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81)
§ 380. 연말 파티
그리고, 그 날이 찾아왔다.
【올해의 마지막 밤입니다.】
【제프린의 첫 해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시스템의 메세지.
별 대단할 거 없는 멘트다.
하지만 이 멘트를 처음 접했을 때, 다들 묘한 감동을 느낀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무척이나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간단하게 육성 쪽만 보자.
자신과 파티를 동시에 육성해야 하고, 잡캐로 육성하면 망하고, 파티원들은 각각 AI 지수가 다르며, 템 파밍도 쉽지않다.
거기에 정보가 없이 필드를 나가면 이 필드에서는 이게 면역, 저 필드에서는 저게 면역, 냉법팟으로 라이아랑 맞짱뜰까 화법으로 그랑펠리시에랑 맞짱뜰까 자라리 죽음을 택하는게 빠르다.
결국 서브 팟을 몇개 만들어서 나갈 때 마다 돌려서 써야 한다.
여기서 빛 속성인 이브가 강캐 취급 받는 이유가 있다.
빛은 시전속도도 빠르고, 광역이고, 힐링도 있으면서 카운터 맞는 속성이 얼마 없거든.
거기에 천사와 마족도 즉결처형 가능하니 정말 뉴비용 접대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는 그런 겁쟁이용 캐릭터에 의지할 생각일랑 없다.
아무튼.
그렇다고 만능팟을 만들면 ···말이 좋아 만능팟이지 딜도 탱도 안되는 망팟이 되기 십상.
육성만으로도 이럴진데, 일상은 또 어떤가.
뭐만 하면 퇴학이니 뭐니, 성적이 안나오면 호감도도 안 오르고, 호감을 올리기 위해 히로인을 방치했다가는 어둠의 루트로 빠지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히로인만 주구장창 파면 교내 호감도가 별로라 동료들이 파티에 들어오질 않는다.
거기에 각 루트의 엔딩조건도 만족해야하고, 그 조건에서 열리는 맵에 들어가지 않으면 진 엔딩도 못 본다.
하하, 이렇게 보니 정말 개판이군 그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메세지가 참으로 의미가 있다.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칭찬의 한 마디.
그게 고맙다.
【업적을 판정합니다.】
【기간트 슬레이어를 비롯, 마족살해자등의 칭호를 추가했습니다.】
【현 파티원 5명의 호감도를 극상으로 올렸습니다.】
【히든 캐릭터 ‘필티아 블루브리즈’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엘 피라네’ ‘에르헬’의 호감도를 올렸습니다.】
【최대 2T의 아이템을 입수 혹은 제작했습니다.】
【최고의 한 해가 되었습니다.】
【보상을 조정합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그래.
말로만 고마우면 쓰나.
이런게 나와줘야지.
【1년차 최고 보상을 골라주세요.】
【최대 2개】
“잘 됐군.”
만약 1개만 줬다고 하면, 반드시 골라야 하는 물건밖에 못 골라 꽤 골치를 썩였을 텐데,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지 2개까지 보상을 얻는다.
참고로 이건 연타버그가 안 먹힌다. 먹히는 구간이 있고 안 먹히는 구간이 있는데, 진짜 아깝다.
아무튼
【상애의 광석】
【3T】
【순수한 서약의 재료.】
“이 걸로 두 개째.”
가장 완벽한 반지를 만들려면 5개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건 3개.
물론 광석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그 만큼 악세서리 제작 스킬도 올려둬야 한다.
“···누구에게 줄지도 생각해야겠군.”
서약의 반지는 히로인에게 주는게 기본이다.
하지만 파티원에게 못 주는건 또 아니다.
파티원과 히로인의 차이점이라면, 히로인의 진 엔딩 트리거기 때문에 파티원에게 주는 경우가 없을 뿐이지. 스킬쪽은 파티원도 쓸 수 있다.
그 때문에 원작에서는 엔딩 없는 파티원에게 주고 오열하는 녀석들이 있었지.
카페 추천글 치트키 소리도 들었다.
“···나는 누구에게 줄 것인가.”
음.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템 선택
【무엇을 받으시겠습니까?】
【중상급 장비 뽑기권을 고르셨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왜 콘솔 게임에 뽑기 아이템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바일 게임으로 나올 뻔 했던 잔향이겠지. 이것도.
***
그 날 밤.
“울프람! 저희 왔어요!”
저 멀리서도 활기찬 목소리로, 편의점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왔나.”
“네! 이 제프린에서 저희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끌고 왔어요!”
“그런가. 그렇군.”
“네!”
아일라가 강제로 보쌈해서 끌고 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일단 우리 파티원 다섯은 넘기자.
