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28)
§ 327. 오천년이나 있는걸
미티어.
사실 여러가지 별명이 있다.
미티어 샤워. 미티어 폴. 미티어 스트라이크. 미티어 스톰.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요는 미티어를 쓸 수 있느냔 없느냐.
이걸로 마법사의 급이 나눠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유는 하나.
미티어.
그곳에는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수 없이 많은 매체에서 마법사가 운석을 쏘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낭만을 느낀다.
낡은 문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허나 잊혀지면 퇴물이고, 회자되면 고전인 법.
어떤 작품에서 처음으로 마법사의 미티어가 나왔는지 알수는 없으나, 지금 이 순간까지 미티어를 기억한다면, 유래를 모를지언정 현재까지 이어져 온 어엿한 하나의 문화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브는 틀려먹었지. 브라이트 레인. 빛의 포화는 그럭저럭 멋은 있지만, 그 안에 시대를 관통하는 낭만이 있는가.”
“네, 네?”
“알겠나. 아일라.”
“네. 울프람.”
“미티어를 쓴다는것은, 낭만을 안다는 것이다.”
“···아, 네.”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강하게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게 중요한거야. 미티어를 쓴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한거다.
오죽하면 내가 실효성이라고는 없는 미티어 닌자를 만들어서 플레이 했겠나.
전에도 말했지만, 미티어 닌자는 도절(盜竊)이라는 스킬로 상대 스킬을 훔쳐서 평타로 공격시 랜덤확률로 그 스킬을 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다.
즉 그랑펠리시에한테 미티어를 훔쳐서 단검 평타를 칠때마다 랜덤확률로 미티어가 나가는 미티어 닌자의 생성도 이론상 가능하다.
처음 이 조합을 생각해 냈을 때. 다들 일반공격이 전체공격에 2회공격에 미티어공격인 닌자 뽕에 취했다.
하지만, 이내 치명적인 결함이 급부상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닌자의 도절(盜竊)은 재주 기반. 미티어는 마력 기반이기 때문에, 마법 스킬을 훔쳐서 평타에 미티어를 섞어서 쳐봐야 8티어 스킬인 【절삭:출혈】만도 못한 쓰레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냈다.
미티어 닌자를 해내고 말았다. 그걸로 엔딩도 봤다.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미티어 이펙트때문에 화면은 어지럽지, 내가 쏜 미티어라 어지러운데 참으면서도 그 상태로 상대 공격을 피해야하지 딜은 쓰레기지.
···진짜 많은 일이 있었어.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것이 바로 미티어다.
이걸 어떻게 참냐고.
“그러니 아일라. 우선 불꽃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서, 너의 마력에 새로운 속성을 추가한다는 감각을 느껴라.”
“아, 네!”
아일라는 그 자리에 털썩 앉아서 자신의 마력을 회전시키며 관조하기 시작했다.
확고하게 색을 잡은 진보랏빛의 마력 위에, 아름답게 붉은빛이 섞여간다.
정확히는 흑수정의 마력 위를 감싸듯, 여러갈래의 붉은 선형이 회전하며 감싼다.
훌륭한 마력 조합이다.
“응. 융합하다 무슨 일이라고 생기면 바로 취소시키려고 했는데 아무런 문제 없네.”
“내가 봐도 아름답군.”
옆에서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던 필티아의 보증도 받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시 태어나는거다.
아일라 더 미티어마스터···!
내가 주먹을 꽉 쥐자, 필티아는 옆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동생?”
“음. 왜 그러지.”
“미티어는 비효율의 극치인데 그걸 배워도 되는거니?”
“······.”
그래. 비효율의 극치는 맞다.
애당초 좌표값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포탄과 같은 거다. 광역 살상을 하자니 너무 듬성듬성 떨어지고, 최강급 보스를 잡자니 딜량 기대값이 단일 최강화 된 마법보단 약하다.
즉 미티어를 잡몹전에서 쓰자니 명중률이 걸리고, 보스전에서 걸리자니 딜이 낮다.
그럼 이 미티어는 어디에 제대로 쓰이냐면, 화염이 약점인 고정형 거대보스. 즉 세계의 나무나 흑령목 이런 놈들 공략에 쓰인다.
근데 화염 약점인 고정형 보스는, 하늘에서 기름뿌리고 불지르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하.
갈! 낭만은 효율로 잴 수 없기 때문에 낭만인 것을! 노옴! 어디 현실로 낭만을 재려고 하느냐! 그 이상 입을 나불거리면 내 크게 살계를 열리라!
······뭐.
아무튼, 미티어는 이래저래 효율이 안좋은 마법은 맞다.
거기에 마력은 또 더럽게 잡아먹지.
“쓰면 좋긴 하다만, 못 쓴다고 해도 괜찮다.”
