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88)
§ 387. 악당 파티
사실 완전히 머릿속에서 잊고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관심을 줄 생각이 없었다.
고마워 켈터스. 제프린에서 강하게 살아가렴.
이 녀석과 마주친건 총 세 번.
처음은 입학식. 이 때는 내가 일방적으로 봤을 때다.
그 다음으로는 밀푀유의 학년 수석 결정전. 그때는 눈이 마주쳤던걸로 기억한다.
마지막으로는 교수들 아침 족구대회에서 라인 그리고 있던 걸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이졸데가 막아 섰던가.
어째 만나는 장소가 하나같이 다 애매했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이 켈터스와 대화를 나누는 건 정말 처음이다.
“그래서 뭐지. 1학년 3위. 켈터스. 나에게 용건이 있나?”
“아, 아뇨. 저 그것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어떤 용무지?”
“저기 그것이 울프람 선배님께서는 이졸데 선배님과 친하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
그리 말하며 고개를 푹 숙이는 걸 보고, 혹시 싶었다.
앗. 이 녀석. 혹시 이졸데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내가 이졸데와 이전에 어떠한 썸씽 스페셜한 관계가 있었는지 그걸 궁금해 하는 거 아닐까.
사랑을 꿈꾸는 소년이군.
그 취향은 실로 의심스럽지만, 이렇게 물어보러 온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난 기억이 아예 없으니 모르지만 말이야.
“이졸데 크루엘. 그야 알고 있지. 알고 있다 마다.”
그 말에 켈터스의 눈이 빛난다.
“그, 그럼 한 가지 여쭈고 싶은게 있습니다.”
내가 이졸데와 어떤 관계인가. 이거겠지.
“뭐지.”
“왜 이졸데 선배님은 ···대학원에 그렇게 진심이신 겁니까?”
상상도 못 한 질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건 나도 정말로 알고싶군.”
“네?”
아니 진짜로.
그건 나도 궁금한데.
***
연애 상담이면 사실 조금 곤란하긴 했다.
아니 내가 아는게 있어야 뭘 말해주던가 하지.
하지만 이 질문은 꽤 재밌지 않나.
하여 사내새끼와 카페에 앉는 취미는 없지만 나는 놈과 카페에 앉았다.
주문한 음료 두 잔이 나오고, 나는 가게에 팁을 살짝 얹어줬다.
그걸 보며 켈터스는 묘하게 눈을 또 빛냈다.
“팁이라니, 저는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그런가. 흔한 일이다. 시급만으로 생활하기는 힘든 법이니 말이다.”
“아···.”
“아무튼 일단 전제를 깔아놓겠다. 나는 이졸데의 대학원 진학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없다.”
이전 이졸데가 파티장에서 어중간한 것에 매달리느니 지식의 끝을 탐구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대학원에 가겠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진심이라 믿지는 않는다.
세상 어떤 정신이상자가 그딴 이유로 대학원에 가겠어.
“그럼 저는 왜 여기에 있는지···.”
“나는 그것보다 네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가 더 궁금하군. 어째서 이졸데가 대학원에 가는게 궁금했지? 켈터스. 그리고 너는 왜 대학원에 가려고 하지?”
“그, 그것이.”
“【너무 긴장하지 마라. 천천히 대답해도 된다. 1학년부터 대학원을 목표하는건 꽤 흥미로운 일이라 말이다. 개인적인 흥미 해소다.】”
그래.
나도 모르게 황실 혈통을 켤 정도로 궁금했다.
내가 플레이해본 2만시간동안 단 한 번도 켈터스는 대학원에 가지 않았다.
정식 온라인 서비스가 있는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히로인 공략형 오프라인 콘솔 게임을 2만시간이나 했다. 그 안에서 내가 본 적 없는 루트가 나왔다?
이것보다 궁금한게 또 어디 있을까.
자. 켈터스 대답해라.
“이졸데 선배님은, 한 번도 대학원에 대해 의심을 품으신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심이 듭니다.”
“【무슨 의심이지?】”
“저는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제프린에 왔습니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알고 있다.
그게 켈터스라는 인물의 배경이니까.
몬스터의 습격에 죽어버린 가족. 지킬 수 없었던 동생.
그 모든 슬픔을 딛고 무기를 치켜든 영웅.
