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26)
§ 325. 생애 첫 따스함
인간의 결의.
오른손에만 찰 수 있는 이 장갑을 착용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리으리한 장갑이다.
미스릴을 실로 뽑아서 천계의 실과 함꼐 엮어 그 위에 주변 속성에 따라 색이 변하는 무한석을 갈아넣어 마력으로 정제한 금실을 새겨넣은, 정말 황족 중에서도 오직 황제에게만 허락된 듯 한 수려함.
순은과 순백의 장갑에 금실의 자수가 섞이고 주변 마력에 따라 은은하게 색이 변한다.
멋은 더럽게 있는데, 차고 다니면 시선 끌기도 아주 좋은 장갑이다.
하지만, 이건 3티어 장갑 답게 그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우선 모든 스테이터스의 상승.
무조건 1을 올려주는건 아니지만, 내 체감상 0.5에서 0.6정도 된다. 더욱 더 놀라운거? 이게 마력에도 적용된다는 거다.
두 번째로는 모든 저항의 상승.
정말 모든 저항이다.
마력. 정령력. 물리력. 저주. 축복. 모든 상태이상. 모든 정신이상. 그 모든것에 대한 저항력을 싸아아악 올려준다.
물론.
나 빼고.
“······.”
파티원 전체에 대한 스테이터스 상승이라는 이점.
즉 파티 리더는 파티원이 아닌 셈이다.
이게 인간셋의 특징이기도 한데, 하르크는 자기 자신이 원체 잘난 놈이었기 때문에 군세의 강화를 중점적으로 꾀했다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 재미있고 신나는 물건을 가지고, 제일 처음 누구에게 써볼까.
그건 정해져 있다.
바로.
“루디카. 지금 시간이 된다면 편의점으로 오도록. 이상.”
그 교수님의 강화 아니겠나.
***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체술의 귀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재라는 말로는 그녀의 재능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귀재. 신동. 천재. 재능을 칭송하는 모든 위대한 수식어는 전부 그녀 앞에 붙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아직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원석이다.
이브 폰 로엔그린의 빛의 극의를 깨우치지 못한 것 처럼.
루디카 핫산 샤도우도, 자기 자신의 극한을 깨우치지 못했다.
어째서 켈터스 2학년때 사라지는 루디카 교수님의 극한을 알 수 있냐고?
간단하다.
재주 23을 만나봤으니까.
이야. 강적이었지.
스토리 극후반에 만나봤으니 다행이다만.
그때는 시간정지. 강제회피. 연옥굴레등 수 없이 많은 스킬로 대응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재능이란 언제나 원석을 칭찬하는 단어지. 완성된 이는 재능으로 칭찬받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보고 싶은 것이다.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끝을 말이다.
하여. 루디카를 불렀다.
그리고 루디카는 편의점에 찾아왔다.
“······울프람. 크후. 훌쩍.”
목도리로 목을 감싸고, 작게 기침하며,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이다.
“어떻게 된거지?”
“아···. 감기다. 미안.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이런 날도 있는 법이라.”
“······.”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부른거지? 루디카라면 원정도, 훈련도 실험도 다 참여해 줄 수 있다. 자! 루디카에게 말하······에취!”
“일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라.”
“···으, 응. 알았다.”
***
바로 이불을 깔고 발화석 히터를 켜고 이마에 찬 물수건을 올려놓고 얼음물을 적신 수건을 여기저기 펼쳐서 순간적으로 습기와 온도를 맞췄다.
“···으헤.”
“괜찮나?”
“으, 음. 괜찮다. 사실 감기 정도는 며칠 자고 일어나면 나으니까 말이다.”
“······.”
감기는 모든 병의 근원이다.
라고 말해도, 이 세계는 아직 그정도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애당초 이 세계는 치유마법이 그리 편리하게 휙휙 돌아다니는 놈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유는 축복과 관련이 강했다.
즉.
“천계가 주로 팔아먹는 것은 축복과 치유였지. 당대의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치유 마법을 전공으로 삼는다는 것은, 천계와 붙어먹은 매계노(賣界奴)라는 뜻이었다.”
매국노보다 스케일이 크다고.
“결국 치유 마법은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그나마 빛의 마력을 쓰는 황실에만 전승되거나, 몇몇 계파만이 사상적 검증을 끝내고 조심스럽게 쓰는 편이다. ···최근에 와서야 기초 마법중에 퍼스트에이드(응급처치) 나 로우힐(하급치유) 정도가 풀렸다.”
물론 우리 파티에서도 돈이 많은 인물들은 상관없이 펑펑 쓸 수 있다만···. 그건 계급에서 나오는 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활이 없는것도 조금 이해가 되긴 한다.
“그렇구나. 지식이 늘었다.”
루디카는 물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조금 늘어지고, 힘이 없는게, 진짜 감기인가보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은 하나다.”
