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23)
§ 322. 흑심이라고는 없는 신뢰
밀푀유 폰 사브레.
존경하는 선배님의 뒤를 이어 대륙 최고의 거상도 주목하고 있는 소녀는, 최근 꽤 큰 고민이 붙었다.
“···높은 곳. 무서운데.”
얼마 전.
존경하며 친애하고 평생 곁에서 따르고 싶은 선배님께서 만들어주신 클라우드 캔디의 효용을 몸으로 체감한 밀푀유는 의외의 자기 자신의 약점에 몸을 떨었다.
이브 선배님이 보여준 【베어타입 언더웨어 패션쇼】 같은 수치가 아니다.
애당초 그 뒤에 선배님의 파티원은 전원 체육복을 상시 지참하고 있으니 그런 수치스러움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일정 높이에서 자신은 손도 발도 못 쓸 정도로 두려움에 떤다는 것이었다.
“높이로 치면 건물 1층에서 2층 높이 정도···. 그 높이만 가면 아무것도 못 해.”
아무것도 못 한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가?
“어, 어떻게든 해야 해.”
울프람 선배님은 다음 레이드에 이 허공을 나는 것을 중심으로 진형을 구성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신만이 고소공포증에 걸려서 움직일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번 레이드에서는 밀푀유가 빠진다.】
【음. 지난번 레이드는 좋았지. 밀푀유가 참여하지 못한게 아쉽지만 말이다.】
분명 상냥하고 다정한 선배님께서는 그런 식으로 위로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지난 번 레이드 ···후후 큰 일이 있었지.】
【아니. 파티의 소중함을 다시 체감한 일이 있었다.】
【녀석들. 이제는 꼬마라고 부를 수 없겠어.】
【한 사람의 파티원이다.】
자신만
빠진
레이드에서.
【음. 아니다.】
【두근거림을 떠올렸다고 해야 할지.】
【밀푀유는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밀푀유는 내가 지켜줘야 할 후배니 버릴 일은 없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생사를 함께 넘는 격전 속에서 남녀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
거기서 저마다 두각을 드러내는 파티원들 때문에, 울프람 선배님들은 파티원을 한 명의 여성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음. 아니】
【슬슬 ···대답을 내려야 할 거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저는···.”
밀푀유 폰 사브레는 그 전장에 없다.
고소공포증이니까.
하늘을 날 수 없으니까.
그런 둔재 거북이 무능.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만으로 레이스에서 탈락해버린 패배자.
그럼 자신은 어디에 쓰일까.
그거야 단순하다.
【밀푀유 상담할 것이 있다.】
【나는 대체 누구를 택해야 하지.】
【신뢰할 수 있는 후배인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누군가를 택할 때. 상담역으로 쓰이겠지.
믿을 수 있는 후배니까.
여자로 보고 있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웃으면서 울프람 선배님의 연애를 응원하고, 그 날 침대에 틀어박혀서 엉엉 울 것이다.
그리고 오십년 후에는 울프람 편의점의 간부이자 후배로서 활약하면서···.
【밀푀유는 연애 안 하나?】
같은 말을 울프람에게서 듣겠지.
“···안 돼.”
절대로.
그럴수는.
없다!
밀푀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이야말로, 소녀의 긍지를 걸고 싸워야 할 때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하지···?”
***
음.
다들 하나 둘 클라우드 캔디에 익숙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파티 전원을 모집해,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우선. 다음 번 레이드 장소는 독기의 늪이 있는 정글지역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들은 다음과 같다.”
해독제. 클라우드캔디. 그 외 독 방어제와 저항 상승.
그리고 대부분 불꽃 계열 장비···. 그렇기 때문에 화염 내성.
“으음. 화장수랑 수분보충용 크림도 챙겨야겠는걸요.”
“아···.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중요하죠.”
파티원들은 내 공략에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보스가 어떤 녀석인지 설명하니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고, 전투 자체가 흥미롭다는 듯 생각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동일하게 던진 질문은
“클라우드 캔디 수량이 무척 넉넉해야겠는데요.”
“울프람. 캔디는 많나요?”
“무척이나 많다. 걱정하지 마라.”
“그렇군요.”
그야. 바람의 상급 정령이 뜯어올 수 있는 만큼 구름을 뜯어왔다.
그 결과 만들어진 쿠키는 ···솔직히 인플레 수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모자라면 사출 한 번 더하면 그만이지.
내가 플라잉 울프람이 될게.
“기본 몬스터들의 체고(體高)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비행하는 높이는 건물 한 층에서 두 층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힉.”
“음?”
묘한 비명이 들려 주변을 돌아보면, 누군가가 입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밀푀유. 무슨 문제가 있나?”
“···아, 아뇨. 그게.”
밀푀유의 안색이 안 좋아보인다.
가급적 빠르게 브리핑을 마치기로 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비행.
“다들 비행을 어느정도 익혔으면 좋겠다. 사탕을 한 통씩 가져가도록.”
