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59)
§ 358. Hide and seek 3
짜리몽땅 이브.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유년시절의 이브.
그 녀석은 어린시절도 변함 없이, 이쪽을 뚱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일라의 어린시절과는 정 반대. 세상 모든게 자기 거라고 말하는 듯 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표정.
특히 이쪽을 보면서 혐오하는 그 표정이 누가 뭐라고 해도 이브는 이브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다.
“···지금 나를 보고 오라버니라 했느냐?”
【그럼 오라버니가 오라버니 말고 누가 있죠? 그 멍청한 표정을 보니 오라버니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요.】
음.
그렇군.
틀림없이 어린 시절의 이브다.
그리고 이 이브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즉. 지금 이브도 옛날에는···.
“이브.”
【뭔가요?】
“아니, 너 말고 큰 쪽의 이브 말이다. 이브.”
“······왜요.”
“너는 어린 시절에는 이랬느냐?”
“아뇨? 기분 탓 아니에요? 저게 제 어린 시절일리 없잖아요?”
“정말 그런가?”
그저 조용히.
이브를 바라봤다.
정말? 정말이야.
이게 네 어린시절이 아니라고?
“뭔데요.”
“너는 어린시절에 나를 오라···.”
“닥쳐봐요 좀! 아니라고 했잖아요?! 제가 당신을 오라···. 라고 부를 리가 있어요?!”
“······.”
왜 역정을 내는데.
내가 이브···.
아니 이브가 둘이니까 조금 헷갈리는군, 요약해서 큰 이브 작은 이브로 치자면, 큰 이브를 빤히 바라보니, 녀석은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에 맞춰 작은 이브는 큰 이브 앞에 다가가, 평소 하던 대로 양 팔을 허리에 대고는 흥, 하고 비웃었다.
【제가 부끄러운가요. 이브 폰 로엔그린?】
“···네?”
【저는 저 자신이 부끄럽지 않답니다. 황실 혈통으로서 부끄러운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거든요!】
“······.”
【당신은 나이 먹은 저니까, 좀 더 제대로 하세요!】
“아니 그게···.”
【저 오라버니 앞에서 추태를 보일 셈인가요?】
“그러니까···.”
【가슴을 펴세요! 이브 폰 로엔그린! 당신도 저라면!】
“···아니 그게요···.”
큰 이브는 작은 이브 앞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자기보다 열 살은 훌쩍 어린 자신에게 혼나는 큰 이브라니.
이거 엄청 ···재밌다.
【당당해지세요. 이브! 저 모자라고 엇나간 오라버니 앞에서 무슨 추태인가요!】
“아니 그게요···.”
큰 이브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이브끼리 놀라고 내버려두고, 나는 잠시 실피아를 불렀다.
“실피아. 별 일 없었나?”
“별 일 없었다. 이브님께서 어떤 난적을 만날지 걱정했는데, 설마 저런 좋은걸 보게 될 줄이야.”
“좋은 거?”
“어린 이브님. 귀엽지 않은가?”
그런가?
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것보다. 이브가 왜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악적으로 만났는지 아는가?”
“글쎄. 그건 나에게 묻기 보단, 이브님 본인께 여쭈는게 낫지 않겠나?”
“······그걸 나보고 물으라 하는가.”
“그야, 나는 이브님의 수호기사지만 동시에 네 친구면서, 주군과 친구 남매의 친목을 바라는 입장이거든.”
그리 말하고 실피아는 픽 웃고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 녀석.
곧 졸업한다고 이것저것 많이 놓은 거 같다.
아니면 이게 본래 성격이던가.
“아무튼, 저걸 넘어서야하는건 이브님이시지?”
“그렇다. 사실 ···저것만 넘어서면 끝이지.”
그래.
그걸로 술래잡기는 종료.
그 다음 보상받고 끝이다.
“후후. 그런가.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넘어설 거 같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군.”
“그럼 잠깐 대화나 할까.”
“뭐, 그러도록 하지.”
“우선. 내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정보들이다.”
“모아놓은 정보들?”
“검은 깃발. 이브님을 노리는 괘씸한것들에 대해, 전해 둘 것들이 있다.”
“그렇군.”
그러고보면, 제프린 언데드 소동의 5막이 좀 유야무야 넘어간 느낌이 있다.
만약.
이 세계의 중심 루트가 이브고, 이브의 스토리대로 흘러간다면 그 스토리는 큰 통과지점이 되니까.
“검은 깃발의 간부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우리도 녀석들의 몸체는 잡을 수 없었으니 진위는 파악할 수 없다만···.”
“아니 그건 사실일 거다.”
“그런가. 너도 너만의 정보가 있겠지.”
“음. 그래서 묻고싶은게 있다만.”
“뭐지?”
“보라색 마녀의 움직임이 있나?”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지?”
그야 공략··· 아니.
“나도 전 학생회장이다. 모를거라 생각하나?”
“이런, 실례했군. 그녀가 움직였다는 소문은 ···들은 적 없다.”
