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2)
다들 많이 기다렸지? 그럼 울프람 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어린 시절 즐겨 봤던, 전 애인의 환생이라는 이유로 중학생이랑 썸을 타면서도 전 애인을 잊지 못하는 하얗고 빨갛고 가끔 까매지는 개새끼의 오프닝을 굳이 반추하지 않더라도, 슬슬 나는 내 이야기를 준비해야 했다.
대뜸 이야기를 준비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 경진 대회에는 각각의 ‘스테이터스 보정’이 붙는다.
당연하지만, 무신제는 근력이랑 체력 높은 놈이 이기고, 마신제는 마력 높은 놈이 장땡이겠지.
그렇다면 매직 크래프트 부문은 뭘까. 재주가 높아서 물건 잘 만든 놈?
아니 아니다.
D/Z SAGA는 묘한 곳에서 디테일을 신경 쓰는 아주 개 같은 게임이고, 자기들끼리 이스터에그 처넣고 낄낄거리는 걸 좋아하며, 설정놀음 재밌어하고 온갖 분기점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똥을 깔아놓는 게임이다.
그래서 좋아. 완전 개좋아.
아무튼 나의 게임 취향은 잠시 접어두고 매직 크래프트는 제작사의 ‘악의’가 느껴지는 보정이 붙는다. 그게 바로 ‘화술 스킬 보유’의 유무다.
매직 크래프트 부문의 구조를 보자면 ‘학생이 출품된 물건을 단상 위로 올라감’ ‘뭔가 떠드는 연출을 보여줌’ ‘심사위원들이 반응하는 연출을 보여줌’ ‘채점 결과가 나옴’ 순서다.
즉 아무리 생각해도 직접 PR을 해야 하는 구조. 디테일을 생각해보자면 화술 스킬 보정이 붙는 것도 당연하다.
[저, 그러니까 이건···. 기름 없이···. 튀김···을.] [제대로 좀 말해주세요. 잘 안 들립니다.] [···그, 그러니까요. 이게···.] [할 이야기 없나요?] [···죄, 죄송합니다.]지금도 3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울먹이며 내려갔다.
물건 자체는 아마 열심히 만들었겠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방구석에서 아이템만 만드는 찐따 새끼’가 ‘소개를 직접 해야 하는’ 지옥도.
어떻게 그런 나쁜 짓을 할 수 있지? 너는 정말 나쁜 아이야.
이걸 알아낸 계기는 단순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매직 크래프트 부문에도 뭔가 개수작을 해뒀을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몰라 한참 고민하던 나는 켈터스로 ‘호감가는 네임드’ ‘카리스마 완장’ 스킬을 얻고 이브와 레지나를 동시에 공략해본다는 미친 플레이를 감행해봤고, 1학년 매직 크래프트 부문에 도전한 결과 1학년 때 레지나를 매직 크래프트 부문에서 꺾아 봤다.
그리고 울프람이 가지고 있는 스킬은 바로 ‘황실 혈통’
졸프를 성불 시킬 때도 써먹었지만, 이번에도 잘 써먹어주겠다.
“자. 울프람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후우.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나는 아싸가 아니다. 나는 제대로 PR할 수 있다. 나는 친구가 많다. 나는 쫄지 않았다.”
끝없이 자기 자신을 믿으며, ‘어떻게 내 이야기’를 풀어갈지 정하는 것이다.
“나는 쫄지 않았다. 나는 설명을 잘 할 수 있다. 나는 최고다.”
***
무신제. 마신제. 매직 크래프트.
합쳐서 제프린 학생 경진대회는 모든 부문이 같은 날 열린다.
그야 행사를 진행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고, 학사 일정에도 이유가 있다.
여기는 마신제가 펼쳐지는 제2마법학구 대련장.
초대 황제가 만들었다고 하는 방벽에 의해 어떤 마법을 써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당 구조의 건물이었다.
실제 전투가 펼쳐지는 무신제보다는, 화려함과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이 마신제는 선혈 낭자한 전투보다는 제프린의 ‘신비’를 보고 싶은 학생들이 주로 참석하고, 관전한다.
허나 오늘의 마신제는 조금 달랐다.
3학년 학생의 독주.
물론 마법은 한 명의 천재가 십 만의 보통 마법사들을 대체하는 직군이며, 아일라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 선 마력이다.
물론 일정 이상의 궤도에 오르고 이름을 알린 마법사들은 마신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재능을 믿고 다른 학생을 억압한다느니 짓누른다느니 하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1학년부터 내내 학년 차석이었으며 단 한 번도 수석을 하지 못한 트라이스타 가문의 영애가 마신제에 참여한다고 하면 그런 오명을 씌우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이고.
