
‘예. 잘 지내세요. 저도 어렸을 적에 서울 나가셨다는 엘 숙모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엄청 당차고 멋지셨다고 들었어요.’
‘얘도 참 말 이쁘게 하는 거 봐. 그래. 그래. 최할머니를 쏙 빼닮았구나 얘.’
심지어 엘피라네는 삼백년간 바깥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녀석. 그런데 정령이 직접 이 요정의 낙원으로 찾아왔으니, 새로운 손님이 오죽 기쁠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요정들은 시간관념이 이상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몇 달은 금방 지나간다.
그러니까.
“엘 피라네. 나 선조님의 위대한 벗이자 요정 여왕. 잠깐 우리들이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도 되겠나.”
“그럼요. 울프람. 무슨 일이죠?”
“사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 가장 아끼는 신하이자 나의 벗이다.”
“어머 그렇군요. 이브와 울프람이 아끼는 분이라, 그렇다면 저에게도 남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라피스 라줄리는 너도 익히 아는 분의 후예인듯 하군.”
“그럼요. 그 분과 저의 일화라고 하면 ···황금나무의 쌍두폭풍이라고 해서 그 일대를 주름잡···.”
“음?”
“아뇨. 그래서요?”
“헌데 이 아이도, 그리고 라피스라줄리도 강해져야 할 이유가 있다. ···하여, 부탁할게 있다. 라피스 라줄리를 바람의 상급 정령으로 키워 줄 수 있겠나?”
“······으, 으음. 그건.”
“남은 아니잖나. 어려운 일인 것은 알지만, 이 아이는 이브의 곁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다. 동향의 후손을 위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상급정령은.”
“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상급 정령은 1차 승급과는 좀 다르다.
이건 실피아의 강화보단, 라피스라줄리의 강화.
허나 상급이라는 타이틀은 2차나 되서야 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라피스라줄리를 상급정령으로 만들면 나머지는 실피아의 기량에 따라 얼마든지 2차승급의 화력을 낼 수 있는셈이다.
그 위력은 아주 짦은 시간동안 그 근처의 기후를 바꿀 수 있을 정도.
졸업을 하더라도 단련을 잊지 말고, 정령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떠나가는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아닌가.
하지만 그만큼 요정 여왕 엘피라네의 부담이 커지는것도 사실이다.
자신들의 힘을 조금씩 지불하여, 라피스라줄리에게 보태주고, 그걸 조율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니까. 이만저만한 품이 들어가는게 아니다.
“아, 아무리 울프람의 부탁이라고 해도.”
“엘피라네, 너와 나의 인연은 그 정도로 흔들리는 것이 아닐터다.”
“···윽.”
“거기에 너에게 항상 도전하던 이브도, 라피스라줄리와 너와의 길고 긴 관계도, 나와 실피아의 우정도, 이브와 실피아의 인연도 모두가 소중한 것 아닌가.”
“······으, 으윽. 윽.”
하지만.
어?
나랑 파트라슈는 어? 같은 밥도 먹고, 같이 장사도 하고, 너도 나도 남이 아니고, 나랑 이브는 남인데 어? 너랑 이브랑 이브랑 실피아랑 실피아랑 너랑 너랑 나랑 어? 그렇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남인가.”
“······윽.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그래!
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