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15)
§ 314. 비매품
밀푀유 폰 사브레.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신뢰하는 울프람 편의점 2호점의 사장님은, 최근 매일매일이 즐거우면서, 동시에 어딘가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우선 편의점 2호점에 놀러왔던 루디카의 변화부터였다.
“밀푀유. 잘 지냈나?”
“네. 선배님도 잘 지내셨죠?”
“음! 정말 잘 지냈지. 얼마 전에는 울프람과···.”
“울프람 선배님과요?”
“후후. 아무것도 아니다. 음음. 정말 잘 지냈지.”
“······.”
밀푀유는 잠깐 루디카의 얼굴을 바라봤다.
으응.
뭔가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그것도. 엄청 좋은 일이.
“그렇군요.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으응. 후후. 아주 좋은일이 있었다.”
이거.
뭔가 있다.
정신적으로 무언가의 속박을 던져버린 소녀의 반응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또 한 번 울프람 선배님과 좋은 추억을 쌓았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여.
어찌하여 밀푀유는 이런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가 하면.
그건 전부 스승님 덕분이다.
자신의 연애스승님 연애 경험은 없지만 소설만큼은 엄청나게 읽어서 대도서관의 연애현자라 불리는 요거트께서 말하시길.
【밀푀유. 한 남자를 둔 다각관계에 있어서 너 같이 평범하고 특색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의 마음을 휘어잡는 법은 우선 너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하는거야.】
【그 점에 있어서 너는 훌륭해. 후배. 같은 일을 하는 사람. 거기에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으니까 분명 울프람 선배님이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건 분명해.】
【하지만, 잘 알아둬. 그건 그냥 호의일 뿐이고, 연애 감정은 전혀 별개야. 연애 감정을 느끼게 하려면 우선 대등한 위치에 있거나, 네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해.】
【즉 후배 티를 벗고 연애대상으로 보이는 법 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마.】
【그리고 두 번째로, 눈치가 중요해. 안타깝게도 너는 순수한 매력만으로는 다른 분들을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눈치를 키워.】
【그래서 네가 파고들 수 있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아. 그걸 위해선 우선 네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위치 선정이 우선이야!】
【예를 들면 갑자기 네가 신하가 되거나 밝은척 하면 어디까지나 네프티 선배님. 루디카 선배님의 모조품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까 우선은 네 고유성을 살리면서 연애 대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
【알겠어? 다른사람의 연애 방식이 아냐. 너만의 연애를 하란 말이야!】
하여 밀푀유는 우선 눈치부터 키웠다.
그 눈치의 결과 밀푀유는 깨달을 수 있었다.
“요거트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어.”
선배님의 믿을 수 있는 후배.
2호점을 맡길 수 있는 후배.
이 두개의 이점을 이용해 편의점을 이어서 맡고, 함께 편의점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된다면 선배님의 가장 큰 뜻을 따르는 후배가 되는 것이며, 그 결과 언제든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리 생각했고, 편의점 2호점은 무척이나 영광이라 생각했다.
허나.
연애 스승님인 요거트는 밀푀유의 ‘나 이제 편의점을 이어서 2호점 주인이 될거야!’ 라는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왕성을 떠나 지낸 왕자가 왕이 되는 경우는 없었지.】 라고 말씀하시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엇인가 했지만, 이내 알 수 있었다.
1호점에서 울프람 선배님 곁에 있는 쪽이, 몇 배나 이득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
이 뒤의 미래는 어느정도 그릴 수 있다.
선배님의 압도적인 개발력이 있으면, 아마 제프린을 넘어서서 이 대륙 전체의 철도를 깔고, 균질의 물건을 균등하게 대륙 전체에 뿌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항상 자신이 있을 것이다.
허나. 생각해보라.
이 뒤로 십 년. 이십 년. 선배님 곁에서만 있으면서, 자신은 최초의 편의점 2호 점장 겸. 울프람 편의점 상회의 최고 간부가 되어서도 ···그저 선배님 곁에만 있을 뿐이다.
연애고 뭐고 없다. 그저 선배님 바라기. 그떄도 그냥 멍하니 있겠지.
그 때 가서 지긋하게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날카로운 눈매와 자상한 미소를 가지신 선배님께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밀푀유는 연애 이야기가 없군. 좋은 사람이 있다면 슬슬 일이 아니라 개인사에도 눈을 돌리는게 좋지 않나.】
“······흑.”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운다. 울어버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후회하겠지. 그 때 2호점이 아니라, 1호점에 딱 붙어서 선배님 곁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어떻게든 해야 해.”
