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18)
§ 317. 하늘에 손이 닿는 장소
이 반지가 썩 나쁜건 아니다.
모든 타격에 대해 1회 한정 절대방어라는건, 상대의 공격이 아니라 자폭데미지도 막아준다는 거다.
예전에는 이걸로 자기 자신에게 버프걸고 폭발마법을 배운다음 데미지를 배수로 올려서 적 한복판에 들어가서 폭발 버튼을 누르는것도 재밌었는데 말이야.
일명 폭☆8 빌드.
초반에 빠르게 중반지역을 밀고 잡템을 모으고 싶을때 자주 쓰던 빌드다.
그립구만. 나도 자주 했었지. 하하.
하지만 지금은 그 빌드를 딱히 쓸 이유가 없다. 필요도 없고.
초반에 암석지대에서 화끈하게 자폭해주고 광석 팔아다가 돈 땡겨서 템사는 목적이 주류였다.
아니면 억까가 너무 심한 악질 보스들 선빵치기용으로 썼다. 저거 한 방이면 웬만한 대형보스도 【상태이상:혼란】 상태다.
뭐 아무튼.
재미는 가득한 아이템인데, 막상 나에게 쓰라고 하면 쓸 일이 없다.
그야.
피격시 효과가 적용되는 아이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다.
애당초 안 맞으면 그만이잖아.
애당초 게임 기준으로도 패링. 백대캔. 평캔구르기. 앞대쉬앉약공캔퀵텝평퀵텝 뭐 아무튼 많다.
하면.
반드시 진짜 무조건 맞아야만 하는게 뭐가 있을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반드시 1회 피격을 허용하되, 그걸 씹고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장소.
“······흠.”
“울프람 왜 그래요?”
있다.
있었다.
반드시 맞아야 하지만, 그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지 않는 완전한 방어가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던 곳.
“그래서 울프람. 이 반지는 누구 줄 건가요?”
“음?”
“또 당신이니까 파티에 필요하니 뭐니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줄 거잖아요? 언젠가 제프린에서 칼부림나서 황손이 죽었다고 하면 그걸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하는건 제 책임이니까. 빨리 줄 사람을 정하고 죽어버려요.”
“음.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 반지를 누구에게 줄 건가. 라는 물음인가?”
“그거라도 알아들으니 다행이네요. 누구에요. 그래서?”
“흠. 그야 당연히.”
나는 반지를 들어서 주저없이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어? ···진심이에요?”
“당연하다. 이 반지의 주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브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처음으로 쓰는 것은 바로 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뭐. 왜.
이브 녀석. 또 내가 자기한테 줄까봐 기대했던거야?
그럴리가 있나.
이 반지의 첫 타자는 바로 나 울프람이다.
“어디에 쓸 건데요? 당신이 맞을 일이 있긴 해요?”
“있다. 정확히는 ···있을지도 모르지.”
“······.”
“그래서, 힘을 좀 빌리고 싶다.”
“어쩔 수 없죠. 진짜. 학생회장이 얼마나 바쁜지 알긴 해요? 하. 진짜. 그래서 또 어디 가는데요?”
“아니 너 말고 말이다.”
“······.”
나는 실피아를 힐끗 바라봤고, 실피아는 나? 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졸업생을 부려먹지 마라. 재학생.”
“아니. 너 말고 말이다.”
“······.”
“라피스라줄리. 나를 도와 줄 수 있겠나?”
[어머. 저 말이군요. 후후. 좋아요. 울프람. 제가 당신을 돕도록 하죠.]라피스라줄리의 바람소리가 들리고, 후후.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
“······.”
그리고 두 사람의 차갑기 그지 없는 시선도 느껴졌다.
“왜 그러지.”
“아뇨. 돌아가죠. 실피아.”
“네. 이브님. 라피스라줄리. 천천히 놀다 오도록.”
[그래요. 실피아. 후후.]뭐지.
진짜 왜 그러지.
***
아무튼.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를 포함한 네 명이었다.
우선 나는 당연히 들어가고, 그 뒤로 아일라 트라이스타.
그리고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필요없고 그녀의 정령. 바람의 상급정령 라피스라줄리.
마지막으로 블루 드래곤. 필티아 블루브리즈.
나는 셋을 호출했고, 이내 편의점 내에 세 명이 모였다.
