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20)
§ 319. 이브 인 더 미러
구름 조각과 설탕을 합쳐서 만들 수 있는 클라우드 캔디는 1회성 비행 아이템이다.
비행이란 비행종에게만 허락된 것으로, 대표적으로 하피. 드레이크. 천사나 마족. 거기에 드래곤 정도가 되겠다.
즉 순수한 비행이란 중력계 마법사. 혹은 바람 정령의 고위 사용자 정도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기행이다.
물론 중력계 마법사도 역중력을 실수로 박으면 비행이 아니라 사출 엔딩. 바람 정령의 고위 사용자도 잘못 걸면 사출 엔딩. 그렇게나 인간 포탄이 되고 싶다면 딱히 말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결과적으로 효율이 별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비행이란 인류의 목표였으며 희망이고, 또한 하나의 목적이기도 했다.
그걸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 대표적으로 방황하는 소천사의 날개.
그리고 기간제로 가능하게 해주는 소모품. 클라우드 캔디.
지상에서 떠오른다는 것은 그 부유감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수치와 절망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이브 폰 로엔그린은 부유 속에서 ‘어 생각보다 재밌는데’ 라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흐으음. 괜찮네요.”
이브는 클라우드 캔디 한 봉을 받아서는 자신의 방에서 두둥실 떠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제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음에도, 비행 자체가 주는 새로운 감각은 이브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마력으로도 어느정도 비행을 흉내내는건 가능하지만, 가뜩이나 쓸 곳이 많은 마력을 그런 허튼데에 쓸 일은 없다.
그것보다는 마력조차 들지 않는 이 부유감은 실로 평온하기 그지 없는 한 때를 보내게 해줬다.
“그 수치스러운 일만 아니라면 순수하게 칭찬을 해 줬을텐데 말이죠.”
그 일만 생각하면 이가 바드득 갈리는 듯 했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교복 아래에 속바지를 입는 것은 교칙에 어긋난다고 한다. 200년 전 학생회장이 정한 교칙이 그렇다.
그걸 개정하려면 적어도 반 년은 있어야 하니 이 캔디가 실용화 되는 것도 그때 즈음이리라.
각설하고.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자세로 침대 위에 두둥실 떠서 서류를 읽고있던 이브는 으음. 하고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도착한 것은 하나의 보고서.
졸업 시즌이라 바쁜데도 불구하고 이브의 눈을 사로잡는 기묘한 보고서였다.
“음. 이건 빨리 어떻게든 해야겠네요.”
제목은 실로 짧고, 동시에 명확했다.
【제프린 기사학부 제 2 기숙사 정오 연속 도난 사건】
***
이브 폰 로엔그린의 습격은 이제 와서는 대서특필할 사건조차 아니다.
저 녀석은 괘씸하게도 내가 이렇게나 제프린과 나 자신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매일 와서 트집을 잡고 그 결과 사탕을 몇 봉지나 가져가는 악의 화신이니까.
편의점 사상 최흉 최악의 사건이라 기록될 【말랑 인 더 스카이 언더웨어 패션쇼】를 겪고나서도 클라우드 캔디를 가져가는 그 강철의 멘탈에 나는 경악하고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내 인지를 한참 벗어나 있다.
그런 괴물 녀석이다.
허나 오늘만큼은 실로 진지한 표정으로 이브는 내 앞으로 뚜벅 걸어와 읊조렸다.
“울프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음. 알았다. 스스로 치수를 재서 여기에 적도록.”
“무슨 소리에요?”
“네가 더 이상 패션쇼의 수치를 겪고 싶지 않기에 제프린의 교칙을 깨고 속바지를 입고 싶지만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없어서 내게 제작 의뢰를 했다. 라는 이야기 아닌가?”
“아니거든요?!”
그런가.
그러면 딱히 할 이야기가 없을텐데.
“다른게 아니라. 당신. 최근 기사학부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알고 있어요?”
“어떤 소문 말이지.”
“기사학부 기숙사 연속 도난 사건. 그것도 한참 낮에만 일어난다고 하는군요.”
“······.”
“다들 훈련을 받으러 기숙사를 비웠을 때. 복귀해보면 사라져 있다고 해요. 하지만 문을 연 흔적은 없고 ···거기에 전부 마력이 깃든 물건이 사라졌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죠.”
“······.”
아.
그거 알고 있지. 알고 있고 말고.
범인의 정체부터 추적 루트. 그리고 보상까지 싹 다 알고 있지.
나는 이 세상 모든걸 알고 있지. 어리석은 녀석 그것 하나 모르나.
하지만.
아 그거 알지. 라고 했다가 ‘제가 그럴 줄 알았죠. 역시 당신이 범인이었군요.’ 라고 하면서 잡아 갈 거 같아서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만.”
“제가 그럴 줄 알았죠. 역시 당신이 ······몰라요?”