“응?”
“감기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마법에 기댈 생각도 말고 쉬어서 나을 생각을 해라.”
“······응. 그럴게.”
루디카는 알겠다는 듯 손을 파닥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그럼 이제. 환자식을 만들까.”
다행히 최근에는 요리도 꽤 늘었고, 감기에 좋은 요리라면 몇개 알고 있다.
일단 따듯한 음식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 충분한 수분. 온도. 그 정도가 중요하겠군.
“죽을 끓이도록 할까.”
뭐, 제일 괜찮은건 그거겠지.
아.
그런데.
“쌀이 있던가···?”
난 아직까지 쌀을 입수한 적이 없다.
***
이 세계에 엄밀히 말하면 죽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나는 우선 비슷한 거라도 끓여보기로 했다.
쌀은 꽤 후반부에, 이벤트성으로 상점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어쩔 수 없이 우선은 스튜로 대처하기로 했다.
야채와 고기를 넣고, 푹 익을때까지 냄미 전체를 달구는 느낌으로···.
하지만 그래선 찌개가 될 뿐이다.
나는 좀 더 눅진눅진하고 맛있는 ···그러니까 죽 느낌으로 완전히 풀어져서 말이야.
알잖아 그런 느낌.
“그래서, 나까지 대동해야 하나?”
“내 파티원을 위한 일이다. 돕도록.”
“정말, 파티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군. 좋은 일이다. 허나···.”
“허나 뭐지?”
“주인 자신은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데 반해. 다른 녀석들은 극진하게 아끼는 온도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인은 스스로의 목숨을 칩으로 걸어 전투에 나서지만, 다른 녀석들은 도박 자체를 금지하는 느낌이라 말이다.”
“그야 거의 항상 딸 자신이 있으니, 도박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 아주 극히 드물게 딸 수 없는 날도 온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항상 따면 되는 이야기다.
“아무튼, 나는 이 요리를 계속 돕도록 하지. 이 뒤로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음. 공중에서 그 찜기 전체에 열을 가하면서, 안에서 팽창하려는 것을 억누르고 있어라. 그렇게 삼 십 분. 알겠나.”
“알겠다.”
파트라슈를 압력솥처럼 사용하며, 나는 완성될 스튜의 상태를 기다렸다.
그렇게 명령하고서는 잠시, 파트라슈가 한 말을 떠올렸다.
나는 항상 내 목숨을 판돈으로 전장을 누빈다.
물론 언제나 딸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삐끗해서 딸 수 없는 날이 오면?
그럼 나는 칩을 잃게 된다.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칩을.
그것 참.
“스릴 넘치고 좋지 않은가.”
아무것도 못 하고 썩어가는 것 보단 이렇게 사는게 더 즐거운 법인데 말이야.
***
그렇게 완성된 야채 크림 스튜를 들고
“루디카. 밥이다.”
“으, 응···. 고맙다.”
루디카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괴롭나?”
“응? ······조금 그렇다. 하하. 이번 임무는 옥상에서 침투하는거였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하루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말이다.”
“이 겨울 날씨에 하루종일 옥상에 서있었다는 이야기군.”
열을 재보면, 뜨겁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틀거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심한 감기인가?
“열에 비해 많이 괴로워보이는군.”
“으, 으음. 나는 감기를 걸리면 ···다른 녀석들보다 엄청나게 심하게 걸리는 편이라서 말이다. 이상하다. 감각은 봉인되었을텐데 말이야. 감기나 상태이상에는 엄청나게 취약하다.”
“······감각을 봉인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무슨 뜻이야?”
나는 짧게 루디카가 어째서 감기에 취약한지 추론했다.
“너는 감각을 봉인함에 따라 날카롭게 다른 감각들을 벼려냈지. 예를 들면 순간적인 반응속도. 민첩성. 광역시야. 전투속행 등 말이다.”
“응···. 잘 아네.”
“몇 개의 감각을 지움으로서, 다른 감각을 극한까지 민감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시야가 조금만 어지러워 지는 것 만으로도, 다른 감각들이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시야 때문에 민감한 정보처리에서 트러블이 일어나고, 몸이 뜻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기에 다른 기능들도 하나같이 폭주한다.
“그렇구나. 울프람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네.”
“그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거기까지 추론해줘서 고마워.”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베실베실 웃다가 툭 하고 스푼을 떨어트렸다.
“미안···.”
“쯧. 주워서 쓸 생각 하지마라. 금방 새걸 가져오마.”
“으, 응···.”
스푼을 다시 가지러 가며, 추론에 따른 결과를 떠올렸다.
“방법이 없는건 또 아니군.”
우선 보자. 조금 긴 천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
내가 들고 온 물건을 보며, 루디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울프람? 스푼은 알겠는데, 그 천은 뭐지?”
