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85)
§ 384. 품격없고 자제하지 못하며 웃기는 것
하여, 밀푀유식 트라이스타 체술은 요약하자면 잡기 기술이 베이스인듯 하다.
“그럼 몬스터에게도 그런 잡기 기술을 쓸 생각인가?”
“네? 아뇨?”
“그런가.”
그건 또 현명한 판단이네 거대 몬스터에게 그래플링은 쉽지 않지.
“그러면 인간형 몬스터에게 쓸 생각인가?”
“······아뇨?”
“그런가.”
그렇지. 인간형 몬스터는 체구가 작은대신 마법이나 특수 스킬을 보유한 경우가 많으니까.
“그럼 누구한테 쓸 생각이지?”
“단 한 사람 전용이에요. 단 한 사람만에게만 쓸 거에요.”
“······.”
뭐지.
대체 누구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
공식 명칭은 W.R 학생회 지하 지점.
다들 말하길, 편의점 2호점.
학생회도 이브와 코튼 등 최소한의 활동을 하고 있고 밀푀유도 제프린에 남았기에 편의점 2호점도 문을 여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편의점이 여는 날.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이상하게도 점원보다 손님이 먼저 인사하고 들어오는 가게.
심지어 기사학부보다는 마법학부가 더 많고, 대부분이 귀족인 상황에서, 손님들은 전원 밀푀유에게 깍듯하게 먼저 인사한다.
삼백년 전통 제프린. 그 정점의 학생회.
황손이 아니면 학생회장이 될 수 없고, 회장이 선택하지 않으면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철저하게 선택된 이들의 공간에 입점한 상점.
이는 꽤 많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브 폰 로엔그린은 황손 중에서도 차기 황제의 측근, 혹은 자기 스스로 황제를 노릴지도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설령 황제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세력을 몰고 위명을 떨칠 것이다.
둘째 이브 폰 로엔그린의 거동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선대 학생회장인 울프람을 쳐내고 회장이 되었기에 부정부패 척결을 슬로건으로 내 건 이상, 이브는 그만큼 주변의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황손이라면 제프린 내에서 그런 말을 바꿔서 마음대로 움직여도 되지만 그랬다간 그 누구도 진심으로 이브의 세력권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오늘 새로 들어온 물건은 뭔가요?”
“비장의 레시피로 만든 간식이랍니다.”
“어머 ···이건 흑빵이 아닌지요?”
“한 번 드셔보시면 아실 거에요. 저희 편의점은 그 흑빵마저 맛있게 만들 수 있답니다! 여기 시식용 상품과 1회용 포크가 있으니 집어서 드셔보세요.”
“어머 그러면···.”
하임가문의 영애는 1회용 포크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무게 중심도 완벽하고, 특히 손잡이 끝자락 부분에 늑대의 양각이 되어 있다.
도저히 1회용으로 쓰고 버릴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밀푀유는 사용한 포크를 받아들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저걸 회수해서 다시 쓸까 싶었지만, 손가락으로 가볍게 우그러트리는 것으로 두 번 다시 재사용은 없다고 안심시켜 준다.
이 정도 레벨의 서비스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것에서 고객들은 ‘대접받고 있다.’ 라는 실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며 이 가게가 그냥 평범한 매점이 아님을 알게 된다.
포크를 넘겨주고, 입 안에서 흑빵을 먹은 하임가문의 영애는 잠시 말을 잊었다.
식감부터 다르다.
바삭하게 튀겨낸 흑빵은 그것만으로도 씹는 재미를 주며, 그 위에 짭짤하며 달콤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래서 신기했다.
고급 귀족가의 만찬에서 나오면 비웃음을 사겠지만, 하급 귀족가에서는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일품. 평민들이 먹기에는 고급스러운 간식.
그렇다면 이 물건을 대체 어디에 팔 생각인 걸까.
“점장님. 이 물건은 누가 만드신거죠?”
“1호 점장님이세요.”
“아···.”
그 말에 절로 납득이 간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그저 악인인 줄 알았지만, 최근에는 야심가가 아니었을까 라는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남자.
일부러 여동생에게 학생회장의 자리를 넘겨줬다. 라는 이야기부터 이브 폰 로엔그린이 목줄을 꽉 쥐고있다라는 설까지. 그림자에 숨어 세계를 어둠에서 지배하는 야망 속에서 살아가는 야심가.
그 사람이 만들었다면 ···아마도 그만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전투식량용인가요? 아니면 공급망 확보, 그도 아니면 체질 개선···.”
“네?”
“아, 아뇨. 황자님께서 무슨 의도로 이걸 만드셨나 ···혼잣말이었답니다.”