“이거 살찌는 거 아닌가요?”
“음. 그것은···.”
“만약 사탕을 너무 먹어서 살이 찐다면···.”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이브를 바라봤다.
“뭐요. 왜요. 왜 이쪽을 보는데요. 뭐 왜!”
모두가 말 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괴로워할 이브에게, 우선 내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 가져간 클라우드 캔디는 40개 들이로 2병 이었다. 그럼 총 몇개지. 루디카.”
“80개다!”
“그렇군. 그러면 이브 폰 로엔그린.”
“왜요.”
“정확하게 7일이 지난 지금. 너에게 몇 개가 남았지?”
“······.”
“대답해라.”
“80개···?”
“허튼 소리를 하면, 사탕을 주지 않을 것이다.”
“8······.”
“제대로 말하라고 하지 않았나. 거짓말을 한다면 사탕을 주지 않을 것이다.”
“8······개요.”
세상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잖아?
그래 8개.
···잠깐 8개?
“일주일간 이브 폰 로엔그린의 사탕은 80개에서 8개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브는 하루에 몇 개의 사탕을 먹었을까요. 아일라?”
“······10개 정도.”
“아쉬운 대답이군. 정확히는 10개 이상이다.”
아앗.
모두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무튼 저만큼 먹지 않는 이상, 살 찔 염려는 없다. 다른 사탕들은 과즙이 들어가거나 설탕을 추가로 넣지만, 클라우드 캔디는 최소한의 설탕과 구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아.”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던 이브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거랑 별개로, 하루 열 개는 너무 먹는군. 식사를 안 하는것도 아니지 않나?”
“학생회장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요.”
“체중계 앞에서 그렇게 변명하며 올라가면 무게를 좀 덜어주나?”
“······으! 으으!!”
이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는거겠지.
“왜 그렇게 먹은거지?”
“맛있는게 문제에요. 울프람 주제에 그런걸 만드니까···.”
“멍청한 녀석. 아무튼 하루 다섯개까지는 줄여라.”
“······알았어요.”
“대신 비행 숙련도는 올라갔겠군. 아무튼 이브를 포함해 전원에게 동일한 양의 사탕을 보급해줄테니, 체육복을 입고 비행을 연습해보도록. 알았나.”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정확히는 한 사람을 빼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참.
“밀푀유는 잠시 남도록.”
“···네? ······아, 네!”
내 말에 밀푀유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한 사람씩 나가고, 자신의 배와 사탕과 나를 번갈아 보던 이브까지 싹 나간 후.
그제야 나는 밀푀유에게 한숨의 이유를 물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선배님. 저는, 선배님 파티에 쓸모가 없는 걸까요?”
음.
이거 생각보다 무거운 질문인데 그래.
이브보다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지?”
“···저, 사실. 사실 말이죠. 선배님···. 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고소 공포증.”
“네. 정확히는 건물 한 층 정도의 높이에 붕 떠 있으면 무서워서 꼼짝을 할 수가 없어서요.”
“그렇군.”
이것 참.
새삼 생각해보면, 게임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공중을 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날 수 있더라도 그에 따른 파장이 있는 법이다.
하늘을 즐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한 녀석. 그리고 밀푀유처럼 고소 공포증도 있을 수 있겠지.
“···저는, 여전히 둔하고 멍청한가봐요.”
“그렇군. 그러면 나도 둔하고 멍청하겠구나.”
“네?”
“그런 너를 파티원으로 선택해서, 끝까지 끌고 가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으.”
“자기 비하는 하지 마라. 고소 공포증은 고칠 수 있다. 아니면 이번 전투 만큼은 후방에서···.”
“아뇨!”
“음?”
“고칠게요! 고칠 수 있지 않을까요?”
오.
엄청난 기합이다.
이거면 별 문제 없겠군.
“좋다. 따라와라.”
“···네!”
***
그렇게 내가 먼저 편의점 밖으로 나오고, 밀푀유는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후 불안에 가득 찬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괜찮나?”
“네? 네에···.”
그렇게 오들오들 떨리는 다리로 말 해봐야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아무튼.
나는 클라우드 캔디 하나를 밀푀유에게 건네고, 밀푀유는 그걸 먹은 후 천천히 두둥실 떠올랐다.
내 키를 넘어서서, 1m 2m ···그리고 4m에 도달했을 때.
“힉!”
“오.”
그 자리에서 눈을 질끈 감고 공중에 주저 앉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느냐 하면.
“으아, 으아아앙.”
“음···.”
허공에서 주저 앉아봐야 허공이고, 눈을 감아봐야 【비행】상태에서 착지가 되는건 아니다. 그러니까 띄우려는 스킬과 내려가려는 몸이 맞물려서 허공을 뱅글뱅글 돈다.
허공을 나는것이 무서워서 허공에 주저앉았는데도 허공이라는 트랩에 걸리게 되고···.
