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16)
§ 315. 멈추는 거 아니다
커플의 날의 상품은 지나칠정도로 많이 팔렸다.
정말.
지나칠정도로 많이 팔렸다.
이대로 편의점이 아니라 커플용 샵만 운영해도 매출이 우주너머로 날아갈 자신이 있다. 스타 링크는 오늘부터 이 울프람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설마.”
“왜 그러나요. 울프람?”
“아일라.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만.”
“어머. 울프람이 궁금증이라니 ···좋아요.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로 말씀드릴게요.”
아일라는 오늘도 편의점에 와서 테이블에 턱을 괴고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제프린에는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나 행사가 없는가?”
“신화제를 포함한 기본 4대 축제는 있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다른 것 말이다. 예를 들면 모두 모여 쿠키를 먹는 날이라던가. 그런 소소한 기념일부터, 이 날 고백하면 성공한다. 같은 연애성취의 날. 그도 아니면 학생회에서 직접 진행하는 기념일도 좋다.”
“들어 본 적 없네요.”
“그렇군.”
사실 그래. 여기까지는 나도 이해한다.
고기의 날이나 사대축제. 그도 아니면 극히 희귀한 몇 개의 날을 제외하고는 게임 내에서도 노는 날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여긴 제프린이고, 대부분 학생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 한들 놀고싶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터.”
“으음···. 그게 말이죠. 사실 저희들의 선배 시절때는 몇 개 있었다고 들었어요. 집단 훈련의 날이나 창의 날, 검의 날을 정해서 그 무기로만 훈련을 한다던가···.”
땀냄새 나네.
아무튼 그런 날을 이야기 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들어보기로 했다.
“왜 사라졌지?”
“기사학부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념일이었는데 당대 학생회장이셨던 이오 님의 원정 대 실패 때문에···.”
아.
“당대의 기사학부의 학풍은 꽤 자유로웠다고 들었어요. 당연히 이오 님께서는 기사학부를 풀어주기 위한 당근으로 쓰셨죠.”
이브는 흑수정으로 손가락 한 마디만한 칼을 여러자루 만들어서 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다가 대원정이 실패로 끝나고는 여론을 다잡기 위해 바로 강경책으로.”
마치 춤을 추던 칼은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춰 기립했다.
그렇군.
그런 끔찍하고 어마어마한 결과가.
이오의 원정 대 실패.
얼음여왕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의 땅을 원정하겠답시고 갔다가 원정군을 전부 말아먹고 전원 상태이상:빙결 상태이상:동상에 걸려서 병원에 쳐박아버렸던 사건이다.
“······.”
“음. 이건 울프람한테도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네요. 미안해요.”
그 뒤로 이오의 지지도는 떡락. 녀석은 후계자 중에서도 최약체야 엔딩을 찍고는 울프람에게 인수인계도 안하고 학생회장 자리를 넘기고 빠른 런.
당연히 자존감 쓰레기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천하는 내것이다. 라면서 날뛰었다가 그대로 이브에게 칼맞고 옥좌를 빼앗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제프린 학생회장 변경 3연전.
원본 울프람이야 정무는 내팽개치고 나는 내가 추앙받으면 그만이에요. 삶을 살았다.
그 뒤는 이브인가.
“이브가 노는 날을 만들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는군.”
“뭐, 그 아이는 그런 성격이니까요.”
그래.
결과적으로 기념일이나 노는 날 따위 있을리가 없다.
즉 제프린에는 지금 노는 날도, 기념일도, 교칙으로 지정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인가?
호오.
그렇다면···.
“만들면 되겠군.”
“네?”
“기념일 말이다.”
“···그렇군요. 드디어 마음을 굳히셨나요.”
“음.”
“그렇다면 ···저는 따를게요. 울프람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저희는 함께니까요.”
“······음. 음?”
“이브 폰 로엔그린을 쳐내고,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왕좌에 앉는다. 울프람이 다시금 학생회장의 자리에 올라서고 싶다는 말을 할 줄이야. 허나 ···이브 또한 고락을 함께 넘어섰던 파티원. 그녀를 쓰러트리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저는 함께 할게요.”
“아니,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지?”