“추론에 따른 결과를 도출했다. 루디카. 지금 네 문제점을 말이다.”
“내 문제점?”
“음. 일단 이걸로 눈을 가려봐라.”
“어, 어? ···잠깐, 처음부터 이건 난이도가 너무 높아. 울프람? 울프라암······?”
쫑알쫑알 떠드는 루디카를 무시하고, 나는 천으로 루디카의 시야를 가렸다.
잠시 발버둥 거리던 루디카는 이내 순순히 받아들였고, 이후 물음을 던졌다.
“어떻지 루디카?”
“으, 응? 어, 어떻냐니?”
“좀 더 움직임이 편해졌나?”
“그럴리가······. 어라?”
루디카는 허공에 손을 부웅 하고 젓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뒤로는 가볍게 일어나서 그 자리에서 몸을 움직여보고는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지?”
“움직여진다! 생각보다 많이 움직여진다!”
역시.
루디카가 모든 상태이상에 취약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포기했기에 얻었던 너무나도 민감한 신경계 때문이었다. 차라리 눈을 감아서 정보를 차단하는 쪽이 움직이기 편하다는 기묘한 상태가 된 것이다.
“오. 루디카는 다 나았다. 울프람! 다 털고 일어났다!”
“누워라.”
“루디카는 다 나았······.”
“누우라고 했다.”
“네.”
루디카는 다시 담요 안에 들어가 누웠다.
꼬물꼬물거리다가 헤헤. 하고 안착해서는 이불을 입 아래까지 올려 덮고는 베실베실 웃었다.
“울프람은 천재구나. 고맙다. 나중에 감기 걸리면 눈을 가리면 되겠구나.”
“그렇다고 움직여도 된다는 건 아니다. 다 낫고나서 움직이도록.”
“알겠다.”
하지만,
괴로움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는 임시방편은 끝냈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음. 이래서야 스튜를 먹기도 힘들겠군.”
“응?”
“아니. 아무것도 안 보이니 말이다.”
이런 문제점이.
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루디카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다. 공기의 흐름으로 어디서 무엇이 부딪치는지 알면 대부분의 사물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끼면···.”
“어쩔 수 없지. 내가 먹여주는 수 밖에 없나. ······그런데 뭐라고 했나. 루디카? 공기가 뭐 어쨌다고?”
“아니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고 했다. 이야. 눈을 가리는 건 좋지만 이거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구나. 루디카는 시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
뭐 아무튼.
나는 스푼을 들어 스튜의 야채와 고기를 잘게 찢어 한 스푼에 올리고, 루디카 앞에 가져다 댔다.
“자. 입을 열어라.”
“아···.”
“그 뒤에는 물도 마셔라.”
“응.”
잘 먹네.
새 모이주는 기분이다.
“다시 입을 열어라.”
“아···.”
하지만 음.
묘하게 이상한 것이, 내가 스푼을 가져다 대면 온기를 충분히 느낄텐데, 내가 입을 열어라. 라고 말하기 전 까지는 꿈쩍도 안 한다.
마치. 내가 먹여주는 걸 즐기는 듯 한···.
뭐, 그럴리는 없다.
식사를 마치고, 루디카는 따끈따끈한 담요 안으로 다시 들어가 누웠다.
“괴롭진 않은가?”
“전혀 괴롭지 않다. 오히려 아···. 가끔은 아픈것도 좋구나. 싶을 정도다.”
“그런가.”
“음. 일곱 살에 아버지를 꺾고, 핫산이 된 이후로 아파도 버텨야 했으니 말이다. 세실도 간호는 영 재능이 없어서···. 하하. 살면서 이렇게 간호 받아 본 건 처음이다.”
“······.”
그러고보면 이 녀석의 삶도 꽤나 스펙터클 했구만 그래.
“한 번은 세실이 죽이랍시고 끓여온 적이 있는데 말이다. 쌀을 제대로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끓여서 먹는데 생쌀이 씹히더구나. 나는 아플때일수록 더욱 자기 자신을 몰아붙여 강해지라는 의미라고 파악했다. 하하.”
“하. 그것 참···. 그런 일이 있었나.”
“그에 비해서 울프람의 스튜는 천상의 맛이다. 고맙다.”
우리는 잠시 그렇게 떠들다가, 나는 루디카가 내뱉은 말에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잠깐. 루디카.
뭐라고? 세실이 뭘 만들었다고?
“쌀? ···쌀은 남부에서 들어오는것이었나? 루디카. 일어나봐라. 잠시···.”
“······후으으···하아···.”
무엇이 그렇게 마음속에서 걸렸는지 깨닫고 루디카를 부르니 ···이미 녀석은 잠든 뒤였다.
“거 참.”
묻고 싶은게 한 가득인데 말이다.
이렇게 평온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깨우기도 뭐하지 않나.
“잘 자라.”
결국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