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15)
414. 아일랜드 계획
이브 폰 로엔그린은 최근의 생활이 썩 마음에 들었다.
별 대단한 이유는 없다.
얼마전 얻은 포션의 효과가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남과 협업할 의지라고는 없는 독선적인 남자지만, 때때로 이런 기발한 물건을 가지고 오니 개발자로서는 썩 유능하다 할 수 있겠다.
“아예 가둬놓고 밥만 주면서 연구만 시키면 사람도 좀 고분고분해지고 세상에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아예 대학원에 가둬놓을까.
잠시 고민한 이브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가둬놓는 것 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꼴받았으니 지랄 좀 할게’ 라고 하면 제프린은 뒷수습이 불가능하다.
아무튼.
그 포션.
실로 물건이었다.
듣자하니 ‘즉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상태이상의 ‘완치’ 여기에는 질병이나 고질병도 포함된다고 한다.
귀족 중에는 큰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넘친다.
그 뿐 만일까.
자녀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대귀족. 불임이라는 이유로 정통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왕족.
죽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삶을 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국보급이다.
자녀의 불치의 병 치유를 빌미로, 다음 황손 레이스에서 자신을 지지하게 만든다.
명맥을 걱정하는 왕비에게 포션을 제공함으로서, 2대에 걸친 충성을 맹세하게 만든다.
차기 황제를 결정하는 레이스에서 얼마든지 저울 위 추 하나를 가져갈 수 있는 기물.
그걸 그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넘긴 것이다.
오직, 자신의 체력 마력 회복을 위해서 말이다.
“아, 진짜.”
화가 난다.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는다.
그 남자의 멍청한 짓에 아흔 아홉가지 반박을 할 수 있지만.
그 남자가 자신에게 한 그 하나의 선의에 입을 다물게 된다.
“진짜아···.”
넘쳐나는 마력. 체력.
대체 이만큼의 회복을 얼마만에 해본 것인가.
이브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서, 그대로 볼을 부풀렸다.
나중에 한 마디 쏘아주고 싶지만, 그 덕분에 회복한 체력으로 뭐라고 하는것도 성미에 안 맞는다.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되었을까. 이브가 한참 그렇게 머리를 박고 있을 무렵.
“안녕하세요. 이브 폰 로엔그린!”
“아일라 트라이스타···?”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
아일라는 예전에는 이브가 참으로 싫었다.
그야 울프람의 권좌를 빼앗은 못된 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뒤로 울프람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이브를 보며 나름 속이 시원했다.
허나 지금은 모멸감도, 우월감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파티 내에서 그럭저럭 친한 인물 정도.
물론 삐약이 수준은 아니다만, 잡담을 나누거나 서로 인사를 하거나 가끔 다과회에서 만나면 안부 정도는 묻는 정도다.
본디 이렇게까지 친해지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같은 파티라는 소속감이. 그리고 생사고락을 함께 넘어왔다는 동료애가, 마지막으로 울프람이 말한 파티 메세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아무튼, 평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말을 걸자, 이브는 얼떨떨해하면서도 그 인사를 받아줬다.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예에. 나쁠 거라고는 단 하나도 없죠.”
“그래요. 그래서 오늘 찾아온 용건은 뭐죠? 당신이 저를 단신으로 찾는 건 꽤 드문 일인데 말이에요.”
“제프린 내부 부지 용도 변경 신청서를 쓰러 왔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당신 건물주 겸 땅 주인이었죠.”
이브는 새삼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라는 마법학부 8학부와 그 근처의 공터를 쫙 사놨다.
누가 봐도 돈이 안 되는 땅.
마법학부가 8학부까지 사람이 차는 거보다 제프린이 망하는 게 빠를거다.
아무튼 그런 땅의 용지 변경이라.
이브는 서류를 받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기본 총명하기 때문에, 이상한 용도로는 짓지 않을 것이다.
이브의 상상 내에서 용도 변경이라고 해봐야, 편의점 신상품의 연구를 위한 실험 단지 같은거겠지.
그거라면 학문과도 연관 있고, 교수들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다.
그래. 그러니까.
“······이 놀이동산이라는 건 뭐죠?”
“꿈과 희망과 반역이 가득 찬 아일라 랜드죠! 울프람은 줄여서 아일랜드라고 했답니다!”
“······.”
그래서 그게 뭔데.
“그러니까요. 놀이동산은 놀기 위한 동산이랍니다. 잘 봐봐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천천히, 놀이동산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입장하면 동물들이 반겨준다고?
거기에 각종 티켓을 끊으면 놀이기구를 탈 수 있어?
장난감도 팔고 먹을것도 팔고 수 없이 많은 놀이기구를 타고 논다고?