“그런 저에게 이졸데 선배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대학원에 가면 현장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라고 말이죠. 지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랬나.”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차라리 기사학부를 빠르게 졸업해서 제국의 기사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모험가가 되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졸데 선배님께서는 배움을 갈구하는 것이야 말로 인류에게 공헌하는 거라 하시지만 그것이 과연 눈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기사보다 위대할까요. 마을이나 도시에 생긴 몬스터를 토벌하는 모험가보다 숭고한 걸까요.”
켈터스로서는 당연하고 진지한 고뇌.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꽤 시시한 번뇌다.
“허튼 질문이고 쓸모 없는 질문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둘 자체가 비교가 불가능하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세계를 바꿀 지식을 손에 넣는건 좋다. 허나 그 때 까지 ‘내 지식으로 세상을 바꿀테니 지금은 참고 몬스터에게 죽어주세요.’ 라고 말 할 수 있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현장으로···.”
“애송이. 영웅을 필요로 하는 건 언제나 폐허가 된 현장이다.”
“윽!”
“잘 들어라. 사고가 난 뒤에 수습하기 때문에 영웅이 되는 것이다. 눈물이 없으면 구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건 누군가가 불행해지고 나서 하는 말이다. 즉 그럴거면 처음부터 슬픔이 없는 세계를 만드는게 맞다.”
“······그,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진리는 실로 명확하고 단순하지.”
“그 진리라는게 뭔지, 듣고 싶습니다.”
“돈을 벌어라.”
내 말에 켈터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체 왜 그런 해답이 나왔는지 감이 안 오나보군.
“간단하다. 돈으로는 많은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너 개인의 문제부터 영웅이 필요한 지역. 그리고 이 세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대부분 돈으로 바꿀 수 있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좀 더 자세히 부탁드립니다.”
“많은 돈으로 용병을 구해 마을을 지원하면 된다. 마을 자경단에게 좋은 장비를 주고 목책을 세우게 하면 된다. 현장에 도움을 주며 동시에 스스로 공부할 정도의 충분한 돈이 있으면 된다. 돈은 시간을 사고 여유를 사고 세상을 살 수 있다.”
“돈···.”
물론 켈터스는 납득하지 못 할 거다.
좋으나 싫으나 이 녀석은 영웅이다.
“이게 내 대답이다.”
“···확고하고 신념이 있는 멋진 대답 감사합니다. 저는 생각도 못 해본 대답이네요. 돈 또한 대답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듯 합니다.’
즉 완전히 받아들이진 않았군.
이 녀석은 돈 때문에 꽤 아픈 어린시절을 보냈으니까 말이야.
돈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 대화는 이 정도로 하고 계산은 내가 하도록 하지.”
그러게.
나도 실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주인공 켈터스는 그럭저럭 괜찮은 녀석이지만,
동료 켈터스는 나랑 안 맞을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선배님. 이건 또 하나의 질문입니다만 ···혹시 민트 좋아하십니까?”
세상에 어떻게 그런 끔찍한 물음을?
결투를 신청하는건가, 애송이. 좋다 일어서라.
“아니 싫어한다.”
“아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선배님은 아니시군요.”
“그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그게 사실 이졸데 선배님께서 대학원생은 언젠가 교수가 될 몸. 교양을 몸에 익히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헌데 교양 있는 고위층은 민트를 간식에 넣어 먹는다고 하셔서 최근 이것저것 추천해주시는데 ···제 입맛에는 무척 맞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 녀석이 괴인이라 그렇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도록.”
“아···.”
이졸데 녀석.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거야?
***
켈터스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큰 가치가 없었다.
설정상 돈에 큰 관심이 없는 녀석이다.
저 녀석에게 감화되어 ‘정의를 지키고 싶어’ 라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파티원들이 돈도 안 되는 일을 해결하고 다니는 스토리가 한 두개가 아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주인공.
하지만 나는 삼류 악역이고 원작 기준으로 켈터스와 만나는 건 좀비 울프람 뿐이니까, 원래라면 만날 일도 없다.
애당초 돈이 있으면 웬만한 건 다 된다고, 크헤헤 황금이야말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수단이다. 돈 싫은 녀석과 대화따위 할까보냐!
“아, 울프람! 여기에 있었군요?”
“아일라. 꽤 기묘한 곳에서 만났군 그래.”
“그런가요? 여기가 그렇게 기묘한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런가?”
“네. 여기는 중앙구. 그것도 학생회 건물동 근처잖아요?”
아일라의 말에 주변을 보니 실로 그러했다.
