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45)
§ 344. 고스트 바스터
작중 인기투표 3위의 이브 폰 로엔그린.
그럭저럭 높은 순위 아닌가.
나 또한 저 인기투표의 공신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이브의 3위는 그럭저럭 납득이 가는 편이다.
물론 지금은 저 망할 녀석의 혈육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분 나쁘고 나 자신이 불쌍하고 안쓰럽지만.
이영진으로서의 기억과 지식을 기반으로 이브의 인기 이유를 짐작하자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처음에는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일것 같지만, 내면은 아직 성장을 덜 끝낸 녀석이라는 점.
그리고 한 번 공략에 성공하면 무척이나 헌신적이고 귀엽게 변한다는 점도 그렇다.
그렇다면 ···그런 거 말고, 이브 폰 로엔그린을 상징하는 가장 큰 개념은 뭘까.
나는 그것을 긍지라고 보고 있다.
자신이 황족이라는 긍지. 그 신념속에서 살아가는 것.
가지고 태어났기에, 가지지 못한 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응당 가져야 하지만,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고, 가지고 있기에 더더욱 칭송받는 이브의 삶.
그러니까.
“뭐라고?”
“···유령이 나온다고 했어요.”
“흠. 지난번 윌 오 위습 같은건가?”
“아뇨. 진짜 유령이라고요. 진짜로···.”
“······.”
조금 창백해진 얼굴.
그러고보니 이전에도 유령 사건 같은걸 처리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
생각보다 많이 처리했다.
공용기숙사 유령소동때도 그랬고, 윌 오 위습도 생각해보면 유령 건 아닌가?
이제와서 유령이 뭐 어쨌는데 싶지만, 이브의 표정은 묘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유령같은건 안 무서워 하는 것 아니었나?”
“누, 누가 무서워한다고 그래요?”
네가요.
“그렇군. 안 무서운가.”
“예에. 안 무서워요.”
“그럼 왜 나한테 말하는거지?”
“······.”
내 물음에 이브는 시선을 돌렸다.
······.
아니 사실 알고 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안 무서워하는게 아니다.
안 놀고싶은게 아니고, 안 쉬고싶은게 아니다.
그저.
자기 자신이 로엔그린 혈통으로 태어난 이브니까.
마력치 22이라는 재능과,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것이 손에 들어오는 사람이니까.
그 와중에 착해 빠졌으니까 결국 남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힘들어도 참고, 이를 악 물고.
무서운것도 버티고 견디고.
정말 멍청한 녀석.
“그래서, 이번에는 유령이 나오는 그 곳을 도와달라는 건가?”
“······으. 아, 아니거든요?”
“그럼 안 돕겠다.”
“······이, 이익!”
이브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도와달라고 말라고.
“다시 말해봐라. 도와달라고?”
“도와줘요.”
“말이 짧구나. 이브 폰 로엔그린.”
“도와주···세···.”
“쯧. 기분나쁘게 존댓말 쓰지 마라.”
“어쩌라고요!?”
“알았다. 돕도록 하지. 그래서 어디에서 나온다고?”
“제 2 구 마법학부 동관이요.”
“······.”“뭐, 뭐어. 어차피 유령이라고 해봐야 대단한 건 아닐거에요. 그렇죠?”
“음.”
“가짜일수도 있고요. 아니 가짜겠죠. 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아니 그건 진짜 유령이다.
거기에 제 2 구 마법학부 동관이면···.
“울프람? 왜 그렇게 입을 닫고 있어요? 이거 가짜잖아요. 그렇죠? 어서 그렇다고···.”
“······.”
“뭐라고 말좀 해봐요···.”
이거 꽤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마법학부는 제프린의 전통이고 핵심이다.
결국 사회 주도층은 다 마법학부 출신인 이상. 너 몇기냐?가 당연시 되는 세상이다.
