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36)
§ 335. 순진하고 착하며 올곧은
밀푀유 폰 사브레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전.
그래 이전 울프람 선배의 ‘탱킹’을 본적이 있다.
어떻게 잊겠나.
그 장절한 움직임을, 그 현란한 기교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그에 따른 카운터를 맞춘다는 철저하게 수비로 돌아선 탱킹.
재주 17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벽한 움직임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평시 재주 21의 루디카의 움직임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허나, 그렇기에 들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의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탱킹은 수세를 기본으로 깔고 간다.
유려하고 적확한 움직임 속에 상대를 유린해 나아가는 울프람의 탱킹 방식은, 낮은 체력에 기반한 것.
그렇다면.
일정 이상의 체력을 가지고 있는 울프람의 탱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밀푀유는, 단검을 들고 전투에 임하는 울프람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으, 으.”
반 걸음. 물러섰다.
그 걸음이 조금 더 커져서 한 걸음이 되었다.
그리고 두 걸음, 세 걸음 물러나, 거기서 멈춰섰다.
자의로 멈춘것이 아니다.
이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벽에 몸을 기댄 밀푀유는 양 손으로 입을 억눌렀다.
공포를 억지로 억누르며, 눈 앞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주시했다.
“저런 움직임이 ···어떻게 가능하지···?”
인간에게는 ‘당연한 움직임’이 있다. 오른팔과 왼팔은 상호작용을 하고, 오른발이 움직이면 왼다리도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저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골렘의 주먹이 전방을 쓸고 지나갈 때. 피하거나 막거나 공격하거나 셋 중 하나의 행동을 취하겠지.
허나 저건 뭔가.
네 발로 바닥을 기어서, 골렘의 몸 아래에 바짝 붙은 후, 입으로 문 단검으로 골렘의 팔을 긁고 지나간다.
골렘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아니, 정확하게 밀착하여 맞지 않고, 단검은 아주 조금이지만 효과적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저게 옳다.
저 방법이 가장 옳은 탱킹 방식이다.
피격은 받지 않고, 타격할 수 있는 움직임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니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저걸 인간의 움직임이라고 받아들여도 될까?
‘인지할 수 없는 무언가.’ 혹은 ‘인간이 도달해서는 안 되는 영역의 움직임’.
공포는 인지한 것이 미지일때 처음으로 다가온다.
밀푀유 폰 사브레의 머릿속에, 저것은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움직임이라고 인지했기에, 그 공포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허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뒤에 이어진 공세에 밀푀유는 진심으로 말을 잊었다.
***
이거 몸이 꽤 가볍네.
꿈이라고는 하나 체력 9라는건 이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한가.
“쉽군. 편하고 좋아.”
단검은 트루데미지에 체력은 9. 아주 완벽해.
“평···.”
평 백대쉬캔슬 평 앞구르기캔슬 강공격하단흘리기 평 평 뒤구르기캔슬 슬라이딩 평 평 구르기··· 백대캔평앞캔흘리기구르기평평구르기평그로기앞잡기평평구르기평···.
“음. 완벽하군. 아직 딱히 녹슬진 않았어.”
골렘은 주먹을 들어올려서 그대로 땅을 내려찍었다.
저건 이렇게 점프하면.
자. 이렇게 간단하게 피할수있습니다.
하지만 고인물은 점프를 하면서도 착지약공격으로 딜을 넣는 법.
그렇게 골렘을 긁고 내려온 뒤. 다시 한 번 움직임을 잡았다.
【그어어어】
이런.
하단을 너무 많이 찍었나. 골렘이 움찔거린다.
마치 나에게 겁먹은 모습처럼 보인다.
당연히 골렘이니 그럴리가 없지만 말이야.
대체 얼마나 때렸으면 내가 다가가는 그 순간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빼겠어.
전부 다 다리관절을 너무 맞아서 그런 것 뿐이다. 하하.
자. 그럼. 2페이즈. 들어가봅시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심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패 볼게요.
그렇게 삼 십분.
【으그으으어···.】
골렘이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첫 번째 보스를 쓰러트렸습니다.】
【타격 포인트 100】
【피격 포인트 0】
【완벽한 결과입니다.】
【다음 보스로 넘어가시겠습니까?】
“나쁘지 않지.”
【직업 강화나 변경을 하시겠습니까?】
【마법사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전사 도적을 비롯한 다른 직업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니. 여전히 마법사로 간다.”
이게 또 마법사가 꿀이거든.
전사나 도적은 강화를 통해 방어구 관통을 올려야 하지만, 마법사는 마법으로 충분하다.
