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17)
416. 마녀사냥
이졸데 크루엘이 당했나.
허나 녀석은 우리들 중에서도 최약체.
허둥대지 마라 애송이들아!
“···잘 들어요. 그 이졸데 크루엘이라고요. 보석검 이졸데. 최상위 귀족은 아니지만, 돈 냄새 하나만큼은 잘 맡는 이졸데에요.”
“그렇군. 그런데 돈이랑 이졸데가 무슨 상관이지?”
“돈 많은 대학원생은 돈 없는 대학원생들보다 스트레스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정말인가?”
세상에.
그런 현대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고?
내 모습에 이브는 혀를 쯧 하고 차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꼬드긴 대학원생들이 만든 연구 결과라고요!”
“아. 그 녀석들.”
“당신이 관리하기로 해놓고 저한테 떠넘기지 말라고요.”
“하지만 그 쪽이 네가 편하지 않나? 분산보다는 집중이 낫지.”
“···윽.”
내 말에 이브는 우물쭈물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브도 그걸 아니까 세게 못 나오는거다.
권력의 이원화보단 혼자 권력을 쥐는게 장래적으로 보았을 때 이 녀석에게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거든.
“양지에서는 교수들과 만찬을 즐기고 뒤로 돌아서는 대학원생 연합을 이끈다···. 하하. 희대의 악녀로구나 이브 폰 로엔그린.”
“···닥쳐요.”
그 뒤. 이브는 핫.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졸데 크루엘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요. 다른 주제로 돌리지 마세요.”
“그래. 그랬지. 그래서?”
좀 더 알아온것에 대해 말해보라고 이브를 재촉하자,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랩실 싫어 주말 출근 싫어 취직하고 싶어 그만두고 싶어 등. 바닥을 구르면서 울었다고 하네요.”
“확실히 이졸데 답지 않군.”
“네. 그녀라면 보통 거절하더라도 좀 더 온화하게 거절할텐데 말이죠.”
그러니 보라색 마녀 ···시에스타의 짓이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후우. 진짜 귀찮네요. 그 미친 여자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이브는 샤프 끝을 입으로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이빨 상한다.
“일단 이졸데를 만나고 오겠다. 기다리도록.”
“그래요. 수고해요. 그리고 ···대학원생들도 좀 어떻게 처리하고요. 저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싶어도 이양 방법은 고르라는 이야기에요.”
“주의하도록 하지.”
대충 손을 흔들고 나왔다.
우선.
이졸데를 만나러 가야겠군.
***
이졸데 크루얼은 현재 대학원생용 숙소에서 살고 있다.
놀랍게도 어떻게 제프린에 대학원생 숙소가 있나 싶지만, 노예를 부리더라도 비를 피할 장소와 세끼 쌀밥에 김치는 줘야 하는 법이다. 월 43만원짜리 고시원도 라면과 김치는 무료였다.
그러니 이졸데처럼 돈 많은 애들은 상위 티어 ···그러니까 1인 1실 기숙사도 신청할 수 있고 그런거다. 보통은 3인이 돈을 뿜빠이쳐서 투룸 정도를 쓴다고 한다.
아무튼.
병문안용 쥬스 세트를 만들어서 이졸데의 집 앞에 찾아가 방문을 두드린 결과, 문 너머에서는 ···당연하게도 반응이 없었다.
하여 슬쩍 마력을 흘려 탐지를 돌려본 결과 안에 사람은 있다.
즉.
안에 있지만 나오지 않았다. 라는 건가.
“이졸데 크루엘. 문을 열어라. 할 이야기가 있다.”
“······.”
막말이냐고? 아니다.
이졸데 루트 자체가 그렇다.
여기서는 혹시 계시나요? 있나요? 대화좀 가능할까요? 보다는 노빠꾸 상남자식으로 가는게 맞다. 애가 배배 꼬여 있어서 오히려 돌직구에 약하더라고.
아무튼, ‘히로인으로서의 약점’은 웬만하면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건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약점을 후벼 파는 거잖아.
“열어라.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도울 수 있다. 장담하지. 【오직 나만이 너를 도울 수 있다.】”
끼익. 하고 문이 열린다.
하여간. 귀찮게 하기는···.
“정말,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그 전에 옷부터 제대로 입고 나오도록.”
“···아, 네, 네!”
이졸데는 얼굴을 붉히며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힘든가보네.
이런 실수를 하는 녀석은 아닌데 말이야.
***
이졸데는 안절부절 못 하다가 내가 내어준 심신 안정 효과가 있는 차를 마시고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리고 들려준 이야기는 ···아니길 바랐던 결과였다.
“기억에 혼선이 있다?”
“분명 랩실에서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게 있잖아요? 화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이성의 끊을 놓는다던가 하는 단계···. 그런게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심정이 터져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가.”