그렇다 해도 매년 마법학부 졸업생들은 넘칠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그에 따른 T.O가 남아나는건 아니라서 최근의 마법학부생들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얻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미. 잠깐 다른 길로 샜는데, 아무튼 하려는 이야기는 ···이 마법학부의 건물들은 300년간 몇 번이고 재건축되고 증축되고 하여 마법학부만 놓고 보자면 거대한 미로처럼 되어있다.
구 마법학부 3동. 신 마법학부 총 8동.
하나의 지역에 마법학부라는 이름으로 11개의 섹터가 나뉘어 있고, 그 중 세개는 반 쯤 유적화 되어있고 8 마법학부같이 사람이라고는 없는 쓰레기 지역도 있다.
그리고 이 제 2 구 마법학부는 이전 ···마법 발전 과도기때 온갖 실험이 시행된 장소.
유령 하나 둘 정도는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사실 나온다.
진짜 유령 나온다. 여기.
“그래서 어디라고 했지.”
“···저, 저기에요. 저기 4층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가.”
“그, 그런데 제령할 장비는 있는거죠?”
“뭐. 없진 않다.”
“······믿을게요.”
나는 슬쩍 내 양 손을 바라봤다.
손등에 끈적한 접착제를 잔뜩 바른 목장갑 한 켤레.
이게 장비의 전부라고 하면, 이브는 화를 낼까 안 낼까.
뭐, 그건 나중에 가보면 알겠지.
“들어간다.”
“···네. 네!”
이브는 내 뒤에 꼭 붙었고, 우리는 제 2 구 마법학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목재로 된 4층 건물은 좀 더 고전적인 건축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문은 열려 있었다.
겨울이라 저녁이 빨리 찾아오는 바람에 조금 어둑어둑 했지만, 그래도 마법등은 아직 켜지고 있다.
허나 낡은 목조 건물.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이 곳에 문이 떡 하니 열려있고, 그 안에 미약한 전등빛만 새어 나오는게, 마치 ‘어서 들어와’ 라고 말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서는 그 순간.
끼이이익 ···쿵!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힉?! 무, 문이!? 어라?! 아, 안열려요! 울프람!”
“그런가.”
“···어, 어째서.”
[이히, ···이히히!]얇고 높은, 바이올린을 일부러 긁는듯한 소리. 혹은 쇳소리. 그 사이의 무언가.
하지만 이쪽을 비웃는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렸다.
그리고 몸에 강제로 드는 오한. 소름 돋는 닭살.
흠.
정신은 무한정하지만, 육체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는건 이 울프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마음은 명경지수 그 자체지만, 몸은 소름이 돋았다.
“히······.”
“이것 참. 정말 나오는 모양이군 그래.”
“어, 어떡하죠.”
“어떻게 하긴.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4층이라고.”
그럼 가야지 뭐.
“정말 갈 거에요?”
“간다고 하지 않았나.”
“자, 잠깐 기다려요. 잠깐···!”
***
음.
솔직히 말하자.
나는 이 이벤트를 알고 있다.
정말 짜증나고 귀찮은 이벤트다.
여기서는 혼란, 탈진, 정신분열 상태이상이 패시브로 깔리고, 이걸 피하기도 엄청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성치를 정말 끝장나게 요구한다.
정말 간단하다.
이 4층 건물에는 정말 유령이 있고, 사람들을 저주한다.
들어 오는 사람을 잡아먹어 꼭두각시로 삼으려고 하고, 정말 죽이려 든다.
우리는 이 저주받은 건물의 비밀을 풀어 유령을 제령해야 한다.
전형적인 공포게임.
어째서 D/Z SAGA에 이런걸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하르크의 안배라면 그새끼는 진짜 또라이다.
물론 하르크의 안배가 아니라, 진짜 사고 떄문에 생긴 유령소동이지만 말이야.
[이히, 히!! 끼히히히!]“히이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달려가는 발소리.
무서움에 질려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면.
“······어, 어. 우, 울프람···.”
“음.”
