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29)
428. 믿어보고 싶은 마음
레지나 시엘라와 함께 식탁 앞으로 가자. 생각보다 많은 요리의 양에 놀랐다.
다른 시종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직접 만들었나?”
“네.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하였습니다.”
그리 말하며 웃는다.
그런가. …다 직접 만든 것인가.
친구를 집에 초대했을 때. 직접 만든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다.
그 정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나는 자리에 앉아 내 앞에 놓인 스튜 그릇을 당겼다.
“그럼 들도록 하지. 레지나 시엘라. 네가 직접 만든 요리라니 특별히 더욱 흥미가 가는구나.”
“과분하고도 감사한 말씀입니다.”
“음.”
크림스튜.
레지나 시엘라가 만들기에는 무척이나 서민적인 요리다.
“신기하구나, 네가 이런 요리를 만들 줄이야. 이런 서민적인 요리라….”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요?”
“아니. 반대다. 무척이나 흥미로워. 어쩌다 이런 요리를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한거지?”
“그야. 황자님께서 서민들을 위한 편의점을 여셨으니까요. 후후.”
“호오. 내 의중을 파악하고 잘 보이겠다는 의미인가?”
“예에. 자. 어서 드시지요. 정말 ‘특수한’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스튜랍니다.”
“그리 강조하지 않아도 먹을 생각이다.”
내가 스튜를 살짝 떠 입으로 옮기자, 레지나는 황홀하다는 듯 이쪽을 바라봤다.
“황자님께서 …제가 손수 만드신 ‘특별한’ 요리를….”
“…….”
레지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도 스푼으로 떠 사랑스럽게 스튜를 바라봤다.
뭔데.
왜 스튜를 사랑스럽게 보는건데.
뭘 넣은건데.
마약이라도 넣었나?
나도 한참 스튜를 바라봤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과 시간을 가졌다.
식사 중에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레지나는 무언가 대화를 하고 싶은 듯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오늘 이렇게 집에 초대했다는 것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겠지. 무엇이지?”
“아 …그, 그게 마, 맞다. 황자님은 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
?
그 물음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제작이다만.”
“아….”
그리고 다시 레지나는 입을 다물었다.
음.
그러고보니 …들어 본 적 있다.
아싸들은 이야기를 할 때 단답형으로 끊어서 말하고, 인싸들은 상대가 파고 들 여지를 주면서 대화의 핑퐁을 유도한다고 말이야.
물론 인터넷에서 수만의 카페원을 거느린 저는 슈퍼 인싸기 때문에 아싸들의 마인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실의 친구요? 그걸 왜 묻죠? 맞짱 뜨던가.
아무튼.
편의점도 접객업이고, 어느 의미 그런 …인싸의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 좋은 상황이다.
“그럼 레지나 시엘라의 취미는 뭐지?”
“아, 저 …저는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씁니다.”
“호오. 예상외로군. 나는 상품 확인이나 신상품 제작이라 생각했다만.”
“후후. 그건 일이니까요.”
“창작이라 좋은 취미지. 그럼 무엇을 그리고 있지?”
“최근에는 인물화에 빠졌습니다. 사람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시를 쓰지요. 후후.”
“호오. 그런가 …그러면 나중에 꼭 보고 싶군.”
“…….”
레지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또 대화가 끊겼다.
뭐지? 왜 끊기지?
이건 내 잘못 아니지?
아무튼.
대화는 계속 이어지는게 좋으니, 이번에는 내가 화두를 던져보자.
사람은 약점을 드러내고, 조언을 받으려고 할 때 상대방의 보다 많은 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또 다른 취미를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너는 일과 취미를 완전히 분업하고 있지 않나. 나는 일이 곧 취미가 되어버린 재미없는 인간이라 말이다.”
“…아. 그,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황자님께서는 예전부터 미술에 흥미가 있으셨으니, 그쪽은 어떠실까요.”
“나쁘지 않구나.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전.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다. 위치가 바뀌면서 생각이 바뀐걸지도 모르겠어. 어디. 다른 취미를 추천할만한 것은 없나?”
“그, 글쎄요. 저도 가문을 잇겠다는 마음에 취미도 교양으로만 익힌 것이라….”
“그런가. 서로 재미없는 인생을 살았구나.”
그리 말하자, 레지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렇다면 …지, 지금부터라도 서로…. 함께 재미있게….”
