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398)
397. 지도 대련
켈터스가 마법학부다.
에, 어째서.
어째서 그런 결단을 내린거지.
물론 이 녀석은 천재다. 마법으로도 대성할 수 있다.
허나 그것은 켈터스 본인의 강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티 버프’ 그리고 ‘루트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 마지막으로 켈터스 본인의 ‘속성’이다.
“켈터스 하나 묻지.네 속성은 빛 아니었나?”
“맞습니다. 저는 감히 빛을 쓸 수 있습니다. 황손 분 앞에서 감히 그 티를 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흥. 같은 속성이라는 이유 만으로 죄를 물을리가 없지 않나. 다만 ···모든 빛 마법의 수련법은 황실의 극비문서임을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알고 있단 말이지.
마법사 켈터스는 이브에게서 빛 마법을 배우거나, 그도 아니면 레지나의 무속성 마법처럼 무식한 광역마법사가 된다.
하지만 지금 둘 다 내 파티.
오히려 이졸데가 기사학부에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전직하는게 나았을거라 생각하는데 말이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지? 너에게 빛 마법을 정련할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어리석은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이졸데에게 가르침을 청했다면 검으로 끝을 보았을 것을 ···이제와 마법이라?”
“······조언 감사합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그저 어리석은 생각만은 아닌 듯 하군. 무언가 비책이 있는가?”
“비책이랄건 없습니다. 다만 지난 시업식에서 필티아 블루브리즈 교수님을 뵙고, 그 분께 배움을 청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예. 그 정도의 존재감. 이 제프린에 와서 처음 느꼈습니다. 이졸데 선배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배움을 얻고 싶다면 가장 먼 곳을 처음 봐라.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면 가는 길이 흔들려도 돌아보면 목적지에 다가가 있을 것이다.”
뭐?
“······하여. 본론이 뭐지?”
“마법학부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필티아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그게 검을 놓은 이유인가? 필티아의 수업을 듣고 싶어서?”
“···네?”
그러니까 켈터스는 지금부터 성적을 올려서 학년 3위까지 오른 후. 필티아의 강의를 들어 마법을 단련할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필티아의 수업은 우리의 사유물이다.
잘못 말한거 아니냐고?
아니다. 나는 필티아의 수업을 확실하게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다.
잘 생각해봐라. 앞으로 수 천 년을 갇혀서 살아야 할 녀석을 꺼내다가 구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녀석은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으며 그에 지대한 공을 세운것은 바로 나다.
그러니까 필티아의 수업은 내 것.
필티아는 최소 자격 요건으로 학년 3위를 말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건 신청서는 넣어 볼 수 있는거고 당락은 내가 정한다.
이는 필티아도 합의한 부분이며, 이브 또한 납득했다.
그러니까.
켈터스가 그 수업을 들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정하는 것은 바로 이 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꼬우면 당신이 황자를 하십시오.
아무튼.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이 필티아의 강의를 들으면 확실히 마법적으로 성장하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 파티의 일원이 된다는 것과 같다.
하여.
나는 이 녀석을 파티에 넣고 싶은가. 라고 자문하면 어째서인가 고개를 젓게 된다.
대단한 녀석이지.
재능도 넘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플레이 했을때의 켈터스는, 단 한 순간도 타인에게서 답을 구하지 않았다.
“다시 묻겠다. 필티아 블루브리즈에게서 무엇을 느꼈지?”
“압도적인 힘. 흔들리지 않는 강함을 느꼈습니다. 그 길의 끝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정도의 존재감이셨습니다. 부디. 배우고 싶습니다.”
“······.”
그런가.
드래곤 강의 듣고 버스를 타서 강해지겠다. 이건가.
빛의 영웅인 네가 ···고작 드래곤에게 배우겠다 이건가.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그리 자문한 순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밀푀유.
“한가지 묻지. 네가 마법학부를 택한 것에, 밀푀유를 넘을 수 없다는 절망도 끼어 있나?”
“······아닙니다.”
한순간의 망설임.
허나 한 순간이라도 망설였다.
“길의 끝을 타인에게서 보고 있나. 길의 끝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생각인가.”