저 멀리 바닥에 떨어져있는 인형.
“이, 인형? 인형같은게 있었나요?”
“아니. 없었다. 방금 놓고 간 거겠지. 봐라.”
“······히.”
그 인형을 집어서 등 뒤를 보면 뭐 당연하게도 【죽어】 같은 저주의 글씨가 적혀있다.
그렇게 잠시 걷다보면, 2층에서 들려오는 낄낄거리는 소리. 쇠 가는 소리로 죽일거야 죽일거야. 하고 있다.
이야, 이거 플레이했을때도 진짜 짜증났는데, 현실로 보니까 많이 짜증나네.
“저, 정말 유령이에요. 시 싫어···.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그렇게 무서워했나?”
“이 정도면 보통 다들 무서워하거든요?!”
아무튼. 우리는 1층을 돌아봤다.
뭐 대단할 건 없었다.
원래 공포게임이라는게 그렇다. 1층에서는 귀신이 있다는 떡밥만 던져주고, 월드 설명만 해주고 끝이지.
“180년 전에 이런 사고가 있었군요···.”
“음. 사령학과에서 사고가 있었고, 누군가 그때 사고에 말려들었다. 그런 거겠지.”
“···그럼 여기에 있는 유령은.”
“그때의 원령 아니겠나.”
따닥 따닥. 이브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뭘 그렇게 무서워 할까.
아무튼, 1층을 전부 둘러보고, 2층을 향했다.
그러고보니.
“이브.”
“뭐, 뭐에요···.”
“아까, 웃음소리는 2층에서 들렸으니 조심해라. 녀석은 2층부터 나올 수 있다.”
“시, 싫어······.”
***
아무튼.
이브는 엄청나게 떨고 있지만, 나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 황실 혈통의 특성은 바로 모든 정신공격 면역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서 여기는 조금 시끄러울 뿐인 구 강의동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내 뒤에 있는 녀석은 완전히 다르다만···.
“괜찮나. 이브?”
“괘 괜찮아요 괜찮···.”
파직. 파직···.
머리 위에서 자동 충전으로 돌아가던 전등이 꺼지고.
“힉······.”
번쩍.
다시 한 번 등이 켜지는 그 순간.
창문 밖에, 분명히 보였다.
이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여자 얼굴이.
“사, 사람 얼굴 ···여기 2, 2층인데 사람이 벽에···. 벽에.”
“음.”
왜 밖에서 이쪽을 봐야 하는걸까.
안에서 얼굴보고 대화하면 안되는 걸까.
물론 나와는 다르게 이브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왜? 왜 나한테 이런 나쁜짓을 하는거야···? 나, 나는 그냥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에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찾은 것 뿐인데···.”
이브의 눈이 뱅글뱅글 돈다. 초점이 맞지 않는걸 보니 진짜 맛이 가기 일보 직전.
“괜찮나. 이브?”
“괜찮아···보여요?”
“······.”
안 괜찮으면 뭐 어쩔 수 없고.
아무튼. 조금 더 걷다보니 다시 한 번 전등이 꺼졌다.
“힉.”
아.
이 타이밍이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셉시다.
셋.둘.하나.
【끼히히히히히!!】
“꺄아아아아아아아!?”
불이 켜지면서, 그 뭐더라. 깜놀계 유령? 아무튼 전신에 피칠갑을 하고 동공이 시꺼먼 무언가가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나타났다.
앞에는 유령. 뒤에는 이브. 솔직히 이브쪽이 좀 더 데시벨이 큰데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퍽!
【끼히?!】
“호오.”
주먹으로, 유령의 얼굴을 후려갈겨봤습니다.
그 뭐야.
점프 스케어? 깜놀? 그쪽 유령게임 할때. 항상 얼굴 들이미는 귀신한테 주먹으로 쳐보고 싶잖아.
그래서 해봤습니다.
포츈 쿠키의 가루를 잔뜩 바른 장갑으로 유령을 패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는 당연히 개쳐맞는다였습니다!
