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89)
§ 388. 비효율적인 낭만
사실. 이브가 변한 것은 꽤 기쁜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이브가 바뀐 게 나에게 있어서 왜 기쁜 일이지?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부지 내 건설 허가는 기본적으로 제가 내는 겁니다. 알고 계시죠?”
“그야 알고 있답니다. 제가 마법학구의 건물을 산다고 해도, 결국은 학생회에게서 장기 대여한 거에 지나지 않는걸요.”
그랬어?
그건 또 처음 듣는 설정이다.
아무튼, 우선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정보가 완전하지 않을 때 교섭장에 끼어들어 판을 어그러트리는 것은 하수중의 하수.
우선 아일라에게 상황을 맡기고 나는 상황을 관망하자.
아일라도 어려서부터 상업에 눈이 트인 몸. 분명 좋은 교섭을 보여 줄 것이다.
“우선 우리 트라이스타에서 95%의 수익을 가져가고 싶은데요.”
“네?”
······.
지금이라도 내가 끼어들어야 할까.
좋은 교섭은 개뿔. 이건 그냥 시비를 거는 거 아닌가.
이브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일라를 바라봤다.
“저는 진심이랍니다? 학생회의 의견이 듣고 싶네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당신은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머. 상식적이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학생회는 그저 토지 허가를 내려 줄 뿐. 엄밀히 말하면 열차라는 아이디어는 울프람이 낸 거고, 그걸 객실열차로 실용화 한 것은 트라이스타. 결국 설계도 실용화도 전부 저희가 해냈는데, 학생회가 권리를 주장 할 구석이 어딨죠?”
“토지에 대한 권리와 공사 허가증은 저희가 가지고 있어요. 학생회의 권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걸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공사 허가를 내려주느냐 아니냐. 이것뿐이잖아요? 걱정 마세요. 토지대는 든든하게 지불하겠어요. 하지만 그로 인한 수익을 나눠달라는 건 너무나 무리한 요구 아닌가요?”
“···윽.”
“거기에 학생회에서 유지 보수를 할 것도 아니고, 그걸 배울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죠. 즉 이 열차가 제프린 내를 계속해서 달리는 동안 트라이스타의 품이 들어가는데 당신이 졸업할 고작 3년 후에 치울게 아니라면 지속적인 지출은 저희 몫인걸요?”
“저희도 예산을 각출할테니···.”
“그러니까 아예 제프린은 예산을 투자하지 않고 저희에게 맡기세요. 그러면 재정적 부담도 줄잖아요?”
“그, 그러면 학생회비의 보충이···.”
“그래서 무려 5%나 떼어드리잖아요?”
“우, 우으···.”
이브는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즉 아일라는 기술도 아이디어도 유지보수도 다 자기쪽에서 할 건데 학생회가 뭘 근거로 쉐어를 요구하냐는 이야기.
솔직히 엄청 놀랐다.
아일라의 협상은 굉장히 공격적이지만 설득력이 있었고, 얼핏 보기에는 논리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냥 생각 없이 내지르는 게 아니라는 점이 또 재밌네.
우선은 협상을 지켜볼까.
나는 이브 쪽을 바라봤다.
자, 어떻게 나올 거지.
“트라이스타의 의견은 잘못 되었어요 너무 학생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게 좋아요. 최종 결정권은 언제나 저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죠.”
“네?”
“잘 들어요. 권하는 저에게 있어요. 알겠어요? 이렇게까지 저희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저희는 ···아니죠. 저는 허락을 못 해 줄 수 밖에 없어요!”
“······같이 일을 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이건 거의 협박···.”
“협박? 협바아아악? 협박은 그쪽에서 먼저 했죠! 트라이스타도 이번 열차로 교수진들과 유력 가문의 자제들에게 신문물을 접하게 하고 대륙 확장 공사로 재미를 보려는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잖아요? 만약 여기서 완전히 파토나면 피곤한 건 그쪽 아닌가요?!”
“······아니 진짜 협박 아닌가요?”
“협박이 아니라니까요! 아니 협박이면 뭐 어쩔 생각이죠? 저희에게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고 상인의 논리로서 압박을 가한 건 그쪽이잖아요?! 저도 돈이 필요하고 교수진들에게 내세울게 필요하고 학생회장으로서의 치적이 필요하고 업적이 필요하다고요!”
“···으, 음.”
오히려 이렇게 되니 반대로 흥미로워졌다.
이브의 말은 ···솔직히 엄청 직접적이다. 억지 논리도 많다.
더군다나 치적 업적 공적 뭐 이런 건 트라이스타가 개발했다고 해도 학생회에서 여론전을 펼치면 그만이다.
즉. 이브는 다른 요소를 대충 끼워 넣은 것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그냥 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알겠어요? 학생회 예산은 이미 애저녁에 파탄 났어요. 이건 저한테도 큰 투자라고요!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진짜 터진다는 이야기에요!”
