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30)
§ 329. 신이 된 날
아무튼 밀푀유의 강화 계획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아예 다른 방법도 있을테니, 배틀슈트 파일럿쪽은 포기해야겠군.
자, 그럼 다음은 누구를 해야할까.
아일라는 미티어의 벽을 넘어섰고, 이브는 지금 딱히 강화할 여지가 안 보인다. 실피아는 곧 졸업이다.
“최소한 실피아 졸업 전에 레이드를 가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이면 5막이 펼쳐질테니 말이다.”
5막부터는 방대한 볼륨과 속도감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밑준비 ···즉 초반 작업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즉 파티를 키워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4막과 5막 사이가 그렇게나 중요한데. 밀푀유 더 파이널은 이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루디카의 강화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나머지는 루디카가 감을 잡는 것 뿐이다.
그럼 이제 네프티정도 남은건가.
“네프티의 강화는 무척이나 까다롭지.”
이게 문제다.
네프티는 탱커다.
나를 지키는 상태가 되면 로열가드라는 직업군의 특성이 발생한다고 해도 탱커는 탱커다.
그것도 딜러형 탱커보단 조금 더 퓨어형 탱커에 가깝다.
최전방에서 방패를들고, 공세를 막아내고, 어그로를 잡고, 파티 전체에 보호 기술을 걸어주거나 해야하는 탱커.
아이러니하게도 탱커라는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육성해야하고, 가장 든든하게 전열을 잡아줘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네프티가 몇 번이고 탱을 잡다가 죽을뻔해서 세이브를 무척이나 많이 지웠다.
그러니까.
사실 모든 세팅은 네프티에게 밀어줘야하는게 정상이다.
“모든 레이드에 있어 탱커의 최우선 육성은 필수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멸기를 박아버리는 보스가 아닌 이상 레이드는 탱이 시작하고 탱이 끝낸다.
탱이 밀리면 거기서 끝이다.
물론 지금 그정도로 네프티를 밀어주지 않고, 다른 딜러들을 키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재주 베이스의 회피탱이 되기 때문이지.”
뭣하면 내가 전열에 나서면 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네프티를 키우는걸 살짝 뒤로 미뤘지만, 회피 불가능 보스는 데미지 감소를 둘둘 차고 있는 네프티가 다 해줘야 하는게 또 문제다.
음.
아무튼, 망치를 포함해 괜찮은 장비를 가지게 된 네프티에게 필요한 것은 스킬.
자. 어떤 스킬을 줄까.
***
운 좋게, 네프티가 편의점에 찾아왔고, 생각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네프티는 의연하게 탱커로서 자기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치는건 두렵지 않은가?”
“무섭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것보다 선배님이 다치시는게 더 무섭습니다. 다치지 말아주세요.”
“최선을 다해서 안 다쳐야겠군.”
“네! 그리고 ···상처입고, 흉터지는것도 많이 무서워요.”
“흉터. ···그렇군. 그런 문제도 있는가.”
“네. 흉터져서 누군가가 실망한다면···. 너무나 슬플거 같아요.”
“남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아뇨. 단 한 사람이 보는 시선만 바뀌지 않으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음?
아···. 어머니 이야기인가.
그렇지. 딸아이가 흉져서 왔다니, 얼마나 걱정하시겠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다치지 않게 할 것이다.”
“······네? 아···. 네. 선배님!”
내 말에 네프티는 베실베실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한 번 탱커에 대한 담소를 나누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네프티가 묘한 말을 던졌다.
“그러고보니, 곧 선배님이 신이 되는 날 아닙니까?”
“······음?”
갑자기?
신이라니, 누가요. 제가요?
제가 신이 되는 날이라니 머리 뚜따당해서 내 머리가 전 차원의 의지와 융합하는것인가. 그렇게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결말이라니.
“아···. 선배님은 혹시 모르십니까? 그렇군요. 오히려 본인은 모를수도 있겠네요.”
내 의문에 오히려 네프티가 의문으로 맞 받아치니,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해졌다.
생각보다 많이 진심으로 하는 말 같다. 내가 신이 된다고?
“자세히 말해보도록.”
“음. 그러니까요. 이걸 ···제 입으로 설명하는것도 이상하긴 한데요.”
마냥 농담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후 네프티의 설명은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제프린, 아니 대륙 전체는 종교가 거의 금기시 되어 있다.
천사도 악마도 싸그리 쓰레기다보니, 신을 믿는것 자체가 천계 쁘락치 취급이다.
하지만 종교라는 것이 그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풍작이나 흉작. 질병. 그 외에 수 많은 것들에 종교를 의지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교육이 적은 지방일수록, 자연에 모든걸 기대해야하는 농업을 중심으로 할 수록 종교는 생활과 무척이나 밀접하다.