동시에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허나 그 승리 방식이 범상치 않았다.
“【흑수정:단발:최강화】”
빠악!
미간에 단 한 발.
극도로 정밀하게 운영된 마력.
일절의 낭비가 없는 흑수정창을 쏘아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일반 마법사가 쓰러진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3연승!] [파죽지세의 기세입니다. 정말 놀랍군요.]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하하. 승리에 전혀 자만하지 않습니다.] [네. 흑수정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입니다만, 그 때문에 관객석이 더욱 시끄럽습니다.]허나 그녀는 결코 웃지 않는다.
승리에 자만하지도 않는다.
“······.”
보통 사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싸움에 들어가는 순간 아일라는 완전히 변한다.
승리에 대한 평가도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다가가지도 않는다.
허나 어쩔 수 없다. 이게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성격이다.
평소에도 가급적 미소를 보이는 것은, 인정한 사람들 앞에서 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표현해도 배신하지 않을 사람 앞에서 뿐.
그것이 제국 2위 상인 가문. 황금의 양대산맥. 트라이스타 가문의 장녀가 당연히 취해야 할 행동이다.
그러니까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최근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감정을 내비친 것은 바로···.
“울프람은 잘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거기까지 생각하고 아일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은 64강전입니다!] [선수들이 많이 지쳐 보이는데요. 분투하길 바랍니다!]해설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일라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울프람의 계산이 맞아 떨어 질 줄이야.”
병아리를 주워서 키우는 울프람은, 켈터스에게 이기는 법이나 자기 자신이 매직 크래프트에서 어떻게 이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나가듯 물었다.
[마신제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력을 아껴라.] [네?] [무조건 일격에 상대를 끝낸다고 생각해라. 마법의 연전은 마력보다 체력을 먼저 갉아먹는다.]“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네요.”
아일라의 체력은 15
마법사로서는 확실히 높은 편이지만, 앞으로의 싸움을 생각하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이제 64강.
앞으로 싸움은 5회나 남았으니 말이다.
[다음 대전은 흑수정 아일라 트라이스타와 화창 발더!] [정말 기대대는 싸움입니다.]“자. 다음 싸움도 일격으로 끝내볼까요.”
대기실을 나서는 아일라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싸움 상대의 정보보다. 지금 홀로 반역의 날개를 펼치고 있을 약혼자의 얼굴이었다.
***
매직 크래프트 부문은 자진 사퇴와 예선 심사를 떨어진 이들을 제외하면 약 40 작품이 서로 겨루고 있었다.
사실 볼만한 것은 없었다. 매직 크래프트라는 게 그렇다.
보통 레지나 판 깔아주기고, 거기서 켈터스가 이기면서 새로운 파문이 일어난다.
그리고 지금, 막 38번째 제품 소개가 끝나고 모든 것을 압살할 최종보스가 단상에 섰다.
항상 이렇단 말이지. 마지막 직전에 자리하고 이목을 끈다.
[다음은 레지나 시엘라 양의 매직 크래프트 제품입니다.] [레지나 양 이번 제품은 뭔가요?]치렁치렁 금발이 단상 위에 올라가, 마도 공학 마이크를 잡는다. 직후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카트 위에 마도공학 제품이 담겨 온다.
[오늘 제가 소개시켜 드릴 제품은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손목 시계입니다.] [손목 시계. 이것만 들어서 특별한 건 모르겠는데요.] [기존의 손목시계와 다르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침과 분침. 심지어 초침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시간이 표기되는 거죠?] [저희는 마법 잉크를 이용해 문자가 만들어지고, 지워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자 보시죠!] [와! 시간이 숫자로 표기되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려 밤에는 버튼을 누를 경우 발광 기능이 붙었으며 그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멋진 디자인이죠. 무엇보다 자체 테스트 결과 30m 방수 기능까지 붙어 있답니다!]“아 저게 지금 발표되는 거구나.”
대기실에 앉아서 나는 저 발표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막부터 제프린 매점에 추가되는 물건 중에 저 시계가 있다.
꽤 잘 써먹긴 했다. 저거 기능이 ‘시간 제한 퀘스트’에서 남은 시간을 초단위로 표기해 주는 기능이다.
문제는 저거···. 엄청 자주 고장 난다. 아니 애당초 소모품 악세서리다.
미션 한 번에 하나씩 소모되는데 아우···.
정확하게 떠오르는 게 있다.
“···그거로군.”
논산 앞에서 파는 5천원짜리 손목시계.
유명 명품 브랜드를 흉내 낸 이미테이션. 짝퉁.