“아하하. 그리 대단한 비밀은 아니에요. 선배님께서도 지나가듯 말씀하셨거든요.”
“뭐, 뭐죠?”
“겨울방학에 제프린에 남은 학생들의 입이 심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잔뜩 만들어서 대량으로 팔자. 라고 말이죠.”
“······.”
그 말에 하임가 영애는 그제야 이 흑빵 튀김이 어떤 식으로 소분되어 팔리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건···.
“단위가 킬로그램인데요.”
“네!”
“······봉지당 2만5천린인데요.”
“네!”“······.”
압도적으로 싸다. 아니 흑빵의 가격을 생각하면 비싼게 맞지만 그 위에 설탕과 소금이 잔뜩 들어가지 않았나. 조미료 가격을 생각하면 진짜 남는게 있나?
영애는 핫.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이 맛을 알게 되면 기본적인 흑빵으로는 만족할 수 없죠.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있으실 터···.”
제프린 학생이 야금야금 흑빵을 먹지 못하게 해서 어떻게 하려는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난 계획이 숨어있음에 틀림 없었다.
하임가 영애는 몸을 부르르 떨고서는 두려운 시선으로 손을 내밀었다.
“사실려고요?”
“···두 봉지. 부탁드릴게요.”
“네. 오 만 린입니다. 적립카드 있으세요?”
“네···.”
그녀는 튀김 흑빵을 샀다.
그것도 한 번에 두 봉지나 샀다.
***
얼마 후. 밀푀유가 살짝 비틀거리며 1호점을 방문했다.
아무리 봐도 조금 지쳐보이는 표정에 자리에 안내하고 사유를 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재확인 했다.
“오늘도 그 일인가?”
“···네. 튀김흑빵을 찾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선배님···.”
“일단 남는 재고는 이브에게 부탁해 매일 공급받기로 했다. 그걸 튀기는 거대한 튀김기는 ···아일라에게 부탁했고, 남은 기름과 설탕은 한 번 쯤 천혜의 고도에 다녀오면 그만이다. 소금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것도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저도 함께 할게요.”
“아니다. 너는 파는것에만 집중해다오.”
“아하하···.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크게 걱정하지 마라. 한 번에 킬로그램 단위로 팔기 때문에 한 번 사가면 먹는데 꽤 오래 걸릴 것이다.”
“······.”
내 말에 밀푀유는 움찔. 몸을 떨었다.
“왜 그러지.”
“그게요. 어제 ···첫 날 사가셨던 영애께서 또 사러 오셨거든요. 그런데 없다는 말에 엄청 낙심하셔서···.”
“그렇군. 그 영애가 조금 많이 먹는 편 아니었나? 그 정도의 양이면 일주일이면 먹을만도 하지.”
“그 영애께서는 한 번에 두 봉지를 사셨어요.”
이 무슨 말법적 소모 속도.
“그렇군. 최대한 빠르게 만들도록 하겠다.”
“네에···. 아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뭐지?”
“그게요···.”
밀푀유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내 히죽 웃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
이브 폰 로엔그린은 본디 글래스트헤임 기숙사에서 지냈다.
기숙사의 높이는 대단할정도지만, 이 거주에는 두 가지 모순된 의문점을 낳았다.
겸허를 미덕으로 내건 학생회장이 최고급 기숙사에 사는것이 맞는가.
동시에 황손이 고작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이 맞는가.
결국 이브는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거주지를 알아보기로 했으나, 당장은 기숙사 최상층이 그녀의 층이며, 동시에 방이다.
그리고 그 층에, 오늘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이브. 나다. 문을 열도록.”
“···오라고 한 적 없는데요.”
“선물을 가져왔으니 문을 열도록.”
“···들어와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혈통 메이트이자 그저 호적 윗줄. 최근에는 묘하게 진짜 오빠인 척 해서 극도로 짜증나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있기 때문에 마냥 화내기엔 뭐한 인간이 찾아왔다.
울프람은 방 안에 들어와 휘적, 주변을 보고는 씩 웃었다.
“양으로 치면 세 봉지인가.”
“······뭐가요?”
“네가 지금까지 먹은 건빵의 갯수 말이다.”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렇게나 먹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 건빵을 팔기 시작한지 고작 7일째에요.”
“그렇지.”
“그리고 저는 이틀 차부터 샀고요. 그러니까 오늘로서 6일. 이틀에 한 봉 꼴로 먹었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나 되겠어요?”
“그럼 누가 몇 번 샀는지 생각해보도록.”
하.
어렵지 않은 일이지.
