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68)
§ 367. 강의 듣고 갈래
아무튼, 트라이스타 가문의 일도 대충 끝났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일 같은걸 하러 온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도운 모양새가 되었다.
원래는 열차 점검이 끝이었다.
만든다길래 궁금하잖아, 해서 보고 끝.
나름 사업권도 따냈다. 트라이스타는 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겠지.
그래서 열차를 타고, 우선 제프린에 돌아가기로 했다.
“오라버니 ···가시는 건가요? 트라이스타 가에 머무르셔도 되는데.”
“스피카. 울프람은 바빠. 우리도 해야 할 일이 있고.”
“그야 그렇지만요···.”
아일라는 방긋 웃으며 당당하게 내 앞에 다가오고는 손을 내밀었다.
뭐지 악수?
어깨를 으쓱하고 아일라에게 손을 내밀자, 살짝 빙글 돌려서 손가락 깍지를 껴왔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뭐지, 뭔가의 의식인가?
그렇게 잠깐, 아일라는 내 손을 잡고 있었고, 몇 분 후 방긋 웃었다.
“네. 됐어요. 이걸로 방학 끝까지 참을게요.”
“음. 그런가.”
“음. 그래요!”
짐짓 나를 따라하는 아일라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아일라는 건강하게 잘 지낼 거 같다.
문제는 이 녀석인데.
“스피카.”
“오라버니···.”
“어차피, 내년부터 매일 볼 것 아닌가, 그리 쓸쓸해 하지 말도록.”
“······네. 참을게요. 대신.”
“음?”
스피카는 조용히 팔을 벌렸고, 이내 그 의도를 깨달았다.
녀석 하고는.
“아?”
“호오.”
나는 스피카를 가볍게 끌어안아줬고, 머리도 쓰다듬어줬다.
묘하게 아일라와 네프티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는데 무슨 일 있나?
뭐 아무튼.
“······히히.”
“만족 했나?”
“아뇨! 하지만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만족해 드릴게요!”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자기 쪽에서 폭 하고 힘을 줘서 한 번 끌어안고는 물러났다.
그리고는 오른 손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 댄 뒤 가볍게 웃고는 빙글 돌아섰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스피카가 울프람을 잘 따르니 보기 좋네요.”
“으, 으음···. 그걸로 끝날 문제······겠죠?”
아일라와 네프티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마지막으로 인사에 나선 것은 백작과 백작부인이었다.
“···복잡한 감정이지만, 그런 결말도 있을 수 있겠지요. 둘 중 한 명, 아니면 둘 다. 저는 어느쪽이든 ···받아들여야겠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저희 딸아이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 말하고 백작은 정중하게 인사했고, 백작 부인과 간단한 인사를 마쳤다.
“네프티. 내 제안은 아직도 유효하단다.”
“의모님···.”
의모님이라, 그 정도로 친해졌나.
뭐 아무튼, 두 사람은 가볍게 농을 주고 받았고, 이내 열차 시간이 다가왔다.
자.
우선 제프린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
제프린은 한산했다.
전원 귀가할리도 없다.
사실 학교 내에 남을 녀석들은 남는다. 포탈비가 공짜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오히려 포탈을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는 녀석은 극소수. 포탈 자체는 방학 중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승강장 쪽도 첫날이 아니면 바쁠 이유가 전혀 없다.
“선배님···.”
“수속은 끝났나?”
“아, 아뇨. 저 그게···. 저 전에도 말씀드렸듯 어머니께서 세계 여행을 하고 오라고···.”
“그건 어차피 졸업하면 할 수 있다. 지금은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은게 아니었나.”
“···그야,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신경도 쓰이고요.”
“그럼 가서, 자랑스러운 딸로서 얼굴을 보여드리고, 안심시켜드리고 오도록.”
“······네!”
그렇게 네프티도 보냈다.
편의점에서 재료 몇개를 찾아서 가방에 담고 길을 나섰다.
원래라면 편의점에 들릴 이유도 없긴 한데 뭐, 이래저래 준비할게 있다.
나오면서 느낀 건데 지금 이 제프린에 내 파티원은 없다.
파트라슈도 고향에 잠깐 돌려보내 놨으니 진짜 없다.
그럼에도 있을만한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필티아 정도인가.”
뭐 하고 있으려나.
잠깐 교수동에 가볼까.
그렇게 중앙구를 지나 교수동을 향할 때.
“···아.”
“음.”
정말, 만나기 싫은 녀석과 만났다.
“뭐에요. 에덴에 간 거 아니었어요?”
“갔다 왔다. 뭐 그리 복잡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사업차 말이다.”
