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06)
405. 마신합체
스피카 트라이스타와 레지나 시엘라의 싸움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걸,
마법학부의 대련으로 봐도 될까?
아니, 그 전에 이런 걸 대련이라 칭해도 될까?
스스로의 재능을 선배에게 지도받고, 후배의 빛남을 칭찬한다.
그걸 위한 부드럽고 평온한 대련.
그것이 이 신년 학기 대련 행사.
하지만.
재능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확정지은 천재 둘.
그리고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가문의 자식.
그 둘에게 하나의 목표를 두고 경쟁하게 시킨다면?
그렇다면 대련은 투기로 변한다.
학생은 투사로 변한다.
흐르는 것은 증오과 분노. 상대를 꺾어 그 목을 비트는 것이야 말로 유일한 쾌감.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수만의 학생들이 보고 있는 것은, 마력으로 행해지는 폭력이었다.
콰아아아앙!!!
대련장에서 울려서는 안 될 소리가 울린다.
튀어든 돌조각이 관객석을 강타하고, 관객의 머리에 직격할 뻔 한 돌덩어리가 그 자리에서 뚝. 하고 멈춰선다.
“이것 참.”
관객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어지간히 겁먹은 거겠지.
허나 그 돌덩이의 습격을 막아준 소녀. 이브 폰 로엔그린은 자신이 생명을 구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감정도 품지 않은 채. 그저 한숨을 친구삼아 무대를 바라봤다.
멋대로 날뛰라고 했다.
스피카는 귀엽고, 레지나는 뭐 ···무능하고 쓸모없긴 한데, 그래도 파티원이니까.
인명 피해가 날지도 모른다고 둘 다 제보했고, 날뛰는 둘에게 이 연무장 전체에 배리어를 쳐주겠다고 말 한 것은 이브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어지간히 격하게 싸우려나보다. 이브는 그리 생각했지만, 이건 그 상상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돌격 71호】”
“【늪:파쇄】”
스피카의 ···약 2M에 달하는 거대한 골렘이 레지나를 향해 ‘투척’된다.
넘버 71호.
앞으로 남아있는 것은 30호인가.
잘못 말한게 아니다.
아주 제대로 말했다.
스피카는 오늘 대련에서, 입장할 때 101체의 골렘을 동반했다.
전투 도중에 만드는게 아니라, 만들어 온 것이다.
101호 대부분은 스피카의 키보다 컸고, 그 안에는 거신이라 불러 마땅한 골렘도 있었다.
운영측에서는 이 101대 전체를 스피카 개인의 무력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입장 제한을 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학생들을 비주얼로 압도한다는 점. 제프린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 100대건 1,000대건 별 상관 없는데요?”
상대인 레지나 시엘라가 흔쾌히 수락했기에 스피카의 골렘은 전부 전장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펼쳐지는 대전쟁.
홀로 100의 대군을 지휘하는 전쟁의 여왕.
그리고 그 군세에 맞서 물러섬 없이 싸우는 늪의 대마녀.
“【찢어발겨 72호!】”
“어머, 그렇게 하나 둘 각개격파 당할거면 전원 돌격시켜서 한 번에 부수는게 어때요?”
학생들은 전율했다. 그리고 열광했다.
언제 이런 전쟁급 전투를 볼 수 있겠나.
거기에 이렇게 관람하면서도 다칠 위험이 없다!
그야 이브 폰 로엔그린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힘들어보였다면 누군가는 불안해 했겠지만, 그녀는 최고 상석에서 우아하게 홍차와 사탕을 먹으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와아아아아아아아!!”
첫 싸움.
밀푀유와 앨리스의 전투는 무언가 펼쳐졌다 싶더니 밀푀유가 그대로 앨리스를 대기장 벽까지 쳐박으면서 결과가 알 수 없게 되었다.
혼자 걸어나온게 밀푀유 폰 사브레인 시점에서 승자는 정해졌지만, 정작 중요한 전투 내용은 볼 수 없었던 것.
허나 이 싸움은 다르다.
