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93)
§ 392. 세대교체
그렇게 실피아는 모두의 배웅 속 제프린을 떠났다.
“생각보다 괜찮군.”
실피아가 파티에 합류한 것으로 체력이 증진. 내 체력은 현재 망토와 합쳐 5까지 오른 상태다.
순수 체력 3. 망토 1. 파티보너스 1.
이제 재주는 17. 나머지 스테이터스는 그대로.
내가 학생회장의 자리에서 쫓겨난 뒤 약 10개월이 흘렀으니, 이 세계에 떨어지고 곧 1년을 채우는 셈.
그 사이 성장한 스테이터스 치고는 꽤나 괜찮은 성장세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성장하느냐겠지.
내 기본적인 성장 동선은 재주계열 제작 캐릭터.
그렇게만 보자면 스킬 성장세도 스테이터스 테크도 아직까진 엇나감이 없다.
다만.
“장비 제작계열이 아직 많이 부족하군.”
그것이 완벽하다. 혹은 완전하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스킬 숙련도와 그에서 비롯된 성장세가 더디다.
“올해 마계의 문을 끝장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 제프린에서 졸업하는 순간, 다시 들어오려면 몇 년이 걸릴수도 있다.
거기에 나와 같은 해에 졸업하는 아일라, 루디카를 생각하면 파티의 핵심축 둘이 빠지는 것이다.
즉.
무조건 올해 내로 끝낸다.
“작년은 너무 놀았지. 올해는 조금 더 타이트하게 원정을 해야겠군.”
그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정리해 나아간다.
“마법학부 전체의 호감도를 올려서 세력 이득을 보고,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로 하여금 그랑펠리시에를 정리하게 만들어 여제의 도구를 손에 넣고···.”
일정을 짜올릴수록 어마어마하게 바빠진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약속은 지킨다. 편의점도 한다.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각오는 되어있다.
올해. 무조건 필티아를 해방시키고 이 제프린을 웃으며 나선다.
나 이영진.
책임을 포기하고 도망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걸 위해서 가장 필요한건 뭘까.
“장비와 스킬빨이지.”
자.
그럼 우선 제일 처음 이것부터 정해야지.
【파티 스킬을 정해주세요.】
뭐.
기강도 한 번 다질 겸.
받을 스킬은 정해져 있지만 말이야.
***
졸업식 다음날.
떠나간 선배들을 추억하며, 텅 비어버린 제프린.
작년에도 봤지만, 썩 익숙해 질 수 없는 분위기에 아일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떠나겠네요.”
“선배님···.”
“어머. 네프티. 그렇게 슬퍼할 거 없답니다. 그 다음해에는 바로 당신들이 나올테니까요. 그렇게 매 해 순환하는거죠.”
“···네!”
그렇게 말했지만, 아일라도 네프티도 가슴 속 어딘가에 아련함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은요?”
“아, 전부 연락을 넣었습니다.”
울프람이 말하길, 파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고 했고, 이 중 하나가 바로 하루 한 번 파티원끼리는 서로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삼 백년 전에도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허나 이제는 울프람이니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최근에는 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어떤 물건을 만들어내고 어떤 새로운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더더욱 많았다.
“울프람. 저희 왔어요.”
“선배님! 저희 왔습니다!”
네프티와 아일라가 모이고, 그 뒤로 퉁명스러운 표정의 이브. 그 옆에서 어색하게 웃는 밀푀유. 태평하게 걸어오는 루디카와 살짝 소심한 듯 이쪽을 보는 레지나.
하지만 실피아가 항상 앉아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그게 모두의 표정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일부러 그 쪽에 시선을 주지 않으려는 듯 한 모양새.
특히 이브는 대놓고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이 의도적으로 안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이들을 앞에 두고 울프람은 언제나처럼 화이트 보드 앞에 섰다.
그리고 말했다.
“4학년이 졸업했다. 이제 우리들의 차례로군.”
“······.”
다짜고짜 핵심을 찌르는 말에 모두가 어색해지는 그 때.
