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04)
403. 빌런
스피카와 레지나의 싸움은 어느 의미 우리 파티의 내전이기도 하다.
이미 확고하게 중심이 된 나를 포함한 여섯은 뭐, 파티에서 내려오기도, 내려올 수도 없다.
명예 파티원이 된 실피아를 제외하면 여유분은 게스트 파티원인 레지나.
사람을 여유분이라고 취급해도 되냐고 물으면 그렇긴 한데, 레지나가 딱히 우리 파티에 도움되는건 없다.
파티 버프의 공식은 대충 이렇다.
파티원의 속성. 소속. 전투타입 x 호감도
실피아는 나의 짱친 ···그러니까 요새 애들이 짱친이라고 하는거 맞나?
아재가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하지 마라, 마음만은 나도 한창이다. 아무튼, 그렇게 친구를 먹었고 그 결과 우리의 드높은 우정이 위대한 파티 버프를 달고오니 경사났네 경사났어.
하지만 레지나 시엘라는 어떤가.
그 녀석의 호감도가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속성은 무속성에 퓨어 메이지다.
파티에 넣어서 당장 버프 효과를 보자니 자리가 없고 효과도 미미하다.
파티 시스템이 엄청 짜증나는게, 마력 +1의 파티 버프는 퓨어 메이지로 달성할 수 없다.
마회증 마공증 마속증의 트리플까지는 노려볼 수 있지만, 그건 아이템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마력+1의 파티버프는 켈터스가 마도의 길을 탔을때 딱 한 번 정도 가능하다.
그것도 진 최종 루트에서나 가능한 영역.
그러니까.
레지나 시엘라와 스피카의 싸움은 내전이지만 동시에 그리 큰게 걸려있지 않은 뜨뜻 미지근한 싸움이다.
물론 두 사람은 꽤 진지한 거 같다.
오늘도 아일라와 스피카는 문 밖에서 신명나게 대련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싸움.
바로 밀푀유와 앨리스의 싸움이다.
“왜 그러지 밀푀유. 아직 멀었다.”
“네! 네! 이얏!”
“속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직 딱딱하다.”
내밀어오는 정권을 손등으로 안쪽에서부터 가볍게 밀며 나무단검을 목줄기에 찔러넣는다.
밀푀유는 날아드는 자세 그대로 어떻게든 몸을 옆으로 굴렀고 그 상태로 나의 사각에서 한 번 더 돌격한다.
평소라면 불가능한 속도.
하지만 이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밀푀유의 각오였다.
날아오는 일격을 패링으로 흘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밀푀유는 가진 바 지능이 높다.
허나 그것만이 이점이 아니고 천부적인 전열의 재능을 가졌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망설이지 않는 것.
칼날의 폭풍이 눈 앞에 다가와도, 가장 냉정하게 계산해 주먹을 휘두를 수 있는 재능.
그렇기 때문에 이 녀석은 고작 스테이터스로 판단할 수 없다.
지식. 결단력. 그리고 각오.
이 세개의 교집합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저 밀푀유의 부츠.
오직 마정석을 폭발시켜 가속만을 목표로 한 합금속 부츠는 한 번 쓸 때 마다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허니 평소에는 트라이스타류 체술로, 중요한 순간에는 폭발력으로.
재주 17에 도달한 내가 정확하게 흘려야 할 정도로 밀푀유의 공세는 폭발적이며 다양했다.
“나쁘지 않구나.”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도달하기에는 부족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달려드는 밀푀유의 몸을 가볍게 잡아채 살짝 붙은 뒤 목에 나무 단검을 들이밀었다.
밀푀유는 그 자리에서 바짝 굳었고, 나는 어깨를 툭툭 치고는 두 걸음 물러섰다.
아···. 하는 탄식이 들려왔다.
이런 간단한 근접 잡기도 대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이겠지.
“하지만 앨리스와는 좋은 승부가 될 듯 하구나.”
“······그런가요?”
“음.”
녀석이 양검만 쓴다면 아마 밀푀유의 승리.
음검까지 쓴다면···. 글쎄다.
음검에 대한 완벽한 공략을 해 줄 수도 있지만, 이전 아일라에게 ‘패배했을 때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마라’ 라고 말 한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레이드가 아니면 자력으로 맡겨보려 한다.