“통칭 네거티브 보이드 스파이럴이라 명명하면 되겠군.”
“살려주세요오···.”
이것 참.
이 정도로 무서워 할 줄이야.
밀푀유는 계속해서 뱅뱅 돌기 시작했고, 나는 클라우드 캔디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올라 밀푀유의 손을 잡았다.
“자. 잡아라.”
“선배님···? 으, 으우아아···.”
이것 참.
스스로 잡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니, 나는 돌고 있는 밀푀유의 손을 강제로 잡아 세웠다.
부드러운 손의 촉감이 손아귀 안에서 느껴지고, 그제야 밀푀유는 멈춰 설 수 있었다.
“괜찮나?”
“어, 어지러워요···.”
“일단 내가 꽉 붙잡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공중에 서는 것 부터 하도록.”
“꽉 붙잡고 계시다니 ······아.”
그제야 밀푀유는 자신을 지지하는게 뭔지 깨달은 듯 했다.
마치 기대듯, 내 손을 꽉 잡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리 걱정하지 마라. 놓칠 일도 없고, 놓지도 않을테니.”
“······아. 네, 네에. 저, 저도 놓지 않을게요.”
“그래. 꽉 잡도록. 자. 우선 허공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시작해보도록 하지.”
“네? 아! 맞다. 나는거 연습 중이었죠.”
“음?”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뭐 하는줄 알았던걸까.
아무튼, 밀푀유는 그렇게 천천히 걷는 것 부터 시작했다.
마치 보조 바퀴를 뗀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마냥.
부모 손을 잡고 헤엄을 처음 배우는 꼬마마냥.
불안감에 허둥대면서도, 결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우선은 고도에 익숙해 지기 위해 나는 밀푀유의 손을 잡고 계속해서 편의점 주위를 걸었다.
“괜찮나?”
“괜찮아··· 아뇨. 괜찮지 않아요. 무서우니 조금 더 이렇게 있어도 될까요.”
“음. 그러도록 해라.”
많이 불안한가보네, 몸을 이렇게까지 푹 기댈 줄은 몰랐다.
그렇게 두 시간을, 둘이서 손을 잡은 채 허공을 걸었다.
“이제 좀 괜찮나?”
“네? 네에···. 감사합니다. 선배님.”
“무얼 감사까지. 우리 파티에 너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정말 그럴까요. 제가 또 이렇게 발목을 잡으면, 차라리 선배님 말씀대로 후방으로 도는 것도.”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그걸 선택하는 건 너의 자포자기가 아니고, 나의 강제도 아니다. 너 스스로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설득시켜 봐라.”
“······네?”
“참고로 나는 지금, 네가 파티 전열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패턴을 외우고 있고 대부분의 공격을 패링이나 회피로 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장 내부를 싸돌아다니면서 오더를 내릴 수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그 점에서 밀푀유가, 현장 지휘를 맡는 쪽이 얼마나 속이 편한지 모른다.
그래서 방금 전 이번 전투만은 후열로 돌라고 했을 때. 사실 상당한 출혈을 각오했다.
내 말에 밀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내 손을 쥔 손아귀의 힘을 조금 강하게 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포기하지 않을게요. 선배님이 믿어주시는 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좋은 대답이다.
아참.
“그리고, 비행은 앞으로도 필수다. 후열로 위치가 바뀌더라도 비행은 배워둬야 한다.”
“······어라. 그런가요?”
“음.”
독을 쓰는 놈들이나 화염을 쓰는 놈들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언젠가 진짜 ‘마족’을 상대해야 하는 날이 온다는 것.
마계의 문 너머가 아니라, 이 중간계를 어슬렁거리는 진짜 마족들 말이다.
그리고 그 놈들 대부분은 장판기를 깐다.
비행이 없으면 틱뎀으로 죽을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우리 파티원 전부는 비행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아무튼, 배워두도록.”
“네! 이 고도는 익숙해졌으니 더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하. 그런가. 그럼 더 올라가 볼테냐?”
“네! 할 수 있어요!”
나는 밀푀유의 손을 잡아 끌고 조금 높게 날아 올랐다.
“어떻지 밀푀유. 이 고도는 괜찮나?”
“네! 엄청 괜찮아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여기가 하늘이군요!”
“그래. 여기가 하늘이지.”
“네! 엄청 밝고 예쁘네요!”
“그렇군. 밀푀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네!”
“눈을 뜨지 않고도 지상을 볼 수 있다니, 엄청난 발전 아닌가.”
“······윽.”
“자. 그 꼭 감은 눈을 떠라 밀푀유. 기껏 선배가 이끌었는데 지상을 볼 수 있어야지.”
“하, 하지만 선배님. 선배니임···.”
울먹이지 마라.
“노력하는 건 좋지만, 할 수 없는건 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 하도록.”
“······네에.”
밀푀유는 울먹이면서 지상에 내려올 때 까지 밀푀유는 한 번도 내가 손을 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