“······네?”
“멍청한 녀석.”
그러니까 남의 세이브파일이나 공략만 보고 살겠다. 이건가?
한 번 뿐인 삶을, 누군가에게서 답을 구하겠다는 건가?
“여기서 확답하마. 너는 필티아의 수업을 들을 자격이 없다.”
“···어째서입니까?”
“마법사는 실로 이기적인 녀석들 뿐이다. 타협하는 마법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어중간한 타협으로 마법의 길을 걷기 시작했구나.”
아일라. 이브. 레지나. 스피카. 그 누구 한명도 스스로가 가는 길에 타협을 해본 적 없다.
마법의 발현은 큰 마력과 강한 의지가 필수. 그 극한을 보기 위해서 타협이란 존재해선 안 된다.
“그, 그건···.”
“그 강의의 수강은 높은 성적만이 아니라 수강생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1호 수강생인 나는 동의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썩어빠진 정신으로는 민폐만 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삼류 악역에게 자격을 증명하고 싶은 주인공.
흔들리지 않는 피라미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영웅.
아이러니하군 그래.
“네 능력을 보여봐라.”
“어떻게 보이면 되겠습니까?”
시약병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웃었다.
“마법은 나약하기 그지 없으니 검을 쥐어서 보여봐라. 어디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보도록 하지.”
“네? 하. 하지만 선배님의 능력치는 이미 소문이 파다해서···.”
“너는 그래서 너보다 능력치가 낮은 밀푀유에게 그렇게 터졌나? 밀푀유를 누가 키웠다 생각하지?”
“······알겠습니다. 장소를 옮기시죠.”
뭐.
파티에 넣을 생각은 딱히 없긴 한데.
혼은 좀 나야겠다.
***
스피카 트라이스타와 레지나 시엘라의 싸움은 일방적인 폭행 그 자체였다.
“더 해보세요. 더. 더!”
일방적인 레지나 시엘라의 마력의 폭풍 앞에 골렘들이 넝마짝이 되어 날아간다.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여왕의 군세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비산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게 스피카보다 두 배는 큰 철거신 28호.
허나 녀석도 레지나의 손짓 아래에 그대로 우그러졌다.
“28호!”
28호가 으깨지는 모습에 스피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시작의 첫 수 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아두세요. 저를 상대로 수 십 기의 일제 공격은 그저 죽여달라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요.”
“윽···!”
그래. 그랬다.
순수 마법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물리력.
그리 생각해 전원을 총 투입했으나.
그 모든것이, 늪에 의해 갈아졌다.
허튼 말이 아니라, 정말 마력의 폭풍으로 일제히 갈아버린 것이다.
인간보다 수 십 배는 튼튼한 골렘을, 마법 한 번 영창한 것으로 말이다.
그 순간부터 스피카의 패배는 확정.
보호용으로 남겨둔 28호가 패배한 시점에서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더 이상 싸울 수단이 없었다.
처음에는 스피카도 분전했지만, 가진 바 마력의 한계는 명확했다.
마력 20의 아일라도 체술이 아니면 넘지 못하는 저 벽을, 어떻게 마력 18의 수치로 넘어설 수 있는게 아니다.
스피카의 어설픈 골렘들은 결국 삽시간에 무너져내렸고, 그 어떤 반항도 무의미했다.
그리고. 스피카는 결국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레지나는 비웃을 가치도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스피카 앞에 다가갔다.
그 자리에 고개를 푹 숙인 스피카는 그 어떤 반응도 내보이지 않았다.
“패배를 인정하나요?”
레지나 시엘라의 압도적 승리.
결과는 명확했다.
스피카는 대답하지 않았고, 레지나는 흥이 식었다는 듯 돌아섰다.
“대련을 취소하고 싶다면 지금 해도 좋아요. 분수를 파악하는건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쏘아붙이고, 레지나는 뒤로 돌아서서 사라졌다.
적막.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8구역의 밤에 스피카는 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내. 조금씩 몸을 떨기 시작했다.
흐느끼는 것 처럼 보이는 목소리 안에, 감정이 깃든다.
