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49)
§ 348.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랬다
제국력 30X년 제프린은 미티어의 불길에 휩싸였다.
연무장은 박살나고 관중석은 모래먼지에 쳐박혀 모든것이 박살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공멸기(共滅技)는 사실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루디카 핫산 샤도우를 상대로,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그녀의 단검을 잡아채고, 그 당황속에서 냉정 침착하게 흑수정으로 자유를 봉인하고, 미티어로 공멸을 노린다.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재주가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고작 그 따위 수치로 어떻게 해 볼 정도로 22의 벽은 낮지 않다.
그러니까, 이 자폭은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강한 의지가 만들어낸것.
원래라면, 그 모든 패널이 박살나고 루디카가 접근한 시점에서 아일라의 패배는 당연지사.
허나,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기책은 비책이 되었으며, 결국 공멸을 이루어냈다.
만일 누군가가 두 사람의 싸움을 울프람처럼 수치화 시켜서 볼 수 있었다면, 두 사람의 전력차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일라 트라이스타에 대한 칭송을 몇 시간이고 읊었으리라
그 정도의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21이라는 숫자조차 22를 절대로 이겨낼 수 없지만, 20의 숫자로 22와 무승부를 만들어낸 이 결과는 칭송받아 마땅하다.
아니.
정확히는 무승부가 아니었다.
그 잔해속에서, 누군가가 일어섰다.
“······.”
누굴까.
모래먼지속에서 그 잔영만 겨우 시야에 담을 수 있을 뿐,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직후. 바람이 불었다.
먼지는 순식간에 걷히고, 그 안에서 너덜너덜해진 교복과 몸 여기저기에 새겨진 찰과상을 신경쓰지 않고, 그 사람이 서 있었다.
지금 저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숫자는 홀수.
즉
승부는 무승부가 아니었다.
누구 하나는 서있고, 누군가는 쓰러져 있는 상황.
그리고 이 순간.
“후우···. 하아. 아하. 아하하······.”
그녀는 손을 하늘 위로 치켜 들었다.
스스로가 승자라고 선언하는 그 모습.
열리지 않는 입을 겨우겨우 열어서, 폐에 공기를 겨우 공급해서, 고작 네 글자를 소리쳤다.
“반역 ···완료!”
그렇게, 승리를 선언한 아일라는 그 자리에서 웃으며 엎어졌다.
그렇게.
반역이 완수되었다.
***
레지나 시엘라는 당장이라도 울부짖고 싶었다.
이 정도의 충격을 느낀건, 약 십 년 만이다.
어린 시절, 귀족 마법 교류회에서 이브 폰 로엔그린의 ‘마력 시동’만으로 마력 자체가 묶인 적이 있다.
레지나 시엘라는 당시에는 자신의 마법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자신과 같은 분야에서 자신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괴물이 있다.
마력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레지나 시엘라.
허나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특기인 마법이 봉인당했음에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따스했다.
그것이 더욱 괴로웠다. 죽을만큼 괴로웠다.
이브에게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 엄격한 아버지조차 아무 말씀 없으셨다.
가장 괴로운 것은, 레지나 시엘라 본인이 이 패배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점.
무력감 속에 죽음을 느끼며, 모든 자존심이 짓밟히고, 그런 중에 주변 모두가 질타하지 않는다. 소녀에게는 그 날 하루가 삶에 있어서 가장 끔찍한 충격이었다.
허나.
그때 마음 속 어디선가는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패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마력의 양이. 그 질이 다르다.
허나 눈 앞의 이 남자는 어떤가.
마력이 높은가? 체력이 높은가?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재주. 그거 하나.
그럼에도 시전 자체가 무효화된다.
자신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이 짓이겨지고 뒤틀린다.
이미 마법 발동을 위한 횟수만 육십을 가볍게 넘었다.
그 수단은 웃기지도 않는다.
나무 꼬치라고 한다.
자신의 상점에서 누군가 먹고 버린 꼬치를 회수해. 씻어서, 슬라임에 절여놨다고 한다.
고작 그딴것에 자신의 마법 발동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론상 맞다.
마법은 시전 중에 다른 마력이 간섭하면 그 시전 자체가 뒤틀리거나 무효화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이 낮은 자는 높은 자를 이겨낼 수 없다.
지배력이 다르다. 간섭력이 다르다.
하지만 그걸 발동 시점에 맞춰 인위적으로 짓이긴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대체 시간으로는 얼마나 될까.
