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50)
§ 349. 최흉 최악의 적
기말고사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미티어가 떨어지고, 사람이 좀 죽을 뻔 하고, 레지나 시엘라가 본인 루트를 연 듯 한 개소리를 지껄이긴 했지만, 아무일도 없었어. 무슨 일이 있었다고요? 그건 눈의 착각입니다.
아무튼, 나와 루디카, 그리고 아일라 빼고도 기말고사의 보고는 이어졌다.
우선 밀푀유.
“2위부터 11위까지 전부 대련으로 쓰러트렸어요.”
설마했던 십인참을 해냈다고 한다.
이건 게임 내에서 익스트림 컨텐츠라 불리는 녀석으로서 자기보다 하위 성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나란히 줄세워서 도전하는 일종의 챌린지 모드.
당연히 연전에 회복아이템도 사용 불가능이라 더럽게 힘들다.
“나중에는 백 명과도 싸울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요.”
“훌륭하다. 실로 훌륭하구나. 밀푀유.”
“감사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하지만 더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
더 강해지면 백인참도 해낼 수 있을거야.
그 다음은 네프티였다.
“기마전 시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라니안을 타고 출격했습니다.”
“많이 곤란했겠군.”
“네 라니안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서···. 결국 저는 대련 시험은 못 쳤습니다. 말이 이렇게 강하니 만점이라고 하지만 ···어째 속이 시원하진 않네요.”
환수종.
특히 라니안은 필드 하나의 주인급 환수다.
저거랑 맞먹으려면 적어도 용종. 그것도 드레이크 급은 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런식으로 기말고사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이브는 이브대로 호성적을 거뒀다고 하고, 루디카는 미티어의 폭격에 쓰러져서 아직도 요양중이다.
아일라가 이긴 것은 순수한 체력 차이였다고 보는게 맞겠지.
아무튼.
“이번 기말고사도 무탈하게 넘어갔군.”
“네. 기말고사는 중간고사에 비해서 꽤 무탈하게 끝났네요.”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녀석이 그런 소리를 하지 마라.”
“네에.”
혼자 기말고사에서 폭발 엔딩을 일으킨 아일라는 혀를 빼꼼 내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모든 시험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그건 시험이 아니라 시련 아닌가?”
“어머, 그런 시련도 마음에 드는걸요? 시험보다는 반역할 가치가 있어 보이네요.”
누가 아일라 트라이스타 아니랄까봐.
【축하합니다!】
역시. 기말고사가 끝나니 올게 왔다.
나는 방긋 웃고는, 시스템 메세지를 읽어 내려갔다.
【첫 해의 수업 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사다난한 첫 해를 넘어섰습니다.】
【반상(反象)의 몽경이 해금됩니다.】
【반상(反象)의 몽경이란 파티원 한 명을 ‘통상 파티 플레이’에서 제외하는 대신 자동으로 숙련도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몽경 시스템을 발견하여 파티를 더욱 풍족하고 강하게 만들어보세요!】
“그렇다면 어디, 시련을 주도록 할까.”
“네?”
바라면 줘야지. 시련.
***
반상(反象)의 몽경은 DLC 중에서도 가장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는 몽경이다.
그래서 그런가 해금 시기도 돈 내고 산 DLC 주제에 1학년에는 열리지 않는다.
만약 이게 1학년에 열렸다면 대놓고 반상런을 해서 어떻게든 루디카와 싸워볼 수 있었겠지.
그 정도로, 이건 중요한 시스템이다.
나는 지금 이 편의점에 있는 ···아일라와 네프티. 그리고 밀푀유를 사무실 안쪽으로 불러냈다.
참고로 내 사무실 안에는 거울이 하나 있는데, 이 녀석의 크기가 사람 하나는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그래.
사람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밀푀유. 그 거울에 손을 대 보도록.”
“거울은 손기름 묻으면 지우기 힘든데 괜찮을까요?”
“허가한다. 손기름은 묻지 않을 테니 걱정말고 손을 대도록.”
밀푀유는 조용히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 라? 빨려 들···어!?”
그대로 밀푀유는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그 밀푀유의 뒤를 따라, 나도 잽싸게 거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프티와 아일라가 덜덜 떨었기에 같이 오진 않았다.
마음이 진정되는 대로 들어오라고 했으니, 곧 오겠지 뭐.
