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74)
§ 373. 느긋한 점심식사
루디카는 내 시선을 피했다.
그렇군.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아니라 이건가.
“그렇다면 누군가가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방에 몰래 침입해 루디카 핫산 샤도우인척 하고 있다는 건가? 루디카 핫산 샤도우를 속이고, 그 일족을 기만하고, 그 방에서 말이지.”
“···그렇다.”
“그런가. 그렇군. 그럼 너는 루디카의 이름을 사칭한 괘씸한 녀석이 되는구나.”
“······.”
그 말에 루디카는, 아니 루디카 씨가 아닌 누군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계속해서 루디카가 아닌 척 발뺌할 셈인가.
어쩔 수 없지.
“‘파티원 루디카에게 묻는다. 오늘 점심에 특별히 직접 만든 매운 요리는 어떤가?’”
“‘매운 거! 물론 환영이다!’”
내가 떡밥을 슬쩍 던지자, 루디카는 이쪽을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구나.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매운걸 참 좋아하지”
“······그, 그렇군. 내가 접수한 정보에도 그렇게 있었다. 방금 전 대답은 그 첩보에 모순되지 않기 위해 내뱉은 거다.”
“그렇군. 그랬나.”
“그런 것이다.”
“···헌데 나는 파티 메세지로 전했는데,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아닌 너는 파티 메세지도 볼 수 있나보군?”
“···아.”
나는 파티 메세지를 던지면서 동시에 입으로 뻐끔거린 것 뿐이다.
“파티 메세지를 엿들을 수 있는 가짜 루디카라니, 엄청난 능력이군.”
“······.”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지. 너는 누구지?”
“루디카 핫산 샤도우입니다.”
“어째서 거짓말을 했지?”
“일 안하고 먹고 놀며 이불에 틀어박혀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니다. 너는 파티 리더에게 거짓말을 하며 그냥 하얀 이불에 감싸인 백수 콩벌레다. 다시 한 번 말하도록.”
“···저는, 하얀 이불에 둘러싸인 백수 콩벌레입니다.”
그리 말하며 울먹이는 루디카의 양 볼을 잡고 늘렸다.
루디카는 가볍게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붙잡힌 후, 볼 늘리기 형을 피하지 않았다.
“파티원끼리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알겠나. 방학때 학생은 풀어질수도 있는 법이다.”
“에우···. 재송합니다···. 재송해요···.”
좋아.
좋은 대답이에요.
“좋아 반성한 듯 하니 약속은 지키도록 하지.”
“약속···?”
“매운 걸 만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주방을 좀 빌려도 되겠나.”
루디카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
주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낀 것은, 찌릿찌릿한 공기였다.
나를 경계하고 있다.
아니, 이상하다. 단검은 공식적으로는 이브를, 비공식적으로는 나를 지지하고 있다.
즉 이건 적대감이 아니다.
“요리장을 맡은 카심이라고 합니다. 오늘 루디카 님께 진상하실 요리를 울프람 황자님께서 직접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음. 그렇지.”
“허나 걱정입니다. 황자님께서 그만한 요리를 만드실 수 있으실지···. 루디카 님의 입맛은 까다로우신 편이라···.”
아.
이건 적대감이라기 보단 ···그거군. 질투나 의구심.
즉 내가 루디카를 어떻게 한다. 라는게 아니라 루디카에게 선택받은 거 자체가 부러운 건가.
음.
뭐야.
이거 꽤 재밌는 상황이잖아.
즉 감히 나 따위가 루디카의 입맛을 맞출 수 있겠냐. 라고 묻는거다.
그 녀석 입맛이라 ···더럽게 까다롭긴 하지. 매운거 아니면 맛 자체를 못느끼니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매운 것 베이스로 느껴지는 다른 감각은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즉. 맛있게 맵다. 감칠맛의 영역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거 아닐까? 이 부분은 나중에 철저하게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뭐 아무튼, 이들의 의구심은 그럴만도 하고 갑작스럽게 주방에 쳐들어온 내가 고깝게 보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답은 딱 하나.
완벽하게, 실력으로 때려 눕힐 뿐.
나 또한 투지를 불태우자,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후후. 다들 울프람님 이 부러운가보군요.”
“세실. 무슨 의미지.”
“루디카는 집에서는 항상 저렇게 지낸답니다. 밥은 영양제로 복용하고, 일이 없을 때는 태업을 선언하죠.”
저 아이는 커서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 걸까, 하고 세실이 오른 손으로 볼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딱 말 안듣는 어린 여동생을 걱정하는 언니 느낌이다.
카심은 이에 반론하기 위해 열중 쉬어 자세로 병사처럼 한 발 앞으로 걸어와 항의했다.
“세실 님. 그 또한 사실입니다만, 일이 있으실 때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철저하며, 말 한마디 없이 해결하고 오시는 ···우리들의 빛이십니다. 이 카심은 루디카 님의 그 어두운 빛을 봤을 때 평생 이 분께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결의하고···.”
