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12)
411. 악인의 기준
파티원을 위한 덕장이 되자.
아니, 너무 엄하게 키우는 것도 애들 교육에 좋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며 네프티의 격려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길.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진지하고 어두운 얼굴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들었어?”
“응. 들었어. 2학년의 말콤선배 말이지?”
“어떻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말콤.
아아. 말콤 스웹 이야기인가.
훌륭한 속공 캐스터. 그리고 2선 파티원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녀석이다.
친구도 많고 쾌활함의 스웹이라고 불리는 남자.
여성 편력이 좀 심하고 헤픈 남자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다.
하지만, 여기서 스웹 녀석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이미. 늦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에 간 후배가 말해줬는데 말콤 선배님이 초점 없는 눈으로 글쎄···.”
“···응.”
이 시기.
스웹은 끔찍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 전까지 스웹과 친하게 지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벌어지는 사건.
그게 바로···.
“알몸으로, 양손도끼를 쥔 채 춤을 추고 있었다······고.”
“······응. 막 ‘큭 내 몸 녀석 뭐 하는거야’ ‘이거 하나 제어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기분이 좋아’ ‘이건 바로 풀문 액스 댄스(fullmoon axedance)’ 같은 소리를 내뱉으면서···.”
풀문 액스 댄스. 한역하면 대충 만월 도끼춤인데
당연하지만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한국의 인터넷 밈을 차용한거다.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올드한 인터넷 밈(meme)에 익숙해서 그런가 ···아무튼 혐짤이니까 검색하지 않는게 좋다.
뭐. 중요한건 잘 지내던 말콤 스웹이 어느날 갑자기 알몸으로 양손도끼를 쥔 채 강의실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 사실이 퍼지면서 제프린 전체에 작은 소동이 생긴다.
당연히 녀석이 노출증이 있거나 기벽이 있던게 아니다.
원흉은 존재하고, 그 녀석의 정신공격에 당한거다.
그 녀석이 누구냐고?
그야 말 할 것도 없지.
“보라색의 마녀. 시에스타.”
자기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한 청년이 방과후에 알몸으로 양손도끼 폴댄스를 추게 만드는 여자.
어마어마하고 끔찍한 사회적 살인사건이다. 스웹은 이 사건 이후로 정신을 차리고 그런 사고 속에서도 자신만을 바라봐주던 소꿉친구랑 잘 되지만 아무튼, 한 남자의 인생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기록을 남긴 셈.
무섭다.
그리고 두렵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싸이코패스가 이 제프린을 멀쩡히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견디기가 힘들다.
당장이라도 찾아내 그 목을 비틀어주고 싶지만 그 녀석의 특기는 주위를 말려들게 하는거다.
인간 방패를 쓰는게 거리낌이 없다.
물론 그 안에서 내 몸 하나만큼은 간수할 자신이 있지만, 파티원이 말려들면 꽤나 피곤해진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뿐이다.
파티원의 강화.
그리고 각성의 촉진
직업군으로서 2차수준으로 완성되어있는 루디카를 제외하면 현재 우리 파티에서 완전한 1차 각성을 마친 것은 이브 뿐이다.
아일라는 중거리 배틀메이지라는 특성. 밀푀유는 노블레스를 아직 완전히 다루지 못하고 네프티는 탱커로서 장비빨이 찼을 뿐 명확하게 1차승급을 한 것은 아니다.
나? 나는 어떻게 승급해야할지 감도 안 온다.
그러니까 여기서 강화해야 할 녀석은 단 한 명.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녀석을 강화해 방패로 삼는 수 밖에 없겠군.”
광역으로 사람의 행동을 묶고 그 목을 쳐버릴 수 있는 인간.
레지나 시엘라다.
***
이브의 1차 각성기 브라이트 레인은 초고도로 마나를 많이 쳐먹는 돼지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성해서 마력을 효율적으로 돌린다고 해도, 맵병기는 난사할만한 물건이 아니다.
단일기에 비해 딜은 부족하지 마력은 많이 먹지, 잡몹들 쓸이에만 쓰자니 이브를 보스전에서 아낄수도 없고, 그렇다고 잡몹들이 템을 잘주는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레지나 시엘라는 조금 더 확실하다.
아일라가 마법사와 전사를 섞었다면, 이브는 단일과 광역 회복 셋에 통달한 마신.
그럼 레지나는 무엇이냐. 이 녀석이야말로 최상 수준의 광역딜 메이지다.
다만 온리 광역.
태생부터 광역 외에는 재능이 없다.