1초? 아니 그보다 짧다. 0.5초. 아니 그보다도 짧다. 장담할 수 있다.
눈 깜빡할 틈도 되지 않는다.
허나, 남자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그 찰나를 지금으로 만들어서 결과를 우그러트린다.
“【늪 : 철의 강격】”
“······.”
“【이중 스펠 : 늪 : 연격】”
“······.”
이중 스펠.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비장의 수로 쓰던 마법을 훔쳐 개량해 냈다.
이거라면, 동시에 두 개의 마법이라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조차 어떻게 할 수 없을것이다.
허나 기묘한 시간차로 만들어진 두 영창은, 이윽고 던져진 꼬치에 무너져내렸다.
아아.
이번 건 자신 있었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감각.
마음 어디선가 가지고 싶다. 무너트리고 싶다. 라고 생각한 이 남자의 압도적 무력.
그래서 레지나는 오열했다.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남자에게 짓밟히는 자신에게 환희를 담아. 그리고 저 남자를 ···자신의 라이벌의 약혼자인 저 근사하고도 아름다운 사내를 가질 수 없다는 슬픔에 소리 죽여 오열했다.
이 정도의 무력 차이다. 자신이 이겨야 당연하다. 허나 그것을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 그 위에 침을 뱉는 형태로 무너트리는 저 남자를 보라.
허나, 아래에는 더 아래가 있는 법. 저 남자는 자신을 짓밟는 것을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장애물조차 아니라는 듯. 그저 일방적으로 유린당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가지고 싶다.
무너지고 싶다.
무너트리고 싶다.
이 나약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남자에게 무너지는 것도,
하지만 결국 나약함을 드러낸 이 남자를 무너트리는 것도.
그 모든게 사랑스럽고 또 가지고 싶어서 레지나 시엘라는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증명해야 한다.
저 남자에게 있어.
레지나 시엘라는 그저 단순한 허수아비가 아니라 무너뜨릴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그리고 레지나 시엘라로 하여금, 저 남자를 무너뜨릴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기를.
레지나는 주먹을 쥐었다. 이런거였나? 이런 방식이었나?
정말 싫지만, 그 여자의 전투 스타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거리 마법사 중 방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잠시 훔쳐보기로 했다.
“···호오. 트라이스타류 하급 체술의 기초식이군.”
“어머, 금슬이 좋으시네요. 빼앗고, 무너트리고 싶을 정도로요. 이걸 눈치채실 줄이야.”
“허나 흥미롭군. 레지나 시엘라여. 내 하나 물음을 던져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당신의 물음이라면 뭐든 답해드리고 싶은게 소녀심이랍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지?”
“그런 선택?”
“그렇다. 너는 결코 그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아닐 터 ···중거리, 아니 근거리 ···심지어 트라이스타류? 흥미롭군. 실로 흥미롭다.”
“······.”
아아. 또 그거다.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듯 한 전지의 시선. 그 꿰뚫는 시선에 레지나는 몇 번이고 가슴 속 흥분이 차오름을 느꼈다.
허나 지금은 레지나도 알 수 있었다.
전지한 시선이, 자신의 이변에 당황하고 있다.
아아, 황자님.
당신은 당황하고 계시나이까.
하면 적어도 당신에게 있어 지금의 저는 새로운 가치를 내보인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 터.
레지나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평소 상태로는 이길 자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런가. 그래서 ···그렇군. 아일라랑 자주 싸웠기에 어설프게나마 트라이스타류 체술을 따라한것인가.”
“예에.”
“흥미롭군. 지금까지 없었다. 실로 흥미로워.”
“······감사합니다. 그럼.”
직후. 레지나 시엘라는 주먹에 마력을 감고 달려들었다.
마법이 아니다. 그저 무식할 정도의 마력의 강화.
어설픈 체술이다. 허나 그 안에 담긴 힘은 진짜였다.
허나.
“그렇다 하여 나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지.”
“······아?”
울프람은, 달려드는 레지나의 손을 잡고, 그대로 다리를 걸어 빙글 하고 그녀를 허공에서 한 바퀴 돌렸다.
허나.
여기까지도 레지나의 계산 하에 있었다.
“【늪 : 연탄의 소지】”
이런 나약해 빠진 공격이 그에게 먹힐리 없지 않은가.
레지나 시엘라가 노린 것은, 달려드는 틈을 타서 등 뒤에 발동해놓은 늪 마법.
허나.
