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57)
§ 356. Hide and seek 1
퀵 크리에이트 장비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지금 얻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이걸 나에게 주고 잠든 파트라슈의 헌신에 감사한다.
물론 그 뒤에 잔뜩 화가 나서, 이것 저것 선물을 바쳐야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퀵 크리에이트 장비를 착용함으로서 모든 제작 스킬에 ‘고속제작’ 서브 스펠이 붙습니다.】
물론 이게 무조건적으로 만능은 아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날먹을 싫어하고, 밸런스가 나쁘지 않게 세팅되어있다.
허나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어찌 완벽할 수 있을까.
고인물들은 이 게임의 헛점을 공략하라고 있는 존재 아닌가.
하여.
“【물약 제조:고속 제작】”
한 손으로 포션을 만들고, 만들어진 포션을 다른 손으로 쥔다.
“【포션 피처】”
그리고 그 손으로 그대로 포션을 던진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퀵크 사용법.
한 손으로 만들고 그 손으로 그대로 던지면 당연히 딜레이가 생기지만, 그걸 다른 손으로 쥐어 던지면 딜레이 없이 발동 가능하다.
바꿔 잡아서 후딜을 캔슬하는 속칭 ‘스위칭’
“와, 빠르네요. 만들자마자 던질 수 있는건가요?”
“음.”
아일라는 내 속도를 보고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걸 응용하면 이렇게 된다.”
“······?”
오른손으로 포션을 만들고, 왼손으로 잡아채 던진다.
던진 직후 왼손으로 포션을 만들어 오른손으로 던진다.
그렇게, 스위칭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오, 오오. 오? 오오오···.”
아일라는 오 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내 스킬 연사를 멍하니 바라봤다.
“녹슬었군.”
“···네?”
옛날에는 이 정도 속도면 고인물들 사이에서 그냥 접으시죠. 소리가 들릴 정도의 속도다.
빠르게 해봐야 분당 백 발 언저리인가.
하지만···.
당장 원정을 떠나기엔 나쁘지 않은 스킬이다.
파티 창을 열고, 전원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자.
원정의 시간이다.
***
아일라. 네프티. 루디카. 밀푀유. 이브. 그리고 실피아.
레지나는 건강을 문제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바란 주력 멤버들은 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원 모였나. 그럼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지. 지금부터 갈 원정은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의 졸업 전 마지막 원정이 될 것이다.”
그 말에 모두가 실피아를 바라보고, 이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기념 원정지는 바로 여기다.”
제프린 전도를 펼치고 가리킨 곳은 바로 협곡지대였다.
내 손가락 끝을 보며 이브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가 어딘지 알고 가는거죠?”
“알다마다. 안개의 협곡 아닌가.”
“지난 삼 백 년간, 그 근처 협곡에서 몇 명이나 실종됐는지 알고서 하는 말이죠. 지금?”
“정확하게 3,198명이다. 문제가 있나?”
“······왜 알고 있는건데요?”
그야, 원작 기준으로 네가 몇 번이고 입으로 떠든 곳이니까 그렇지.
‘무려 3,198명이 실종되었다구요!’ ‘역시 3,198명이 실종된 협곡은 위험해요!’ 같은 소리를 허구한날 입에 담았다.
“그래서 여기서 7명을 더 추가해서 3,205명의 실종자가 되겠다는 건가요. 지금?”
“음.”
이브는 뾰로통하게 나를 바라봤다.
“뭐라고 제대로 설명을 좀 해봐요. 매번 ‘하, 그럴리가 있나. 나에게는 다 비책이 있다.’ 같은 헛소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다 털어놓고 좀 가 보라고요!”
“아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말이다. 잠시 말을 잊었다.”
“······뭐라고요?”
“맞다. 지금부터 우리는 3,205명째 실종자가 될 것이다.”
“······네?”
정말.
어떻게 알았지
***
나는 그 뒤로 파티원들에게 공략을 철저하게 숙지시켰다.
평소보다 많은 짐을 개인에게 지참하고, 흑왕호를 타고 제프린 밖으로.
잠든 산맥을 지나, 조금 더 밖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주변에 안개가 깔리기 시작한다.
“주인. 도착한 듯 하군.”
“음. 고생이 많았다. 자, 다들 잘 들어라. 여기가 ‘입구’다. 이 이상 들어가면 위험하다만 여기까지는 완전한 안전지대 전원. 내리고 짐을 챙겨라.”
“···저, 정말 가는건가요?”
“그래. 정말 가는거다.”
이브를 위시한 전원에게 물자를 분배했다.
평소보다 많은 물자가 분배되었다. 보존식. 건량. 물. 장작. 모포.
전원이 최소 일 주일 분량을 챙겼다.
