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37)
§ 336. 사랑과 애정으로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최근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야 이 제프린에서 지금은 저희가 가장 강하겠죠. 으음. 아뇨. 역대 제프린에서도 아마 최강을 논할 수 있겠죠.”
지난 300년간, 그 누구도 이 제프린의 모든 비밀을 공략하겠다. 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없다.
그것은 커녕, 모두가 숨어 도망칠 때.
오직 울프람만이 길을 열기로 맹세했고, 그 뒤에 우리가 따르기로 결의했다.
이 세상 모든 비의를 손에넣어 세상의 지배자가 되리라.
“그 말을 했던 울프람은 정말 멋있었죠.”
물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그런 말을 한 적 없지만, 아일라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한 것과 다름 없기에 이 치환에 모순은 없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나와 울프람.
울프람이 일컫길 파티라고 불리는 이 집단이 얼마나 강한가.
물론, 아직 제프린의 모든 비경을 탐험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학생과 비교하면 어떨까.
나는, 얼마나 강할까.
“나의 강함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음.
과연 그렇다면 이 실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일라는 생각에 잠겼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또한 저의 싸움인걸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수레국화 지팡이와 울프람이 건네준 모든 무구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비의 강함이 인간 본연의 강함은 아니죠!”
묘한 기시감.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할 법한 말을 입에 담으며 그녀는 마법학부로 향했다.
***
마법학부 제4대련장.
이 대련장의 가장 큰 특이점이라면, 바로 넓은 점과 야외.
그리고 언제나처럼, 교수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아일라와 레지나가 섰다.
이 대련에서 자신을 지목했다는 점. 그리고 기세 등등하다는 점에서 레지나 시엘라는 이 대련의 의미를 깨달았다.
즉 이건 처형식이다.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자신을 모든 대중 앞에서 묻어버리는 처형식.
정말, 더럽고 비열하고 저열하고 추잡하고 예의라고는 모르며 천박하기 짝이 없다.
수레국화 지팡이로 자신의 마법 발현을 막고 때려 눕힌다?
그 정도의 싸움은 지금까지 얼마든지 해왔다.
허나 지금은 위치가 다르다.
울프람 파티의 선배라는 입장을 이용해 자신의 반격조차 허락하지 않겠지.
레지나는 주먹을 꽉 쥐고 아일라를 쏘아봤다.
“···이런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선배라는 권력을 위시해 압도적인 폭력을 행할 셈인가요? 역시 천박하군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어머, 레지나 시엘라.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은 게스트 파티원도, 제 후배도 아니랍니다? 평소처럼 악에 받친 하마 마냥 물어 뜯으러 오세요.”
“뭐라고요?”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건 마법학부의 수석과 차석. 승자 아일라 트라이스타와 패자 레지나 시엘라 뿐. 자. 덤비세요.”
“······.”
레지나는 조용히,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손을 살폈다.
대 아일라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바로 저 수레국화 지팡이.
마력이 낮음에도, 자신의 앞에서 압도적으로 마법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그 도구는···.
“후후. 제 손을 빤히 보고 계시네요. 그야 저는 울프람이 준 화장품으로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부러운가요?”
“······닥쳐봐요. 당신.”
아일라의 우아한 미소에 레지나는 이를 아 ㄱ물었다.
이상하다.
보이지 않는다.
그 가장 짜증나는, 수레국화 지팡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팡이는 어떻게 했죠?”
“아 그거요? 그런게 없어도. 자 봐요.”
아일라는 주문을 영창했다.
수 십 소절의 마법 주문을 읊으며 마력이 요동친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툭 하고 튕기니, 손가락 위에 가벼운 빛이 피어 올랐다.
최 하급 마법. 라이트.
“당신 앞에서 마법을 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요?”
“······.”
강한 마력을 요동치게 해놓고, 수십 소절의 주문을 읊어놓고, 고작 라이트만 지펴 올린다고?
그래놓고 손에는 지팡이조차 쥐지 않고?
레지나는 주먹을 꽉 쥐고는,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쏘아봤다.
“얼마나, 저를 얕보는 건가요.”
“얕본 적 없답니다? 그저 지금 이게 ···당신에게 상응하는 전력일 뿐.”
“뭐라고요?”
“덤비세요. 차석. 전 아무것도 들고 있는게 없으니, 이제야 우리는 대등해졌답니다.”
오세요.
약자.
아일라는 그리 웃으며 자세를 잡았고.
레지나는 그에 응수하듯 달려들었다.
“죽이겠어요. 당신을.”
“예에. 그렇게 나오셔야죠. 최근 당신은 너무 패배에 찌들어 있어서, 패배시키는 보람도 없었는걸요!”