당연하다.
유령은 보통 저주받은 감정의 상징. 마족의 영양분인 만큼 축복은 유령에게 통한다.
【끼히······.】
유령은 오른손으로 쳐맞은 자신의 볼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사라졌다.
개 억울한 표정인데.
왜 혼자 놀래키다가 놀랄만큼 맞으니까 아픈가봐?
***
그 뒤로, 유령은 우리를 놀래키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 했지만, 나야 당연히 놀라지 않았고, 나올 때 마다 이브만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무튼, 빠르게 클리어 하고 싶은 마음은 한 가득인데 이브가 문제다.
“싫어···. 이젠 싫어···.”
“괜찮나. 이브.”
“싫어···. 싫어요. 도와줘요. 누가 구해줘요. ···오라 ···미안해요. 제가···.”
“음.”
아무래도 4층까지 걸어갈 여력은 안 될 모양이다.
이게 정신 오염의 거의 최종 단계에서 나오는 상태.
즉. 이 뒤로는.
“결국 와버렸나.”
뚝. 하고 이브의 몸이 멈췄다.
“[···아하. 아하하!]”
이내 검은 기운이 이브의 몸 근처를 감싸고, 웃음소리에 묘한 에코가 끼기 시작한다.
목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들리는 착각. 이브 목소리이되, 다른 여자의 목소리도 끼어 있다.
뭐 아무튼.
이브 였던것은 천천히 나를 바라보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이 몸은 내 거다. 아하, 아하하! 감···히. 감히 나를 때렸겠다······.]”
“그랬지. 아팠나?”
“[아팠다. 아팠다고······!]”
“그렇군. 그럼 지금부터 더 아플테니 알아두도록.”
내가 다가가자, 이브 였던것. 정확히는 유령은 움찔, 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보, 보아하니 이 여자는 너와 혈육 아닌가!? 나, 나를 때리면 이 여자도 위험하다!]”
“걱정 마라. 너만 때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으, 으······! 그, 그렇다면 지, 지금 이 여자를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다. 다, 다가오지 마라! 혈육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은가?]”
혈육의 목숨?
혈통 메이트의 목숨?
흠.
“해라.”
“[······뭐?]”
“제발 해다오. 어서. 빨리. 한 시의 지체할 틈이없다.”
“[······자, 잠깐. 네 여동생이 아니었나?]”
“【어서 빨리 하라고 하지 않았나!】”
“[히, 히이이···!]”
진심을 담은 포효에 검은 기운이, 움찔 하고 몸을 떤다.
자. 지금이죠?
원 투 스텝 앞으로,
사이드스텝으로 옆으로.
거기서 한바퀴 돌면서 다시 앞으로.
달려가서 앞잡기.
양 손으로 오른쪽 왼쪽 검은 기운을 잡아서.
“[아?]”
“느려 터졌군.”
그대로 반으로 뜯어버리면. 유령은 어떻게 될까요?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야 당연히.
유령은 반으로 확 찢겨서 그대로 성불한답니다.
“음. 이걸로 제령 종료. 그러니 하라고 할 때 빨리 했었어야지 않나.”
유령이 사라지고, 툭. 하고 과자 봉투 안에서 내용물이 떨어지듯, 이브가 쓰러졌다.
잽싸게 바닥에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끔 받아냈다.
새근새근 잠든 그 모습에 불안하거나 불편해 보이는 점은 하나도 없다.
그냥 정신이 극한까지 몰려서 기절한 것 뿐이다.
“이대로 버려두면 입이 돌아가겠지.”
음,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이대로 차가운 바닥에 눕혀놓기도 뭐하다.
급한대로 가볍게 둘러메서 근처 강의실 책상에 눕혔다.
“이히···. 사탕······.”
느긋한 잠꼬대가 구교사에 울려퍼지고,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유령에게 놀랐다. 빙의됐다 이제는 사탕이냐.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여동생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