“자. 우리는 지금부터 미아가 된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의사항은 단 하나. 냉정할 것. 나는 너희를 버리지 않으니, 너희는 나를 기다리면 된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공략을 시작해보자.
***
우리는 천천히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말이 좋아 협곡이지, 안개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일직선으로 재수없게 달리다보면 발을 헛디딜수도 있거든.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죠. 어느······.”
“···울프람. 이브가 사라졌다.”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주위에서 발걸음 하나가 사라진다.
목소리가 사라진다. 존재가 없어진다.
“알고 있다. 첫 기점은 이브인가. 발걸음 수는 일곱.”
“음··· 그렇···.”
“울프람. 루디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열 다섯에 루디카.”
“그러······.”
“선배님.”
“음. 스물 일곱에 아일라. 그럼 이제 다음은 밀푀유인가.”
“······네. 그런듯 합니다. 그리고···.”
“네프티도 사라졌군. 여기까지는 패턴대로다. 자 끝으로는 실피아군. 멈춰서라. 제일 중요한 사람이 너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음. 확실히 기억했다. 나는 내가 가장 자신있는걸 하면 된다는 건가.”
“그렇다. 【절대 두려워 말라. 네 곁에는 내가 있다. 두렵다면, 나를 떠올려라.】”
“···읏. 확인했다.”
잠시 걸은 뒤.
실피아가 사라졌다.
그렇게 혼자 남은 나는 안개 속에 홀로 섰다.
이 안개의 협곡.
정확히는 미아의 협곡을 질주할 준비를 끝마쳤다.
“자. 술래잡기(Hide and seek)의 시작이다.”
***
자신이 친애해 마지 않는 울프람 선배님이 말씀해주신 이 안개의 협곡.
네프티는 선배님이 손수 그 특징을 적은 종이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안개의 협곡은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지만, 공략법이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공략이라고 적으시긴 했는데 왜 존댓말일까.
울프람 선배님은 문장으로는 존대를 쓰시는 편일까?
허나 어린 아이도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이 편지를 보며 네프티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이 안개의 협곡은 움직이면 최악의 악적을 만들어냅니다.”
읽으면서 네프티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최악의 악적은 누구일까.
안개의 협곡. 통칭 미아의 협곡.
보스는 이 협곡 자체가 만들어내는 환영.
협곡은 들어오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읽어내고’ ‘만나고 싶지 않은 적’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전원을 따로따로 떼어놓아 각개격파합니다.
즉 이 협곡을 공략하는 정공법은 자기 자신의 최악의 적을 쓰러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입니다. 마음의 승리가 안개로 가득찬 이 세계를 비춰주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다른 방법의 공략이 있습니다.
우선.
움직이지 않으면 적은 절대로 만나지 않습니다.
범위는 약 십 미터 남짓. 그 이하는 움직였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것 참···. 이런 공략으로 괜찮은걸까요.”
즉.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리세요.
그 다음 먹을 것이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제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음음. 제 최악의 악적이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여기선 그냥 있도록 하죠.”
네프티는 그 자리에 주저 앉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러고 있으니까,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 같습니다.”
물론 저는 공주가 아니고, 선배님은 왕자가 아니라 황자십니다만···.
“그래도 꿈을 꾸는 것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요?”
추신.
저는 파티원을 절대 버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마지막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그 추신을 읽은 네프티는 싱긋 웃었다.
이 안개 속에서도, 자신을 구하러 올 사람이 있다는 확신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정말 악질 필드다.
아주 짜증나기 그지 없다.
“거 참.”
이 필드. 안개의 협곡은 ‘사람을 스캔해서 그 약점을 바로 드러낸다.’
즉 여기서 만나는 보스는 보통 트라우마를 건드린다.
사실 조금 궁금하긴 했다.
내 트라우마는 어느쪽일까, 울프람일까 이영진일까.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가, 아니면 결국 뇌에 저장된 모든 신호만이 존재할 뿐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 물음에, 나는 이제야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
‘영진아, 나다! 이영진! 니 친구 모르냐! 야, 요새 내가 좋은 건수가 하나 있는데···.’
‘미안하다, 영진아. 원장님이 미안하다···.’
이영진이 나왔다.
‘울프람! 이 쓰레기가! 어서 꺼지지 못할까!’
‘허, 어떻게 가장 고귀한 피에서 이런 쓰레기가 ···저 이브님이 가장 위대할 줄이야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울프람도 나왔습니다.
씨발.
내가 둘 다 나올줄은 몰랐지.
옆에서는 이영진을 후려치려던 양아치가 나왔다. 나에게 큰 죄를 졌다며 사과하시는 원장님도 나타났다. 그 옆에는 나를 눈엣가지로 생각하는 할아버지나, 묘한 중년도 나왔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황실 혈통이 발동합니다.】
【그 모든 정신적 공격은 당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물약 제조 : 고속 제작】”
“【포션 피처】”
완벽에 가까운 정신공격 면역과,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초 고속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뚫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이영진.