한 합이 오갈 때 마다 피가 들끓는다. 학생들의 가슴속에 자신들도 저 영역에 닿을 수 있다는 꿈이 커간다.
“【72호부터 83호까지 전원 돌격】”
“【늪:광역:파쇄】”
“···큭.”
“어머, 언제까지 같은 패턴으로 싸울 건가요?”
허나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할 뿐 싸움은 꽤 일방적이었다.
늪의 마녀가 골렘을 일방적으로 부술 뿐.
스피카는 인정했다.
마력 21의 괴물은, 그리 쉽게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다행이다.
쉽게 쓰러져 주지 않아서.
“그럼 이런 패턴은 어때? 【84호부터 94호. 100호까지 투척.】”
“꽤 새롭긴 하네요.”
휘이이잉!
골렘들이, 다른 골렘을 하늘 높이 집어 던진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저것들은 곡사포가 되어 레지나를 덮치겠지.
직후. 남은 골렘들이 레지나에게 달려든다.
즉
하늘과 팔방. 전 각도에서 레지나 시엘라를 우그러트리려 달려드는 기암괴석 뿐.
거대한 질량의 폭풍 앞에 레지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여유롭게.
그 어떤 부담감도 없이.
“이번 건 저도 진심을 내야겠는걸요? 【늪:초광역:최강화:정조준:파쇄】”
그렇게 하늘에서 추락하는 골렘들이 전부 으스러지고, 달려들던 골렘들이 으깨진다.
늪의 대마녀에게 맞서기에 마력 19의 마도사는 나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
그것이 울프람이 인정한 워 메이지라고 해도 단일개체의 강함 앞에서는 무력할 뿐.
이 곳은 그런 세계다.
수 백의 잡병들이 덤벼봐야, 한 명의 영웅을 이길 수 없는 세계.
스피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레지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의 동생이고, 나름 기세가 좋기에 어울려 줬을 뿐.
애당초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자, 이제 어린애답게 씻고 잠이나 자러 가세요. 그럭저럭 잘 배웠죠?”
백 체의 골렘을 으스러트렸을 뿐인 반복 작업.
승리의 여운조차 없다.
그저 놀아줬을 뿐.
그렇게 레지나가 돌아섰을 때.
구구궁.
구구구구구구구궁!!!!!
등 뒤에서, 기암괴석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질리지 않은 것인가.
그리 생각하며 등 뒤로 돌아서는 그 때.
레지나는, 자신의 머리 위에 태양이 없다 생각했다.
“아?”
아니다.
착각이었다.
그것이 태양을 머리 위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착각을 했다.
팔이었다. 아니, 저게 팔이어도 되나?
스스로 자문했지만 자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저런 것이? 라는 의문에 대해 답을 내리기도 전, 정답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백호합체:우완:갓핸드】”
“···아?”
백 개의 골렘을 오직 눈 앞에 있는 적을 후려치기 위한 팔로 변환.
그 미쳐버린 발상에 레지나 시엘라가 당황했으나 골렘의 꼭대기에 올라탄 스피카의 입모양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뒈져.’
“하···!”
그래. 이런 한 수가 있었나.
길이만 100미터는 능히 달할 것이다.
자신을 향해 내려쳐지는 저 주먹을 보며, 레지나는 웃었다.
무능? 새싹?
아니다.
저 녀석은 이미 한 사람 분의 마법사다.
꼬마는 꼬마지만, 그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여동생이었고 친애하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눈여겨 볼 만 한 원석이었다.
놀랍다. 친애하는 이였다면 그 성과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저것이야 말로 폭력의 극치.
인간이 할 수 있는 무력의 극한
허나.
“【늪:단발:강격:최강화:초절강화:강제속박:파쇄:정권】”
결국 인간의 종착점.
그 따위는 옛 저녁에 넘어버린, 신화에 기록될 마법사에게 비할 바는 아니다.
8소절을 쓰게 만든 것을 칭찬하며
레지나는 경의를 담아 늪의 마력을 주먹으로 전환해 내질렀다.
우드득, 우드득.
길항하던 주먹은, 천천히 그 기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흑수정으로 만든 팔이, 천천히 으스러져 간다.