“나쁘지 않은 수였다. 몸으로 시야를 가려 마법을 쓰려고 한다. 좋은 임기응변이로구나.”
“···그것까지, 읽으셨나이까.”
“음.”
마지막으로 던진 꼬치에 의해 자신의 마법은 파훼되었다.
이 대련 전에, 당신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백 번의 마법을 쓰면, 백 번 다 파훼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깨닫고, 이대로 하늘을 보며 눈을 감으려는 찰나.
“훌륭하구나. 레지나 시엘라.”
“······예?”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너의 일격. 확실히 닿았다.”
“·········예?”
그는 자신의 손목을 가리켰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교복의 소매에 달려 있는 투 버튼.
그 중 하나의 실밥이 뜯어져 있었다.
“너의 공격을 흘려 넘기는 그 순간, 주먹에 담긴 마력에 휘말려 뜯어진 듯 하구나.”
“······아?”
“마력이 담긴 너의 공격을 모두 마법이라 한다면, 너의 마법은 틀림없이 나에게 닿았다.”
“······아, 아아.”
“나도 호언장담을 할 입장은 안 되는군. 좋다. 이 승부는 너의 승리다.”
울프람은 씩 웃고는 뒤돌아섰다.
***
음.
완벽해.
개쩔어줬어 진짜.
전투 내용도, 그 결과도 모두 납득할 수 있고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마법에 있어서 레지나 시엘라의 획기적 성장은 없었다.
하지만, 내 플탐 전체를 살펴봐도 단 한 번도 없었던 근접전.
거기에 사용하는 기술이 아일라의 트라이스타류 체술이라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전투 방식 아닌가.
거기에 손목의 단추를 긁힌 건 일부러였다. 정확히는 피했는데, 녀석이 안 보는 사이에 잡아 뜯었다.
이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레지나 시엘라와의 3전에서 승리하는 루트 해방 조건의 봉쇄’
완벽해. 정말 완벽한 전투였다.
이제 이 울프람은 사라져 보도록 하지.
“황자 전하.”
“뭐지.”
“승리한 ···파티원. 수하에게 포상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흠. 어렵지 않지. 말해보도록.”
포상이라.
그러고보면 레지나 루트 도입도 대충 이런 느낌이었지.
제대로 파본적은 없고, 보다가 짜증나서 스킵충이 되긴 했지만, 그 도입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개인루트가 해방 된다면 여기서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둘이서 시간을 내어 마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죠. 라고 말이다.
“언젠가 단 둘이서 시간을 내어 마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
그걸 왜 말하니?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 되겠습니까? 제가 승리했다면, 상을 주셨으면 합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으음. 하고 인상이 찌푸려졌다.
레지나는 변했다.
아니 변했을거라 믿고 싶다.
그러니까.
“···알겠다. 시간을 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편의점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미 저녁이었다.
기말고사는 아직 필기도 남았고 다른 자잘한 것들도 남았지만, 나는 이후의 시험을 전부 쨀 생각.
그러니까 홀로. 혼자. 언제나 외톨이 맘의 문을 닫고 귀가를 서둘렀다.
즐거운 곳에서는 나 오라 하여도 집이 최고인 법.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지 않네.
“울프람?”
“······아일라?”
“일찍 왔네요? 오늘 시험은 어땠나요? 레지나 시엘라가 귀찮게 안 했나요?”
“괜찮았다. 압승이었지.”
“그렇군요.”
“네 쪽은 ···격전이었나보군.”
“아하하······ 네. 루디카는 정말, 엄청 강하더라고요.”
그야 그렇지.
아무리 아일라라도···.
“하지만, 이겼어요.”
“이겼나?”
정말?
어떻게? 어떻게한건데? 빨리 영상 찍어서 로그좀 올려줘 패턴 파악좀 하게.
아니 이게 아니고···.
“이겼어요. 정말. 어렵지만요. 이겼어요.”
“그런가.”
“네···. 그러니까 이걸 말하고 싶어요.”
아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흐느적거리면서도 내 앞으로 다가와, 가슴께에 얼굴을 기댔다.
“말 해 보도록.”
“이제 제가 파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고, 울프람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제가, 그래서···. 그러니까요. ······그게······에.”
“······.”
아일라는 횡설수설 하다가 이내 코하고 잠들었다.
이것 참.
나는 사무실에 아일라를 눕히고, 곤히 잠든 그 얼굴을 보며 웃었다.
“가장 신뢰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냐고?”
뭘 이제와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