“아···. 아아아아아···. 아핫.”
이내 고개를 든 스피카의 얼굴은 아주 상쾌한 미소였다.
그대로 잔디에 주저앉으며 스피카는 양 팔을 크게 벌리고 만족한 듯 웃었다.
“자. 이걸로 내가 약해보인다고 인식시켰네요. 골렘 스물 여덟채를 한 번에 갈아버릴 수 있는 마력량도 확인했고···. 폐품 수준의 군세지만 저 마력량은 확실히 견제해야겠어요. 하지만 걸음이 불안정하고 움직임이 굼떠요. 요새 같은 안정성과 마력은 있지만 기동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네요. 그럼 ···자. 어떻게 요리해볼까요?”
당연하지만 진심을 담은 골렘이 아니었다.
레지나 시엘라와의 전투 기록은 언니에게 들어 전부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해 직접 만나 본 것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당했다.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어차피 필요한 것은 마력을 앞에 두고 싸워봤다는 실전 경험.
레지나 시엘라가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일라에게 넘겨받은 전투 기록으로 다 외우고 있다.
건방을 떨고, 시비를 걸면 사전 대련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력하게 패배하면 비웃으며 자만하고 물러 날 것이다.
그 모든게 맞아 떨어졌다.
“사실 뺨을 맞거나 몇 번 걷어차일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폭력적이지는 않네요.”
스피카는 자신의 양갈래 머리를 손으로 잡고, 그 끝을 철퇴마냥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스피카 트라이스타.
언니보다 많이 부족한 재능을 타고 났기에 반대로 그 재능을 메꾸기 위해 지략을 연마한 소녀.
“저는 후발주자니까요.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죠. 자. 이번에 이겨서 오라버니의 파티에 들어가면, 둘이서 원정이나 가달라고 할까요?”
장난기 가득한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스피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기기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그게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
3학년 마법학부 중상위권 학생과 마법학부 진학이 목표인 전 1학년 수석이 대련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선후배간의 친한 선후배간의 지도대련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배쪽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면, 이는 후배를 향한 괴롭힘으로 보인다.
분명 대리 기사를 이용해서 신입생을 괴롭히겠지.
허나.
그것이 정당한 대련이면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뜰 것이다.
거기에 그것이 마법과 근접전을 포함한 모든 기술이 사용 가능한 대련이면 믿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고작 그 정도인가? 켈터스.”
“큭 ···크윽.”
“검에 망설임이 넘치니 흥미조차 일지 않는구나. 어딜 보고 검을 휘두르고 있지? 네 검 끝은 무엇을 향하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근접전으로 상대를 일방적으로 찍어눌러 전 1학년 수석을 무릎 꿇리고 그를 내려보고 있다면 말 한 이의 정신상태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일이 벌어졌다.
누구나가 눈을 의심하고 말 한 이의 정신을 의심할 정도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나무 단검 한 자루 만으로 전 1학년 수석을 제압하여, 무릎 꿇린 신기를 선보였다.
나무 단검으로 몇 번 팔을 긁고 다리를 베어냈으며 배를 찌르고 마지막에 목을 그었는지 모른다.
저것이 진검이었다면, 1학년생은 도대체 몇 번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이해 땅에 널부러졌을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켈터스라는 1학년생은 육체의 손실은 없을지언정 그 마음은 이미 꺾여. 더 이상 검을 들고 일어서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 정도의 잔혹한 단검술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실로 대악당의 검술이다.
검을 쥔 상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검술이다.
그야.
똑같은 검식을 펼쳐 상대를 짓이기는 검을 어찌 악당의 검이 아니라 부를까.
“마법학부인 내가 펼친 제국검술조차 막아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무엇을 공부한거지?”
“······.”
“남의 강의에 들어가 평생 누군가 이끌어주는 삶이나 살고 싶어서 너는 여기에 있나? 하하···. 웃기는 농담을 하는 재주가 있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그 정도는 알아서 해라. 네 삶이잖나.”
실로, 전혀 흥미 없다는 듯 울프람은 혀를 차고는 뒤로 돌아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흔들림없는 곧은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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