“아일라 트라이스타.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나요?”
“제프린이잖아요?”
“······예. 공식 명칭은 로엔그린 제국 직속 인재 육성 아카데미 제프린입니다. 알고 있어요?”
“예. 알고 있답니다?”
“그런데 여기에 놀이동산을 짓겠다고요?”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후우. 그래.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행동력이 좋으니까 잠시 머리에 피가 쏠려서 잘못된 판단을 내린거다.
설마 진심으로 아카데미에서 저런 거대한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지는···.
“네. 지을 생각인데요?”
“무슨 생각 하고 살아요?!”
“반역?”
“···아, 으아······아아!”
이브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되나요?”
“되겠어요?!”
“어쩔 수 없네요.”
으음. 하고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씨익 웃으며 나갔다.
***
음.
사실을 말하자면 이번 경진 대회에서 어떤 물건을 내놓을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뭐 적당히 이것저것 내놓으면 우오옷 대단해! 소리를 들을 자신은 있지만, 그랬다가 우오옷 따라해야지! 하면 더 피곤해진다.
그러니까, 아예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롭거나.
혹은 기존에 개념은 있지만 세상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거나.
전자는 카트바디. 후자는 물약이 되겠군.
카트바디는 정말 ···말 그대로 오파츠다. 이 시대 사람에게 말이 끌지 않는 이동수단이라는 건 새로움을 넘어서서 경악이겠지.
그래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물약은 좀 다르다.
신화의 시대에도 밥대신 물약을 먹거나 약초를 씹었다는 전승이 있을 정도로 이 세계에서 물약은 보편적인 회복 수단이다.
물론 최하급도 병당 1만린을 넘어가고, 최하급은 먹어봐야 편의점 비타오백 수준의 효과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포션은 그 개념이 달라졌다.
【최상급 물약 제조】
【3T】
【투입하는 재료에 따라 최상급 물약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작 스킬로서는 한계점에 달했으며, 최상급 재료와 기적이 겹쳐지면 1T 물약도 만들 수 있습니다.】
“흠.”
얼마 전 만든 한 세트의 포션 때문에, 스킬도 확실하게 레벨업을 했다.
이제 기본 재료로 만드는 물약도, 작게나마 퍼센티지 회복이 붙을 정도다.
【물약 제조 장인 울프람이 만든 상급 회복 포션】
【5T】
【복용자의 체력과 마력을 각각 8% 회복시켜주는 포션입니다. 상태이상 회복 효과는 없으나 체력이 즉각 회복됩니다.】
【제조 장인 울프람이 만들었습니다.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랜덤하게 5T 이하 상태이상 하나를 완화합니다.】
이전처럼 물약을 대충 만들어도 이 정도의 물건이 나온다.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 제프린 공략기가 크게 진전되었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발전이다.
“물약은 최종 레이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회복 수단이지.”
마계의 문 공략도 슬슬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
적어도 한 달에 하나씩 공략해야 졸업할 때 맞출 수 있겠지.
“제1의 문은 그럭저럭 깰만 하다.”
나머지 진짜 끔찍한 문을 뒤로 미뤄놓고, 1문 정도는 슬슬 공략본을 쓸 때가 되었다.
아무튼.
“8% ···미묘하구나.”
정말 이걸 누구 코에 붙인담.
그리 생각하며 은빛으로 빛나는 포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야!”
“······.”
벌컥. 문을 열고 뚱땡이가 찾아왔다.
이 녀석.
드디어 나에게 말을 놓기로 결심했는가.
“존경심을 표해라 멍청한 녀석.”
“그건 네가 존경하기에 합당한 사람일 때 표하면 되는 일이고요!”
“······뭔가 특출난 짓을 한 기억은 없다만”
“아 그래요? 진짜 없다고요?”
“그래.”
이브는 콧김을 내뿜으며 내 바로 앞에 섰다.
어디 째깐한 게 하늘같은 오라버 ···아니. 이 몸 어르신을 쏘아보고 그러냐.
“그럼 저건 뭐냐고요! 저 밖에 미니 열차!”
“저거 말인가? 필티아 누나와 아일라. 스피카. 밀푀유가 합심해서 만 든거다만.”
“···그러니까 그걸 왜 만드냐고요!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말하는 그 놀이동산 계획. 그거 전 허가할 생각 없거든요?!”
“아아. 그거 말인가···. 잠깐. 아일라 녀석. 진심으로 그걸 허락 받으러 갔나?”
“······예? 잠깐만요. 당신이 사주한 거 아니에요?”
“그럴리가 있나. 이 제프린은 배움의 터다. 어딜 놀이동산을 만드나···. 아일라 녀석. 목표가 생겼다더니 진심이었나.”