“아, 그러세요. 그대로 겨울방학을 보내도 될텐데 말이죠.”
“그럴 순 없지. 내 집도 아니지 않나.”
“집에 갈 생각은 있고요?”
“아니 없다.”
“그럼 집 이야기는···.”
“매 식사마다 혓바닥으로, 혹은 몰래 넣은 독약으로, 혹은 암살범을 보내서 죽일 생각을 하는 집에 가고 싶나?”
“············윽. 그건.”
“나는 너와 다르게 형제의 원 안에 들어가지 못해서 말이다. 그러니 가지 않는다. 용무는 없지?”
“···네. 없어요.”
이브 폰 로엔그린.
저 녀석도 집에 가지 않았던 건가.
“그러고보니 필티아 누나가 어디 있는지 아나?”
“교수동에 계실 거에요.”
“그런가. 그럼 가 보겠다.”
교수동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기 직전. 등 뒤에서 이브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저도 그리 편한건 아니라고요. 왜 남았다고 생각한 거에요.”
***
음.
그냥 가긴 또 뭐해서, 근처 상점에서 장을 봤다.
괜찮은 밑재료는 없었지만, 그래도 뭐 아예 없는 것 보단 낫지.
그렇게 교수동에 갔을 때. 필티아는 자리에 없었다.
“필티아 교수님은 어디계시지.”
“아, 아아···. 교수님은 아마 오늘 자택에 계실거라고 하셨어요.”
“교수 자택동인가.”
“네, 네···.”
눈 아래가 퀭하고 생기가 없는 것이 아무리 봐도 대학원생으로 보였다.
음.
그래도 내가 나름 대학원생들이랑 사업도 하는 사람인데, 그냥 가긴 좀 뭐하지.
“【퀵 크리에이트】 ···알려준 사례 대신이다. 받도록.”
“네, 네?”
“활력을 올려주는 포션이다. 이 자리에서 들도록.”
“아, 아아···. 네.”
즉석에서 만들어진 포션.
사실 포션이라고 해도 별 대단한 건 아니다. 여러 상태이상에 효과가 좋은 과일을 순식간에 응축해 물을 타서 만든 포션이다.
이 정도는 퀵크로 뽑아낼 수 있으니 별 문제 없다.
재밌는 건 비전투 상황에서도, 소모품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다. 이건 또 게임과 개념이 다르네.
대학원생은 포션을 조심스레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 자리에서 원샷했다.
그야 맛있겠지. 몸에 스며들겠지.
“이, 이건 어떻게···. 어떤 제조방식으로···.”
“알려 줄 수 없다. 다만 내 편의점에 오면 팔고 있다. 학기중에는 영업하고 있다.”
“아···. 가, 감사합니다. 황자님. 꼬,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대학원생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좋아요. 이런 영업 좋아.
아무튼, 필티아는 자택인가···.
그래서, 어디 살지?
***
대학원생에게 다시 주소를 물어 필티아의 저택을 찾아갔다.
“누구세요?”
“나다.”
“그러니까 누구···.”
“울프람이다.”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에? 어? 으아? 잉? 왜? 어째서요? 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자, 잠깐만 기다리렴. 동생? 누나가 잠깐만, 정말 잠깐이면 되니까. 응. 조금 어질러져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지금 청소를 할 테니까. 알았지? 아, 그리 크게 어질러진 건 아니야. 알았지? 잘 알고 있지?”
“······.”
소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드래곤이면 청소 마법 정도는 가볍게 쓸 수 있을텐데, 직접 움직여야 하나?
뭐 아무튼, 그렇게 한참 있으니 끼익 하고 문이 열리면서 러프한 차림의 필티아가 나왔다.
“도, 동생. 온다면 온다고 말을 해줬으면 누나가 더 기뻤을 거 같은데.”
“너무 급하게 왔나? 그럼 내일 오도록···.”
“으응, 아냐. 그냥 와줘도 기쁘다는 이야기였단다? 자, 들어와 들어와.”
머리를 대충 내려서 한 갈래로 질끈 묶은 모습. 저걸 포니테일이라고 하던가. 실피아 생각나네, 고향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렇게 오만 잡다한 생각을 하며 거실에 앉자 필티아가 마실걸 내 왔다.
괜찮은 차 두 잔이었다.
“자, 자아. 여기. 마실 거. 먹을 건 누, 누나가 지금 나가서 사올까?”
“아니 그럴 필요 없다.”
편의점에서 가지고 온 재료로 가볍게 타르트와 케이크를 두 조각씩 만들어낸 뒤. 능숙하게 접시에 담았다.
“아. 동생의 능력을 깜빡했네.”
