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63)
§ 362. 딸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트라이스타 백작 부인은 부엌에 서서 딸의 변화를 찬찬히 지켜봤다.
보통 이 정도의 거상쯤 되면 요리는 요리장이 전부 해주는 것이 정석이다보니, 갑작스러운 영애님의 난입은 모두를 긴장시켰으나, 이내 그녀가 내놓은 요리를 보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것이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보여주는 조리법은 식칼을 생업으로 먹고사는 요리인들이 보아도 무척이나 특출난 것이었다.
특히 서민형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 샌드위치에서 그 기술이 극에 달했는데, 아일라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조리장마저도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만드는 녀석이었다.
백작 부인은 일련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요리들은 어디서 배운 거니?”
“울프람에게서 배웠죠. 뭐.”
“어머, 황자님께서.”
“네. 울프람은 이거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요리 방법을 알고 있어요.”
“어머 두 사람 다 사이가 좋구나.”
“그럼요. 저도 네프티도, 이 자리에는 없지만 루디카와 밀푀유도 다 사이가 좋답니다.”
“어머, 어머어머. 괜한 걱정이었네.”
“괜한 걱정이라뇨?”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했고, 네프티도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했고, 백작 부인은 손바닥으로 턱을 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아일라의 편지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으니 이 엄마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겠니?”
“그런 기색?”
“정말, 사이 좋은 약혼자가 한창때에 학교에 있는 거란다. 불장난 하나나 두 개 정도는 해보고 싶지 않니?”
“···그, 그게, 저, 저희······으, 어, 엄마!”
“후우. 정말 늦되구나, 문제는 우리 딸 쪽에 있었던 걸까···. 황자님께 죄송하네.”
백작 부인은, 방금 전의 고상한 이미지는 살짝 접어 넣은 채, 평범하게 딸아이를 걱정하는 어머니로 돌아왔다. 거기서 편함을 느낀 걸까. 네프티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감히 원호에 나섰다.
“울프람 선배님은 ···엄청 둔감하십니다.”
“어머, 그러니?”
“네에. 그 ···음. 그렇습니다. 둔감하신것과 더불어, 꿈에 매진하며 살고 계시기 때문에 그쪽 관련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으십니다.”
“그렇구나. 로열 가드인 네프티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마 틀린 말은 아니겠지. 그럼 늦된 두 사람이구나. 이래서야 진전이 없는 것도 당연하네.”
“네, 네에···.”
“으음. 이것 참 곤란하네.”
그리 말하며 백작 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뭐가 또 곤란한데요?”
“으음.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정말, 차라리 사고라도 치면 한 번 혼내고 말텐데, 아예 사고를 안 치니 걱정이란다?”
“예, 예전에는 아빠가 그랬지 엄마는 안 그랬잖아요?!”
“엄마도 슬슬 나이를 먹나봐.”
“울프람이랑 함께 온게 지난 여름이었는데요?!”
“너도 내 나이 되어 보렴. 하루 하루가 다르단다.”
“그렇게 달라요?”
“그럼, 그렇게 반 년 지나면 완전 다른 사람이란다.”
“······그럼 어쩔 수 없죠.”
네프티는 이 모녀의 대화를 들으며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아일라 선배님의 그 초 차원적 성격은 여기서 나온 것일까.
“아무튼, 저는 몰라요! 우, 우리 이야기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께요.”
“너희가 알아서 못 하니까 걱정하는 거 아니니?”
“엄마아!”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대로 주방에서 도망쳤다.
그 모습을 힐끗 보던 백작 부인은, 이내 홀로 멍하니 서 있는 네프티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네프티?”
“네, 네에···. 백작 부인.”
“백작 부인이라니, 너무 서먹하네 편하게 불러도 된단다?”
“그, 그럼 어떻게 불러야···.”
“울프람 황자님의 로열 가드면, 아일라의 로열 가드기도 하고 ···그럼 크게 보면 가족 아니니? 그러니 의모님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아, 아. 네! 의, 의모님.”
“후후. 귀여운 딸이 한 명 더 생긴 거 같네. 자 그럼 의모님의 첫 부탁. 단 둘이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겠니?”