오직 울프람만이 묵묵하게, 그리고 쉼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졸업하면 한동안 제프린에 돌아올 일은 없을거다. 서부 철도공사를 시작으로 중앙, 그리고 대륙 전체를 잇는 대 공사. 그리고 그에 따른 각지의 편의점 개설까지 ···수 년. 아니 최소 십 년은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건 당연한 거다. 배웠다면 사용해야 하며, 배움의 터에 돌아올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무덤덤하게 진실을 이야기 하는 그 모습은, 어른이었다.
지금 이 순간밖에 살지 못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세계를 넓게 보는 어른의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필티아 누나와 약속했다. 저 빌어먹을 마계의 문을 전부 다 박살내고 이 제프린을 떠나겠다고 말이다.”
“······네?”
레지나만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다른 파티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했지. 그런 약속을 했었더랐다.
“저기 마계의 문이라는 건 혹시 그러니까 ···그 안쪽에 마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지점인가요? 그 안에 들어가서 마계를 정리한다는 건 그러니까···.”
“레지나 시엘라. 조용히 하도록. 지금 내가 말하고 있지 않나.”
“······네.”
레지나가 조용해지자 울프람은 그제야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여. 내 목표는 단 하나다. 마계의 문을 완벽하게 닫는 것. 그리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제프린에서의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것. 알겠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마라. 후회란 미련이며, 미련은 이루어내지 못했기에 생기는 것. 그렇다면 간단하다. 목표한 모든 것을 이뤄내면 후회할 일은 없다.”
실로 당연한 내용이지만, 입으로 담기는 어려운 말.
그리고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 말을 울프람은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았다.
그 모습에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말은 쉽지.
하지만, 저 남자는 그 말을 언제나 현실로 만들어 버리기에 더더욱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담하지. 올 한해는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이 능력이다.”
그리 말하고 울프람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제프린 밖에 있어야 할】 실피아가 자리에 나타나고.
【화이트 보드 앞에 있었던】 울프람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 어···?”
사복을 입은 채 멀뚱멀뚱 이쪽을 바라보는 실피아는 전원과 시선을 마주한 뒤 경악.
“실피아?!”
“저, 정말 성공했다고···? 아, 이브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어제 울면서 헤어졌잖아요?!”
“그, 그건 그런데. 아하하···. 울프람이 알아서 설명 할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실피아?!”
경악과 당황이 편의점 안에 퍼져나가는 사이, 아무렇지 않게 실피아가 사라지고, 울프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뻔뻔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실피아는 잘 왔다 갔나?”
“······울프람. 당신 대체 뭘 한거에요?”
“【포메이션 체인지】다.”
“뭔데요. 그게.”
“하루 한 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파티원과 전투에 참여한 파티원의 위치 ···아니 이렇게 말하면 또 복잡해지는군 아무튼 거리를 무시하고 파티원끼리 위치를 서로 한 번 바꿀 수 있는 거다. 반드시 원상복귀 시켜야 하는 점이 까다롭지만 충분히 훌륭한 기술이지.”
“······그게 말이나 되는 거에요?”
“되니까 하지 않았나? 자. 이걸로 우리의 전투는 더욱 더 화려해진다.”
그 말에 모두가 당황에 넋을 잃고 멍하니 울프람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는 한심하다는 듯 화이트보드를 쾅. 때리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 그런 어울리지도 않는 표정을 짓지 마라. 알겠나?”
“······아.”
울프람의 그 말에.
번거로운 방식임에도 모두를 격려하려 했다는 그 진의를 깨닫고.
그제야 모두의 표정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이제야 얼굴이 좀 볼만해 졌구나. 자. 그럼 설명을 계속 하도록 하지.”
***
【포메이션 체인지】는 파티 전투에서 굉장히 필요하고, 또 쓸만한 스킬이다.
‘비 전투 파티원’과 ‘전투 투입 파티원’의 위치를 원정당 1회만 바꿀 수 있는 능력.
참고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 까지 1회로 치고, 지속 시간은 최대 십 오분정도다.
이게 가능해지면 전투의 폭이 무척이나 넓어진다.
“파티원끼리 변할 수 있으면 엄청 재밌겠어요! 예를 들면 이런 전투 방식은 어떨까요?”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예를 들면 흑수정의 암석포로 네프티를 쏴버린 뒤에요.”