“음?”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잊어주세요.”
양 손을 꽉 쥐고,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레지나를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보다.
그래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믿고 싶다.
이 녀석의 편견을 깨고, 이 녀석은 바뀔 수 있다고 내가 이 녀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언제나 완벽, 완전을 목표하던 이영진이 …참 물러졌다 싶으면서도, 이 무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레지나 시엘라.”
“네, 네헤!”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마침 단 둘이 있으니 시기 또한 적합하구나.”
“마, 말씀하세요. 황자님.”
“이걸 받아주겠나.”
그리 말하며,
나는 레지나에게 작은 함 하나를 넘겼다.
안에 작은 악세서리 하나 정도 들어가면 딱 맞아 떨어질 사이즈.
고급스러운 비단으로 케이스를 감싼 금색 상자.
“아…. 자, 잠시만요. 시 싫은건 아닌데. 이, 이게 현실인지. 잠시만요.”
“그리 긴장할 건 없다. 너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증명하고, 입증해 왔으니까. 그러니까 …자격은 충분하다.”
레지나는 당장 울 것 처럼 상자를 양 손으로 꼭 쥐고, 조용히 열었다.
그 안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악세서리가 있었다.
그래.
“앰블렘?”
“그래. 우리 파티의 앰블렘이다.”
“아, 그, 그렇군요. ……앰블렘을 왜…?”
“그걸 달면, 지금부터 너는 우리 파티의 ‘정식 파티원’이 된다.”
“……….”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파티원의 무사 귀환과 성장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는 게스트였지만 …정식으로 묻겠다. 레지나 시엘라. 우리 파티에 들어오겠나?”
“아, 음…. 네.”
…….
뭐지.
방금 전까지 울 것 처럼 기뻐하지 않았나? 묘하게 힘 빠지는 대답인데.
거기에 왜 …앰블렘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지? 나를 보고 왜 한숨을 쉬지?
뭐, 아무튼.
【레지나 시엘라가 정규 파티원으로 격상합니다.】
【호감도가 높은 파티원을 영입했습니다.】
【파티 메세지 송신 숫자가 하루 10건으로 늘어납니다.】
일단 레지나를 정규 파티원으로 올렸다.
쏠쏠한 메세지 상승도 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레지나 시엘라가 파티에 합류함에 따라, 파티에 세 명의 대마법사가 모였습니다.】
됐다.
마력 20이상의 마법사 셋이 모여야만 만들어지는 파티.
【극한의 마법 파티에 의한 파티 보너스가 붙습니다.】
【파티원의 모든 마법적 행동에 20%의 보너스가 붙습니다.】
【마법 시전 속도. 】
【다른 둘의 마력을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습니다.】
일명. 극마팟이다.
【극한의 마법 파티가 리더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기적이 일어납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마력치가 1 오릅니다.】
파티 리더는 마법을 하나도 못쓰지만, 어째서인지 마력이 오른다.
하지만, 나에게도 큰 이득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제작하는 모든 마법 물품의 대성공 확률이 올라갑니다.】
【마법 물품 대성공 제작시, 상위 2티어까지 제작 가능합니다.】
즉.
내가 4티어 마법 물약 제조를 대성공 때리면, 2티어의 물약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1티어에는 즉사방지와 회생의 물약이 있다.
이 세계에, 부활이라는 수단은 절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역사서 어디를 찾아봐도 부활 물약 직전까지 간 제조 이력은 없다.
켈터스 또한 물약과 제조만큼은 신의 영역에 닿지 않았다.
도구에 의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나약한 인간에게 갑옷과 무기를 쥐어준 드워프도, 지팡이와 로브를 안겨준 엘프도.
그 누구도, 물약으로는 1티어에 도달하지 못했다.
“본디 이 세계에는 없다고 했지. 그러면 내가 만들어보면 되는 것 아니겠나.”
“네?”
“아니. 아니다.”
부활의 물약.
어디 없다면 한 번 만들어보자고.
아. 맞다.
“레지나 시엘라.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말씀하세요. 리더.”
리더?
그래. 그렇게 부르는 건가. …괜찮네.
“이전 너와 싸웠던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
레지나 시엘라를 파티에 들이고, 당연히 게스트 자리가 비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비었다는 사실에 당연하지만, 그 아이가 돌격해왔다.
숨을 몰아쉬며,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눈을 불태우며 말이다.