“······지, 진짜 당신이 한 짓이 아니에요?”
“당연하다.”
이브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쪽을 힐끔 보고는 양 손을 마주해 두 검지 손가락을 합쳐 꼬물대다가, 이내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또 뭔데.
“······으, 으흠. 미안하게 됐네요. 오해했네요.”
“호오. 그런가. 오해였으면 쳐들어와서 야라고 부른 뒤 따지고 들어도 된다는 건가? 그 뒤에 사과하면 그만이고?”
“윽! ···뭐, 뭘 바라는데요.”
“무얼. 그 멧돼지 같은 성격 좀 고치면 더 바랄게 없겠구나.”
이브는 새빨개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 ···이번 건은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독단이고 폭주였다는 건가요?”
“뭐. 바람은 내가 집어넣긴 했다고 생각한다. 놀이동산의 개념을 처음 언급한건 내가 맞다. 하지만 제프린에 지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학교 옆에 놀이동산이라니 ···하하. 면학 분위기가 잘도 조성되겠구나.”
하굣길에 피시방 하나만 있어도 애들 면학이 개판난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세상에서 살았던 나다. 학교 안에 놀이공원을 짓는다?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 거지. 왜. 그럴 거면 학교 매점 대신 오락기 놓고 철권 태그 한판 뜨지?
하지만 뭐.
학교 안에 짓는것과 별개로···.
“놀이공원 같은 유흥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 필요 없어요. 그런 거.”
“아니. 필요하다. 이 세상은 놀 거리가 너무 적어.”
“···이 세상?”
아차차.
“일단 나와봐라. 너도 한 번 놀아보면 생각이 바뀔 거다.”
“자, 잠깐만요. 전 바빠요! 그렇게 놀 시간···.”
“호오. 쳐들어와서 헛소리하고 따지고 들 시간은 있고, 잠시 새로운 문물을 경험할 시간은 없는가?”
“······뭐, 알았어요. 딱 십 분. 십 분만 어울려 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이브는 내 잡아 끄는 손에 못 이기듯 따라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는 서킷을 향했다.
그리고 한 대의 카트 앞에 이브를 끌고갓다.
“···와아, 멋진 디자인이네요. 백색의 곡선. 금색의 테두리. 그리고 ···푸른 두 개의 등불. 실로 고귀한 색 조합.”
“내가 만든 거다. 이름은 ‘울프람 프로 엔진 버스터 에디션.’”
“···이름은 쓰레기네요.”
욘석이.
아무튼 이브를 그렇게 태우고, 짧은 운전법을 가르쳐 준 뒤 출발시켰다.
자.
평소에 업무에 치여 사는 모범생이 있습니다.
이 녀석은 일에 치여 살며 퇴근대신 야근하는 불쌍한 생물이죠.
스트레스 풀 곳은 먹을 것 밖에 없어서 매일 찌는 뱃살에 고뇌한답니다.
그런 애를 잡아 끌어서 갑작스러운 미래 문물. 그것도 청룡열차와 자이로드롭에 버금가는 카트서킷에 타서 놀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와. 와아아! 빠르다! 와! 이거 뭐에요?! 아하! 아하하! 재밌어!”
뭐.
이렇게 되겠지.
이브는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십 분은 당연하고, 이십 분. 삼십 분을 넘어섰을 때.
“이브. 슬슬 해가 저문다.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나?”
“아하하, 자 잠깐만요. 조금만 타고요!”
이브는 한참을 웃으며 다시 한 바퀴 돌았다.
그런가.
실로 즐기고 있으니 보기 좋구나.
이브가 시야 밖으로 사라졌을 때. 슬쩍. 나에게 온 개인 메세지를 확인했다.
【어떻게 됐어요. 울프람?】
아일라의 메세지.
나는 이를 읽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당연히 제프린에서 놀이동산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제국의 유력자. 그 후예들이 모이는 곳에 광고를 포기할 수는 없죠.’
‘그러니까요.’
‘생각을 바꿔서 처음에 강수를 던지고 타협해보자고요?’
‘예를 들어 놀이동산이 아니라 학습원으로 이름을 바꿔버리는 거죠.’
‘예를 들어 서킷은 기마전 연습장으로, 펀치 머신은 타격 점수 채점기로 바꿔버려요.’
그렇게 제안한,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광대짓.
그 뒤의 나의 케어. 이브의 폭주.
그리고 서킷의 체험.
“아하하, 아하하하!”
아일라는 멍청하게 폭주하지 않는다.
반대로 똑똑하게 폭주해서 문제지.
이 모든것을 계획한 아일라에게, 나는 딱 네 글자로 회답했다.
“계획대로.”
그 이상의 대답은 필요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