거기에 학생회쪽으로 가면 코튼과 실피아.
마법학부에서는 재미있게도 레지나 시엘라가 구석에 보였다.
당연하게 파트라슈도 있다.
뭐 말 할 것도 없이 필티아도 함께했다.
뭐, 여기서 안 보이는 건 이졸데나 세실, 바닐라와 요거트. 그 외에 굳이 따지자면 에르헬, 거기에 에밀리. ···다들 고향에 돌아갔을 시점이군.
허나 이 정도까지 모였다는 점에서,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다들 편의점을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얼추 모였군.”
“네!”
“제프린에서 따분하게 연말을 보낼 녀석들이 이렇게나 모였나.”
상처를 후벼파는 말에 다들 으윽, 하며 한 방 먹은 표정을 짓는다.
뭐, 틀린말도 아니잖아.
“좋다. 원래 여기는 상점. 공짜로 물건을 푸는 것은 말도 안 되나···. 동병상련이다. 나 또한 갈 곳이 없으니, 이 연말이라도 즐겨보지 않겠나. 아일라.”
“네. 울프람!”
“불판을 준비해다오. 흑수정으로 만들 수 있겠지?”
“물론이죠!”
아일라는 그 자리에서 흑수정을 이용해서 고기구이 판을 만들고, 간이 의자를 만들고 얼마 전 얻은 화염의 마력으로 장작에 불을 붙였다.
“자, 본디 연말은 상점에서 새로운 뜻으로 재고를 처리하는 날 아니겠나. 네프티. 밀푀유.”
“네 선배님!”
“뭘 하면 될까요?”
“남는 식재와 전부 꺼내와라. 냉동고에 있는 재고도 포함이다.”
“···알겠습니다!”
“네!”
“루디카. 향신료를 꺼내와다오. 부탁할 수 있겠나?”
“물론이다.”
“실피아. 고기가 구우면 연기가 알 테니 라피스라줄리로 연기를 하늘로 깔끔하게 올려보내다오.”
“어렵지 않은 부탁이지.”
그렇게 하나 둘 준비하는 와중, 나는 마지막으로 이브를 불렀다.
“이브.”
“저한테도 일을 시킬 생각인가요?”
“물론이다. 편의점 밖이 어두으니 마법등이라도 만들도록.”
“···음. 뭐, 그 정도야.”
“너무 밝지 않게, 적당히 조절해라. 밤에 하는 식사는 그 재미가 또 있는 법이니.”
“부탁 참 까다롭네요!”
“그리고.”
“또 뭐에요!”
“맛있게 먹어라. 즐거운 연말이 되도록.”
“······네?”
나는 이브 녀석의 어깨를 툭 치고는 다른 요리의 준비를 위해 편의점 안으로 향했다.
연말이니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
그렇게, 논 알콜 음료가 하나씩 돌아가고 조금씩 분위기가 풀어졌다.
아. 아일라는 그냥 쥬스다.
물론, 이 환영회에 아예 끼지 못하는 멍청이도 하나 있었다.
저 구석에서 묘하게 죽은 눈으로 사람들의 온기를 바라보는 멍청이.
“레지나 시엘라.”
“······황자님. 오늘의 초대 실로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됐다. 뭘 하고 있지?”
“어머,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즐기지 않고 있지 않나. 이 구석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느냐 물었다.”
“······저는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뭐지.
이런 찐따같은 녀석이었나.
파티는 이래서는 안 된다.
공명도 파티피플이 되는 시대. 이 녀석은 대체 뭐지. 주유인가.
나는 녀석의 손을 잡아 끌었다.
오늘 만큼은 ···어쩔 수 없다.
“화, 황자님?”
“싫다면 뿌리쳐라, 하지만 같이 즐길 마음이 있다면 따라오도록.”
“···너무하시네요. 후후. 정말 ···포기할 수 없게 하시는 데에 있어 특출난 재능이 있으신 분.”
“따라 오겠다는 건가?”
“예에. 그 손에 이끌려 ···따라가겠습니다.”
좋아.
아무튼 멍청한 녀석도 인원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울프람.”
“선배님···.”
다들 시선이 날카롭다.
역시, 나의 배려를 칭찬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
그렇게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나는 그것을 꺼내들었다.
“울프람. 이건 뭔가요?”
“꽤 재밌는 물건을 얻어서 말이다. 이 제프린에 남아있는 기적중 하나지.”
“기적?”
이들에게 물건을 슥 보여주고 짧게 설명했다.
“이 종이는 스스로 마력을 변질시켜 기록되어 있는 형태로 구축된다. 허나 기본적인 마력 형태가 무척이나 불안정해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르는게 단점이지.”