물론 기대 데미지나 물리 스펙이 낮긴 한데, 그게 어쨌다는 거죠? 오히려 좋지 않나?
“얼마든지, 즐겁게 싸울 수 있지 않나.”
더 길게, 더 신나게 보스를 때릴 수 있다니, 이거보다 좋은게 또 없거든.
나는 강화도 포기한 채, 여전히 단검 한 자루를 들고 보스전에 돌입하려고 했다.
“서, 선배님···.”
“밀푀유? 들어오지 마라. 내가 전부 클리어하면 잠에서 깰 것이다.”
“아, 아뇨. 괜찮은데 ···선배님. 맞으시죠?”
“왜 그런걸 묻지?”
난 나일 뿐이야. 그 누구도 나를 대신 할 수 없어.
“아, 아뇨. 그 움직임이 ···선배님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들어서.”
“그런가?”
“네, 네에···.”
사실 이건 식전 운동 수준인데, 너무 자극이 과했나보다.
그야 네 발로 바닥을 기어다니면 무섭긴 하겠다.
음. 어쩐다.
뭐 사실. 싸우는 방법을 조절하면 그런 움직임을 할 필요도 없다.
어쩔 수 없지.
다음 보스는 조금 자중해볼까.
【보스 에르헬을 소환합니다.】
【꿈 속의 보스와 제2전을 벌입니다. 무운을 빕니다.】
보자. 그럼 어떻게 시작해볼까.
우선 트루 데미지 인챈트를 한 뒤.
【갸아아아아!!】
그대로 단검을 투척했고, 날아간 단검은 에르헬의 날개를 관통해 그 뒤 벽에 박혔다.
트루데미지 좋다니까, 뭐든 다 씹어버리잖아.
자 그럼.
【주먹에 스펠 인챈트 : 트루 데미지를 적용합니다.】
【주의! 맨 주먹의 데미지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너무나 나약한 데미지입니다!】
음. 그래.
가뜩이나 약한 맨주먹인데 방어력 관통을 얻는 대신, 데미지를 더 깎는거니까.
하지만.
【크헥!?】
“그게 어쨌다는 것이지.”
가짜 에르헬의 복부에 정확하게 팔콘펀치를 때려넣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때릴 수 있다. 때려넣을 수 있다. 그것도 무척이나 길게, 무척이나 오랫동안 말이지. 자. 체술 시험의 시간이다.”
【갸, 갸아아아!】
“너도 즐거운가. 그래. 나도 즐겁다.”
우리 서로 마음이 통하는구나.
자.
그럼 서로 즐겁게 때려보자고.
***
일방적인 유린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날개를 보면 마족임은 틀림 없었다.
끔찍하고 두려운 종족.
허나 선배님 앞에서는, 그저 훈련용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골렘을 상대한 움직임이 밀푀유의 이해를 넘어서서 두려움을 안겨줬다면, 이번 움직임은 그와 같은 영역에 있음에도, 다른 관점을 안겨줬다.
저 주먹에 닿고 싶다. 따라잡고 싶다.
투사(鬪士)로서 가장 완벽한 움직임이 아닐까.
밀푀유 폰 사브레는 체술의 재능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법의 재능도 없고 활도 못 쏘고, 검술도 잘 못한다.
그저 가진 바 장비가 좋아서 겨우 이 자리에 섰을 뿐.
그렇기에 밀푀유는 노력한다. 평범한 눈. 평범한 반사신경밖에 없지만, 노력은 ···시간이라는 자원을 갈아 넣으면 보답해주니까.
그러니까 알 수 있다.
눈 앞에서, 울프람 선배님이 보여주는 체술은 노력의 극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기 그지 없는 체술이다.
허나 그것이 극한에 다다르면, 저렇게까지 아름답구나.
오직 기본기밖에 없다. 때려넣고, 흘리고, 막아낸다.
허나 그 세개의 연환이 단 한 순간도 막힘없이 흘러나온다면, 이는 포탄의 쇄도가 되고, 강철의 파도가 되며, 무적의 성벽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체술을, 가장 완벽하게 활용하면 ···그 극의에 다다를 수 있다.
“···저게, 울프람 선배님.”
어째서, 황자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저런 무도(武道)를 익히셨는지, 밀푀유는 그 전말까지는 알지 못한다.
허나,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주먹을 휘둘러야. 저 영역에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분명 식음을 전폐하고, 오직 주먹에만 하루 열 시간. 열 다섯 시간. 그걸 몇 년. 아니 삶 전체를 걸어 연마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
“···아름답다.”