실로 오래간만에, 얼굴에 살기를 피워올린 레지나를 보며, 아일라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광기. 저 증오. 저 분노.
저것이 바로 레지나 시엘라.
“예. 저도 느꼈어요. 선 후배 따위의 귀찮은 연결로 친해지는게 우리가 바라던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죽일때까지 싸우고, 죽을 만큼 증오해야 깊어지는 인연이라는 것도 있는 법.
아일라는 주먹에 감은 흑요석을 바라봤다.
【늪】에 의해 그 연결이 불안정하다. 역시 수레국화 지팡이가 없으면 마법 발동은 쉽지 않다.
허나 그것이.
어떠한 문제가 되는가
그 전장에서 울프람이 거대한 골렘을 상대로 보여준 그 무위를 떠올려라.
고작. 이 정도의 패널티 따위. 그저 장난일 뿐이다.
레지나가 짓쳐듬과 동시에, 아일라 또한 레지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뻐어어억!
늪에 의한 공간 고정을 더욱 빠르게 몸을 흠들어 흘려내고, 자신의 명치를 찢어발길 기세로 후려치는 마력을 팔꿈치로 튕긴 후. 허리를 최대한 꺾어 얼굴 정 중앙에 주먹을 후려쳐 때려박는다.
화끈한 클린 히트. 레지나는 몇 걸음이나 물러나며, 이 일격에 허리가 풀린 듯 비틀거렸다.
이전이라면, 정확히는 몇 달 전 레지나 시엘라라면 이 일격으로 전의를 상실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뒤에 날아오는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연격을 알기에, 설령 얼굴이 깨져 피가 흐른다고 해도, 시선은 아일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 전의를 상실하지 않은 그 눈.
아일라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싸움은 지금 시작되었을 뿐이다.
***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 생사결이라 부르기에 합당한 전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무렵.
두 사람의 전투 또한 슬슬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하 ···하하.”
“······.”
웃고 있는 것은 레지나 시엘라였다.
아무리 그래도 수레국화 지팡이가 없는 지금 근접전의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높은 재주로 움직여 피하려 해도 결국 늪이라는 범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법.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저항하고, 또 때리고, 저항했지만 점차 움직임이 힘들어지는게 느껴졌다.
“후우. 하아. 쉽지 않네요.”
“···이제 패배를 인정 하시죠.”
“설마요.”
분명. 상태는 레지나가 더 좋지 않았다.
당연히 주먹으로 쳐맞은 부위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회복 물약을 잔뜩 쓴다고 해도 며칠은 병실에 누워서 골골거리리라.
하지만, 반대로 승기 또한 레지나가 잡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느꼈다.
레지나 시엘라의 늪이 이 일대를 전부 지배하고 있음을.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흑수정은 이미 흩어져 마력 운영 조차 쉽지 않다.
즉 이것은.
마력 없는 17 재주의 근접전 전사와 마력 21의 괴물 마법사의 싸움인 셈.
물론 코피를 흘리면서 전신에 피멍이 든 것은 21의 마법사 쪽이라는, 기묘한 광경이긴 했지만 말이다.
레지나 시엘라는 늪의 주먹을 빚어,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후려쳤다.
“······하!”
최대한 몸을 옆으로 빼 주먹을 피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흩어진 돌조각들이 아일라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 대라도 맞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겠지.
아일라는 그리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고소에 레지나는 처음으로 득의양양한 미소로 대답했다.
“후회하나요? 수레국화 지팡이를 들고오지 않은 것을? 아니면 자신의 권력을 쓰지 않은 것을?”
“저는 후회 같은건 하지 않아요. 다만 반성을 할 뿐이죠.”
“···뭐라고요?”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하구나, 울프람이라면 확실하게 이 전투를 끝냈을텐데,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하고 말이죠.”
“···그럼 그 부족함을 끌어안고 죽으세요.”
“당신에게 전력을 다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반성하게 되네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에요? 전력을 다 해서 졌으니 졌어도 잘 싸웠다? 좋은 싸움이었다?”
“아뇨. 전력을 다해야 이긴다니, 수치스럽다고 한 거라니까요?”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거죠.”
아일라는 손가락을 하늘로 향했다.
승리를 선언한게 아니라, 하늘 위에 무언가가 있다. 하고 가리키는 듯 한 모습.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고, 그제야 아일라의 전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
멍청한.
바람 빠지는 소리.
허나 누가 그 반응을 멍청하다 비웃을 수 있을까.
저 드높은 하늘에서.
별이 추락하고 있었다.
“···저, 건.”
“【미티어 스톰】”
짧게 읊조린 그 말에 레지나의 몸이 떨렸다.
“···미티어? 초대 황제님의 고유마법···?”