“무슨 말이니?”
“엄밀히 말하면 화염과 대지. 이 두 개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가져주면 된다.”
“그렇니?”
“내 파티는 아무래도 다속성이 부족해서 말이다. 화염을 쓴다면 파트라슈밖에 없다. 하지만 파트라슈와 나는 상호계약관계지 진짜 주종관계는 아니다.”
”아. 아저씨 말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는 앞으로 아일라 앞에 펼쳐질 앞길에 수 많은 선택지 중 하나가 늘어나는게 중요하다. 아일라가 내 파티의 중심으로 있는 지금도, 내 편의점의 대륙정벌을 돕는다고 해도, 혹은 서부로 돌아가 가업을 도울 때가 있다고 해도 ···화염이라는 속성은 어디에서나 쓸만하다.”
“그렇구나.”
“거기에 아일라는 ···흑수정 외에 다른 마법 속성에는 그리 조예가 깊지 않아서 말이다. 이런 충격 요법으로라도 익혀주면 더 고마운 일이지.”
“후후. 그렇구나.”
“왜 웃지?”
“아니. 동생은 아일라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고 있구나.”
“······.”
“설령 내 곁에 있어도, 있지 않아도, 저 아이의 미래가 희망과 빛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라. 질투 날 정도인걸?”
“질투? 누나가 질투 할 정도인가?”
“······응?”
“그런 논조라면 이 모든 노력은 마계의 문의 공략을 위한 것. 삼백년의 봉인을 풀기 위해 하는 과정중 하나다.”
“······어, 어.”
“즉. 결과적으로 아일라의 강화도, 우리 파티의 성장도, 누나의 해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만.”
“아······. 으.”
“잘 이해를 못했나? 그러니까.”
“그만! 이해, 이해 했으니까. 그만!”
필티아는 양 손으로 귀를 막고 새빨개진 얼굴로 쪼그려 주저 앉았다.
뭐지.
피곤한가.
뭐 아무튼.
우리 파티원. 혹은 내 주위 모든 사람에게 해피엔딩을 선물하는 것 또한 내가 가려는 길 중 하나다.
물론 그 안에는 내 해피 엔딩도 포함되어 있다.
내가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점검하는 사이. 필티아는 무릎을 탁탁 털고 일어나 으흠. 하고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으흠. 동생이 누나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말을 했으니, 누나랑 놀아줘야겠는걸?”
“······어떤 논리지.”
“누나 논리입니다. 자. 가자. 동생.”
“필티아. 아일라는 지금 새로운 능력을 흡수···.”
“마법의 원조인 드래곤이 봤을 때. 완전히 안정적입니다. 그게 안 믿기면 자!”
“······?”
그리 말하며 필티아는 손등만 변신을 해제해 비늘 하나를 띄운 뒤 툭 하고 잡아 뜯었다.
그 무서울정도의 기교에 몸을 떨었다. 드래곤은 저게 된다고? 미쳤어?
필티아는 더욱 놀랍게도 그 비늘을 아일라 바로 옆에 던졌고 비늘은 쏜살같이 날아가 푸욱! 하고 모래사장에 박혔다.
이윽고 비늘에서 나온 블루드래곤의 마력이 아일라 주위를 감싸고, 휙 하고 돌아섰다.
“자. 이제 무슨 일이 일어서도 안전해! 블루 드래곤의 번개의 마력이 불꽃을 상쇄시키면, 세상이 멸망해도 흑수정과 화염의 융합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있어. 됐니?”
“······.”
아니 그야 아는데···.
드래곤의 비늘이라는 거,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하나씩 주는거 아니었어?
그런 식으로 풀어도 돼?
***
아무튼 필티아는 그 뒤로 나를 잡아 끌고 섬을 돌아다녔다.
강화된 얼음세력의 가호에 의해 모든 화염과 빙결에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된 나와 필티아는 느긋하게 화산섬을 둘러봤다.
숨 쉬기가 조금 곤란하긴 하지만, 그건 필티아가 어떻게든 해줬다.
걷는게 많이 힘들지만, 그것도 필티아가 어떻게든 해줬다.
드래곤 진짜 최고야. 엄청 편해. 미쳤어.
하지만 드래곤에 의지하면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다.
어디까지나 내 스펙이. 그리고 우리 파티 스펙이 강해져야 한다.
의존하는건 좋지 않다.
뭐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화산섬을 돌아봤다.
“동생. 여기는 뭐야? 부글부글 끓는 개천이 있어.”
“아. 유황의 개천이지. 빠지면 무척이나 뜨겁다.”
“···안에 생물이 사는데?”
“그런 것이다.”
말 그대로 뜨거운 상태로 만들어진 생태공원이라고 해야 할까.