“예. 예. 아무튼, 가주 일을 할 때는 제대로 하지만, 안 할 때는 밥도 안 먹고 그냥 드러누워 있는 아이입니다. 정말. ‘일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아요. 루디카.’ 라고 하니까 세상에. 영양제를 먹고 끝내더군요.”
“그렇군.”
“당연히, 밥 이야기도 얼마 안 꺼냅니다. 매운 걸 좋아하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지만요.”
“그저 맵기만 한 건 고통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루디카 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하지만 루디카는 ···체질상 매운게 아니면 맛을 못 느끼는것도 사실이랍니다. 요리장. 루디카에게 그럼 요리와 영양제의 차이가 있을까요?”
“···그, 그건.”
음.
오케이.
이야기는 대충 알았다.
“즉 영양이 높고, 매운 것을 만들면 되겠군.”
“어···. 그런게 있습니까?”
“없지만, 만들면 그만 아닌가.”
“···네?”
다행히 여기는 향신료의 천국인 남부.
만들자고 하면, 또 못 만들 것이 없다.
“자, 그럼 어디 쌀을 가져와 보실까.”
“···쌀을 다뤄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리고 남부는 쌀이 나는 곳.
“다뤄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잘 다룰 수 있지.”
한국인은 쌀을 가져다주면 어떤 요리든 할 수 있답니다.
***
서울 편의점에서 일할 때 느낀 것이 있다면, 사람은 외모로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기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때 사장 형이 내게 말했다.
【여고생만큼은 형이 또 구분할 수 있는데.】
【아니 영진아 아무리 그래도 형을 쓰레기로 보고 신고하진 말자. 응?】
【그래서 구분법이 뭐냐고?】
【고딩 애들이 담배 뚫으러 올 때는 담배냄새보다 떡볶이 냄새가 난다.】
【아니, 진짜라니까? 떡볶이 튀김 순대 냄새 나면 거의 고딩이야】
형은 내게 그렇게 말했고, 나 또한 그 방법을 써봤더니 실로 효과가 있더라.
아무튼.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여고생은 떡볶이를 좋아한다. 라는 것이다.
이건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이며,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러니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허어 ···이런 조리법이.”
어느새 인가 내 옆으로 다가와 레시피를 메모하는 카심.
그리고···.
“세실. 그 가루를 큰 수저로 두 개. 물에 풀어서 끓이고 있도록. 그 다음은 쌀을 가루내서 밀과 함께 반죽을 부탁할 수 있겠나.”
“어머, 어렵지 않은 부탁이랍니다.”
세실 또한 내 작업 속도에 맞춰서 움직여 주고 있었다.
“잠깐, 그 가루는 뭡니까?”
“닭 뼈를 우려낸 국물을 더 졸여서, 분말을 낸 것이다. 깊은 맛이 살아나지. 같은 방식으로 이쪽은 생선이다.”
“허어···. 그렇군요. 그런 방식이···.”
쌀과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떡을 고추 기름으로 볶아낸다.
더욱 안타깝게도 어묵은 없지만 삶은 계란과, 남부 특유의 고기나 야채 튀김까지.
마지막으로 이걸 찍어먹을 매운 고추기름을 만들어내고 끝.
전체적으로 강한 향과 향신료를 가미한 떡볶이와 튀김을 완성시킨 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충분히 맵지만, 재료 자체들의 조화가 충분해 영양적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음. 다만 너무 기름지기 때문에 후식은 산뜻한 것들이 괜찮겠군. 시원하고 상큼한 과일 쥬스로 마무리 할까.”
“정말, 이런 요리는 어디서 배우셨나요?”
앞치마를 벗으며 세실은 내 옆에 다가왔고, 만들어진 요리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미완의 요리다. 과찬은 말도록.”
“이게 ···미완이라고요?”
“그렇다. 하나의 큰 향신료가 빠졌지.”
고추장이 없음이 무척이나 아쉽다.
나중에 찹쌀을 구해서 고추장이나 만들어봐야겠군.
쌀이 있으면 찹쌀도 있겠지.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
그리고 요리를 받아 든 루디카의 반응은 어쨌냐 하면.
“···흑. 맛있다. 오늘 요리는.”
울었다.
그만큼 맛 있는 걸까.
내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고추기름으로 요리한 거라 기묘한 맛이었다.
“그렇군요. 누구나 가볍게 한두 번 찍어 먹는 고추기름을 이렇게 요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또 새로운 조리법입니다.”
“그런가.”
아, 오히려 아예 맛을 모르는 고추장보단, 그나마 익숙한 고추기름을 비틀어서 쓴 점이 더 익숙하고, 신선할지도 모르겠다.