“네? 어, 어떤 이야기를···.”
“울프람 황자님의 신변에 대한 이야기.”
“네?”
“자, 어서 가자꾸나, 의모님이 다과를 준비해 놨어요.”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백작 부인의 손을 잡고, 그대로 끌려갔다.
***
아일라는 침대에 누워서 잠시 발버둥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다구요.”
아주 조금.
그러니까 어느정도 자신이 늦되지 않았나, 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별 일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냥 마냥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근거는 ···있다.
“애당초 그런 건 어디서도 배운 적 없는걸요.”
아일라는 빙글 돌아 방 천장을 올려봤다.
트라이스타 가문은 제국의 명가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문에서 태어난 이들은 언제나 정략의 대상이 된다.
자신 또한, 시엘라 가문에서 거절했던 울프람에게 떠넘겨지듯 약혼이 성사되었다.
한 때는 그 울프람에게 실망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울프람을···.
“으, 으흠. 으흐흠!”
잠시 아일라는 발버둥치다가 이내 다리를 쭉 뻗고는, 폐부 가득히 들어있던 숨을 크게 내뱉었다.
뭐 아무튼.
요컨데.
“제프린 내에서 연애라니 정말 배운 적 없는걸요.”
제국 전체의 풍조를 생각해보면, 아일라의 고민은 자뭇 당연하다.
제국에서 약혼은 쉽고, 절혼은 더더욱 쉽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 귀족들 중에서는 누구 한 명 자신의 몸단장을 허투루 하는 자는 없다.
언제나 가문의 위상을 위해, 약혼을 해야 하니까.
그런데 조금이라도 나쁜 소문이 돌면 어떻게 될까.
그건 가문의 명예의 실추로 취급한다.
성별은 관계 없다.
그런 풍문이 도는 것 만으로도, 흠이 간 귀족 취급을 받는 것이다.
특히 고위 귀족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적어도 아일라는, 어렸을 적 그렇게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제프린에서의 연애담은 고작 해봐야 평민들이나 하급귀족들 뿐.
고위 귀족쯤 되면, 연애 한 번에 가문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피카가 가출을 결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저야, 뭐 완전 다른 세상이지만요.”
지금에 와서 절혼하는 모습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렇게 아일라는 히죽 웃으며 베개를 끌어안았다.
“후히히”
자신의 약혼은 행복하다.
자신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한 때는 울프람이 못미더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신에게 아까울 정도의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래. 진짜 아까울 정도의···
“······으.”
이번에는 침울해져서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때로는 무섭다. 울프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두렵다.
귀족, 황족이 첩을 두는 것은 무척이나 흔한 일.
허나 아일라 또한 사랑에 꿈꾸는 소녀.
연애도 해보기 전에 첩부터 이야기 하는 것은 많이 어긋난 것 같다. 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아무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그 끝에 더 긴 꼬리를 물었다.
제프린에서의 연애.
자신은 늦된것일까.
하지만 이미 자신은 울프람과 약혼을 했다. 그러니 안심이다.
다른 파티원들은 정말 좋은 아이들인데, 나만 선택하면 그 아이들은 울게 되는 걸까.
허나 양보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가장 곁에 있고 싶다.
“저희는 최고의 파트너인걸요. 그렇죠?”
아일라는 흑수정을 손끝으로 만들어내곤 방긋 웃었다.
가장 자신있는 마법인 【흑수정】
그리고 울프람은 이 【흑수정】을 양도하는 것으로 전투 중에 이를 재료로 【퀵 크리에이트】를 발동할 수 있다.
유일한 자신의 속성인 흑수정을 제공하고, 그가 만들어낸다.
아름답기 그지 없는 이 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저희가 최고죠. 음···. 물론 삐약이도, 네프티도, 루디카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사랑은 마법보다 다채로운지 아일라는 웃고 때로는 찡그리며, 때로는 행복해하고, 때로는 고민했다.
***
저녁 식사가 끝나고, 백작은 나를 불렀다.
“황자님. 오셨습니까.”