아무튼.
내가 도착한 곳은 연무장의 무대 아래였다.
“밀푀유. 놀랐나?”
“아, 아뇨. 괜찮아요. 선배님.”
연무장 아래에서, 밀푀유는 단상 위를 올려봤고,
단상 위에는 어딘가 색이 연하게 빠져 있는 소녀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홍색 머리. 작은 손발. 바로 옆에 있는 밀푀유와 닮은 ···아니 닮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똑같은 소녀.
“저건 ···저인가요?”
“너의 미스트다.”
“미스트···?”
“열화 복제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성은 없다.”
“······지성은 없다. 그리고 여기는 ···마치 연무장. 저 위에서 그저 나를 기다린다···? 설마.”
“호오. 이해력이 빠르구나. 훌륭하다. 그래. 이 미스트의 사용 용도는 오직하나.”
“······.”
“가 보거라. 밀푀유. 강해지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것도 방법 아니겠나.”
“······네!”
밀푀유가 무대 위로 이동하자 이내 미스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철컹. 소리와 함께 양 손에 건틀릿이 생겨나고, 그녀는 익숙하게 봤던 기수식을 취했다.
서로 맞대응 하는 완전히 동일한 자세.
“제프린의 2학기 기말고사는 1년간 배운 모든것을 시험보는 장소. 그렇다면, 이 대전이야 말로 우리의 기말고사에 어울리지 않겠나. 최선을 다 하도록. 밀푀유.”
“네! 선배님!”
두 사람의 전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그렇게 살짝 떨어져서 밀푀유의 내전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울프람, 이건.”
“선배님.”
“반상의 몽경이라고 한다.”
나는 짧게 반상의 몽경에 대해 설명했다.
반상의 몽경.
침입자의 형태를 그대로 본딴 미스트와 대전을 펼칠 수 있는 곳.
자기 자신의 스킬을 점검하고, 패턴을 학습하고, 공격 타이밍을 익힐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스트는 열화판이다. 본체보다 강할 수는 없다.”
“그건 시험이 되긴 하는 겁니까. 선배님?”
“물론이다. 밀푀유를 봐라.”
무대 위의 밀푀유는, 이 모든것을 인지하고 이해한 뒤. 최적의 전투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부러 미스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흘리고, 반격은 약하게 한다.
지금 밀푀유는 눈으로 몸으로 자기 자신의 타이밍을 익히고 있다.
“기술의 연마라는 몽경의 본질을 벌써 익힌 것이지.”
그렇다.
밀푀유는 첫 몇 합 만에 자신의 미스트가 약하다고 깨달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투의 스탠다드를 바꿨다.
자신의 공격을 흘리면서 그 궤도를 이해하고 약점을 찾고 자기 자신을 분석한다.
실로 우수한 후배가 아닐 수 없다.
“응. 이 정도면 다 배웠어.”
그렇게 약 십 분 후.
밀푀유는 미스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으면서, 전투의 종막을 알렸다.
우리 셋은 밀푀유의 성장에 박수로 회답했고, 그녀는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선배님! 이겼어요!”
“좋은 싸움이었다. 어떻게 여기를 이용해야 하는지 완전히 이해한 모습이구나.”
“네!”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밀푀유는 우후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그리고. 역시 내 예상대로 그 전투를 본 네프티는 나를 향해 강하게 의사를 표현했다.
“저 싸워보고 싶습니다!”
“그런가. 알겠다. 그러면 당장 너희들의 미스트를···.”
“아뇨. 제 미스트 말고요!”
그런가?
그러면 서로 상대를 바꿔서 싸워보고 싶은 건가?
네프티는 아일라의 미스트를, 혹은 그 반대로?
“알겠다. 그럼 일단 네프티 먼저 해서 아일라의 미스트를···.”
“그게 아닙니다! 선배님!”
“그러면 누구와 싸우고 싶다는 거지? 밀푀유인가?”
“아뇨!”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음.
그러니까.
“내 미스트 말인가?”
그녀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네프티의 강한 요청.
아일라 또한 이 매치업에 무척이나 관심이 가는 듯, 네프티에게 우선권을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미스트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러고보니, 저건 울프람의 모든걸 복제하는건가요?”
“음. ···그건 나도 확실히 모른다.”
“그렇군요?”