“그런가. 약삭빠른 여자니 말이다.”
보라색 마녀.
세뇌와 최면의 대가.
그리고 타락한 켈터스 루트의 히로인.
아직 그녀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검은 깃발의 준동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면 피곤해지겠군.”
“너는 괜찮지 않나? 그녀의 마법적 특성은···.”
“그래. 세뇌와 최면이지.”
허나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통한다고 한다면 이브다.
더군다나 원작에서도 통한 적이 있다.
그녀의 루트 자체가.
모든 히로인을 배신하는 루트니까.
“이브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 녀석은 저래보여도 정신적으로 많이 몰려 있으니까.”
“내가 곁에 있었다면, 크윽. 지금이라도 유급을 해야.”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나는 실피아의 어깨를 툭 건드리고 웃었다.
내 표정에서 무엇을 읽은걸까. 실피아는 웃으며 응수했다.
“그렇군. 이브님 곁에는 네가, 그리고 모두가 있지. 그래. 이브님을 지켜 줄 거라 믿으마.”
“그럴리가 있나.”
“······응?”
“내가 이브를 지키다니, 헛소리 하지 마라. 녀석이 나보다 강한 것은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어, 어? 지금은 네가 지켜준다는 흐름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나?”
“그럴리가. 다만, 버려놓지도 않으마.”
“스스로 지키라고 해놓고, 버리지도 않는다고?”
“그래. 뭐, 제대로 보여주면 되겠군.”
나는 이브를 빤히 바라봤다.
아직도 큰 이브와 작은 이브의 대화는 안 끝난건가?
꽤 오래 걸리네.
***
이브는, 눈 앞에 있는 작은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화끈거림을 멈출 수 없었다.
허리 아래밖에 내려오지 않고, 이제는 초상화에서나 떠올릴 법 한 유년시절 모습.
허나 그 깐깐한 모습이, 자신일 수 밖에 없음을 떠올리고 이브는 얼굴을 가렸다.
【당신은 저니까, 좀 더 제대로 하세요!】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제대로 하고 있나요?】
“···우선 제프린의 학생회장이 되었습니다.”
【그건 훌륭하군요!】
어린 이브는 그제야 처음으로 웃었다.
어느새인가 풀어져서 자기 자신 앞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이브는 가슴 속에 작은 따끔거림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오라버니와 입학 시기가 겹치지 않았나요? 괜찮았나요?】
“울프람의 자리를 제가 빼앗았습니다.”
【그, 그래도 괜찮았나요?】
“예에. 괜찮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제프린의 학생회장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오라버니는 괜찮았나요?】
“괜찮았냐니요?”
【오라버니는 분명 무능하고 자존심만 높고 쓰레기지만, 그래도 이 황실의 피를 이은 분입니다. 가장 고귀한 혈통입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그런 분이 학생회장 자리를 빼앗겼다면, 분명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거에요.】
유년기이기에 가지고 있는 당연한 선함인가.
울프람의 결말을 걱정하는 어린 이브의 표정은 안타까움과 당황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정말 울프람의 자리를 찬탈해도 괜찮았냐 라는 걱정.
쓸모 없는 걱정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브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 때.
만약 울프람을 제프린에서 진짜 내쫓는데 성공했다면.
그 결과적으로 자신은 그를 파멸로 몰고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울프람 오라버니와 엄청 사이가 안 좋은가보군요.】
“···그렇죠.”
【울프람 오라버니는 쓰레기고 모자라고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잘난척만 합니다만, 그래도 ···가족이잖아요.】
“······.”
이브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린 자신의 표정은 한 점의 망설임 없이 울프람을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울프람이, 이 안개의 협곡에 들어오기 전에 말했다.
‘자기 마음을 가장 크게 파먹을 상처가 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코 흔들리는 일 없도록.’
······.
그 말이 사실이었다.
이 작은 이브 폰 로엔그린은, 자신의 악적이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미워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자신.
울프람을 가족이라 칭하는 자신.
꿈을 이뤘냐고 물어보는 자신.
지금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악적.
울프람과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함이 너무나도 아팠다.
【울프람 오라버니···.】
“그를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네? 오라버니 아닌가요?】
“······아뇨. 당신에게 말해봐야 아무 의미 없겠죠.”
【그런가요?】
“예. 당신은 ···제 어린 시절은 아무것도 몰라요. 몰랐기에 좋았죠.”
자기 자신의 낡은 거울 그 안에 비친 순수함이 괴롭다.
진실을 모르기에 알고 있는 자신의 가슴에 비수로 다가온다.
【네 맞아요. 사실 잘 몰라요.】
“네?”
【저는 굉장히 파편적인 조합이거든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가족이지만 밉다. 미워도 가족이다. 그 외에 참 맑고 밝은 꿈을 꾸고 있다. 고작 이런게 어떻게 당신의 상처를 후벼팔 악이 되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후벼팔 악?”