즉 종교는 필요하다. 마음의 안식처는 있어야 한다.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종교는 ‘합리적인 정치수단’이 된다.
허나 신은 용납할 수 없다. 천사를 믿지 마라. 중간계의 주인은 인간이다.
그런고로.
“농작물의 수확 시기를 중심으로 숭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 로엔그린이라는 이야기군. 허 참.”
진짜 이 세계는 가끔씩, 놀라울 정도로 스마트하게 지배한다.
하르크 폰 로엔그린이 뭐 하는 새끼인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야.
그 녀석이 뭐 했던 놈인지 ‘활약상’에 대해서는 설명이 잔뜩 나왔지만, 근간부터 시작해 어떤 놈인지는 안 나왔으니 말이야.
“그래서 이 시기에는 제국이 직할하는 각지의 옥토에 황손분들이 다녀가시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황손 앞에서 농민들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기도를 올리는 것인가.”
“예.”
···이건.
놀라울 정도로 원작에 없던 정보다.
아니 아예 처음 듣는다.
그도 그럴것이, 유일한 황손인 이브 폰 로엔그린이 이런 같지도 않은 지배를 허용할리가 없다.
거기에 공략 가능한 히로인은 대부분이 귀족 출신이다.
이브가 그렇고, 레지나가 그렇다.
이졸데가 그랬다.
그 아이는 다른쪽이긴 한데 아무튼 농민과는 아예 관계가 없다.
서브 히로인인 필티아나 엘피라네에 이르러서는 아예 이종(異種)이니 말이다.
“그렇군.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군.”
“물론 최근에는 꽤 많이 안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아니 그건 알 거 같군.”
“어째서인가요?”
“네프티. 너에게 있어서 나는 신적인 존재로 보이나?”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조금 좋은 혈통으로 태어났고, 선천적 권리 하나를 쥐고 있을 뿐인 평범한 인간 아닌가.”
“네. 신이셔도 곤란해요. 저는 선배님이 인간이시길 바라고 있어요.”
“음. 영원히 신으로 칭송받고 싶다면, 제프린 따위에 다녀서는 안 된다. 문을 걸어잠그고 종교적 색채를 가졌어야지.”
“······아.”
그래.
신의 자식이 학교에 왜 다니냐.
이 제프린에 다니는 시점에서, 종교적 의미는 많이 흐려진다.
“그래. 그러니 신의 자식이라는 것은 그저 허언일 뿐이다. 네 앞에 있는 나는 체온도 있고, 맥박도 정상이고 ···체력은 조금 약할 뿐인 평범한 인간이다.”
“······네. 저도 그게 좋습니다.”
“음.”
“후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아. 올 한해도 풍요롭게 해주시고 삿된 악으로부터 저희를 구해주세요.”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양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갑자기?
네프티는 혀를 빼꼼 내밀고는 웃었고, 나도 어이가 없어 웃음으로 넘겼다.
***
네프티는 요새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이거···.
“엄청나게 퍼져 있는 민간신앙인건가.”
오래간만에 기사학부쪽. 그러니까 야시장에서 살 물건이 있어서 돌아다니는 도중.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다.
특히 저 옆에서 손을 깍지끼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봤을때는,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다들 눈에 묘한 감정이 깃들어 나를 바라보고는, 기도를 올리는데 이게 의미를 알고 있으니까 뭐라 할 수도 없다.
우선 어딘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잽싸게 주변에 아는 얼굴을 찾아보던 도중. 동글동글한 단발의 기사학부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코튼.”
“아, 아···, 안, 안녕하,하세요.”
“음. 순찰중인가.”
“···아, 네. 네에. 네.”
“그럼 잘 됐군. 눈 앞에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 이가 있다.”
“네?”
“쯧. 나를 보고 기도하는 녀석들이 무척이나 많군. 부탁인데 나를 호위해 줄 수 있겠나.”
“아, 아아. 네. 네에···. 알겠습니다. 학생의 호위는 저희 순찰대의 맡은바 소임. 허나 죄송하게도 원활한 호위를 위해 스킬을 발동해도 될까요.”
떨던 목소리를 그대로 가라앉히고 호위 매뉴얼을 읽는 코튼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겁쟁이지만 고기와 업무, 그리고 전투에 있어서는 떨림이라고는 없는 코튼은 이럴때 의지가 된다.
“【수호방진:사자포효】”
그리 말하고 ‘우웅!’ 하고 소리친 코튼의 몸 주위에 화악, 하고 작은 열풍이 퍼져나갔다.
수호방진의 부가효과중 하나. 사자포효.
주변에 은은한 압박을 걸어 ‘사람을 물리는 데’ 특화된 스킬이다.
좋은 스킬 배분이다. 호위에는 이만한 분배도 없다.