이 중 인간이 두 명 밖에 없지만 명으로 세도 되는 건가.
뭐 아무튼.
“동생. 그 전에 그 반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어머. 언니. 저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필티아와 아일라는 우선 반지의 정체부터 물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태평하게 말했다.
【정신적인 압박감을 느낍니다】
【황실 혈통의 효과 발동. 모든 정신공격의 간섭을 무효화 합니다.】
?
너는 또 왜 켜지냐.
스킬에 버그가 걸렸나.
“일단 반지를 포함해 설명하도록 하지.”
우선 반지를 만들게 된 경로와 그 기능을 설명하자마자 황실 혈통이 꺼졌다.
뭔데 진짜.
아무튼, 그 다음이 진짜다.
이 반지로 갈 수 있는 곳.
그걸 위해 필요한 인물.
그리고 그 계획을 설명하자. 모두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도, 동생? 그, 그런걸 해도 되니? 그러다 크게 다치면···.”
“울프람. 뭔가 힘든 일이 있나요? 그렇다면 언제든지 말해줘요.”
“괜찮다. 그걸 위한 반지 아닌가. 그리고 만약의 경우에는 라피스라줄리도 있다. 그렇지?”
[으, 으음···. 저도 계획은 지금 들었지만, 제 소명을 완수하면서 당신을 지키는건쉽지 않은데···.]“······.”
아니 거기선 할 수 있다고 해야지.
다시 한 번. 나는 이 계획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의 효율에 대해 설명했다.
그걸 들은 아일라만큼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필티아와 라피스라줄리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부탁하지. 나를 도와다오.”
“···으, 동생이 그런식으로 말하면 누나도 도와 줄 수 밖에 없는데···.”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라피스라줄리의 단언에 필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 진짜 해야 하는 일이죠?”
“음.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다.”
“원래라면, 저도 끝까지 반대하고 싶지만···. 안 막을게요.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아니 진짜.
누가 죽으러 가냐고.
뭐, 죽을만큼 위험하긴 한데.
괜찮아. 까짓거 이런걸로 죽겠어?
안 죽어요. 안 죽어.
“······.”
아니 진짜 안 죽는다니까.
***
필티아 블루브리즈는 등 뒤에 느껴지는 두 명의 무게감을 느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본체로 변신해 하늘을 나는 지금. 등 뒤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분명 두 명이다.
드래곤이 어째서 등 뒤에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가. 그건 아주 간단하다. 신체 구조상 등 뒤에서 행해지는 공격에 한없이 무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력으로 어떻게든 튕겨내 볼 수 있겠지만, 상대가 자신보다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등 뒤를 침투해 그대로 하트까지 관통하는 것이 드래곤 공략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래곤이 등을 맡길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죽여도 원망하지 않을 상대 뿐.
삼백년간의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한 동생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것은 상관 없었지만, 그의 약혼자인 소녀에게까지 등을 맡긴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이 아이도 자신의 시련을 넘어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좋은 아이니 맡기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그 아이가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실이다.
특히 관통력이 좋은 흑수정이라는 점이 더욱 까다롭다.
그럼에도 필티아는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
“···언니.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아일라는 괜찮니?”
“네, 네! 높네요. 하지만 ···후후. 떨어질 걱정은 전혀 안 들어요. 언니가 저희를 떨어트릴리가 없으니까요.”
“후후. 그래. 그렇지.”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걸어준 말에 필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렇게나 좋은 아이인데, 자신을 공격할리가 있나.
자. 그럼.
계획을 진행하자.
“그럼. 아일라. 설치는 끝났니?”
“네! 언니!”
“라피스 라줄리. 준비는 됐어?”
[물론이에요.]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에게 필티아는 진지하게 물음을 던졌다.
“동생. 정말 할 거니?”
“음. 걱정하지 말도록.”
울프람 폰 로엔그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동생.
그 한없이 태평한 목소리.
“동생. 이 이상은 누나도 못 올라가. 여기가 한계.”
“그런가. 그럼 여기가 맞겠군. 고맙다.”
“후후. 그래.”
“자. 아일라. 조금 더 우측으로, 그래. 거기다. 라피스 라줄리 준비는 됐나.”
“네! 이 정도 맞죠. 울프람?”
[준비 됐답니다. 울프람.]“누나. 부탁한다.”
필티아는 한 숨을 내쉬고는 자신을 공중에 고정했다.