즉 슈퍼 영진.
슈퍼 영진 폰 로엔그린 되시는 분이시다.
이영진씨는 자존감이 낮고 출신성분도 구리지만 이 세계에서는 고이고 고이셨거든요.
울프람씨는 능력은 솔직히 사람새끼가 아니지만 출신 성분은 좋으시거든요.
그러니까. 두개를 좀 좋게 포장해서? 후려치면?
나는 출신성분도 좋고 능력도 있는 초 최강의 인물 아닌가. 라는 대답이 나오거든요.
‘나는 내가 저주스럽다! 아아! 죽어! 죽어버려라 나 자신!’
하이고,
이제는 짭프람까지 등장하셨어.
“나의 트라우마를 사칭하는 괘씸한 놈들. 죽어라.”
핫하.
초 최강 나가신다!
***
움직이면 안 된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움직이고 말았다.
이유는 있다.
이 곳은 협곡이었고, 자신이 떨어진 곳 바로 뒤는 아무리 봐도 낭떠러지였다.
그래서, 움직였다.
조금만 피해야지. 하고 몇 걸음 걸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울프람이 말 해준 악적.
자신의 마음을 좀먹는 과거의 상처.
허나 자신은 빛의 길 밖에 걷지 않았다. 그렇게 자부한다.
그렇기에, 악적이라고 해서 나와봐야 흔해 빠진 레지나 시엘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레지나 시엘라가 뭉텅이로 나오면, 뭉텅이로 패버리면 되는 일.
그런 신나고 즐겁고 유쾌하고 상쾌하기 그지 없는 톡톡 튀는 상쾌한 산책을 두려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조금은 자신했다.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악적은 그런게 아니었다.
“정말, 당신이 나올줄은 몰랐는데요.”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마주했다.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 악적.
【······안녕.】
그저 죽어가는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는 검은 머리의 소녀.
어깨를 조금 넘는 머리. 초췌한 얼굴.
낡아 빠진 곰인형. 그리고 잠옷.
“예. 안녕하세요.”
【언니는 누구야?】
“저는 아일라 트라이스타랍니다.”
【그렇구나. 나는···. 아니 나도.】
“알고 있답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어떻게 잊을까.
세상 모든것을 저주했지만, 바꿔낼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마음을 죽이고 틀 안에 갇혀있던 어린 시절.
지금도 마주볼 수 없는 자기 자신의 과거.
【언니도 아일라구나. 나도 아일라야.】
“···이건 좀 많이 그렇네요.”
벗어 났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면 아픈 법이다.
【아파? 언니도 세상이 미워?】
“······그랬었죠.”
【나는 무능하대. 트라이스타는 우리 세대에서도 시엘라를 이길 수 없대. 그래서, 쓸모가 없으니까 팔아버린대.】
“······.”
【상대는 누구더라···. 나보다 몇 개월 동생이래 ···무능하기 그지 없는 황자. 그렇게 팔려간대. 약혼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를 쓰레기와 엮어서, 예쁜 장식으로 만든대. 그게 ···우리 가문을 위한거래.】
으음.
직접 들어보니 꽤 아프다.
그때는, 그래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도 다행이다.
아픈 과거 수준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당신이 나타나서 다행이에요.”
【응···?】
“그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은 버틸 만 하다.
울프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울프람이 자신을 매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차라리, 어린 시절의 고통이 자신을 엄습해 다행이다.
만약 그가 나타났다면···.
“대화를 나누고 있었나?”
허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저 안개 너머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망령.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일라의 가슴이 철렁였다.
“···울프람.”
저건, 이길 수 없다.
저 사람이 자신에게 독설을 쏟는다면···. 버틸 수 있을까?
주먹을 꽉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끔찍한 합공에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기를.
아일라가 그렇게 바라고 있자니, 울프람이 먼저 움직였다.
주먹을 들어, 그대로 강하게 내리친다.
“조용히 하도록.”
【으겍】
···.
······.
“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유년기의 머리에.
강하게.
딱밤을 후려쳤다.
자신은 자신이었던 것이 되어, 그대로 안개로 화했다.
“···쯧.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진짜 울프람이에요?”
“가짜 울프람은 죽었다. 쓰레기 같은 죽음이었지.”
“그렇군요?”
“그렇다.”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잘 모르겠지만.
우선, 만났으니 정정하자.
“울프람. 지금부터 다른 애들을 구하러 가실 거죠?”
“그렇다. 급하니 용건이 있으면 빨리 말하도록.”
“다른건 아니에요. 음.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뭐지?”
“지금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행복해요.”
“······?”
“자. 그럼 다녀오세요. 저는 여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게요.”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는 울프람과 달리, 아일라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저 쿡쿡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