“즉?”
“이 종이를 찢는 것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 장비중 최고 일품이 나온다면, 신화의 시대의 물건과 버금간다 자신하겠다.”
“와아···.”
아일라를 비롯, 모두가 눈을 빛냈다.
미심쩍은 듯 이쪽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코튼을 제외하면 전원 내가 그런 물건에 해박하다는 사실을 안다.
코튼도 뭐, 나중에 황족의 신기한 도구다. 라고 말하면 납득하겠지.
하여간, 내가 이걸 공개한 이유는 간단하다.
연말 뽑기방송을 어떻게 참냐는 거지.
···솔직히 인정하자. 내가 봐도 스스로 묘하게 들떠있다.
허나 연말 만큼은.
나를 믿고 이 중요한 날 여기에 놀러와 준 파티원, 친구, 혈통메이트, 그냥 아는사이, 사실 그리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녀석들에게 이 정도의 쇼는 보여 줄 만 하지 않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랜덤 뽑기권을 부욱, 하고 뜯었다.
【아이템이 형성됩니다.】
찢어진 티켓에서 퍼진 마력은 허공에 상을 맺고, 형상이 되어갔다.
음음.
뭐가 나올지 정말 기대된다.
“굉장한 마력량이네요.”
“그러게요.”
파티원들은 고기를 먹으며 허공에 맺히는 상을 빤히 바라봤다.
뭐가 나올지 진짜 기대된다.
뭐, 중상급은 나와봐야 5티어다. 진짜 드물게 4티어가 나오는데 4티어중에서도 하급이라 5티어 최상급이랑 비비거나, 결함이 좀 있다.
마력은 이내 길쭉하게 형을 맺었다.
이걸로 우선 방패, 갑주류는 탈락. 무기계열이다.
그것도 봉. 곤. 검. 창. 지팡이 ···아무튼 이쪽인가.
생각보다 괜찮은게 나올 수도 있겠다.
그렇게 놈이 형상을 다 맺어 허공에 두둥실 떠올라 내 손 아래에 내려왔다.
“아.”
“으음.”
“잉.”
“······으.”
코튼을 제외한 전원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황혼에 물든 수레국화 지팡이】
【5T】
“······.”
나는 힐끗 아일라를 바라봤고, 아일라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지팡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또 나왔네요?”
“···음. 그랬군. 운이 ‘너무 좋았다.’”
5티어 최상급. 두 말 할 거 없이 티어를 돌파하는 무기중 하나.
“사실 이 물건은 ···누군가에게 주려고 했는데 말이다.”
“음. 지팡이를 양손에 들 면 더 강해지나요?”
“···아니 그건 아니다. 그러니 아일라는 제외되겠군. 새 걸로 교환하길 바라나?”
“아뇨?”
“그렇군.”
정말 순수한 대답이다.
그럼 이제 마법계에서 그 주인을 정해야 하는데.
이브에게 이게 필요하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다.
“이 지팡이의 특성은 알고 있지?”
“네. 그러니까 저도 필요 없네요. 감히 제 마법 전개를 막을 존재가 있다고 보세요?”
“없겠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오늘 진짜 왜 그래요?! 미쳤어요?!”
칭찬해줘도 뭐라고 하네.
아무튼 이브도 거절했다.
그 다음은 필티아.
“재미있는 마법술식이지만, 누나에게도 필요 없을 것 같네. 애당초 그건 【여명의 히아신스 지팡이】의 하위호환이지?”
“그렇다.”
그럼, 이제 남은건 단 한 명인가.
“솔직하게 말하지. 사실 이 물건이 나왔을 때 나는 이브도, 필티아 누나도 아니라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아일라는 이미 가지고 있으니, 이 물건을 가지기에 합당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지.”
“······.”
“받겠나.”
“어째서, 저에게 그것을···.”
“말하지 않았나.”
“어찌 합당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저 동정이라면 저는···.”
나는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착각하지 마라. 고작 동정 따위로 내게서 귀물을 얻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하면 어째서···.”
“다시 한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나는 이것이 ‘너에게 어울린다.’ 그리 생각했다.”
“······.”
“받겠나?”
“삼가, 받들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그녀. 레지나 시엘라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지팡이를 받아 들었다.
그렇게 지팡이를 들고 있는 레지나를 보니, 레지나단이 한참 카페에 올리던 스크린샷이 문득 떠올랐다.
열 중 일곱 여덟은 다 수레국화 지팡이를 차고 다녔지.
그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실로 너에게 어울리는구나.”
그 말을 들은 레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고, 지팡이를 꼭 끌어안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