“아, 음···. 그렇게 힘들어요?”
“힘 들어요! 엄청! 진짜 죽을 거 같거든요?!”
“······.”
내가 알던 이브 폰 로엔그린은 이렇게 돈에 미친 귀신이 아니었을 텐데.
“진정해라 이브. 우선은 대화로···.”
“당신 때문에 파탄 난 거잖아!!”
“······.”
“당신이 학생회 예산으로 각 학부의 보검이나 지팡이 마법서를 다 사들이는 바람에 그걸 갚느라 학생회 임원들이 얼마나 궁핍하게 사는 줄 알아요?!”
음.
그러고 보니 그랬다.
학생회 예산이 터진 건 울프람 때문이었지.
“그랬나. 안 됐군.”
“으아아아아아아!”
이브가 포효했다.
교섭은 상인들의 전쟁터.
냉정함을 잃으면 먼저 죽는 법이다.
“그래서요?”
“네?”
“그쪽의 사정이 아까운 건 알겠지만 ···당신은 그저 그럴듯한 명패와 숨통 트일 수입원이 필요한 것 뿐 아닌가요? 이브 폰 로엔그린?”
“으윽 ···으으윽.”
“우리는 달라요. 우리는 이걸로 천하를 준비해야 한단 말이에요. 명예는 전부 드리고, 토지값도 든든히 쳐드리면 학생회비는 문제 없잖아요?”
“그 ···그으윽!”
아일라의 냉철한 말은 이브의 폐를 꿰뚫어서 으그극 소리밖에 안 나오게 했다.
무섭네 저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에요. 제프린이 홍보 효과는 좋은건 맞지만 서부도 그에 못지 않답니다?”
“······20%를 주는 건 어떤가요.”
“어머. 요구하는 건 좋죠. 그 대신 어떤 책임을 질 거죠?”
“그건···. 그게···.”
이브는 우물쭈물 거리고 아일라는 공세로 나선다.
자. 그럼 나는 계속 지켜만 볼까 아니면···.
그 때. 내 눈 앞에 묘한 것이 스쳤다.
과연. 그런 건가.
“여기서는 우선 내가 중재를 들어가도록 하지. 괜찮겠나.”
내가 손을 들고 이야기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뭔데요···.”
“너무 일방적이지 않게, 재조합을 해보자는 거다. 서로가 가진 패가 뭔지.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지 말이야.”
“패?”
“그래. 우선 아일라와 나에게는 철도와 열차에 대한 전문성이 있지. 그리고 이브. 너에게는 허가증 정도 뿐이다. 여기서 서로간의 저울이 안 맞는 거라 생각하지 않나.”
“······그건 그렇네요.”
“그러니 이렇게 하자는 거다. 학생회에서 꺼내놓을 수 있는 패를 추가하면 된다.”
“그런 패가 저희에게는 없어요.”
“있지. 있고 말고. 우선 이브 폰 로엔그린 너의 마력이 있다. 예를 들어 열차가 멈췄을 때. 이브 폰 로엔그린의 마력을 이용해 회수역까지 운송한다. 라는 조건을 붙인다. 네 마력이면 충분하겠지?”
“···즉 제가 긴급제어장치가 된다. 라는 거군요.”
“그 다음으로는 학생회에서 고용한 인원들이 열차 내 서비스를 담당한다. 같은 것도 있겠군. 음료 납품이나 내부 청소를 학생회에서 하는 건 어떻지?”
“으, 음. 불가능한건 또 아니네요.”
“그런식으로 저울추를 계량해보면 된다.”
“······알겠어요. 보죠. 그럼 서비스 내에서 우리 학생회가 관여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서로간의 합의점을 도출해내길 약 한 시간.
“이걸로 우리 학생회에서 17%를 가져가네요.”
“괜찮네요. 이걸로 합의하죠. 울프람은 어떤가요?”
“음. 나쁘지 않지.”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나머지 배분은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그거야 알아서 저희가 할 문제죠.”
“그리고 울프람 ···중간에 중재. 고생···했어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요.”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편의점에 가서 당이나 채우고 오도록. 죽어가는 얼굴은 못 봐 주겠군.”
“흥! 그렇게 할거 거든요!”
이브는 혀를 빼꼼 내밀고는 지하 편의점을 향했고, 나와 아일라는 학생회장실에 남았다.
그리고.
“으우아···!”
아일라는 기지개를 쫙 펴며 쇼파에 느긋하게 기대고는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울프람. 덕분에 살았어요.”
“무얼. 그보다 메세지를 아주 잘 활용하더구나.”
“쓸 수 있는 패는 모두 꺼내서 써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협상 도중. 아일라는 내게 파티 메세지를 던졌다.