“···저를 말씀이십니까?”
“네. 그 다음 방패를 바닥에 깔며 착지하는거죠 그렇게 쭉 미끄러져서. 루디카로 바꾸는 거에요! 그러면 암살자를 적 한복판에 투입할 수 있죠!”
“······아일라. 너는 천재인가? 울프람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죠?”
파티원 세 명은 이 포메이션 체인지를 통해 어떤 식으로 전투를 펼칠지 떠들고 있었다.
“물론 안 된다. 결국 루디카나 네프티 둘 중 한명이 반드시 고립되지 않나.”
“···아.”
“저는 고립되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살아 나올 수 있으니 괜찮다!”
“괜찮지 않다. 멍청한 녀석들.”
세 명은 전투에 대해 생각하고, 밀푀유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 예를 들면 짐을 잔뜩 든상태에서 편의점 1호점에 계신 선배님과 제가 왕복을 하면 두 번이나 물건을 운송할 수 있는 건가요? 소지품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건지···.”
“현명한 생각이구나. 그 경우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겠군.”
밀푀유의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물론 이 포메이션 체인지를 전략과 전술용으로 쓰는 것도 좋지만.
사실 다른 것 보다. 저 녀석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울프람.”
“뭐지.”
“···원정이 없을 때. 실피아를 가끔 불러도 되는 건가요?”
“그야. 어렵지 않다.”
“아뇨. 제가 실피아에게 의지하는 건 아니고요. 어제 이별도 했고, 아니 이별이 아니라 어차피 2년 후에는 제프린 밖에서 지겹도록 볼 사이지만 그래도 업무에 도움이 되었으니··· 네?”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런가요. 그럼 됐어요.”
이브는 흥, 하고는 고개를 팩 돌렸다가, 이내 힐끔 이쪽을 보더니.
“···고마워요.”
진심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별 거 아니다.”
평소라면 징그럽다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순수하게 인사를 받아주기로 했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니까 말이야.
***
그렇게 이브 폰 로엔그린이 나름 정상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저마다의 훈련을 거듭해 나아갔다.
가끔 실피아와 내가 위치를 교환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 경우에도 대륙 밖을 잠깐 나갔다 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엠펠리움을 몇 번 시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시간은 흘러 2월의 중순이 지났을 때.
“오라버니!”
곧 있을 입학식을 위해 학년 수석 후보인 스피카가 제프린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내 품에 폭 안겨서는 눈을 빛내는 모습이, 영락없는 입학의 꿈을 이룬 신입생 아닌가.
“환영한다. 스피카. 드디어 기다리던 입학이구나.”
“네! 이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에요!”
“······음?”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렇게 제프린이 좋은 걸까.
···이 녀석은 가출 소동도 있었으니 제프린이 그렇게나 좋을 법도 하다.
“그러고보니 꽤 가깝겠구나. 완공이 언제지?”
“입학식 이틀 전이랍니다!”
“그렇군.”
편의점 밖에 지어지는 건물은 거의 다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4학년이 빠진 기숙사 방에 3학년들이 자리를 옮기고 1학년들은 공용 기숙사나 사립 기숙사를 고민하지만. 스피카는 기어이 저 건물에 살겠다고 결심한 듯 하다.
“그럼 앞으로 남은 1년간 꽤 가까이서 보겠구나.”
“네!”
스피카는 그리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렇게 좋을까.
“그럼 신입생 인사는 스피카가 하는 것인가?”
“아뇨! 두명이서 같이 한답니다?”
“두 명? 다른 한 명이라고 한다면···.”
“그건 저랍니다. 오래간만에 뵈어요. 황자님.”
저 멀리서, 부드럽고도 상냥한.
하지만 그 속내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망가진 녀석이 웃음지었다.
그래.
이 녀석은 스피카의 거울.
당연히 여기저기서 얽히고, 또 등장하기 마련이지.
은발 청안의 천재 소녀 검사.
“앨리스 마이스터.”
“네.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앨리스는 스커트 끝자락을 살짝 잡아 올려 정중하게 인사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 이 제프린에 ···황자님의 곁에 찾아왔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