이브는 그렇게 어떻게 샀는지 떠올렸다.
첫 날은 편의점의 경비를 서던 코튼이 신상품이라며 사왔다.
꽤 먹을만해서 기숙사에 들고가서 밤에 책을 읽으며 먹었다. 책에 기름이 묻기 쉬웠지만 포크로 집기 쉽게 되어 있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만 했다.
그 다음날은 졸업을 앞둔 실피아가 업무 중 심심하지 말라며 사왔다.
기숙사에 한 봉지 있기에 집무실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흔쾌히 찬장에 보관했다.
그리고 어제.
“···다 떨어졌네요.”
기숙사에도, 집무실에도 전부 떨어져서 2호점에 가서 밀푀유 얼굴도 볼 겸 하나 샀다.
그리고 지금 거의 다 먹었다.
그러니까.
“세 봉지를 먹었다고? 그럴리가 없어. 있을리가 없어 ···말 도 안돼.”
“말이 된다.”
“그럴리가 없어요. 대체 누구와 합의한거죠? 저는 그런 협의를 한 적 없어요!”
“네 위장과 협의 끝에 뱃살과 합의를 봤겠지.”
“아······. 아아아·········.”
이브는 그 자리에서 땅을 짚고 오열했다.
울프람은 그 앞에 쪼그려앉아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
“그래서 6일간 다 먹었다는 현실에 동의하나?”
“뭐에요. 또 비웃으러 온 거에요? 또 놀리려고요? 황손 주제에 품격이 떨어진다. 좀 자제해라 이런식으로 비웃으려고 온 건가요?”
“네 뱃살은 품격이 떨어지고 자제하지도 못하고 웃기기도 하다만.”
“죽일거야···. 당신 죽이고 저도 황손살해죄로 감옥에 들어갈거라고요···.”
“나를 죽여도 네 뱃살은 죽지 않는다. 적을 착각하지 마라.”
“윽 으윽···.”
이브는 다시 오열했다.
왜 맞는말을 해도 저렇게 사람을 열받게 만들까.
“하여. 빼고 싶나?”
“네?”
“살을 빼고 싶냐고 물었다.”
“···또 뭐에요. 토벌 작전이라도 가게요? 또 수 백 마리의 몬스터와 혼자 싸우게 만들 건가요? 하···. 이제 그런 악몽은···.”
“그렇게 살을 빼면 또 먹을 수 있다.”
“······.”
뭐?
“생각해봐라. 네가 먹고나서 움직이질 않으니 살이 찌는거다. 허나 너는 움직이는걸 무척이나 귀찮고 힘들다고 생각하겠지. 허나 이렇게 생각해봐라.”
“···뭘 어떻게요.”
“움직이면, 먹을 수 있다. 반대다. 먹은걸 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서 움직이는거다.”
악마의 유혹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꾐이 너무나 달콤해서.
“어떤 운동을 하면 될까요···?”
“따라와라. 안내해주지.”
그 악마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
천혜의 고도.
겨울에는 바람이 강하고 몬스터들은 대부분 영역에서 나오지 않는 지금.
평소보다 안전한 해안가쪽은 이제 거의 몬스터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즉 이 곳은, 최고의 파밍처로 변한다.
그리고 그 해안가를 이브는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 이게 맞아요···?”
“맞다. 더 열심히 하도록.”
순수한 마력을 쏟아부어 바닷물을 고정시키고 빛을 소환해서 각도를 조절. 태양열과 섞어 온도를 더더욱 끌어올리면 뭐가 만들어질까. 그야.
“훌륭한 염전이구나.”
“이렇게 뛰는거 맞아요!?”
저 멀리서 이브의 오열이 들려온다.
나는 만들어진 소금을 파트라슈를 이용해 회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더 뛰도록.”
“으, 으윽 힘들다구요! 진짜!”
“힘들지 않으면 운동이 되지 않는다. 맛있는 건빵을 먹고싶지 않은거냐.”
내 말에 이브는 다시 일어서서 뛰기 시작했다.
최근 소금 들어갈 일이 많아서 귀찮았는데 잘 됐네.
“호오. 주인.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소금을 만드는 것인가. 신기한 짓을 하는군.”
“음. 염전이라고 한다.”
“하하. 소금의 밭이라. 유쾌하군. 인간의 지식은 실로 유쾌해.”
“음.”
기왕 만든거 이름이라도 붙여볼까.
“이브 염전. 뱃살 염전. 어느 쪽이 좋을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둘 다 괜찮지 않겠나.”
그런가.
그럼 이브 뱃살 염전이라고 이름 붙여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