그렇기에 키워도 광역으로 크고 최종진화버전도 광역이다.
말 그대로 맵쓸이에 특화된 여자.
물론 그렇기에 내성이나 면역 몬스터를 만나면 죽을 쑤기도 하고, 피돼지 보스를 만나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 아래 ···그러니까 중간 보스까지는 근처 잡몹까지 혼자 무쌍난무를 찍을 수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마력 사용의 효율은 이브보다 나을 정도.
하여.
“레지나 시엘라. 경진 대회는 잘 되어가는가.”
“예에. 후후. 아, 이것이 지난 번 부탁하셨던 명단입니다. 다섯 명. 확실하게 잡아뒀습니다.”
“그런가.”
우선 레지나를 찾아오긴 했는데 말이야.
뭐라고 말을 꺼내지?
***
레지나 시엘라는, 최근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자신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쳐 날뛴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지난번 건네주신 물약으로 전신에 그 분의 애정이 퍼져나감을 느꼈는 때, 몸도 마음도 전율했다.
그 자리에서 오열하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분께서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셨다.
사랑해도 되냐는 물음, 사랑받아도 되냐는 물음.
그 분께서는 스스로 증명하라 말씀하셨다.
그래.
그래야지.
처음 약혼했을 때 그분과의 만남을 꺼렸던 것은 자신이다.
어른들의 농간에 약혼하고, 파혼당했지만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서 평생 함께하고 싶다 울부짖었다면, 아버님께서는 안 들어주셨을까?
그런 파렴치하고 괘씸한 여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 하셨다.
경진대회에서 이기면 한 번 더 만회할 기회를 주신다 했다.
이후. 매일 연구에 몰두했다.
그 분을 사랑하니까, 손에 넣고 싶으니까. 함께 웃고 싶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어찌하여 그리 흔쾌히 받아들이셨는지 이제야 알고 만 것이다.
당신께서는 자신을 꺾어 퇴색시켜야만, 함께 걸을 수 있다 말씀하신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태양을 손아귀에 쥐어 그 불길을 꺼트리라는 이야기다.
내 세상에는 어둠만이 가득차고, 추위 속 손아귀 안 잔불에 만족하여 그 온기에 취해 살라는 이야기와 진배 없다.
레지나는 선택해야 한다.
그 분을 꺾고 태양을 잡아끌어 손아귀 안 잔불로 남기는가.
그 분께 패배하여 모두를 비추는 태양의 온기를 느끼는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파렴치한 자신의 몸과 영혼은 ···그 분께서 찾아주심에 기뻐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기도를 올린다.
오늘은 그 분께서 오실까. 아니면 오지 않으실까.
워낙 마음을 잘 읽으시는 분이시니 지나친 단장은 삼간다.
가벼운 화장과 때묻지 않은 옷을 입는 것이 최선이다.
그 분께서는 현장에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를 좋게 보실리 만무하니 제작자용 정복을 입는다.
“이 물건은 내구성이 부족하네요.”
일에 전념하는 모습도 결코 허례허식이 아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분께서는 간파하시고 실망하시어 버려질수도 있다.
그리고 기도가 통했을까.
오늘 레지나 시엘라 앞에 그 분께서 나타나시어 말씀하셨다.
“고생하고 있군.”
“아 ···아닙니다.”
아아.
어째서 당신을 꺾으려 하는 여자에게 그리 격려를 하시나요.
이길 수 없다 얕보시는 건가요. 아니면 꺾어주길 바라시는 건가요.
저는 모두의 태양에 만족할 수 없지만, 손아귀 속 잔불로도 녹을 수 없습니다.
일 이야기를 하며 겨우겨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허나 저런 귀족의 장부를 넘겨준 것 따위로 평온을 찾을리 만무하다.
부디 저를 붙잡아주세요.
제 마음이 갈 곳을 정해주세요.
기적을 목격한 구도자처럼.
혹은 신에 기대는 성직자처럼.
레지나는 그저 기도할 뿐.
“내 너와 긴히 할 말이 있다. 자리를 옮길 수 있겠나?”
“······네. 기꺼이.”
그리고.
계시가 내려왔다.
***
음.
근처 간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 간식은 평범하고 무난하기 때문에, 차는 직접 우리겠다고 하고 다기를 빌렸다.
아무튼, 내가 우려낸 차를 한 잔씩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아아···. 황자님께서 직접 빚으신 이것을 감히 제가···.”
······.
레지나는 평소에도 이상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하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저걸 보고 음 오늘도 정상이군 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갑작스럽게 칼찌를 놓지는 않을거고, 뭐 떡밥이라도 던져주겠지.