화산섬이고 용암의 강이 흐르지만, 도마뱀도 돌아다니고 나무도 자라고 끓는 유황개천 사이에는 물고기도 다닌다.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실 수 있어요. 하고 묻고 싶지만 ···여긴 판타지 세계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한참을 산책하다. 필티아는 화산의 중턱에서 기지개를 쫙 폈다.
“으음. 좋은 풍경이네!”
“······.”
화산지대 중턱에서 기지개를 쭉 펴면서 경치 이야기 하기 있냐.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버린 감상이지만, 드래곤 정도의 내성이라면 화산이든 용암속이든 빙하속이든 상관없을 거 같다. 우리로 치면 지열 맥반석 산책로나 냉탕 온탕에서 기지개 펴는 수준일테니까.
“동생이 누나를 해방시켜주면, 이런 경치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거지?”
“음? ···음. 그렇지.”
“그러고보니 동생의 꿈은 편의점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편의점이지.”
“전에도 들어서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해줄래? 편의점의 어떤거니?”
“또 듣고 싶은가?”
“응. 누나는 동생의 꿈을 듣고 싶을 때 듣는 권리와, 항상 응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단다.”
권리는 적은데 의무는 너무 큰 거 아닐까.
“들어봐야 식상한 이야기 아닌가.”
“어머. 동생은 식상할 정도로 누나를 마계의 문에서 해방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니?”
“······.”
“물론 한 번도 식상해 진 적 없단다. 그러니 누나도 식상하지 않게 들을거야.”
그런가.
그 천연덕스러운 웃음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하. 그렇군. 누나는 이런 건가.”
“응?”
“아니.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누이동생을 자처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기묘하게도 진짜 남매로서의 정이 느껴졌다.
그 어떤 말랑 폰 로엔그린과는 천지차이다.
“그렇군. 처음부터 설명하도록 하지. 편의점이란 이 세상 모든 유통과 편의의 정점이다.”
“오오. 정확히는?”
나는 천천히 편의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 문명의 정점이 세계에 퍼지기 위해 필요한 물품의 품질. 유통이라는 이름의 혁명.
그걸 위한 열차. 그 외에 몬스터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방어마법의 개발.
해야 할 것은 무궁하게 많지만, 그 결과는 명확하다.
“모든 인간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 세계는 좀 더 행복해지겠지.”
필티아는 내 말을 듣고 고객를 끄덕이고는 이내 박수를 쳤다.
“정말 멋진 꿈이구나! 들을수록 감명깊어.”
“······그런가.”
“응. 하지만 동생의 꿈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호오. 듣도록 하지.”
“바로 동생의 수명입니다. 동생이 앞으로 정력적으로 일한다고 해도 사, 오십 년 정도 아닐까?”
“······.”
그건 정곡이었다.
그래.
지금 십대 후반인 내가 정열적으로 모든 삶을 다 바쳐서, 이브 폰 로엔그린을 황제로 만들고 이거 전부 내가 만들어준거 맞지? 라면서 후려쳐 제국의 힘을 최대한 뜯어내, 아니 빌려낸다고 해도, 오십년 내로 가능할까?
그렇기에 평생을 걸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하고 있긴 하다.
“그래서 누나가 아주 좋은 제안이 있습니다.”
“뭐지?”
“혹시 동생 드래곤과 인간의 계약은 알고 있니?”
그얌 물론 알고 있다.
드래곤과 계약한 인간은, 수명을 절반 나눠 가진다.
즉. 최소 오 천년의 삶을 보장받는 것.
왜 아냐고?
이건 필티아 루트의 노멀 엔딩중 하나다.
결국 필티아를 해방하지 못한 켈터스는 영원의 속죄를 의미하며 필티아와 계약한다.
그 결과 향후 오천년간 켈터스와 필티아는 제프린이라는 낙원에 갇혀 살아야 하는 엔딩이다.
엔딩 제목이 뭐더라. 거짓의 낙원이었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으흠 혹시······.”
필티아가 웃으며 무언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저 너머에서
콰아아아아아아앙!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불꽃과 함께 먼지구름이 피어오른다.
마치 거대한 불타는 암석이 착탄한 듯 한 착각.
아니 착각이 아니다.
즉.
“어머. 아일라 저 아이 설마···.”
“흠. 성공했나.”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가짜라고는 하나 미티어를 익힌 것이다.
그럼 그 성과를 보러 가야지.
그 전에
“그러고보니 필티아 누나 뭐라고 했나? 계약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를 따로 만들자. 알았지? 지금은 아일라가 우선이니까.”
“음. 그러도록 하지.”
“후후. 그래.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아주. 무척이나 많으니까.”
그리 말하며 필티아는 자상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으며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으음.”
몸에 묘한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여긴 화산섬 아니었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