드래곤의 거구가 허공에서 고정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엄청난 마력을 필요로 한다.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허나 그걸로 충분했다.
필티아는 계획 실행 직전에 울프람이 한 말을 떠올렸다.
믿을 수 없지만, 너무나 논리적이었기에 현실성을 띄는 계획.
【하늘 너머에는 천계를 향하는 입구가 있다.】
【맞다. 신화의 시대에 중간계를 침범했던 천계로 향하는 문이다.】
【무얼. 필티아 누나가 마계팔문을 지키듯, 하늘에도 천계를 향하는 문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허나 너무나도 높고. 너무나도 멀지. 보통의 방법으로는 닿을 수 없다.】
【위대한 선조님께서 누나의 고고도를 제한하셨던 것도 그런 연유다. 그 이상 올라가면 위험할 수 있거든.】
【허나 말이다.】
【정말, 올라갈 방법이 없다 생각하나?】
그리하여.
울프람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렇기에 가능한 계획.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필티아 누나】
【고고도 제한의 끝.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의 끝에서 자기 자신을 고정포대로 만든다.】
【그 다음이 아일라다.】
【흑수정으로 포신을 만든다. 언제든 저 하늘 너머로 포탄을 사출할 수 있게 말이다.】
【그 다음이 라피스라줄리】
【주변의 모든 바람을 제어해라. 쏘아지는 길을 방해하는 모든 바람을 지워라 상승기류를 만들어 포탄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려라. 가는 길의 바람은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스스로 포탄이 되어 하늘로 쏘아질 것이다.】
작전명.
하늘에 손이 닿는 장소.
“쏴라.”
생각을 마친 직후.
등 뒤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직후.
무언가가 바람에 쓸려 하늘 높이 날아갔다.
그것은 날개가 없음에도 하늘을 날았다.
드래곤인 자신이 갈 수 없는 곳까지. 하늘의 끝을 넘어. 그 위로.
“···동생.”
울프람은 그렇게 별이 되었다.
***
음.
진짜 날고있네.
다만 날고 있다는 실감만 든다.
바람의 저항은 전부 라피스라줄리가 지워주고 있다.
그렇기에 미칠듯한 바람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날고 있다. 정도의 실감. 묘한 괴리감.
[우, 울프람. 괜찮아요?]“괜찮다.”
[저, 정말 이 위에 설 수 있는 곳이 있는거죠? 울프람에게 가해진 사출의 충격은 이미 반지가···.]“알고 있다. 걱정하지 말도록.”
그녀의 말 대로 사출의 충격을 지우기 위해 반지를 사용했다.
그러니 도착하지 못하면, 울프람님의 낙하산 없는 끝내주는 고공낙하가 시작 될 뿐.
허나 문제 없다.
“자. 조금 더 위쪽으로 부탁한다.”
[네. 알겠어요.]【위대한 천상의 성역에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지역 도착으로 인한 추가 시스템이 해금됩니다.】
이미, 우리는 하늘에 도착해 있으니까.
시스템 보이스가 들리자마자, 나는 라피스라줄리에게 부탁했다.
“자. 슬슬 나를 천천히 내려다오. 여기쯤 왔으면 됐다.”
[하, 하지만 떨어지지 않아요?]“내려 보면 안다.”
라피스라줄리는 반신반의하며 나를 내려놨고, 나는 천천히 구름 위에 섰다.
아니, 설 수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이 구름은 지상의 【대지】와 같은 개념을 공유한다.
[어라, 설 수 있어요?]라피스라줄리는 황당해 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 앞으로 가면···.
아니. 가서는 안 되겠지.
여기는 엄연하게 한 히로인의 최종막 무대다.
지금의 나는 권한이 없어서 문조차 열 수 없고, 당연히 접근조차 거부된다.
그러니까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버그성 플레이로 최종장 지역 자체는 뚫었지만, 가봐야 조건을 만족 못해서 입구 바깥쪽만 돌아다닐 수 있는 느낌?
여기는 지금으로서 그 어떤 방법으로도 뚫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내부 진입은 포기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필요한 건.
지금 시기상 입구 밖에 있을, 하나의 보물.
최종장의 입구에 놓여 있을 최상위 아이템.
“······하하.”
【방황하는 소천사의 날개】
【2T】
【방어구】
【착용자에게 상태:비행을 부여합니다】
찾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