“예에. 다만 단순한 눈속임이랍니다. 진짜 미티어 스톰은 중력과 공간이동이라고 해요. 다만 저는 흑요석과 화염. 어디까지나 불 붙은 돌을 하늘에서 떨어트릴 뿐인 장난.”
“·········.”
그럴리가 없다.
말은 가짜라 했지만, 저 마법이 가지고 오는 충격량은 결코 가짜가 아니다.
대체 언제 배웠지?
언제 저런 마법을 손에 넣었지?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하나의 마법밖에 쓸 수 없는 멍청이 아니었나?
허나 지금은 그런 것에 의문을 가질 때가 아니다.
마법사는 언제나 일어난 현상보단.
일어난 현상의 근원을 파악하는 사람들인 법.
그렇기에 레지나의 의문은 당연했고, 질문은 합당했다.
“언제? 대체 언제 저 마법을 영창했죠?”
“처음부터죠. 모르겠어요?”
“······처, 음?”
“네. 당신과 그 쓸모없는 설전을 벌이던 때요.”
그러고보면.
어째서 자신은.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수 십 소절의 영창을, 그 거대한 마력의 파동을 기만이라고 무시했을까,
어째서 그때 그 마법을 라이트라고 단언했을까.
미티어가 다가오고, 학생들이 혼비백산한다.
저 운석이 지상에 쳐박히는 순간, 이 자리에서 대체 몇 명이나 무사할 수 있을까.
레지나 또한 황급하게 아일라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어서, 어서 저 마법을 지워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나 있어요?!”
“예에. 실험해봐서 안답니다.”
“······그럼 빨리 지워요! 어서!”
“저도 그러고 싶은데, 당신의 늪이 방해해서 말이에요. 그게 치워지지 않는 이상 미티어는 못 지우겠네요.”
“자, 잠깐만요. 지금 제 탓을 하는거에요?”
“당신이 늪을 회수하면, 미티어를 지울게요.”
“지금 제가 늪을 회수하면, 마력 백드래프트로 제 마력이 폭주한다고요! 최소 3주는 보건실에 쳐박혀 있어야 한다니까요?! 무리에요!!”
사실이었다.
지금 늪을 이렇게 농밀하게 깔아놓은 상황에서, 즉각 전부 회수하려면 폭주를 일으키고 만다.
그러면 꼼짝 없이 병원행이다.
“그럼 뭐.”
그 말에, 아일라는 싱긋 웃었다.
“미티어가 쳐박히겠죠.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으, 으아. 으아아!”
레지나는 황급하게 마력을 회수했고, 이내 아일라는 키득키득 웃었다.
“농담이에요. 제가 그렇게 허술한 마법을 쓸리가 없잖아요?”
“······뭐?”
“당신의 마력 회수가 없었어도 미티어는 삭제했어요.”
“아?”
“그리고 마력을 지워줘서 고마워요. 이런 멍청한 블러프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직후.
아일라의 얼굴이 가까워짐을 느끼며.
우드득.
레지나의 관절에서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의식이 어둠 깊은 곳으로 꺼졌다.
“잘 자요. 레지나 시엘라.”
깔끔한 전치 2주어치 목꺾기였다.
***
아일라가 편의점에 찾아와 전신의 근육통을 호소하길래, 약을 내줬다.
“약으로는 부족해요!”
“그런가?”
“네. 울프람. 무릎을 빌려주세요.”
“······알겠다. 어떻게 빌려달라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허락 한 거에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풀썩 하고 내 무릎을 베개삼아 눕고는 에헤헤 웃었다.
거 참.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다쳤지?”
“그게요. 레지나랑 대련을 했거든요.”
“그게 그렇게 크게 다칠 일이었나?”
“그게요. 울프람 흉내를 조금 냈거든요?”
“내 흉내?”
아일라는 그리 말하며 수레국화 지팡이와 각종 무구를 벗어 던지고 오직 맨몸으로 그것도 블러프와 계산으로 싸웠다며 말했다.
그 전투법.
실로 나를 참고했다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일라.”
“네. 울프람.”
“잘 했다. 훌륭한 변화다.”
“어, 어라? ···어. 에헤.”
아일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래.
듣고 있자면, 훌륭한 고인물 플레이가 아닌가.
“아주 잘했다.”
“에헤헤.”
나는 몇 번이고 아일라를 쓰다듬었다.
다감한 나이의 여자애한테 도를 넘은 칭찬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런 올바른 뉴비는 칭찬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참을 그렇게 칭찬해줬다.
“훌륭하다.”
“고마워요.”
올바르게 크려무나. 아일라 트라이스타.
고인물의 세계는 끝없이 깊고 넓으니, 결코 지루할 틈이 없을것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