밀푀유는, 가슴 속에서 넘쳐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저것이 이상.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영역.
선배님은 이걸 꿈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꿈에서 깨더라도, 저 주먹을 잊지 말자.
밀푀유는 그저 기도할 뿐이었다.
***
결국 에르헬은 비명을 지르면서 사라졌다.
막타는 벽에 꽂혀있던 단검.
에르헬을 후려치다보니 그 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슥 뽑아서 샥.
깔끔한 엔딩이었어요.
【지금까지 해방된 보스는 이 둘입니다.】
【현실에서 보스를 잡으면, 몽경에 등록됩니다.】
【보상은 현실에서 지급됩니다. 책상 위를 확인해주세요.】
시스템도 슬슬 돌아가라고 하고 있으니 돌아갈까.
“밀푀유.”
“네, 네!”
“많이 놀랐겠구나. 이 세계에 와서 말이다.”
“아, ···네. 조금 많이 놀랐어요.”
“음. 곧 꿈에서 깰 터니 그리 걱정하지 마라. 기분 나쁜 악몽이다.”
“이런 악몽이 있다면, 몇 번이고 꾸고 싶은걸요.”
“음?”
“선배님의 주먹에서 ···제가 갈 길을 찾은 거 같아요. 굉장히 올바르고, 거짓 없는 주먹···.”
“······그런가.”
“네. 그래서 꿈에서 깨는게 두려워요. 잊어버릴까봐요.”
“꿈이란 그런 것이다. 깨면 잊혀지는 것이지.”
내 말에 밀푀유는 시무룩해졌다.
“그렇군요.”
“다만···. 언젠가 현실에서 내가 보여줄 날이 오지 않겠나.”
“네?”
“내 체력이 올라가고, 주먹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너는 똑같은 감상을 품겠지. 그때도 늦지 않다.”
“······아.”
밀푀유는 그 말에 눈을 빛냈다.
그래.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다시 한 번 보여주면 그만이다.
이 솔직하고 올바른 아이는 그때도 같은 감상을 품고, 따라와 줄 테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슬슬 꿈에서 깰 시간이다. 저기 문이 보이지? 저길 넘어가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아 맞다!”
“뭐지?”
“서, 선배님. 선배님? 그러고보니까, 깨는 데에도 순서가 있나요?”
“음. 그런걸로 알고 있다만, 먼저 돌아가면 먼저 깨는 것으로 알고 있···.”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천천히 돌아오세요!”
“······음. 알겠다.”
그리 말하고 밀푀유는 쌩, 하고 문 쪽으로 달려갔다.
“정말 바쁜 녀석이로다.”
그래도 그게 귀여운거니까 괜찮다.
***
하여.
멍해지는 머리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선배님. 잠에서 깨셨나요?”
“음.”
“후후. 푹 주무신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얼굴 씻고 오시겠어요?”
“그러도록 하지.”
밀푀유의 제안을 받아들인 나는, 이내 세면실로 향했다.
세면장에서 씻으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몽경의 비약은 ···나 또한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치 꿈처럼 멍하다.
원작에서도 이랬다. ‘꿈을 꾼 듯 멍하다.’ ‘이럴 때가 아니다. 강의에 늦겠다.’ 라는 식으로 그저 꿈속에 있었던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건 ‘캐릭터 입장’
당연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모니터 밖에서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다.
즉 캐릭터는 꿈이라 치부할지언정, 플레이어의 경험으로는 남는다는 이야기.
허나.
“······나는 모르겠군.”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허락되지 않은 듯 하다.
그래. 그게 됐으면 내가 울프람이겠냐. 슈퍼영진이지.
아무튼.
혼자 있었는지, 둘이 있었는지.
어떤 보스를 잡았는지. 잡기는 했는지.
아니 해내기야 해냈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아냐고?
그야 시스템이 말해주니까 알 수 있다.
【몽경 포인트 200】
“잡은건 둘인가. 나쁘지 않군.”
그렇게 씻고 밀푀유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묘한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음. 그러고보니.
“밀푀유.”
“네. 선배님.”
“책상 위에 음료를 담은 컵이 하나 있지 않았나?”
“···아. 그거요. 거의 빈 컵이라 씻어서 정리했답니다.”ㅁ
“그런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게 해서 미안하군.”
“아뇨.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건데요. 신경쓰지 마세요.”
밀푀유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구나.
정말 성실하고 착한 아이야.
이브도 조금 본받았으면 좋겠다. 정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