“예. 백작. 무슨 일입니까.”
집무실.
창밖은 어둠으로 가득해 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앉으시지요. 그리 조금 긴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고, 백작이 직접 차를 내왔다.
“좋은 차군요.”
“감사합니다.”
잠시 사담을 가지고, 차가 한 잔. 두 잔 들어갔을 무렵. 백작은 진지한 표정으로 본제를 꺼내들었다.
“시엘라 가문을 알고 계실 겁니다.”
“예. 그야 모를리가 없지요.”
“······그렇습니까. 그러고보면 아일라가 편지에서 말하길 제프린에서 시엘라 가문의 장녀이자 차기 가주인 레지나 시엘라와도 친하게 지내신다고.”
“친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성정이 맞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백작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후우, 하고 한 숨을 내쉬고는, 토해내듯 말을 이어나갔다.
뭔데 대체.
“낮에 하셨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하셨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예. 뭐든 말씀하시지요.”
“시엘라 가문의 움직임이 묘합니다.”
“묘하다?”
“예에. 본인 이야기라 더 잘 아시겠지만, 울프람 전하의 전 약혼녀가 바로 그 레지나 시엘라 아니었습니까.”
“······그랬지요.”
그런 설정이 있었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내가 무슨 죄가 있어 그 레지나와 약혼을 해야 한단 말인가.
걔 루트에서 조금만 엇나가도 그냥 칼로 푹. 찍. 으앙. 하고 죽는데 말이야.
“시엘라 가주. 피카로 시엘라가 지금 그 약혼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라 하셨습니까.”
“아직까지는 그저 사교회에서 살짝 언급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분명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때의 파혼에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라고 말입니다.”
정말? 진짜? 왜?
“거기에 현재 레지나 시엘라를 파티 ···라고 부르는 소속의 일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레지나 시엘라와 황자 전하의 유대는 굳건하다. 라는 말도 넌지시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진짜.
정말로 내가 레지나랑 다시 약혼을 하게 되는 건가?
그런 일이, 있어도 된단 말이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저희 가문에서 전적으로 거절하고 나서면 시엘라 가문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겁니다. 저희는 트라이스타입니다.”
“······.”
시엘라 가문이 나를 노리고 있다.
그 레지나의 곁에 나를 붙이려고 하고 있다. 이건가.
단언컨데,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하고 물으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영진은 다르다.
레지나는 이 슈퍼 영진님의 개 쩌는 공략을, 그리고 편의점의 편린을 맛보았다.
즉. 시엘라 가문이 나를 노린다면, 내 ‘지식’을 바라고 있다고 봐도 ···아마 무방할 것이다.
만일 시엘라 가문에 들어가면 사지가 포박된 채로 편의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뱉는 인생을 살게 되겠지.
누가, 그렇게 살까보냐.
개도 주인을 바꾸지 않는데, 사람이 어찌 믿어준 이를 배신할 수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예산 카드를 썼기에 넘어왔다고는 하나, 트라이스타 가문은 나를 믿어준 곳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저는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트라이스타가 제 곁에 남아주었듯, 저는 트라이스타 곁에 남겠습니다.”
“···그것은 계속해서 아일라 곁에 있어주시겠다는 의미입니까?”
음.
그야 나랑 가까운 트라이스타는 아일라.
그리고 그 녀석이야말로 내 첫 번째 파티원 아닌가.
나는 결코 파티를 버리지 않는다.
녀석들이 나를 믿어주는 한, 나 또한 녀석들을 믿어줄 것이다.
“물론입니다. 아일라는 제일 처음 곁에 있었고, 지금도 곁에 있으며, 앞으로도 곁에 있어줄거라 확신합니다. 물론 저 또한 그럴 생각입니다.”
그 말에,
트라이스타 백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황자 전하!”
“······예.”
“제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작. 저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움직이는 인간입니다. 세상 모두가 아일라를 버리라 하더라도,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뜻이 동하지 않으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려서라도 그 아이 편에 서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그야 그렇게 된다.
“제가 선택한 아이입니다.”
그제야 백작은 환하게 웃었다.
세상 다시 없을 환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