정확히는 어떤 식으로 복제할지 감이 안 온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스킬과 스테이터스만 복제한다면 그건 쓰레기다.
일격에 나가 떨어지겠지.
하지만, 저게 그 이상을 카피할 수 있다면?
말해두지만 이 세계는 엄연한 현실이다.
전투 방식이 고정되어 있었던 게임과 다르게 인공지능이 아니라 이영진의 지능이 되어 나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훔친다면?
즉 저 앞에 있는 것이, 체력4의 쓰레기일지 그 안에 슈퍼 영진을 내포하고 있는 녀석일지는, 붙어보기 전 까지는 모른다.
“그러니까 붙어보면 알지 않겠나.”
“아, 네. 그것도 그렇네요.”
비실비실한 미스트의 손에 있는 것은, 나무 단검 하나.
그에 비해 네프티는 총 무장 상태. 즉 중장용병대의 양손해머와 드래곤 스케일 실드를 착용했다.
장비의 차이는 절대적 하지만, 저런 중장비이기에 취할 수 있는 전법이 있다.
“그럼. 해보겠습니다!”
“음. 가 보도록.”
직후. 미스트의 눈이 빛나고.
선수 필승을 외치며 네프티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
“윽!?”
놀랍게도, 미스트는 달려드는 네프티를 향해 ‘황실 혈통’을 후려쳤고 그 【위압】에 의해 네프티의 몸이 굳었다.
“호오.”
정답이 나왔다.
“······어라?”
앗, 하는 순간에 네프티는 바닥에 쳐박혔고, 목줄기에 단검이 닿았다.
미스트는 결코 플레이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기에, 여기에서 마무리.
“그만. 거기까지. 네프티. 너의 패배다.”
“어, 어어···. 어. 저, 저는 진 건가요?”
“깔끔하게 완패했다.”
“······아.”
그래.
정말 깔끔한 일격이다.
아주 간단한 카운터 패링이다.
황실 혈통으로 경직을 주고 무게중심을 뒤틀어 넘어뜨린 후. 단검으로 마무리.
내 미스트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멍하니 이쪽을 바라봤다.
마치. 다음은 누구냐고 묻는 듯.
틀림 없다.
저건, ‘나’를 베꼈다.
재밌네.
그럼 어디 내가···.
“울프람! 울프람! 다음은 제가 할게요!”
“···알겠다.”
“네!”
손을 번쩍 든 아일라는 단상 위로 올라갔고, 그대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자! 울프람의 가짜에게 질 정도로 저는 약하지 않아요! 펼쳐져라. 반역의 날개! 【흑수정:연사】”
직후 아일라는 흑수정과 함께 나의 가짜에 달려들었고.
“······졌어요.”
뭐.
정확하게 패배까지 2분 43초 걸렸다.
***
그렇게 몇 번이고 아일라와 네프티가 달려들고, 패배하고, 밀푀유도 싸웠지만 패배했다.
“방법이 보이질 않아요···.”
“으, 으음···. 어떻게 하죠?”
“선배님. 열화판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세 사람 다 결국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봤다.
“열화판 맞다.”
“하, 하지만 ···너무 강한걸요.”
뭐. 그럴수도 있다.
저 정도 플레이를 내가 언제 했더라.
그러니까 내 플탐이 2만 오버니까···. 대충 4천시간쯤에 저 정도 했던거 같다.
고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나약하지만, 뉴비들은 가볍게 썰고 다닐 정도의 스펙.
“······울프람.”
“음?”
“저 울프람. 아니 미스트가, 방금 앉았다 일어났다 한 거 같은데요. 제 기분탓일까요?”
“음.”
기분 탓일까.
저 시기의 나는 ···부끄럽게도 강함에 취해 있던 시기라, 티배깅과 도발을 전투 도중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했단 말이지.
“저, 저랑 싸울때도. 의미없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저, 저 잘 모르겠지만 엄청 화나서···.”
“음, 음.”
네프티는 울먹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 그렇구나.
고인물이 뉴비 학살하면서 티배깅하니까 무척 화가 났구나.
“어쩔 수 없군.”
나는 단상에 올라가 미스트와 마주했다.
“네가 우리 아이들을 울렸구나.”
“······!!”
“자. 들어오거라.”
뉴비는 아끼고 쓰다듬어야 하는 존재이거늘.
드루와 임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