방금 전 까지 기사학부 어딘가의 카페에서 생각하며 걷다보니 여기에 왔나보다.
“울프람도 이브가 불러서 왔나요?”
“이브? ···아니 나를 부른 기억은 없다만.”
“그런가요? 저를 부르길래 울프람도 부른 줄 알았는데···. 뭐 울프람도 있으면 좋은 이야기니까요. 우선 들어가죠.”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손을 잡고는 학생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 선,배님 아,안녕하세요!”
“코튼. 수고가 많다. 방학 중에도 경비는 쉽지 않지.”
“아, 아닙 ···아닙니다!”
“나중에 편의점에 와라. 괜찮은 고기를 선물하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
고기 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절지 않는 것 보면 꽤 신기하다.
그러고보면, 전에 이브를 혼자 만나러 왔을 때도 절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때와의 차이라고 한다면···.
“울프람. 빨리 들어가요!”
“음. 그러도록 하지.”
묘한 잡 생각을 잘라내듯 아일라가 내 손을 잡고 학생회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는, 언제나처럼 뚱한 표정의 뚱뚱한 이브가 있었다.
“윽. 울프람.”
“뭐지. 왜 그런 표정을 짓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울프람이 참석한다는 말은 없지 않았나요?”
“어머. 이브 폰 로엔그린. 그럼 이 안건에서 울프람을 빼놓을 생각인가요?”
내 말에 이브는 눈을 내리깔고 깊게 한숨쉬며 머리를 짚었다.
뭔데. 대체 무슨 일인데.
“쯧. 한 명이라면 모를까 두 명 상대는 피곤한데···. 좋아요. 우선 앉으세요. 그리고 울프람은 이거 받고 잠시 읽고 계시죠.”
그리 말하며 이브는 두 종류의 서류를 넘겼다.
하나는 【제프린 추가 예산안】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거주구 내선 순회 열차 제작안?”
상상도 못한 내용에 내 손이, 눈이 뚝 하고 멈췄다.
황급하게 페이지를 펼쳐 읽어보니, 트라이스타. 제프린이 각출하고 아일라와 이브의 이름으로 거주구 근처를 공사해 정기적으로 순회하는 미니 열차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니까요. 미니 열차라는건 한 열 명 정도만 태울 수 있는 열차를 말하는 거에요. 내부를 빙빙 돌아도 괜찮을 정도의 작은 사이즈에, 작은 레일만 깔아서 걷는 것 보다는 빠른 속도로 이렇게 말이죠···.”
“그런가.”
“네!”
아일라는 무언가 손짓발짓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게 뭔지. 어떤 디자인이 될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제프린의 학생은 너무나 많다. 미니 열차로 되겠는가?”
“처음에는 교수님들 정도만 타겠죠. 하지만, 끝을 읽어보세요.”
이브의 퉁명스러운 말에 나는 서류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효용성이 입증 될 경우 장차 제프린 전체를 잇는 기획으로도 발전할 수 있음. 최소한 포탈에서 거주구까지 가는 열차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
······그런가.
“교수들이 긍정적으로 판단할 경우, 사업은 급속도로 추진력을 얻어요. 저는 학생회장이고 이 제프린의 절반의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저쪽도 절반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죠.”
이브는 그리 말하며 후우, 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고보니 정의를 외치는 켈터스는 이브 루트에서는 아예 끝장을 볼 생각이었던건지 둘은 그렇게도 교수들과 충돌이 잦았다.
오직 정의를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문득 생각난 걸 이브에게 물었다.
“이건 보다 나은 제프린을 위해 하는 정의로운 행동인가? 수익에 대한 생각은 없나? 그 부분은 안 적혀 있다만.”
이브는 내 말을 듣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당연히. 돈 받아야죠.”
“음?”
“교수님께도, 학생들에게도 전부 승차비 받을 건데요. 그 모든게 전부 학생회 예산이 될 거고요. ···당신에게는 판권료를, 트라이스타에는 배당금을 줘야하니까 아직 적지 않은 것 뿐이에요.”
“그런가.”
“예. 학생회는 만년 적자니까요. 돈 중요한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오늘 트라이스타를 부른 건 금액 협의를 위해서에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하. 좋군. 이 재미있는 회의에 내가 참석하지 않을 수 없지.”
그런가. 그랬나.
이브 폰 로엔그린은 이렇게 바뀌었나.
썩 마음에 드는 변화 아닌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