“돌덩이 100체를 합체 해 봐야 결국은 돌덩이랍니다?”
백호합체라 했나.
멋진 기술명이다. 칭찬해주마.
허나 고작 100대의 돌덩이.
각개격파를 하던, 뭉쳐있는 것을 으스러트리던 똑같은 노동일 뿐.
“······?”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스피카 트라이스타가 가져온 골렘의 수는 101.
그럼, 남은 하나는 어디에 있지?
“【지금이야. 쏴버려. 101호.】”
쯧.
조잡한 수를!
레지나는 주위를 살폈다.
자. 거대한 주먹 그림자 아래. 자신을 공격할 골렘이 있을 것이다.
일단 지상의 움직임을 봉쇄한다.
그리 생각하고 즉시 마력을 펼친 그 때.
하늘 너머.
주먹의 끝 부분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그제야.
전부 알 수 있었다.
골렘의 숫자는 백 하나.
합체한 숫자는 백.
자연스럽게 남은 숫자는 하나.
그렇다면 당연히 ‘쏠 탄환’이 하나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실로 간단하다.
그래.
스피카는 원래 ‘재주형’ 마법사.
그래.
트라이스타는 원래 그런 자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몸을 탄환으로 써서라도 목적을 완수한다!
“뒈져버려어어어어어!”
“건방지게!!”
단 한 번의 격돌.
그렇게 두 번째 대련 또한 막을 내렸다.
***
머리 앞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메세지 창.
【레지나 시엘라는 탈진 상태입니다.】
【밀푀유 폰 사브레는 경상입니다.】
평소라면 뭔 일이야 싶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탈진은 아마 스피카가 줘팼을거고, 경상은 ···때려눕히면서 얻은 상처겠지.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눈 앞에 있는 무능하고도 무능하고 또 무능한 이오 폰 로엔그린이 어깨를 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내가 제프린의 정교수에 취임했으니 문제라고는 없지 않나. 울프람?”
“그런가.”
학생들은 무슨 죄냐. 저 여자한테 배울 기사학부 학생들은 말이야.
“나에게 배움을 청할 수 있다니, 이번 깃수 기사학부생들은 축복받았구나, 물론 너에게도 검술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죽일까. 울프람? 지금 죽이면 편해질 수 있는데】
【아니야 참아. 울프람. 나중에 몰래 죽여야지. 사람 많은데서 죽이면 피곤해】
머릿속에서 천사 울프람과 악마 울프람이 어떻게 하면 이오 폰 로엔그린을 묻을 수 있을지 심도 깊은 토의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위에 오게 묻었다가 발굴하면 귀찮으니까 다리가 위에 오게 묻으면 나중에 뼈가 들켜도 동물뼈로 보이지 않을까?】
【애당초 천혜의 고도에 던져버리면 아리엘이 알아서 처분해주지 않을까?】
아, 저 토론에 껴서 나도 떠들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정말 아쉽기가 그지 없어요.
저 녀석은 지금 ‘명백한 호의’를 가지고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저 녀석과 나. 그리고 이브는 일단 동맹이긴 하다.
문제는 저 녀석의 쓸모다.
이오 폰 로엔그린.
나와 이브의 손윗누이이자 전(前) 제프린 학생회장.
전에도 얼핏 말한 적 있지만, 하르크의 피를 이은 황실혈통은 제각기 다른 식으로 발현한다.
내 경우에는 카리스마. 이브는 천재적인 마력.
그리고 저 녀석은 바로 ‘전투 지속 능력’이다.
생각해봐라, 무능하기 그지 없는 신체로 결국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앞에 도착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전투 지속 능력을 의미하지 않겠나.
하지만, 무능하다.
문제는 그 점이다.
지나치게 무능하다.
그야 이 시대 기준으로는 유능할수도 있지만, 내 파티에 넣기도 그렇고 원정에 끌고가기도 그렇고 딱히 특색도 없다.
탱으로는 네프티 하위호환
검술로는 앨리스 하위호환
근접투력으로도 밀푀유 하위호환
기교로는 루디카 하위호환
나? 나는 언터쳐블이고.