그 내용은 간단. 이 협상의 중재를 맡아달라는 것. 이브에게 유리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움직여줬고, 결국 아일라가 바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3%의 이득을 봤을 뿐이지만요.”
“20%까지는 이브에게 줄 생각이 있었나보군.”
“네. 그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브도 바보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더 무섭죠. 상대는 권력자라구요? 너무 건방지게 행동하면 아예 백지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3%의 이득. 만족하나?”
아일라는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생긋 웃고는 내 쪽에 살짝 붙어서 말했다.
“그럼요. 울프람에게 줄 3%가 늘어난 건데요?”
“···그런가.”
“아니면 전부 다 가지고 싶나요?”
싱글거리는 눈 안에는, 정말로 그래도 상관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니. 괜찮다. 그 부분의 수익은 너에게 넘기지.”
“어머. 그래요?”
“대신 열차 내부 디자인에 대해 상의할 시간이 왔군.”
“그것도 꽤 중요한 일이죠. 자. 그래서 어떤 주제죠?”
“나는 열차 내부에도 ···편의점을 설치했으면 한다.”
내 말에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하지만 정말 즐겁게 웃었다.
“그렇네요. 음. 그 쪽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울프람 답긴 해요.”
“그래서 말이다만···.”
이브가 자리를 비운 학생회실.
나와 아일라는 한참을 열차와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로 꽃피웠다.
***
시공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열차 모형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도와줄 이는 당연히 아일라. 그리고 밀푀유와 루디카. 네프티도 참석했다.
“그래서, 이번에 제프린 내부에 열차가 돌아다닐 예정이다.”
“아 그거 말이군요?”
“음. 네프티는 한 번 타봤으니 알겠지. 크기를 줄이고 제프린의 중앙구. 저택구. 그리고 교수동과 마법동 정도를 우선 돌아다닐 것 같다.”
“울프람. 그게 뭔지 제대로 설명해주면 안 되겠나?”
“대단할 거 없다. 우선 교수들도 흑왕호 비슷한 것을 탄다고 이해하면 된다.”
나는 퀵 크리에이트로 화이트보드와 흑연펜을 만들어서 그려가기 시작했다.
이해력이 빠른 아이들이라 전원 다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그래. 이 열차 내부에 들어갈만한 게 뭐가 있을까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나는 울프람이지만 이영진이다.
‘극도로 발전한 열차 내부 시설’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낭만’이나 ‘문화’는 모른다.
예를 들어 옛날 비행기에는 안에서 스테이크를 잘라주거나 와인을 서빙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비행기 내부가 ‘라운지 바’가 되는 거다.
오직 더 많은 수용을 위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비행기가 문화 교류의 장이 되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게 좋을지 물어보기로 했다.
“우선은 세면실이 있어야겠죠. 아침에 안 씻고 나오는 교수님들도 꽤 계시니까요.”
“의복을 대여해주는 건 어떤가? 교수 정장이 구겨진 상태로 강의를 하는 교수도 많다.”
“그야 뭐 ···전날 술을 마시면 다음날까지 못 깨고 들어오는 교수님들도 많으시니까요. ···아 숙취 해소 음료도 좋겠네요.”
그렇게 하나 둘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럭저럭 괜찮은 소재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밀푀유가 화두를 바꿨다.
“다른 이야기긴 한데요. 이렇게 열차가 편의시설이 좋아지면 ···저희들이 타고 다닐 열차는 더 대단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이 타고 다닐 열차?”
“네! 예를 들면 ···열차 안에 방이 있다던가! 그, 그 안에 침실···도 놓여 있다던가.”
“아, 밀푀유 후배님. 그건 이미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만들었습니다. 너무 흔들려서 타기 힘들었어요.”
“네!? 울프람 선배님하고 타셨나요?”
“네. 아일라 선배님하고 저하고 ···그리고 스피카 양도 탔죠.”
“아, 아아···. 이번에 에덴에 가셨을 때 이야기군요.”
“으음. 그럼 이제 실내에 욕실도 있고, 침대도 있고···. 식당이나 연무장도 있는 건 어떤가?”
“연무장. 그건 생각도 못 해 봤네요. 그리 넓지는 않아도 개인 운동 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오. 그럼 책이 있는 도서실도 괜찮겠네요.”
“다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그럼 아예 반역적으로 소극장이 있는 건 어때요? 대륙 전체를 돌아다닐 때 그 지역의 문화를 연극으로 보여주는 거에요!”
“역시 아일라 선배님이십니다!”
다들, 열차라는 내부 공간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적어나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
열차 안에 침대. 식당. 도서관. 심지여 연무장에 소극장이라고?
정말.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
“그럼 열차 내부를 아예 거대한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건 어떻겠나? 각 지역 특산물도 취급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당장 하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