“오, 오, 오라버니!”
“음. 스피카인가.”
“저! 저에요! 저! 제, 제가! 제가요! 해도 될까요?”
“사람에게 말 할때는 제대로 목적을 말해야 하는법이다. 뭘 말이지.”
“게, 게스…. 게스트…. 게스트 파티…원이요!”
“물론 가능하다. 네가 들어온다면 든든하지.”
“저, 정말인가요?!”
“다만, 앨리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
“…그, 그렇죠. 앨리스 양….”
“이번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쪽에게 게스트 파티원의 자리를 주마, 앨리스에게도 나중에 따로 전달해야겠군.”
“그, 그러지 마시고요. 오라버니. 이, 일단 저를 잠시나마….”
“안 된다.”
“하, 하지만 제 골렘은 엄청 도움이 된답니다! 자신 있어요!”
나는 스피카를 빤히 바라봤다.
워 메이지.
골렘 마스터.
그야. 엄청나게 도움이 되겠지.
애당초 1문 돌파를 골렘을 돌격시키거나 투척해서 그 안에서 폭파시키는것도 생각해 봤다.
그러면 네프티도 다치지 않고, 얼마나 편하겠나.
하지만 얼마 전 레지나와의 대화로 확실해졌다.
그건쓸 수 없는 수단이다.
“안 된다. 네 골렘은 너무 무르다.”
“…아, 아닌데요. 엄청 튼튼하지 않을까요.”
“네 골렘을 백 체나 부숴버린 레지나가 직접해준 말이다. 스피카. 네 골렘은 숫자를 신경써서 강도가 너무 낮다.”
“……으. 그 빈유가…. 나보다 작은 주제에….”
아무렇지 않게 심한 말을 하네.
내가 왜 괜히 ‘아일라’와 ‘이브’ 둘의 마력 방패를 최대로 전개해 투입해야 한다 했겠나.
엔드 컨텐츠는 장난이 아니다.
왜. 그럴거면 차라리 아일라에게 마력방패 두르고 돌입시키는게 더 빠르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 정도의 마력방패가 없으면 투입은 꿈도 못 꾼다.
무기물인 골렘을 밀어 넣어봐야. 1초만에 삭제될 뿐 거기에 골렘에 달린 폭탄을 쓸데없이 허비할 뿐이다.
몇 번이고 계획을 짜 봤지만, 지난 번 필티아가 왕홀을 뽑았을 때 조우한 마족들도 스피카의 골렘은 두부 썰듯 썰 수 있다.
필티아를 이용해서 공중에서 폭격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저 어린 드래곤이 완벽하게 투척을 해낼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투척을 아일라에게 맡긴다 라거나, 그 외에 모든 방식을 다 생각해봤지만 결국 안 된다.
“거기에, 골렘과의 시야 공유가 완벽한 것도 아니지?”
“…네에.”
그래.
컨트롤의 미숙. 이것 또한 문제다.
결과적으로 문의 핵 근처까지 폭탄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것은 아일라. 그리고 이브의 마력 방패를 전신에 두른 후, 완벽하게 돌격을 해낼 수 있는 네프티 뿐이다.
신뢰의 기사는 내 기대를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지, 지금은 조금 무를수도 있지만요….”
“스피카. 너의 시간은 길다. 조금만 기다려라.”
“…으.”
아쉽지만, 스피카는 조금 더 성장하길 기대해야 한다.
“착한 아이니까. 기다리거라.”
“…네. 오라버니.”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스피카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울프람! 드디어 성공했어요! 울프람이 원하는 파괴력이 나오는 폭탄을 만들었어요!”
“그런가.”
문을 열고, 활기차게 웃으며 들어오는 아일라.
“네! 이제 이 폭탄으로 언제든지 엎어버릴 수 있어요! 자! 명령을 내려주시죠! 반역의 봉화를 피울 때에요!”
“…….”
“언제 할까요? 어떻게 할까요? 해치워 버릴까요? 한 마리도 남겨두지 말고 전부 지워버려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방긋방긋 웃었다.
그 미소가 마치 …이전, 그러니까 모니터 속 아일라를 떠올리게 해서….
“울프람! 어서 명령을 내려주세요! 당장이라도, 전부 지워버릴 수 있어요!”
“아일라. 그건 마족을 보고 하는 말 맞나?”
아일라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