그런데 하는말은 또 근성론에 가깝다. 그야 본인의 능력이 전투지속이니까 근성론자가 될 수 밖에 없지.
그러니까. 그거다.
마치 2차대전의 일본군 장교···. 그런데 이제 또 황손이라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울프람. 결론이 나왔어! 끌어내서 단 둘이 된 다음 몰래 처분해버리자!】
천사와 악마 울프람이 합체해 마신합체 울프람이 되어 신도 악마도 찢어발길 수 있는 권능을 얻어 결론을 냈고, 일단은 어딘가에 끌고가 조용히 처분할까 싶은 그 때.
“동생! 장사는 잘 되어가니? 누나도 와 봤단다?”
“···필티아 누나?”
“······울프람? 나 말고 누나가 따로 있었나?”
“응? 이 아이는 누구니?”
갑작스러운 필티아의 등장.
와 울프람은 누나가 둘이나 있구나!
필티아는 이오를 빤히 바라봤고, 이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나와 닮은 꼴이니 누군지 눈치 챌 만 하지.
반대로 이오는 ···필티아가 누군지 모르는 듯 했다.
“이오 폰 로엔그린. 소개하지. 이쪽은 필티아 블루브리즈.”
“···아. 아아아···. 설마. 실존 ···했던, 아니 하셨던 건가?”
음.
그제야 이오는 필티아가 누군지 깨달았다.
다행히 황실쪽에도 착실히 소문이 돌고 있긴 하나보다.
“그래. 맞다. 위대하신 선조님의 수양딸. 그리고 내 의붓누이라 선언하신 그 분이다. 이전 제대로 소개하겠다고 했지.”
“아, 아아. 그렇군. 그랬었지. 처음뵙겠습니다. 이오 폰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아니. 합니다.”
“응. 그렇구나, 파파의 후예. 후후. 언니라고 부르면 된단다?”
“화, 황송합니다.”
너도 황손인데 황송해도 되냐? 맞냐 그거?
뭐 아무튼.
필티아는 이오를 빤히 보고, 눈을 감았다. 마력을 체크하는건가? 아니 전체적으로 싹 다 체크하는건가?
“파파의 후손 ···맞지?”
“네? 네! 맞습니다!”
“으 응, 그렇구나. 으음···. 녹찻잎도 많이 우리면 엷어지긴 하는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
너무 아픈말은 하지 마. 울어버린다고.
솔직히 조금 이오를 동정할 뻔 했다.
지금 필티아는 진심으로 이오가 하르크의 후손이 맞는지 의심했다.
그 증거로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안타깝게도 맞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이오는 내 전대(前代) 학생회장이며 동시에 기사학부 출신이다. 끝없는 노력과 전장에서 물러남이 없지.”
“아하. 그렇구나.”
필티아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다행이다.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존나 무능한데 꼴아박기는 잘해요.’ 라고 받아들여 준 것 같다.
“으, 으흠. 너무 지나치게 칭찬하지는 마라.”
이오는 또 저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서 에헴거리고 있다 확 꿀밤 마렵네.
어떻게 같은 누나인데 이렇게 스펙 차이가 나지? 하르크의 피가 엷어지다 못해 랍스타 바삭칩에 넣는 랍스타만큼 줄어들었나? 아니 그럼 이브는 뭔데?
같은 누나라면 필티아에게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배웠으면?
아.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벼락이 친다.
이오의 처리 방법이 떠올랐다.
천사도 경악하고 악마도 울고가며 하르크도 경의를 표하고 이브도 경계할만한 천재적인 전략.
“이오. 필티아 누나와 대화를 나눠보고 가르침을 청함은 어떤가? 무려 위대하신 선조님의 수양딸 되시는 필티아 누나가 가르쳐준다면 배울 것이 많지 않겠나?”
“으, 으흠. 그런가? 그 또한 합당하군. 나야 영광이다.”
“어머···. 후후. 그래. 나도 파파의 후손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었단다. 울프람과 이브는 그럴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야.”
됐다.
해냈다.
짬을 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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