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11)
§ 310. 반역, 성공적
10월. 졸업생들이 슬슬 졸업을 눈앞에 두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떠나보내며 쓸쓸함과 함께, 우리들이 곧 이 제프린의 최고학년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지금.
각 동아리의 주역들은 2학년들에게 맡기고, 4학년으로 올라가는 3학년들은 대부분 취업과 진로의 고민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신화제 기간을 이용해 내년 입학이 예정되어 있는 성적 우수자들.
그러니까 아직 1학년조차 되지 않은 응애들은, 가급적 이 기간에 제프린을 탐방하고,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이 다른 일반 신입생들과는 다른, 선택받은 1학년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한 줌속에서 또 한 줌.
학년 중 세 사람이나 될까 싶은 진짜 ‘혈통조차 다른 괴물’들은 다른 일을 한다.
그래.
스피카 트라이스타처럼 말이다.
“으음. 여기가 제 기숙사 방이 되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트라이스타 양.”
“나쁘지 않네요. 다만 글레스트헤임이 아닌 게 조금 아쉬워요.”
“거기는 제1기숙사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언니분 되시는 아일라 양의 경우야 그 곳의 최상층을 거의 홀로 쓰고 계시지만요. 그 외에는 ···기숙사 별관을 하나 통째로 빌려서 글레스트헤임과 본인의 별장을 오가시는 레지나 양이 계십니다. 그런 일도 가능하십니다만.”
“음. 그 정도의 돈낭비는 하고 싶지 않네요.”
부동산업자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프린에는 크게 두 가지의 기숙사가 있다.
하나는 사립 기숙사. 이건 마이더스의 손과 각 동아리들의 이권이 얽혀서, 돈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기숙사다.
허나 재학 중 월 이용료만 백만 린에 달하기 때문에 재력 자체가 스테이터스인 학생들이 아니면 사용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에 준하는, 기숙사 품질은 조금 낮을지 몰라도 명예를 무기로 싼 가격이 함께하는 공립 기숙사. 여기는 월 십만린 언저리면 수많은 권리가 보장이 되며, 이에 따라 자신의 성적을 증명하려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지금의 스피카라면 언니와 같은 제1기숙사는 못 들어가도 제3기숙사는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사립 기숙사중에서도 최고급 기숙사를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
입학은 당연하며, 공립과 사립을 오갈 수 있는 특권.
그건 스피카 트라이스타 정도 되는 예비 입학생에게만 허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으음. 조금 더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스피카는 부동산 업자를 돌려보낸 후, 바로 8 마법학부를 향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언니!”
“스피카. 기숙사는 잘 알아봤니?”
“···으음. 다 별로였어요. 물건 자체는 좋은데 사람을 호구 보듯이 보더라고요.”
“후후. 가문 자체에 돈이 많으니, 월에 십만 린 정도 더 받아먹어도 서로 모르쇠로 일관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그야 그렇지만···. 제가 버는 게 아니라 집이 버는 거니까요. 제 광산도 있긴 하지만요.”
볼을 부풀리는 여동생이 마냥 귀엽다는 듯. 아일라는 그녀의 볼을 쿡쿡 찔렀다.
“그래서, 기숙사는 아직 못 정했구나?”
“물건은 좋지만, 좋다는 이유만으로 웃돈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어머. 눈도 까다롭기는. 그럼 앞으로 제프린에 체재할 때는 어디에 머무를 거니?”
“으음. 글쎄요. 일단은 어디로 할지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어요.”
그리 말하는 스피카의 표정은 평온했다.
언니가 쓰는 기숙사는 방이 여러 개가 있으니 당장 거기에 머물러도 된다.
거기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시기에 방 몇 개 정도는 하루 십 만 린 선에서 충분히 머무를 수 있다.
안 된다면 학생회에 몸을 의탁해도 된다.
이브가 스피카를 든든히 밀어주기로 한 이상. 학생회의 손님들을 위한 객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어주리라.
말 그대로 골라잡으면 되는 상황.
그렇기에 스피카는 고민하지 않되 선택을 망설였다.
어디가 좋을까.
어디로 할까.
그리고 생각의 꼬리를 물고 떠오른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보니 언니.”
“응?”
“울프람 오라버니는 ···왜 기숙사로 복귀하지 않으시는 걸까요?”
“······그야 울프람의 입장은 복잡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란다.”
“아···. 그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기숙사 복귀가 어려우실까요?”
“······.”
스피카의 그 물음에 아일라도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울프람의 기숙사 복귀.
그게 완전히 불가능하냐고 물으면···.
“으음. 그건 아니네. 가능해. 1기숙사는 힘들어도, 2기숙사 엘 가든은 가능해.”
글레스트헤임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제2기숙사인 엘 가든은 충분히 가능할거다.
이브도 파티원이니 울프람이 복귀한다고 하면 쉬쉬할거고, 최근 울프람의 교내 이미지가 나쁜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교수진들도 울프람에게 호의적이니까.
“생각해보세요. 울프람 오라버니가 기숙사에 돌아온다면, 같이 수업에 듣거나 방과후에 함께 지낼 시간들이 확 늘어나지 않나요?”