“음. 애당초 나는 마법학부다. 대체 왜 내가 기사학부의 일을 그리 잘 안다고 생각하지?”
“어, 어···? 아니. 저는 당신이 ‘나는 이 세상 모든걸 알고 있지. 어리석은 녀석 그것 하나 모르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죠.”
“······.”
숨 막힐듯 교차하는 서로간의 생각은 맹점을 찔렀다.
안다고 했으면 이브는 나를 잡아갔을 거고, 모른다고 하니 평소 내 생각을 읽어내듯 찌르고 들어온다.
무서운 녀석.
“그래요. 모르면 뭐 모르는거라고 치죠. 생각해보면 위대하신 선조님의 안배가 이런 잡범들까지 미쳤을리가 없으니까요.”
“그야 그렇지.”
“으음. 그럼 어디서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하나···. 가급적 빠르게 처리하고 싶은데요. 우선 네프티한테 먼저 물어보고···.”
이브는 그렇게 말하고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쉰 채 편의점 의자에 앉았다.
반대로 나는 나대로 생각에 빠졌는데,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저 연속 도난 사건이다.
이브 루트 중반에 나오는 미니 퀘스트로 해결할 경우 기사학부 전체의 호감도가 조금 오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이브 폰 로엔그린이라는 전력의 새로운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싶은데 말이야.
음.
몇 번을 고민했지만 깨서 나쁠 건 없다.
“어서 움직여라 이브.”
“갑자기 명령을?!”
“내 예상이 맞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아니. 진짜로.
진짜라니까.
***
나와 이브의 동시 출몰에 의해 현 기숙사 관리인은 잔뜩 쫄아 경직된 채로 우리를 안내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여성관 제2층.
“여 ···여기입니다.”
“수고가 많아요.”
“음. 고생이 많군.”
“아, 아 황자님···.”
관리인은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우물쭈물 하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만요. 울프람. 당신도 들어올 생각이에요? 미쳤어요?”
“음.”
그러고보니 사춘기 여자애들이지 참.
질풍노도의 시기의 아이들은 사소한 일로도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 같은 아저씨가 들어가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리가 없다.
내 목표는 기사학부의 호감도를 올리는 거다. 괜한 짓은 하지 말자.
“그럴리가 있나. 나는 입구 앞에서 기다릴 테니, 네가 알아서 취합해서 보고하도록.”
“당연하죠! 제가 다 취합해서 보고···. 아니 누가 보고를 한다는 거에요!”
“아무튼 정리해서 가지고 오도록.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쯧. 자. 관리인. 움직이죠. 어서 안내해주세요.”
“아, 네. 네!”
이브와 관리인이 출발하기 직전, 나는 관리인을 불러 세웠다.
“가기 전에 관리인.”
“네, 네?!”
“남성관에서도 도난 사고가 있었나? 나는 단독으로 그쪽을 조사해보도록 하겠다.”
“······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이브 녀석을 우선 안내해라. 나는 위치만 가르쳐주면 알아서 찾아갈 수 있으니.”
“···네. 그러면 남성층 4층의 3호실인데···.”
대충 안내 받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쪽을 향하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황자님!”
“당연한 일이다.”
물론.
말만 그렇게 했지.
땀내나는 남자놈들의 기숙사 방에 들어갈 생각일랑 추호도 없다.
차라리 그러느니 보스방 바로 앞에서 대기하는게 낫겠지.
이브는 스스로 보스방 앞까지 추리를 마칠 수 있는 녀석이니까. 기다리면 오겠지 뭐.
아 그 전에.
“이브.”
“뭐에요. 전 바빠요.”
“한 낮에 방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마력이 깃든 물건만 훔쳐낸다는 것이 누가 가능하다 생각하지?”
“당신이요.”
야.
“······.”
“아니. 그도 그럴게 당신은 창문으로 침입할 수 있잖아요? 한 낮에도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이 제프린에서 유일하게 알리바이가 없고 그런 기행이 가능한 건 당신 뿐이에요.”
음.
뭐지. 왜 논리적이지.
“내가 클라우드 캔디를 얻은 것은 어제다. 하루만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못 잡아 넣었잖아요?”
아.
잡아 넣는거 전제시구나.
“쯧. 아무튼 잘 생각해봐라. 졸업시즌의 쓰레기가 연관되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졸업시즌의 쓰레기? 그건 전부 가지고 가게 되어 있는데요?”
“그걸 모두가 지키면, 세계 평화는 조금 더 일찍 찾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는 개개인마다 다르지. 누군가에게는 생명조차 쓰레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도록.”
“······.”
뭐. 힌트는 여기까지 줬으면 됐겠지.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와라.
나는 네가 사고치기 전에 먼저 가볼테니까.
***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짓은 전부 인간이 아닌 놈들이 한 짓이다.
인간으로서 끝장난게 아니라, 태생부터 인간이 아닌 놈들.
밤이 아니라 낮을 즐기며, 마력이 깃든 것들을 탐하며, 장난을 즐기는 녀석들.