카심 또한 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조리를 하는 동안 나에 대한 적개심은 완전히 누그러져, 요리에 대한 토의를 진지하게 나눌 정도였다.
그 외에 샤도우 가문의 주방에 완전히 받아들여 진 것은, 나에게 있어서 큰 성과···.
아니, 아니지. 큰 성과인가?
“음···. 뭐 그렇다. 나중에 더 괜찮은 조리법을 보여주도록 하지.”
“이걸로도 충분해. 고마워. 울프람.”
루디카는 생글생글 웃었고, 카심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동네 꼬맹이이 시절의 루디카가 떠올랐나요?”
“······예. 그렇군요. 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그런가.
이게 루디카의 원래 모습인가.
이후, 세실과 카심까지 끼어들어 식사를 마치고 루디카는 배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
“아! 잘 먹었다!”
포만감에 배를 쓰다듬는 루디카의 옆에 간 세실은 잘 됐다며 환한 미소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군요. 루디카. 좋은 식사를 했네요.”
“응. ···울프람이 와 줘서 정말 살았다.”
“어머, 저와 황자님이 같이 오는걸 눈치 못 챘나요?”
“세실은 평소에도 울프람의 보폭이나 기운을 따라해서 나를 속이려 드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사기극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짓을 하고 있었나. 아니 내 기척이나 보폭은 어떻게 외운 거지?
나는 세실을 빤히 바라봤고,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루디카의 어깨를 지긋이 눌렀다.
“후후. 그런 말을 할 기력이 있으면 ···이제 일도 해야겠네요?”
“세실?”
“루디카가 말했죠. 일 하지 않은 자 먹지도 않는다는 규율을 지켜, 먹지 않았으니 일도 안 하겠다고.”
“···그랬,지?”
“그러면 이제 먹었으니 일을 해야겠네요?”
“······그런가?”
“그럼요. 자, 그럼 오늘의 업무에요.”
그리 말하고 세실은 루디카에게 한 장의 지령서를 건냈다.
그렇군.
드디어 암살가문 가주의 업무 시간인가.
제대로 된 업무를 본 적은 없으니까, 무슨 일을 할지 기대되네.
“···세실. 이거 진심인가?”
“그럼요. 제가 허튼 소리 하는 거 봤나요?”
“으음···. 으으···. 알겠다. 업무인 이상 해내도록 하지.”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뭐지.”
“가자. 울프람. 이 일은 너와 함께 해야 한다.”
오, 그런 일이?
암살 가문 가주의 업무를 내가 돕다니, 이건 생각보다 꽤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티원의 업은 나의 업.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도울 것이다.
설령 이 손이 붉은 피로 물든다 해도···.
나는 각오를 굳혔고, 루디카도 상기된 얼굴로 각오를 굳혔다.
***
그래서.
우리는 한겨울의 사막 도시. 자우버의 한복판을 걸었다.
“다, 다음은 ···흑련초 구매다. 저, 저쪽에서 파니까. 어서 가자. 울프람!”
루디카에게 적힌 지령.
그것은 바로 장 보기.
아니, 그 정도도 못하는 애라서, 나랑 같이 붙여 놓은 거야?
“그, 그 다음에는 추천하는 근처 간식점에서 간식을 먹으라···. 라고 되어 있다.”
“그런가. 그런데 루디카. 너는 맛을 못 느끼지 않나?”
“···으, 음. 그렇지. 그래서 가기 싫은가?”
“아니, 그건 아니다만.”
“그럼 가도록 하지!”
심지어. 그 뿐만이 아니었다.
루디카의 으쌰으쌰 장보기 프로젝트는, 나뿐만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감시역이 있었다.
‘가요. 루디카! 지금이야말로 해내는 거예요!’
‘잘 하고 있어요. 루디카! 그거에요. 그거!’
‘거기서 손이라도 콱 잡으라고요!’
‘아니 타겟의 목줄기는 잘 쥐면서 왜 손바닥 하나 못 쥐냐고요!’
‘아 진짜 답답해! 당신이 진심을 다 하면 황자님이 눈치 채기도 전에 끝장내버릴 수 있잖아요!’
저 멀리.
아니 그리 멀리도 아닌 곳에서, 세실이 변장같지도 않은 변장을 한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은 뻐끔거리는 것이 무언가 떠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 전에 안 들킬 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 아니지.
“들키는 것을 알고서도, 저러고 있는 건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만.”
“세실 말이다. 루디카. 눈치 못 챈 건 아니겠지? 혹시 루디카. 세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나? 나는 거기까지 들리진 않는다만.”
내 그 말에, 루디카는 도도도 달려와 나를 올려보며, 새빨개진 얼굴로 선포했다.
“울프람!”
“뭐지.”
“제발, 세실이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부끄러워 죽겠으니, 그것까지는 묻지 말아다오. 부탁이다.”
“······.”
정말 뭐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