“······!”
“편의점 사무실 ···오라버니의 침실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기숙사보다 편하지 않을거라고 장담해요.”
“그, 그야 그렇지만.”
“그러니까 언니. 오라버니를 설득해주세요. 기숙사로 돌아오시게끔요.”
“······울프람을 그렇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어. 좋아. 해 보자. 그나저나 스피카. 장한 생각을 했네.”
“제가 기숙사에 들어가서 불안해질지 모르니까요. 저도 엘 가든에 들어가서, 잔뜩 지도 받고 싶은걸요.”
스피카는 방긋 웃었다.
티끌 없이 밝은 미소였다.
***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만들던 도중.
갑작스레 들이닥친 트라이스타 자매에 의해, 나는 강제로 테이블에 대화를 하러 끌려 나오게 되었다.
“기숙사 말인가.”
“네. 울프람의 잠자리가 편하지는 않잖아요?”
“음.”
“거기에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수발을 드는 이가 있으니까요. 이제는 슬슬 복귀해도 될 거 같은데요.”
“······.”
틀린 말은 아니다.
기숙사라.
켈터스로 플레이할때는 기숙사 생활이 정말 재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같은 기숙사 한정으로 가장 호감도 높은 히로인이나 친구가 문을 두드리며 깨우러 와 준다.
아침 훈련을 마치고 씻으면서 점심의 일정 이야기를 한다.
오전 수업을 들으면서 우정을 쌓고, 점심에는 약속을 잡고, 오후수업을 듣고, 훈련을 받고, 방과후에는 친구들과 거리를 돌아다닌다.
일정을 관리하면서 우정 스테이터스, 인연 스테이터스를 쌓고 모험을 떠나고, 말 그대로 인싸의 삶.
그래.
내가 그렇게 살면···.
“······.”
하루 만에 탈진해 죽을 자신이 좀 있는데 말이지.
체력 4에게 무슨 짓이냐 네놈들, 피도 눈물도 없는 건가.
아무튼.
“흥미 없다.”
“그런가요? 지금보다 나은 삶이 될 거 같은데···.”
“음.”
“건전하잖아요. 규칙적인 일정. 우정. 운동! 자기 자신의 관리도 중요하다고요!”
정론이다.
이 녀석은 한 때 악역이었으면서 왜 이렇게 올바르고 똑바르게 사는걸까.
아니. 아니지.
원래 악당은 정론을 말하는 법이다.
‘인류의 발전이 자연을 멸망시킨다! 인류는 멸해야 한다!’ 라거나 ‘누군가가 희생함으로서 세계가 구원 받는다면 그 희생은 올바르다!’ 라고 말하는 쪽은 보통 악당이다.
그러니까 악당은 언제나 ‘현실’을 대입해 ‘논리’로 줘팬다.
그럼 주인공 측. 즉 아이는 뭐로 반격하냐면 ‘이상’으로 반격한다. 예를 들면 ‘인류도 자연의 일부다!’ 라거나 ‘한 사람의 희생으로 구원받는 세계는, 반대로 한 사람조차 구하지 못하는 거다!’ 라는 말을 하면서 적을 부수잖아.
즉.
현실적인 이론을 부수는 건 언제나 궤변적 이상론이다.
그러니까.
“내가 기숙사에 가면 편의점에 출퇴근하기가 번거롭다.”
“파트라슈를 불러서 출근하면 되잖아요?”
“내가 기숙사에 가면 편의점의 치안이 위험하다.”
“파트라슈를 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내가 기숙사에 가면 편의점에서 오가는 시간동안 시간 낭비가 심하다.”
“파트라슈가 끄는 흑왕호에 연구실을 설치하면 되잖아요?”
아니 맞긴 한데.
파트라슈가 불쌍하지도 않니?
어떡하지. 갑자기 궤변이 안 통하는데.
“아무튼. 나는 지금 편의점에 몰두하고 싶다.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알아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에요.”
“뭐라?”
“울프람이 편의점을 신경 쓰니까. ···아니 편의점만 신경 쓰니까 건강도 안 챙기고,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음.”
그런 걱정을 시켰나.
하지만···.
“그래도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미안하게 됐군.”
“네. 뭐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어요.”
아일라는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 선에서 대화가 멈추지만···.
아무래도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는 한 가지 더 생각이 있었나보다.
“이쪽에는 이쪽대로 생각이 있답니다. 요컨대. 울프람이 기숙사에 안 간다는 것을 참작하면서, 이쪽은 이쪽대로 울프람의 걱정을 챙기는 방법.”
“······그런 게 있단 말인가?”
“예. 물론이죠. 조금의 품이 들긴 하지만, 없을 이유가 있나요?”
“······.”
그런가.
있구나.
그리고 나는 곧, 그게 어떤 방식인지 알게 되었다.
***
며칠 후.
이브 폰 로엔그린이 편의점에 찾아왔다. 하여 무슨 일인가 하고 물으니.
“···울프람. 당신 약혼녀는 없나요?”
“아일라 말인가? 없다. 아일라를 왜 찾지?”