“네? 그야 기념일을 만든다는 건 ···학생회장이 되어서 다시 한 번 교칙을 수정한다는 거 아닌가요?”
“아니다. 그럴리가 없지 않나.”
“······으, 으음? 그럼 어떻게 반역을 성공해서 제프린의 율법을 바꾸는거죠?”
“아니, 아니다. 기념일이라는 건 말이다. ···억지로라도 우겨넣으면 어떻게든 된다.”
“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 날이 기념일이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건.
상인이 아주 잘하는 일이다.
***
그 뒤로 나는 잽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인맥을 활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셀럽들이 이 기간. 그 날을 기념일 시즌, 기념일 당일이라 느끼게끔 바람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겨냥해 이런 날이 있는지 우선 언급하는게 중요하다.
우리가, 위대한 선조들이 즐겼던 날을 함께 즐기는 역사와 전통의 재발굴이라고 하면, 학습적으로도 전통적으로도 그리고 학생들의 ···소위 말하는 뽕이 차는 일도 된다.
예를 들면 마법학 강의를 하는 교수님께 로비 끝에 강의 중 이런 말을 넣어달라고 청탁한다.
“다들 수업 내용이 힘들어 지쳤나보군요. 그럼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어디보자. 그러고보니 위대하신 초대 황제님께서는 황후님께 청혼할 때.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다섯가지 보물을 주겠다는 말씀을 하셨죠.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그 다섯개 중 세 가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하나는 빗과 거울. 다른 하나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반지였죠.”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교수님의 사담을 흥미진진하게 듣기 시작하겠지.
‘됐고 첫사랑 이야기나 해보세요.’ 같은게 아니라
진짜 전설. 신화의 인물의 사랑 이야기는 이 시대의 로맨스 소설보다 두근거릴테니까.
“나머지 셋은 그 어떤 역사서를 봐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실제 어떤 물건이었는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사랑하셨기에 그 물건 하나하나가 단순하지 않을거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설에 따르면 이 중간계의 평화를 선물하겠다. 라는 추론 또한 있더군요. 뭐 어디까지나 추론입니다.”
너와 결혼하고 싶으니, 이 차원을 구하겠어. 라는 말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그 말에 여학생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남학생들은 영웅적인 풍모를 느꼈다.
“그 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으흠.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당시 그 청혼은 실로 비밀리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당대의 중간계 수호군대는 모두가 하나의 뜻으로 뭉쳐있었기에, 그 소문이 엄청 빠르게 돌았다는 겁니다. 즉 다섯가지 선물을 준비해 청혼을 해라. 연애를 시작하고 싶으면 두 가지 선물을 준비해라. 이런 식으로 유행이 번졌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학생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결혼은 너무 무거운 이야기지만, 신화의 시대 선조님들께서 연애를 성취하기 위해.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그 선물들 중 선물인 빗과 거울. 그리고 보석의 반지는 그나마 구하기 쉬운 물건이었기에 역사서에 남을 정도였고, 그 결과 정체를 알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교수는 으흠 하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고보니, 역사서의 추론에 따르면 청혼을 하셨을 때는, 곡식이 무르익어 모두가 풍족했던 가을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 말에 학생들의 눈에 불길이 감돌았다.
빗과 거울.
그리고 반지.
분명 비싼 물건이지만···. 사랑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물론 여러분들은 면학에 힘쓰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연애는 제프린 졸업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셨죠?”
교수는 면피성 발언으로 끝냈지만, 한 번 당겨진 불이 꺼질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들은 것은 셀럽들의 소문.
네프티. 아일라. 레지나. 루디카. 밀푀유.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소문을 폭발시켰다.
“그러고보니까 학생회실에 있는 편의점. 이번에 기념일을 만들면서 특별한 물건을 팔더군요.”
“역사와 전통을 따른다며 빗과 거울. 그리고 반지를 판다는 풍문이 있어요. 반역적이지 않나요?”
“그 편의점 뒤에는 황실이 연관되어 있으니 그 기념일이 거짓일리는 없죠.”
“아하하. 루디카도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낭만이 있지 않나.”
“···어서오세요! WR 2호점은 지금 청혼의 날 특별 행사를 진행중입니다! 거울과 빗. 반지를 염가에 팔고 있답니다!”