그렇게 내 주위에 다가와 광신도마냥 기도하려는 이들을 물린 코튼은 내 두 걸음 앞을 걸어나갔다.
“서, 선배님. 수, 수확제 전후로는 혼자 안 돌아다니시는게 조,좋을 거 같아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신세를 졌군.”
“학생을 지키는것이 저희의 의무기 때문에 감사 인사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고보니 코튼.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아, 네 네에···. 뭐, 뭐가 궁금하신가요?”
“이 웃기지도 않는 기도제는 대체 언제 끝나는거지?”
“······그, 글쎄요. 하하···.”
코튼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가는 와중에도, 사자포효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니 그렇기에 질서정연하게 거리를 벌리고 서서 우리를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이들을 보며, 코튼은 확답하지 못했다.
“애당초 잊혀져가는 문화가 아니었던가.”
“···하, 하하. 지, 지방에서는 잊혀져 간다고 들, 들었어요.”
“그런데 제프린은 더 심하다. 이유가 뭐지?”
“가, 가족을 만날 수 없으니까요. 어,엄마나 아빠가 보고 싶은데···. 제프린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군.”
그렇기에 기도를 올리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또 납득이 된다.
가족이 잘 지내길, 올해는 풍년이길 바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지하는 것인가.
그렇구나.
로엔그린은 그런 역할도 맡는 것인가.
그래.
로엔그린은···.
응?
“로엔그린은 이 제프린에 나 혼자가 아니었을터···.”
그 말랑 폰 로엔그린은 어떻게 된건데?
“······.”
“코튼 뭔가 알고 있는게 있나?”
“그, 그게요.”
“제대로 말 해 줄 수 있나.”
“저, 저는 아무것도 모, 모르는데.”
“최고급 블랙카우의 고기를 주도록 하지.”
“이브님께서는 본인을 숭앙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셨습니다. ‘하고 싶으면 울프람 앞에서나 하세요.’ 가 학생회 지령입니다.”
“······.”
실화냐.
나에게 독박을 씌우셨다고?
“그렇단 말이지.”
“네······. 지금 제프린에는 드물게도, 황손이 두 분이나 계시니까요. ···그 와중에 이브님은 안 된다고 하면, 울프람 선배님 외에는···.”
“음. 그런가. 그렇군.”
“저기. 선배님···.”
“뭐지.”
“저, 저도 기도를 올려도 될까요? 얼마전에 온 편지에 도, 동생이 아프다고 해서···.”
“그래. 그러도록. 얼마든지 허락하마.”
“저, 정말이신가요.”
그럼.
그렇고말고.
허락하다 뿐이겠어?
【황실 혈통을 켭니다.】
【목소리를 키웁니다.】
【클라우드 캔디를 사용했습니다. 비행이 가능해집니다.】
어유.
허락만으로 끝나면 안되죠 이게.
나는 두둥실 날아올라 양 손을 펴고 설득력을 키웠다.
“【나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 로엔그린 제국의 모든 백성들, 뜻 있어 이 제프린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전하마.】”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오 세상에. 하늘을 나셨어.’ ‘정말 신이 되실 생각이야.’ ‘오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를 향해 울려 펴지는 기도를 받아들이듯 가벼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이름으로 명한다. 이브 폰 로엔그린은 본디 풍요와 정의를 수호하는 학생회장. 가족의 안녕과 수확을 바란다면 그녀에게 하루 두 번 기도를 올리는 것이 효험이 있다.】”
그 말에 모두의 행동이 뚝 멈췄다.
망설이는 눈빛.
다들 이브의 지령이 두려운 거겠지.
그런데 그게 내가 알바냐고.
나를 맥이려는 인간은 이브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요.
“【나 또한 위대한 피를 이은 자. 그리고 그녀보다 먼저 태어난 자. 그녀보다 한 깃수 빠른 학생회장. 내 명령은 결코 이브의 명령과 상충하지 않는다. 자. 그녀를 향해 기도해라. 그녀가 보이는 곳에서 기도해라. 풍요와 안녕과 건강과 승리와 학업증진과 교통안전을 바란다면 이브 폰 로엔그린이 적합하다.】”
‘세상에 이브님께 그 정도의 효험이 있다고?’
“【내 이름으로 장담하마, 그녀는 단 한 부분에 있어서는 위대하신 선조님에 준한다.】”
그 말에 모두가 크게 깨달아 돌아섰다. 마치 망자처럼, 성지를 찾아 해메는 구도자처럼
이내 그들은 진실된 신앙을 가지고 이브를 찾아 합장하고 기도를 올리겠지.
자. 말랑 폰 로엔그린.
너도 죽어봐라.
네 묘비 앞에서 나도 기도를 올려줄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