“짭샥.”
저 개같은 물건.
쟤는 저거 황실에 잘못 납품했다가 자기 루트 꼬인다는 건 알고 있을까?
***
[네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마지막 매직 크래프트인데요. 발표자는 무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학생입니다!] [무척이나 특별한 물건을 준비했다고 합니다.]“음.”
“어머.”
대기실을 나서는데 레지나와 마주쳤다.
“물건은 봐 주셨나요?”
“괜찮더군. 그런데 그거 성능 안정화는 된 건가?”
“······네?”
“역시. 보통 시계라는 건 한 번 사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드는 물건이니 대놓고 내구성을 떨어트렸겠지.”
“그런 트집은 듣고 싶지 않네요.”
“트집일지 아닐지, 상인으로서 네 가슴에 직접 물어 보거라. 황실 납품을 할 거라면 성능도 좀 개선하고 말이다.”
“···충고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그리 물러서려는 레지나를 불러 세웠다.
“내 소개는 안 보고 가나?”
“······.”
“뭐 됐다. 나중에 200만 린이나 잘 수령해서 가도록.”
“승리를 확신하시는군요.”
그럼 뭐.
내가 이 짬밥에 지면 말이나 되겠니.
***
그리고 단상에 올라가 물건을 받았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학생의 물건은, 무척이나 독특하군요.] [네 스스로 고안한 마법적 기능이 있는 간식이라고 합니다. 이로운 효과를 부여한다고 하는군요.] [그럼 이름은 버프형 간식 인가요?] [아뇨. 등록명은 매지컬 스위트입니다. 예쁜 이름이네요.] [이름은 좋군요. 그럼 소개를 들어보시죠.]“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이 간식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부터 말 해 주도록 하지. 우선 앞에 놓인 간식들을 봐라.”
나는 마이크를 쥐고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말이 거칠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크흠. 저희는 심사위원입니다. 좀 더 표현을···.”
아 이분들 참 정말 말 많네.
황실 혈통을 액티브로 켜고, 나는 이들을 쏘아봤다.
【우선은 먹어라.】
“······.”
“그럼 뭐 맛을 볼까요?”
“예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가 만든 간식을 한 입 먹는 순간 모두 말을 멈췄다.
그 사이. 나는 아일라가 준비해 준 마력 포션을 한 입 머금고, 다시 한 번 스킬을 발동시켰다.
【제일 작은 초코볼은 9티어의 풍속성 투사체 저항. 그 옆의 스틱형 쿠키는 9티어 물리 회피가 걸려 있다. 그리고 메인 디쉬인 케이크에는 8티어의 하프 버서크 버프가 걸려 있다.】
그 뒤로 바로 마력 포션을 마셨다.
솔직히 말하자.
8티어는 전장에서 써먹기에 엄청나게 애매하긴 하다.
이 매지컬 스위트도 엄청나게 미묘한 스킬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것은 파격.
성능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제시.
아일라가 말했다. [누가 이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겠어요?]
이브가 말했다. [잠든 산맥 원정대를 꾸미려면 얼마의 돈이 들어갈지 모른단 말입니다.]
그래.
현실이 된 D/Z SAGA의 특징은 누구도 ‘월드 밖’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그야 모두 목숨이 소중하니까. 나가고 싶지 않겠지.
덕분에 마법은 열화하고 전투는 질이 낮아지고 싸움은 없다.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검의 가격은 열 배가 뛰고, 재료 수급이 난처해 디저트라는 개념이 옅다.
【마법이 발전하고 인간은 거주구 안에 틀어박힌 이후. 인간은 실로 재미없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러니까 나는 이들에게.
이 매직 크래프트 대회에서, 사기를 좀 쳐볼 생각이다.
【생각해봐라 8티어의 버프를 즉시. 마나 소모 없이 걸어주는 간식. 취식까지 고작 5초.】
게임의 악당의 말이 어째서 매력적이냐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낭만과 모험을 팔고, 이상을 제시하니까 그렇다.
그들은 허황된 사기꾼이지만 누군가를 혹하게 만든다.
【나는 이 과자를 티켓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바깥을 모험할 생각조차 하지 고여 버린 제프린을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는 기회.】
【300년 만에 문 밖을 열고 나갈 수 있는 티켓】
【나는 그 기회를 우리 세대, 지금 이 시대에 제안하고 싶다.】
싸구려 이상의 혹세무민이면 어때.
그게 더 삼류 악당답지 않은가.
【따라 와라. 데려가 주마.】
제한시간 오 분.
삼류 악당이 일반인들에게 사기를 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