밀푀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말 어떻게든 해야 한다.
***
자고 일어나니, 밀푀유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좋은 아침이다. 아침 일찍 무슨 용무지? 2호점에 문제가 있나?”
“아···. 으흠. 네! 맞습니다! 2호점에 문제가 있어요!”
“······.”
문제 있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묘하게 박진감 넘쳐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니 문제가 있다는데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것도 신기하긴 한데 말이야.
그래서.
“어떤 문제지?”
“으, 으흠. 계절은 가을! 그, 그러니까 중간고사도 끝나고,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가을!”
“그런가.”
“······아닌가요? 선배님들은 졸업하시고, 1학년들도 여기저기서 마음이 느슨해진 경우가 많이 보여서···.”
“음.”
그건 제프린의 함정이다.
1학년 가을부터는 이브 루트를 타겠다고 정했다면 히로인도 정해지고, 아일라 트라이스타도 넘어섰고, 슬슬 게임에 자신감이 붙는다.
하지만 뉴비 절단기를 부쉈다고 해서 중수 절단기가 가동하지 않느냐면 그건 아니다. 이 게임은 초반부보다 후반부가 압도적으로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브 서브퀘만 주구장창 하면서 육성을 소흘하게 했다간 2학년부터 피똥싼다.
하지만···. 나는 켈터스도 아니고, 밀푀유의 말도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음. 편의점에 오는 손님분들 중에는 최근에 ···여, 연인이 꽤 많이 늘었거든요.”
“그렇군.”
“그, 그래서 기간 한정으로라도 ···여, 연인을 위한 상품을 넣으면 어떨까요?”
···.
놀랐다.
재능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의 상재(商材)가 있었나.
자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팔고 발렌타인에는 초콜릿을 팔고 화이트데이에는 사탕을 팔아야 하는 법.
행사 다음날부터 2+1 행사를 할지언정 그 전날까지는 곱게 포장된 물건들을 내놓는것이 국룰 아닌가.
그러니 이렇게 마음 풀어지는 가을에 무언가 행사를 해보자. 라는 제안인 것이다.
이런 걸 놓치고 있었다니, 아니 ···이런 점을 눈치채고 있었다니.
역시 밀푀유는 곁에서 중하게 크게 써야 할 녀석이다.
물론, 너무 일을 열심히 하느라 십 년 이십 년 흔한 연애담조차 없을 거 같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때 가서 눈치챈 내가 조언해주면 이미 늦잖아?
뭐 아무튼.
“그래서, 어떤 물건을 팔지 정한게 있나?”
“네? ···아, 그건 아직 못 정했는데요.”
“그런가. 그렇다면, 같이 정해보는건 어떻겠나.”
“같이,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저와 ···저와 연인들의 행사를 위한 이벤트를, 같이···?”
···음.
말해놓고 보니, 확실히 그럴 나이긴 하다.
연애나 사랑 같은거에 관심이 많아서 함부로 하기에는 부끄러운 사춘기.
미성숙한 시기.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인. 하류문화!
생각하면 부끄러울만한 제안이다.
“싫다면···.”
“하죠! 선배님!”
어.
싫은게 아니었다고?
***
이후 밀푀유는 하나 둘, 제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의 부끄러움 가득한 모습은 어디갔는지, 밀푀유는 어느 순간 깔끔하게 기어가 들어간 자동차마냥 자신이 생각한 것을 읊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연인용 상품을 두 개 묶음으로 파는거에서 시작하죠. 연인들이 온 점에서 하나씩 수요가 있는 셈이니까요.”
“호오. 예를 들면? 어떤 물건들이지?”
“음. 컵은 어떨까요? 하늘색과 분홍색 컵을 준비해서 한 묶음으로 파는거에요.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분명 수요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나쁘지 않다.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개량안을 주지.”
“···네?”
“컵에 그림을 그린 걸 도면화 한다면 직사각형의 긴 종이가 되겠지? 그걸 둘러 감으면 컵의 옆면이 되지 않나.”
“아, 네. 그렇겠죠?”
“그럼 여기에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
나는 종이 두 장을 준비해.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토끼를 그렸다.
옆을 보고 있는 토끼는 한 명은 제프린 남성 교복을, 한 명은 제프린 여성 교복을 입고 있었다.
“와아 귀엽다···.”