【네. 저는 당신의 마음을 긁어내서 나온 가장 아픈 파편이랍니다? 그러니 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신에게는 치명상으로 다가가겠죠. 어쩌겠어요. 이런 의도로 태어났고, 이런 의도로밖에 움직일 수 없는데요.】
“······.”
이브는 성광창을 들어올렸다.
눈 앞의 이 어린 자신을 지우면 된다.
모든게 끝난다.
그리 말하며 성광창을 쏘려는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미 늦었어요. 당신은 저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어야 했어요.】
“늦었다?”
【저를 지운다 한들, 당신 안에 피어난 모종의 망설임. 자책감. 자괴감. 죄의식. 수치심. 그 모든것들이 함께 지워지진 않을거거든요.】
태연한 그 말에 이브의 가슴이 철렁했다.
이 작은 이브의 말이 맞다.
자신은 대화 자체를 해선 안 됐다.
이 작은것을 지운다고 해서 자신 안에서 피어난 자괴감이 지워질까?
그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자. 이제 끝났네요. 다른 안개들은 실패한 모양이지만, 저는 당신을 확실히 떨어트리는데 성공한 거 같아요.】
그리 말하며, 은근슬쩍 웃은 작은 이브의 손 끝에서 작은 안개가 흘러 나오고, 그대로 큰 이브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이걸로 좀먹은 정신은, 적어도 한 달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작은 이브가 승리의 여운에 취해 웃고 있던 그 때.
“【듣자 듣자 하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으겍】
아주 거대한 딱밤이, 작은 이브 폰 로엔그린 머리 위에 정확하게 꽂혔다.
***
작은 이브 폰 로엔그린이 천천히 산화하고 멍해져 반쯤 주저 앉은 이브를 내려봤다.
“울프람! 이브님은 괜찮나?”
“반 정도 당했나. 아직은 괜찮군. 어쩔 수 없다. 도와다오.”
“뭐든 하겠다!”
쯧. 고작 이 정도에 당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이브.
“이브 폰 로엔그린 정신차려라.”
하필이면, 이브가 당할 줄이야.
다른 녀석이라면, 황실 혈통에 의한 위압이 먹히지만, 같은 혈통끼리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기는 순수한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이브를 설득할 말을 찾아서, 꺼내야 한다.
그래.
마음이 담긴 자상한 말로.
······.
음.
“그 모습이 웃기기 그지 없구나”
“뭐···?”
“어린 시절의 자신이 조금 뭐라 했다고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구나.”
“울, 프람.”
아주 조금씩.
이브의 초점이 조금씩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되고 있어.
나의 이 따듯하고 올곧은 마음이 이브를 원래대로 되돌릴 거야.
“몇 번이고 말하게 하지 마라. 너는 무능하고 체력도 없고 금방 픽 쓰러지며 운동 부족이고 뱃살을 주체를 못하며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하려고 하다가 결국 일정이 꼬여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고, 그런 주제에 자신감은 넘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땅이나 파고 앉아 있으며, 작은 폄하에도 은근슬쩍 상처를 받는 애송이다.”
“······으, 응극···.”
그러니까.
멍청한 녀석아.
“잘 들어라. 나는 아무렇지 않다.”
“?”
“고작 그런걸로 아파하고 괴로워 해봐야 네 손해라는 거다. 정작 당했던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 왜 네가 괴로워 하지?”
“아······.”
“자, 정신 차려라. 멍청한 녀석.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지 않나, 네가 아파할 이유는 없다.”
“···누가.”
“음?”
“누가 ···괴로워 했다는 거에요?”
“호오.”
이쪽을 바라보는 이브의 눈은, 완벽하게 초점이 맞았다.
뭐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나.
“그럼. 그래야지.”
“아주 잘, 들었어요. 그렇게 잘나셨다 ···이거죠?”
“그럼. 물론이지. 적어도 다 죽어가는 녀석을 되돌릴 정도는 되지 않나.”
“으.”
“자. 살려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는 어떻게 됐지?”
“······감,사.”
“하지 마라. 그런 거 들으면 역겨워서 소름이 돋을 거 같구나.”
“아, 진짜!”
“그리고 우리 사이에 감사 인사가 뭐 필요하겠나.”
“……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이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술래잡기 종료다.
직후 시야를 가득 메우던 안개가 사라졌다.
이브는 방방 뛰었다.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역시, 진심이 담긴 대화는 통한다니까.
그렇게 이브의 어깨에 손을 올린 직후.
시야를 가득 메우던 안개가 사라졌다.
【안개의 협곡 필드를 완전히 정복했습니다!】
【필드에서 안개가 사랍니다.】
【이 필드에 있는 모든 인물에게 4T의 패시브가 한 개씩 주어집니다!】
【패시브는 한 사람당 하나! 신중하게 골라주세요!】
【1.제작 성공률 강화 2.상태 이상 저항 3.아이템 드랍 확률UP 4.체력 회복 강화······.】
이윽고 울려퍼진 시스템 보이스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자. 즐거운 보상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