아무튼 중요한 건 이 레지나 시엘라의 강화가 지금 나의 ‘시에스타’ 공략에 필요한 요소라는 거다.
이브는 광역 섬멸은 자신이 있어도 광역 제어는 불가능하다.
아일라는 ···글쎄다. 시에스타의 마력도 20이라 단박에 뚫기는 힘들다.
아무튼.
“레지나. 하나 묻고 싶은것이 있다. 검은 깃발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지?”
“검은 깃발 ···말씀이십니까. 잘은 모릅니다. 결국 제프린조차 졸업하지 못한 사회의 쓰레기들 아닙니까. 태양빛조차 아깝습니다.”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국 번듯하게 이 제프린조차 졸업하지 못하고, 주변에 민폐나 끼치며 제프린 밖에 뭉쳐있는 이단아. 문제아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예에. 하여 그런 쓰레기들에 대해 어찌 물으시는지?”
“하지만, 쓰레기장에서도 꽃이 피어나듯 검은 깃발 안에서도 독의 정수가 차오르는 법이다.”
“······황자님께서 직접 관심을 주실 정도의 인물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레지나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우선 마수소환사 에르헬. 이 녀석은 몬스터와 몬스터를 교배시키거나 융합시키는 소환마수의 괴물이다. 이 녀석은 내가 직접 처리했으니 상관없다.”
“······역시 황자님이세요!”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바로 이 녀석이다. ‘보라색의 마녀. 시에스타.’”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학생회 ···그것도 내 깃수 이전부터 주목하고 있던 녀석이다. 이 녀석은 틀림없는 악이다.”
“그렇습니까?”
“허나 우리도 이 녀석에 대한 조사를 마쳐서 말이다. 내 계산 결과 이 녀석을 상대할때는 나와 네가 가장 합리적이다.”
“그렇습니까?”
“하여, 너에게 제안이 있다. 공투를 펼쳤으면 한다.”
“후후. 제안이라 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하라 명하시면 저는 할 뿐입니다.”
“······그런가. 감사를 표하지.”
얘가 이렇게 순순하니까 또 무섭긴 하네.
아무튼 ···그러면 진짜 본론으로 들어갈까.
“경진대회를 전후해서 원정에 나가야겠구나.”
“어머. 원정 말씀이십니까. 예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준비할 것이 많을 것이다.”
“꽤나 힘겨운 원정길이 되는지요?”
레지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 내가 힘겨울건 없는데.
“단 둘이서 가야하니 말이다. 아무래도 준비할게 많지.”
“그렇군요. 짐이 늘어나고 서로 할 일이 많아지니 ···단 둘?”
“그렇다만?”
레지나는 렉 걸린 컴퓨터마냥 잠시 에···. 하고 호흡도 시선도 멈췄다.
그러고보니 요새 애들은 렉이라는 말을 아나?
뭐 아무튼. 잠시 로딩을 기다리자. 레지나는 팡! 하고 테이블을 때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렉 풀렸네.
“···어, 어, 어찌. 어찌. ···그, 그렇게 쉽게···. 그, 그런 말씀을 입에 담으시는 ···시느은!!”
음.
그러게.
나도 겨울철 산장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는건 질색이거든.
그런데 어쩌겠냐.
“···길게 고민하고 내린 답이다. 싫은가?”
“···기, 길게 고민하셨습니까? 그, 그러니까 ···시, 싫다고는 ···전혀. 하, 한 번도···.”
그럼 뭐.
됐네.
“이번 원정을 통해, 너의 힘을 대폭 끌어올릴 생각이다. 잘 부탁하도록 하지.”
“···아, 아아. 네. 아, 알겠습니다.”
“음.”
잘 됐다.
“황자님. 질문을 하나 올려도 되겠습니까?”
“음. 뭐지?”
“그 마녀라는 여자의 능력이 대체 무엇이길래 ···황자님께서 그리도 경계하시는지요? 고작 쓰레기들의 오물 농축액 같은 것 아닙니까?”
“그 여자는 마음을 뚫고 들어온다.”
“예?”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 속 아주 작은 욕망을 끝없이 키워서, 폭주시킨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 사람을 토막내 소유하면 영원한 순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
“······으, 으음. 그렇군요.”
뭐지.
그게 뭐 어쨌냐는 표정 아냐 저거?
······아니. 그럴리가 없다. 파티원을 믿자.
“그런 악이다.”
“그렇 ···군요?”
······믿어도 되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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