실피아도 애들을 좀 풀어놓고 키워라! 같은 식으로 말하기도 했고 말이야.
아무튼.
“울프람. 이쪽의 대련도 끝났어요!”
“수고했다. 스피카. 잘 됐나?”
“네! 언니의 ‘전투방식’에서 확실히 익혔어요!”
“그런가.”
스피카는 스피카 나름대로 필살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먹혀들지 정말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기대는 하고 있다.
“스피카는 그 필살기를 쓸 때 ···부상에 주의해라. 밀푀유는 나중에 루디카에게 암살자와 싸우는 법을 따로 더 익히도록.”
“네, 선배님!”
“네! 오라버니!”
하이고.
응애들을 물가에 내놓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울프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 아이들도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고 전력으로 다 할테니까요.”
“음. 그렇지.”
“자.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싸움을 해야죠. 언제 떠날건가요?”
“······지금 당장. 채비를 갖추도록.”
“네!”
아일라 말이 맞다.
우리는 우리의 싸움을 해야지.
우선 이브를 찾아가서 쇼부를 보고, 천혜의 고도를 가고 ···해야 할 일은 정말 더럽게 많다.
***
결전의 날.
선수 대기실에서 밀푀유는 전신의 장비를 장착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밀푀유. 무겁지 않아?”
“응. 이 정도는 ···최근에는 근력도 많이 붙었어.”
“그러면 괜찮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
바닐라는 연신 걱정. 요거트는 저 옆에서 앉아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핫! 하고는 밀푀유를 불렀다.
“내가 바람의 마력으로 강화시켜주면 어때? 아무도 눈치 못 챌거야!”
“고맙지 않은 제안이야. 하지 마.”
“······응.”
밀푀유가 어깨를 으쓱했다.
할 수 있는건 전부 했다. 선배님들의 가르침도 머릿속에 새겼다.
머릿속으로 전투 예시를 몇 번이고 돌려보고 있을 때 대기실에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밀푀유.”
“아. 루디카 선배님!”
“괜찮나? 잠깐 상황을 보러 왔다. 긴장하진 않았나?”
“네. 괜찮습니다.”
“그런가. 으음···. 그래 뭐. 우리 후배인 이상 잘 할 거라 믿는다. 루디카도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걱정 가득하신 얼굴인데요?”
“···맞다. 사실 루디카는 걱정했다. 못난 선배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설마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밀푀유는 키득키득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멈춤 없는 걸음으로 루디카를 스쳐지나가며 결의를 입에 담았다.
“도전 받는건 이제 익숙하니까요. 다녀오겠습니다. 선배님.”
그 모습에 루디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 참. 이명이나 호칭은 애들 장난같은 별명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조금 생각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겠구나.”
현 기사학부 2학년 수석 밀푀유 폰 사브레.
그녀는 패황이라는 이명에 부끄럽지 않은 걸음걸이로 무대에 올랐다.
***
음.
아무래도 연무장쪽이 시끄럽다.
첫 싸움이 밀푀유와 앨리스였나.
내 계산상 밀푀유가 질 거 같진 않은데, 앨리스가 또 빡돌아서 미치기 시작하면 모른다.
근데 그 많은 관중 앞에서 첫 날부터 빡돌 녀석은 아니다.
빡돌면 어쩌냐고요?
그때는 확 마 씨 루디카랑 밀푀유 위치를 바꿔서 확 씨 으이 나도 그땐 깡패가 되는거야.
아무튼, 진짜로 위험할 때는 파티 메세지를 남기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원거리 파티 버프 캐릭터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
그도 아니면 내가 원거리 파티 버프를 신경써야 하나.
앞으로 소수단위로 움직이거나 전략목표가 여러개라 파티를 찢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을거다.
그를 위한 전장 전체의 버프가 있으면 무척이나 좋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겠군.”
생각보다 고급 능력이라 얻기가 무척 까다롭다.
“울프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이다.”
“아침부터 건전하고 좋은 생각인데요. 그것 말고 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음···. 아직 일이 많이 남았나?”
“기본 작업은 다 끝났어요. 울프람이 이제 검수하고, 독려하면 끝이에요.”
그런가.
아일라의 말에, 나는 노점 밖으로 나갔다.
그래.
노점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도넛과 델리만쥬를 팔았던 그 때 처럼.