“사실 마실 것도 내가 만들려고 했다만.”
“어, 그, 그랬어? 누나가 쓸모 없는 짓을 했구나.”
“아니 그게 아니다. 멋대로 찾아왔으니 대접을 받기보단, 내가 대접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아. 동생은 역시 ···후후.”
필티아는 에헤 하고 웃었다.
짧은 다과 끝에 조금 풀어진 우리는 느긋하게 벽에 기대 수다를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정말 놀러만 온 거니?”
“음. 케이크도먹고, 차도 한 잔 했으니 할 일은 다 했다고 볼 수 있겠지.”
“그, 그렇구나···. 아, 아 맞다. 요새 뭐 다른 일은 없니?”
“없다.”
“그, 그렇구나···.”
“오히려 누나쪽에 묻고 싶군, 별 다른 일은 없었나?”
“누, 누나? 별거 ···아니 별거 있었단다?”
“호오. 무슨 일이 있었지?”
“그, 그러니까 ···아, 아 맞다. 우선 내년에 강의할 과목이 두 개로 확정지어졌단다.”
“호오. 어떤 강의지?”
그러고보니 필티아의 강의는 꽤나 궁금했다.
“하나는 대륙 역사의 총체. 이건 교양과목이란다.”
“그렇군.”
필티아 다운 좋은 과목이다.
그럼 다른 하나는?
“또 다른 하나는 마도 과목.”
“마도.”
“응. 누나가 알고 있는 마법들, 기초부터 용언까지 개괄적으로 가르치는 거란다.”
“···그런걸 가르쳐도 되는 건가?”
아니 진짜 되는 건가?
“으음. 그래서 수강 신청을 따로 받지는 않고, 누나가 지명하거나 그 지명한 학생들이 추천하는 학생 정도만 강의를 듣게 되어 있단다? 아니면 추천으로 학년 수석 정도···? 싫으면 누나가 안 가르치면 그만이니까.”
“그렇군.”
“그리고 첫 학생이 바로 여기에 있단다.”
“나 말인가?”
“응. 누나는 첫 학생으로 동생을 지목했단다.”
“······.”
“듣고 싶지 않니? 누나 과목. 시, 싫으면 바로 취소가 가능한데.”
“아니. 듣겠다. 부디 듣고 싶군.”
“그, 그래?”
음. 좋은 강의를 들으면 그 만큼의 보상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필티아의 강의를 듣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거보다 수강생이 다른 학생을 추천할 수 있다는게 무척이나 크다.
“그, 그러엄. 동생?”
“음. 뭐지?”
“지, 지금부터 강의 할까? 두, 둘이 있으니까 개인 수강이라는 걸로···.”
그리 말하며 필티아는 이쪽으로 슬금 다가왔다.
드래곤의 개인 수강인가, 평소와 다르게 눈도 인간의 눈이 아니라 드래곤 아이로 켜져있는 걸 보면 꽤 진심으로 가르치나 보다.
【드래곤 아이!】
【강렬한 공격! 하지만 악의는 없습니다!】
【모든 정신 상태이상이 무효로 돌아갑니다!】
시스템도 난리난거 보면, 진짜 가르칠 생각이 가득하군.
열의가 있는 건 좋다.
“그래 그건···.”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그 순간.
문 밖에서 툭툭, 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
필티아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문 밖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쯧. 하고 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을 튕겨서 옷을 교수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음?
손가락 한 번으로 정장으로 체인지 할 수 있다면, 대체 왜그런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던거지.
뭐 아무튼.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 한 인물이었다.
“어머 막내?”
“안녕하세요. 언니. 울프람 안에 있나요. 언니를 찾았던 거 같으니 안에 있죠?”
“있단다?”
“네. 그럼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응. 들어오렴.”
이브 폰 로엔그린.
그녀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역시 황손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겨울방학이라고 풀어진 사람 답게 느긋하게 앉아있네요. 부러워요. 정말.”
“뭐지. 학생회장은 할 일이 그리 없나. 어서 책상으로 돌아가서 뱃살이나 찌우는게 어떤가.”
“흥.”
“하.”
우리는 서로 중지를 치켜들었다.
이것도 오래간만에 해보네.
“그래서. 진짜 뭐하러 왔지?”
“쯧. 저도 오고 싶은게 아니었어요. 방금 온 편지만 아니었어도 말이죠.”
“······편지?”
그리 말하며, 이브는 붉은 밀랍 위에 황가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내게 건냈다.
고급스러운 포장과 별개로 내용은 짧았다.
【학기말을 맞이했으니 황실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도록. 위 내용은 울프람과 이브. 둘 다에게 적용됨.】
허나,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