이 또한 보라색 마녀의 특기다.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 되어버렸다.
“보라색 장발을 한 여자와 만난 적 있나?”
“아뇨 없습니다.”
이 물음으로 체크메이트.
이것도 보라색 마녀의 특기다.
애당초 누군가를 만났음을 물어봤을 때,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없습니다. 라고 말 할 수 있겠나? 일단 한 번 생각해보지.
그 녀석은 폭주를 일으킴과 동시에 자신을 만났다는 사실까지 세뇌를 걸고 기억이 흐릿해질때 쯤 다시 만나러 온다.
여하튼 귀찮게 되었어.
“아무튼 그런 추태···는 크게 고민하지 마라. 랩실 쪽 교수와 선임 대학원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대학원생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라면서 웃어 넘겼다고 한다.”
“···그, 런가요?”
“그래. 물론 교수가 쪼잔하다면 이를 트집잡아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 황실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가, 감사합니다. 황자님.”
실로 약해보이는 이졸데의 모습.
하긴.
오직 신념만으로 살아가던 녀석이 그것을 포기하고 폭주했으니 얼마나 괴로울까.
“괜찮나?”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지 않습니다. 저는 정말 랩실도, 대학원생 생활도 즐거운데 어째서 그런 짓을 해버린걸까요. 저는 ···대체.”
“음.”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가보다.
하지만 심리 상담은 내 전문 분야가···.
잠깐.
“이졸데. 이졸데 크루엘.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 시험해도 되겠나?”
“예. 예에···? 실험 결과를 표기할 용지를 가져올까요?”
“아니. 그런 대학원생 같은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일단 내 눈을 보고 있어라.”
“네? ···네.”
【황실혈통 발동】
【이미 완숙의 경지입니다】
【단일 대상으로 강렬한 위압을 겁니다.】
“【고개가 드높구나, 숙여라. 나는 너에게 반항을 허락한 적 없다.】”
“윽···. 으윽···?”
이졸데의 눈에 생기가 사라진다. 점차 나에게 위압이 걸려 눈에 ‘공포’가 맴돈다.
그리고 우울이 공포로 바뀌려는 그 순간.
【황실혈통을 해제합니다.】
“······잘 견뎌줬다. 어떻지?”
“어떻 ···냐 하심은?”
“아니. 됐다.”
네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거든.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건 상태이상을 황실혈통으로 파쇄했습니다.】
【황실 혈통의 공격적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역시 그랬나.
그 녀석의 정신공격이 내게 먹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하지만 ···내 정신공격으로 녀석의 지배와 세뇌를 깨끗하게 지워낼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괜찮군. 해볼 만 하겠어.
이졸데의 눈도 멀쩡하게 돌아온 듯 하다.
“이졸데. 내게 맡겨라. 남은 일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아뇨. 황자님. 그런 배려는 괜찮습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야지요. 의도와 신념을 가지고 배움의 길을 걷는 이상 언젠가 홀로 서야 할 때가 옵니다. 그건 비단 ···학문 뿐만 아니라 인생도 그러하겠지요. 제 인생은 ···제 스스로 해결하겠습니다.”
이졸데는 그리 말하고 방긋 웃었다.
“그런가. 그러한가.”
“예에. 부족했던 것은 신념을 믿는 마음 행하는 용기. 그리고 각오. 앞으로 향후 15년간 대학원생활을 할 기세로, 정진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역시.
이래야 이졸데지.
자 그럼.
이졸데는 근간이 맛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신념이 있어서 노력하는 녀석이다.
즉. 노력하는 놈들을 좋아하는 내가 그럭저럭 호의어린 시선으로 못 봐줄 건 없는 녀석이라는 의미다.
“그런 녀석을 괴롭혔다면.”
나는 나대로 한 번 찔러주고 와도 괜찮지 않을까?
***
블랙 마켓에 상주하는 모든 이가 검은 깃발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간다 뿐이지 양지에서는 세금 문제로 처리하기 힘든 물건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조금 불법적인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전원이 범죄자인 건 아니다.
단순히 일탈을 즐기는 녀석도 있고 말이야.
거기에 검은 깃발의 간부들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녀석들이 미치지 않는 이상 저 간부에요. 하고 모이겠냐.
뱃지는 강한 놈이 가져가는 방식이고, 그래서 간부들도 서로를 모른다.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누가 검은 깃발의 간부고, 그 세력 속 오른팔인지.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나 빼고 모른다.
“사···살려줘. 사···알려.”
배불뚝이 남자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입에 게거품을 물고 이쪽을 향해 손을 내민다.
옆에는 반마족 에르헬이 키득키득 웃고 있다.
“마스터. 살려달라고 하는걸요? 죽일까요?”