초심으로 돌아와, 나는 노점을 차렸다.
올해도 음식을 팔고, 간식을 팔고, 음료를 판다.
작년의 초심 그대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돕는것이 네프티. 그리고 ···아일라까지 늘었다는 점.
아일라는 내 바로 옆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이 노점을 바라봤다.
“울프람 황자님! 준비 끝났습니다!”
“이쪽도 끝났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하나된 열의였다.
“다들 준비는 됐나.”
“조리기 전부 준비 됐습니다!”
“손님 안내 쪽 준비 완료입니다!”
작년 이상의 명당 자리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열기.
좌석 규모 1300석.
참여 노점상 15점.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편의점.
그 이름에 이끌려 ‘동맹’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결과다.
“울프람.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아일라는 쿡쿡 웃으며 나를 올려봤다.
그래.
내 아래에 숙이고 들어와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협업하자고 한 이들은 내 말만 기다리고 있다.
“이 자리에 있을 정도면, 내 악평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나에게 협업을 신청한 그대들의 용기에 경의를 보낸다. 선언하지. 나는 내 사람을 져버리지 않는다.
자. 보아라. 내 편의점은 허상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황족에 의한 갈취도 아니고 내 평판 전환을 위한 도구도 아니다. 언제나 열려있는 사업이며 주변과의 상생또한 생각하는 사업이다.
그러니 용기 있는 그대들에게 선언하마. 오늘 이 자리에서 판매량이 눈에 띄는 이들, 가장 잘 판 점포는 위에서부터 세어서 내 비장의 레시피를 건네주도록 하지. 장담컨데 제프린 졸업할 때까지 학비가 부족하지 않은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자 팔아라. 팔고 또 팔아라. 너희들을 황금향으로 이끌 남자가 이 곳에 있으니 두려워말고 금으로 된 길을 쌓아라. 이상이다.”
거기까지 말하고 뒤로 돌아서자 등 뒤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렇게.
울프람 세력의 노점은 장사를 개시했다.
***
그 뒤로는 평소 이상의 지옥이었다.
재료의 공급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을 위해 며칠간 천혜의 고도에서 살다시피 했다.
중요한 것은 ···협업을 맺은 노점상이 많으니 해야 할 일이 더욱 더 많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노점상 간의 의자와 테이블 대여는 기본중의 기본.
재료가 부족하다면 빌려주기도 하고 가끔 인력 지원도 나갔다.
“울프람! 여기 도너츠 3세트와 음료 3잔이요!”
“지금 준비하마.”
비단 요리 뿐만이 아니다.
이런 노점상은 살아있는 생명과 같아서, 그걸 머리 위에서 컨트롤 한다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센스를 요구했다.
“선배님! 포장지가 떨어졌습니다!”
“네프티. 9번 매점에서 잠시 빌려오고 루디카, 편의점에서 남은 포장지를 가져와 줄 수 있나?”
“맡겨다오! 루디카의 전력질주를 보여주겠다!”
하지만.
단언하고 단정할 수 있다.
재밌다. 정말 재밌다.
“황자님! 이 밀가루 받아가겠습니다! 저희도 부족합니다!”
“나중에 모자란 분만큼 채워넣어라!”
“이것도 다 쓸거 같습니다? 우하하! 대신 야채를 채워넣겠습니다!”
“멍청한 놈. 우리는 도넛상이다! 야채를 어디다 쓰라는 거냐!”
“우하하핫!”
인심 좋아보이는 녀석이 밀가루 포대를 짊어지고 그렇게 웃으며 나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동네 친구를 부르는 듯 한 모습.
하지만 그 안에 ‘멸시’의 의도는 단 하나도 없었기에 황실혈통은 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소시민들의 축제 분위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손님의 태풍 속에서 웃으며 배의 키를 잡고 항해하던 그 때.
정말 불의의 기습이 귓가를 울렸다.
안녕하세요. 돈은 여기서 내면 되나요?”
“······.”
“아닌가요?”
아니 그 맞긴 한데.
“···맞다.”
“그렇군요. 후후. 정말 잘 먹었답니다. 좋은 솜씨에요. 셰프.”
“고맙군.”
“예에. 그럼 안녕히. 나중에 또 뵙죠.”
검은 깃발의 주인.
미친 자색의 마녀는 그렇게 나를 보며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