“음. 당신도 남은 아니니 이야기 할게요.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서 이상한 제안서가 들어왔어요.”
“이상한 제안서?”
“정말, 저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 근처의 땅을 더 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재개발 안건이 있나?”
“알면 투기 목적이라고 막았겠죠. 적어도 제가 학생회를 이끄는 와중에 그런 안건은 하나도 없어요.”
“그렇군. 그런데 산다고 했다.”
“네. 내년에 마법학부 입부생이 특별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여전히 죽어있는 땅이고 ···향후 십 년은 성장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데 말이죠.”
“그런데 산다고 했다고···?”
이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둬 아일라.
어째서 돈을 땅에 버리는 짓을 하는 거냐.
“그래서 구매 목적은?”
“목적은 적었는데···. 아무리 봐도 면피성 목적인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에요. 혹시 여기에 뭐 기지같은거 설치할 생각이에요? 사병 훈련장? ···그런 건 용납 못 하는 거 알죠?”
“그럴 일은 없다. 적어도 아일라도 그럴 일은 없다.”
······.
아니 원작과 비교하면 아예 없다고 하긴 그렇다.
아일라가 세력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진짜 반역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
그건 검은 깃발과 연계에. 이 제8마법구역을 ‘반역자들의 훈련소’로 이용했던 것도 한 몫 했거든.
하지만 이제와서 아일라가? 혹시 진짜 보스로 각성하나?
······음.
아니다. 이제 아일라에게 그럴 일은 없다.
“으음. 그럼 더 이상한데 왜 땅을 더 사려는 거지?”
“그건 제가 설명할게요!”
그리 말하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온 것은, 아일라였다.
“본인이 왔네요.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브. 저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땅을 사려고 했는데, 그 이유까지 설명해야 하나요? 돈을 냈고, 목적도 실제 수상하지 않음. 이걸로 끝 아닌가요?”
음. 아일라의 논리에 헛점은 없다.
나는 이브를 빤히 바라봤고,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더니 소리쳤다.
“···그야 해야죠!”
“어째서죠?”
“그 목적이 수상하니까요!”
“수상한가요?”
“음. 애당초 그 목적이 뭐지?”
내 물음에 이브는 한숨을 내쉬고는 신청서를 내밀었다.
토지 구매 신청서. 목적은···.
“···기숙사 설립?”
“네! 하나도 수상하지 않잖아요? 울프람은 이해했죠?”
아 이해했지. 완전 이해했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물론. 허나 이브는 깨닫지 못한 듯 하니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렇군요. 이브는 딱하게도 알지 못했으니 설명할게요. 그러니까요. 저희들은 꽤 불편하게 모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불편하게 모인다.”
“네. 원정을 나갈 때도 그렇고, 울프람이 지시를 내려서 어디에서 모인다. 이렇게 시작한 경우는 많아도, 전날 한 자리에서 수면을 취하고 준비를 갖추고 같이 떠나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야 그렇다.
그러니까 즉.
“평소에는 자기가 보내는 기숙사에서 지내도 괜찮고, 원정 출발 전이나 돌아왔을 때 지쳤다면 이 기숙사에서 보내도 괜찮고, 심심할 때 와서 자도 괜찮은 ···울프람 파티만을 위한 전용 기숙사! 어때요!”
“······채산성은 하나도 생각 안 하는군요?”
“어머, 이런 기숙사 백 개를 굴려도 괜찮답니다?”
이브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일라는 여유롭게 웃었다.
“울프람···. 당신은 혹시 찬동하는 것 아니죠? 제8마법학부에 울프람 당신만을 위한 기숙사가 생기고, 거기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인선이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면 뭔지 알아요? 자칫 잘못하면 반역이에요 반역! 반역 모의라고요!”
“완벽해요! 그 인식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군요!”
“아 진짜!”
이브는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그 반역 모의 소문을 막고서고 의심을 불식시키고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하는 건 이브니까 당연히 화낼만도 하다.
“···울프람.”
“음.”
“아 진짜···.”
이브의 시선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니.
솔직히.
나쁜 제안은 아니잖아···.
“이브. 찬동하든 하지 않든 이미 늦었답니다?”
“뭐라고요?”
이브의 말에 대답하듯 들려 온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거대한 굉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마치 땅을 다지는 듯한···?
“스피카의 골렘이 이미 땅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그 위에 제 흑수정과 철광석. 마정석. 그 외 합성금속을 섞어서 기둥을 다질 거에요. 트라이스타의 공사가 얼마나 화려하고 강대한지 직접 볼 수 있겠네요.”
“【이미 늦어버린 방해. 모든 반역은 이미 시작했고, 시작 한 순간 완수된다】 인가.”
“예에! 역시 울프람은 잘 아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 그대로에요!”
“······아니.”
이건 아일라. 네가 이브에게 했던말이다.
아무튼 이건 이미 변조된 4막의 전투를 연상시키는군.
재밌는 건.
“···아 진짜.”
이번에는 이브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는 것.
또 아일라의 반역이 성공했다는 점이었다.
유쾌하고 귀여우며, 실로 아일라 다운 반역을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