“【그럴 필요 없다. 우리의 손을 더럽힐 것 조차 없는 쓰레기다.】”
이 곳에서는 외형이 자유롭기에, 지금의 나는 검은 머리로 염색하고, 얼굴의 위쪽만 가리는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를 입고 괴도 모자까지 챙겼다.
거울을 보니 조금 멋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에 들어요.
아무튼.
이 돼지는 쓰레기다.
시에스타 루트에서도 그녀에게 숙이는 척 하다가 반기를 들어서 살해당한다.
주 업무는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다. 아무튼 무척이나 나쁜짓이에요.
그러니까 곱게 깜방에 쳐박아 주는 것으로 목숨도 살려주고 범죄자도 잡는 일석 이조 아닌가요.
“너, 너희들 ···내 주인께서 보시면 용서할거라 생각하는거냐···?”
“시끄럽네요. 진짜. 자, 제 눈을 보세요.”
“흐, 흐극 그아아아악···!”
반마족 에르헬은 돼지의 눈을 보면서 작게 저주를 걸었고 ···몸에 둘둘 만 마력 호신부로는 대응할 수 없는 공포의 저주에 돼지가 몸을 비튼다.
“적당히 해라. 죽이면 죽이는대로 시체 처리가 귀찮아진다.”
“후후. 예. 마스터. 뜻대로 하겠습니다.”
에르헬은 곱게 고개를 숙였다.
그 자태는 실로 고귀해서 평소에는 ‘히잉’ ‘후엥’ ‘살려조요’ ‘에르헬은 응애야 응애는 아껴조야대’ 같은 식으로 찐따 티를 팍팍 내지만,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기세 등등해서 ‘자칭 섹시하고 성숙하고 요염하기 그지 없는 악마 누나’ 컨셉이 된다.
“그럼 이 돼지를 괴롭히다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 이건 공물이다. 이런 돼지라도 마스터가 있고, 그 마스터는 ···이 돼지를 자금줄로 쓰고 있을 테니까.”
“어머···. 후후. 악마 소환의식 같네요.”
“크게 다를 건 없다.”
원래 제사를 지낼때도 돼지 목을 바치는 것이 우리네 전통 아니겠나.
그렇게 에르헬이 저주로 돼지를 괴롭히고 있을 때.
“그 쯤 해라. 진짜 손님이 온 듯 하구나.”
만월 너머에서 그것이 걸어왔다.
달빛에 반사되는 긴 보라색 머리.
우스꽝스러운 넓은 챙 마녀 모자. 그리고 원피스.
옆으로 걸터 앉은 나무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날아.
ㄷ
달을 등지고, 만면의 미소로 마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죠?”
그 미소는 불쾌하다는 증거. 그녀는 마력을 최대한 뿜어내면서 이쪽을 압박했다.
저 녀석의 마력치는 아일라와 동급.
즉 에르헬은 버틸 수가 없다는 의미고, 즉.
“···히잉. 마스터.”
“뒤로 물러나라, 네가 상대할 급이 아니구나.”
“네에···.”
에르헬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내 뒤로 물러섰고, 마녀는 지팡이에서 내려 내게 다가왔다.
“돼지 사냥을 하고 계셨나요?”
“그래. 무척이나 불쾌한 돼지가 있길래 따끔하게 사냥하고 있었지.”
“어머, 그건 무척 좋은 생각인데 ···그 돼지에게 주인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그럼 알다마다. 보라색의 마녀 시에스타가 키우는 애완 돼지라는걸 누가 모르겠나.”
“‘그래요? ‘당신’이 ‘죽었으면’ 할 정도로 ‘불쾌’하네요.’”
【정체불명의 마법사의 정체는 시에스타 W 크래프트였습니다.】
【1티어 정신지배 능력. 윗치 워드가 발동됩니다.】
역시 1티어 지배 스킬이다.
무섭구만 그래.
【황실 혈통이 자동으로 카운터를 칩니다.】
【동 티어임에도 위상의 차이는 현격합니다.】
【윗치 워드를 완전히 무효화 합니다.】
“···그럼 어서 꺼지세요. 근처 숲에서 목이라도 매달던가요.”
【황실 혈통이 오토 카운터를 발동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하려고 왔는데 말이다. 갑자기 사람을 죽이려 들다니, 마녀들은 여전하구나.】”
“······아? 윽. 으극··· 윽. 뭐 ···야 이거.”
뭐긴 뭐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최면 세뇌 지배 능력이지.
“【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라. 그 뒤에 이야기를 하자꾸나】”
“···아, 크윽 ···싫······어.”
정말 오랜만에 조금 화가 났거든요. 제가?
“【그래. 이야기를 하자꾸나. 흉금을 털어놓고 할 이야기는 많지.】”
“싫···어. 내 정신에 들어오지···마.”
하지만 어른이니까 대화로 풀어줄게요.
자.
즐겁고 신나는 토킹어바웃 타임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