빛의 정령. 윌 오 위스프의 장난질. 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내 주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빛 덩어리들은 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과 만나서 기쁘다는 듯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다가 가끔 내 볼을 쿡쿡 찌르기도 하고, 다가와서 팔자형으로 뱅뱅 돌기도 한다.
그냥 얘네는 인간이 반갑고, 기쁜 녀석들이다.
자.
그래서.
얘네들이 왜 여기에 있고, 이 범죄가 왜 일어났냐 하면.
얘네들이 ‘버려진 정령’이기 때문이다.
빛은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원소기 때문에, 아주 조금의 정령 친화력만 있으면 얘네들과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칠 정도로 쓸모가 없다. 빛의 밝기도 방 하나를 비출 정도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이 전혀 없다. 지성도 낮다.
그렇기에 정령사의 길을 걷는 학생들은 졸업 전에 다들 윌 오 위스프와 다른 정령을 하나씩 얻고 간다.
하지만 끝까지 윌 오 위스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녀석들은 이 정령들을 유기해버린다.
이유는 간단한데 사회에 진출했을 때 ‘윌 오 위스프밖에 계약한 정령이 없어요!’ 라고 하는 것 보다 ‘새로운 정령과의 운명적 만남을 찾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게 취직에 유리하거든.
그렇게 졸업 시즌에 책을 가져다 버리듯. 수능 다음날 교과서를 찢어버리듯. 정령을 유기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도 가급적 멀리에 있는 기사학부에 버려두면 정령이 자신을 찾아올리도 없다.
하지만 이 빛의 정령들은 기숙사에 숨어들어 마력이 깃든 물건의 맛을 봐버리고 말았다.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낮의 연속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라는 결론.
“이게 내 추리 결과다만. 이브 폰 로엔그린의 생각은 어떻지?”
“논리적이네요.”
어느새인가 내 옆에 다가온 이브는, 내 추리를 듣고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참고로 빛의 마력은 이 녀석들을 살찌울 뿐이다. 전혀 통하지 않으니 주의하도록. 적대 상태로 돌려세우면 네 공격은 흡수만 될 뿐 그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안 해요. 애당초 얘네는 잘못한게 없잖아요?”
“현명한 생각이다.”
이건 그냥 유기된 정령이다.
별 잘못 없다. 버린 녀석들 잘못이지.
원작에서는 이브가 선빵을 갈기고, 그 때문에 강해진 윌 오 위스프를 상대하느라 애를 좀 먹는다.
그리고 밝혀진 진상 때문에 좀 찝찝하게 마무리 되고 끝.
그러나 지금은 원작과 확연히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브가 손을 내밀자, 윌 오 위스프 하나가 이브 손 끝 위에서 뱅뱅 돌기 시작했다.
그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빛 덩어리가 부리는 애교에 이브는 씁쓸하게 웃었다.
“얘네들은 어떻게 되는거죠?”
“곧 사라진다. 사라질 수 밖에 없지. 기사학부 학생들이 마력 깃든 물건을 가지고 있어봐야 얼마나 가지고 있겠나.”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마력원이 공급된다면, 꽤 괜찮은 보조 공격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새로운 빛의 제어를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네?”
“예를 들면 이 정령들에게 너의 마력을 나눠줘서 ···상시 성광창을 대리 투사해주는 이동포대로 쓸 수 있지.”
“···아.”
“거기에 클라우드 캔디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너는 공중전에서 등 뒤에 여러개의 포신을 놓고 이동하며 성광창을 투사하는 기동요새가 될 수 있다.”
“···기동요새!”
그래.
그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이점이다.
내가 바라는 것도 이브의 이러한 전력 강화고 말이야.
결과적으로 이브의 등 뒤에는 다섯개의 위스프가 뱅뱅 돌기 시작했다.
마력 정도만 공급하면 알아서 꾸준히 살아갈 녀석들이고, 다른 계약조건도 필요 없다.
이브는 등 뒤의 윌 오 위스프에게 마력을 공급해 가볍게 성광창을 쏴보게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네 엄청 말 잘 듣네요.”
“그저 본능만으로 사람을 따르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이런 애들을 버렸다.”
“결과적으로 다 잘 된거 아닌가.”
“아뇨. 아직 한 가지 남았어요.”
“한 가지?”
“4학년 마법학부 정령계 지망 낙오자들을 싹다 조사할 거에요. 그래서 버린 사람들을 색출해서.”
“호오. 그래서? 징벌할 생각인가?”
“어머. 그럴 생각은 없어요. 향후 황실과 연관이 있는 귀족. 혹은 황실관련으로 취업하기 조금 힘들어지는 우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우연.”
“예. 우연. 후후. 신기한 우연도 다 있죠?”
그리 말하며 이브는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익숙하냐고?
그야.
평소 내가 짓는 웃음이랑 완전히 똑같은데 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