소문은 불길처럼. 그리고 불길은 바람을 타고, 제프린 전체를 감쌌다.
***
밑작업은 끝났으니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할 시간이다.
자. 우선 빗과 거울. 그리고 반지를 만든다.
빗과 거울을 만드는 건 좀 어렵지만, 이건 그만큼 희소하다는 상징이다. 이건 많이 안 만들어도 돼.
중요한 것은 반지다.
반지는 당연히 가짜 보석이고, 가격도 싸다.
커팅만 제대로 해서 사이즈만 맞춰놓는다.
그 다음은 반지 프레임. 이건 전에도 한 번 만들어봤기에 끝없이 생산 가능하다.
허나 디자인은 공을 들였다.
원작 게임의 악세서리 중. 히로인에게 선물하면 무척이나 좋은 결과를 얻는 반지가 있다.
그 이미테이션.
즉 짝퉁을 끝없이 찍어내는 것이다.
이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싶은 물건으로!
거기에 가격은 합리적으로!
그 결과 나온 것은.
대박.
그것도 초 대박이다.
“선배님! 오늘도 전부 매진됐어요.”
“···그런가.”
“반지 백 개가 오늘도 전부 매진이라 했나.”
“······네. 손님들이 엄청 찾으세요!”
그래.
그렇구나···.
솔직히 지금 나는 내 한계를 넘어서서 제조하고 있다.
먹힐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 위에 제작했지만 이건 먹혀도 너무 먹힌다.
최선의 수를 짜내기 위해 심지어 스피카에게까지 부탁했다.
우선 포장하는 골렘중 하나를 조합용으로 만든다.
홈이 빈 반지와 가짜 보석을 조합하는 골렘이다.
나머지 빗과 거울은 그냥 열심히 만든다.
【중급 마도 악세서리 제작으로 진화합니다!】
【중급 마도 악세서리 제작】
【5T】
악세서리 제조의 스킬이 미친듯이 올라가고 있다.
뭐야. 여기서 5T스킬이 왜나와. 싶지만, 진짜 미친듯이 찍어내고 있다. 컵은 덤이다.
하지만.
체력이 무려 두배가 늘어 4가 되었지만 이건 2일때보다 빡세다.
하지만 만든다.
편의점 사상 최초. 그리고 최고로 무언가를 판다는 실감이 있는 지금이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괜찮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거 아닐까요?”
“아니다. 그렇지 않다.”
기념일을 진짜 기념일로 느끼게 하려면.
그리고 그게 몇 년, 몇 십년을 지속되게 만들려면
바로 모든 사람이 그 날을 기념일로 기억하고, 그게 후대에도 전해지면 된다.
그러니까. 적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아 가을은 연애하는 날이었지. 라는 기억이 생긴다면 ···그리고 이어져야 한다.
“그러니까 만들고 또 만든다. 지금 여기서 끝나면, 한 순간의 풍물일 뿐이다.”
그렇게 만들고, 또 만든다.
멈출 수 있는 시간 따윈 없다.
“내가 지정한 고백의 날까지 제작한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다. 밀푀유. 오히려 너에게 민폐만 끼치는구나.”
“아, 아뇨.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이걸로 한 몫 벌면. 바로 편의점 3호점을 증설할 것이다. 그러면 너에게 편중되었던 손님들도 줄어들겠지. 조금만 참아다오.”
“아뇨. 저는 진짜 괜찮아요. 3호점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다 할 수 있어요. 진짜에요.”
“······.”
왜 갑자기 저렇게 냉정하게 말하는거지.
아무튼.
나는 계속해서 반지를 만들고 또 만들었다.
지정한 고백의 날 까지 남은건 일주일.
그러면 앞뒤로 대충 계산해서, 나는 10일간 천 개의 반지를 만든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도 이 반지는, 내 편의점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남을 수 있다.
【체력이 한계에 달했습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체력회복포션을 마십니다!】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너무 많이 마셨습니다! 속이 좋지 않습니다!】
상관없다.
만들고 또 만든다.
“멈추는거 아니다···.”
끝없이 만들고, 또 판다.
편의점이 처음으로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보냐.
나는 편의점의 왕이 될 남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