“그럭저럭 괜찮은 재주 수치가 있어서 말이다. 그림 자체도 괜찮게 그려지는 듯 하군.”
“후후. 정말 귀여운걸요. 그래서 이렇게 컵에 그림을 그려서 파는건가요? 정말 잘 팔릴거에요.”
“아니 그게 끝이 아니다. 자 봐라. 【악세서리 제작】”
컵은 악세서리 제작으로 들어가냐고 하면. 정답은 ···【맞다】
예를 들면 작중에서 【이브가 선물한 작은 컵】을 착용하면 소소하게나마 스테이터스가 올라간다.
유리컵인데 어떻게 전장에서 개같이 굴러도 안 깨지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게임이라고 치자.
아무튼, 컵은 악세서리로 구분이 가능하고, 구분할 수 있다면 제작할 수 있다.
나는 그림을 그대로 밀어넣은 컵을 제작해 만든 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잘 봐라. 컵을 딱 붙여서 이렇게 살짝 서로 마주쳐 돌리면···.”
“아······!”
두개였던 하트가 하나로 맞춰지면서 토끼 그림이 서로 입맞춤을 하듯 변한다.
밀푀유는 컵을 떨어트려 하나씩 보다가, 다시 맞춰보고는 다시 한 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런거 하나하나가, 연인들에게 좀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셈이지.”
“와아···.”
“연인들은 감성으로 사는 관계. 그렇기 때문에 감성 장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네요.”
밀푀유의 자책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질타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느껴졌나.
“아니. 네 제안이 아니었다면,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맙군. 네가 곁에 있어줘서 다행이다.”
“선배님···.”
“음. 질타할 생각은 없었으니 ···어디보자.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가지고 싶은게 있나?”
“······딱히. 아. 음. 아니다. 있어요! 저도 하나 가지고 싶고! 하나는 선배님께서 가지셨으면 좋을 물건!”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이쪽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
뭐지 대체?
그렇게 비싼건 없는데.
***
며칠 후.
제프린 편의점 2호점.
즉 학생회점에는 새로운 매대가 생겼다.
매대 위에는 ‘연인들을 위한 선물 세트.’ ‘사랑에 빠진 당신을 위한 고백 세트’ 등의 물건이 양껏 놓여져 있었으며, 그 안에 그려진 토끼 그림들은 하나같이 귀여워서 다들 연인 선물용으로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어느 정도의 인기였냐면.
“이 토끼 그림의 화가는 누구죠?! 이 캐릭터. 분명 대박 날 거에요! 저희 시엘라 가문에서 꼭 섭외하고 싶은데요!”
라면서 레지나 시엘라가 찾아와 물어볼 정도였다.
물론 밀푀유는 아하하 웃으면서 거절했고, 레지나 또한 크게 묻지 못했다.
아무튼, 밀푀유는 파티의 대선배님이셨으니까.
상재라고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시엘라가 눈독을 들일 정도였으니 판매량은 어마어마했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체력적 한계가 있어 물건은 극도로 희귀했다.
그리고 손님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직전,
‘휘구한 물건을 구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는 것. 상대방을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명이라는 소문을 붙여라’ 라는 울프람의 지령.
그 지령은 실로 훌륭하여 소문은 순식간에 폭풍처럼 과장되었다.
결국 ‘이 토끼 그림이 그려진 굿즈를 선물하면 무조건 고백에 성공한다.’ 라는 소문까지 불어났고, 손님들은 이제나 저제나 물건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기사학부의 단골 여학생은, 물건을 찾던 와중. 사장님의 카운터에 놓여있는 분홍색 컵을 바라봤다.
“···어머. 밀푀유 님도 하나 가지고 계시네요?”
“아. 네. 후후. 아쉽게도 비매품이랍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밀푀유 또한, 분홍색 토끼가 그려진 컵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완성된 디자인이 아니라 뭔가 좀 더 초기판 같은 느낌의 분홍색 컵.
허나. 아무리 찾아봐도 한 짝이 되어야 할 푸른색 토끼의 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다른 한 쪽이 안 보이네요. 혹시···?”
“아. ···후후. 네. 한 쪽은 정말 멋진 분이 가지고 계세요. 다른 한 쪽은 제가 선물받은거고요.”
“어머···.”
손님의 물음에 밀푀유는 곤란하다는 듯 미소로 응대했다.
한 마디의 거짓말도 없었기에 더더욱 진실된 미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