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39)
438. 망할 꼬맹이
파티원과 파트너 그리고 히로인.
정확히 말하자면 셋 다 전부 다른 개념이다.
첫째로는 히로인이다.
이건 말 할 것도 없다. D/Z SAGA에는 메인 넷과 서브 히로인들이 존재한다.
빛의 황녀. 대마도상인.
천률의 날개. 보석검.
이 네 명을 메인스토리의 히로인이라고 한다.
그 외에 엘피라네, 필티아 등의 ‘초월종 서브 히로인’
스피카를 필두로 하는 ‘마법학부 서브 히로인’
앨리스를 필두로 하는 ‘기사학부 서브 히로인’
그 외에 ‘시에스타’의 어둠의 루트.
이게 큰 분류에서 ‘히로인’이다.
둘째로는 ‘파티원’
파티에 합류시켜서 같이 원정을 나가거나, 선물을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 친밀도가 오른다.
당연히 개인 루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파티원들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텍스트가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 버전 바탕화면을 뿌리고 2차 창작에서 모두가 오열하는 명작 소설들이 쏟아진다고 해도 지정된 엔딩은 없다.
대표적으로는 신념의 기사 네프티.
단.
엔딩 흉내는 가능하다.
그게 바로 파트너다.
호감도가 최대치가 된 파티원을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것으로, 다른 모든 히로인 루트를 무시하고 파트너만 존재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결말이 나온다.
【 푸른 하늘.
그리고 모두와 함께한 추억.
허나 가슴속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다는 슬픔.
하지만 괜찮다.
내 곁에는 파트너가 있다.
XXX은(는) 내 곁에 있다.
그러니, 이 앞의 어둠조차 빛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라는 결말로 끝난다.
물론.
이것도 패치 1.04a에서 나온 거다.
파트너의 엔딩이 추가됩니다. 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솔직히 너무하지 않냐.
그냥 배경은 푸른 하늘이고, 캐릭터도 안 나오고, 대화창에 몇 마디 독백으로 끝.
당연히 보이스도 없으면서, 캐릭터 지칭할 때는 무려 은(는)이 붙어있다.
물론 ···이 D/Z SAGA에 서브 캐릭터가 몇인데 하나하나 대답을 짜넣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맞춤법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허나 그럼에도 우리 카페에서는 모두가 오열하며 기뻐했다. 살짝 불타오르는 여론도 있었지만 ‘지금부터 내 파트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결말에 머리깨진 디붕이들 손들어볼까? 우선 나부터’ ‘내가 누구? 코튼 파트너’ ‘어제까지 평범한 찐따였던 내가 지금은 요거트 파트너? 허리 펴고 가슴 펴고 자신있고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같은 글이 념글을 가면서 금세 진화되고 여론이 뒤집혔다.
그래도 만들어준 게 어디냐. 라는 여론은 진짜 미친 거지.
아무튼.
파트너는 그런 염원과 별개로, 엄청나게 좋은 특성을 몇개 가지고 있다.
파티 내에서는 게임 시간으로 한 달에 한 명만 파트너로 만들 수 있고, 나는 그 첫 상대로 아일라를 골랐다.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믿고 신뢰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리고, 이 던전은 장담컨데 아일라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갈까. 아일라.”
“예. 울프람!”
우리는 가볍게 주먹을 부딪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와! 허접들! 아하하! 주제도 모르고 도전하러 온 거 봐! 으음. 그래. 그럼 오늘은 랑시가 어떤 시험을 내려줄까?】
“······울프람 이건?”
“으음.”
뭐.
파트너 던전이라는거 자체가 1.04에 나온것도 그렇고, 그때 개발진이 약을 좀 먹었는지. 아니면 먹어야 할 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건지 맛이 간 패치가 많다.
“···이 앵앵거리는 여자애 목소리는 뭐에요? 한 열 살쯤 된 목소리인데.”
“아무튼, 들어가보면 알겠지.”
아일라에게 미처 말 못했는데.
이 던전은 다 좋은데 아나운스가 좀 그렇다.
***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돌 사이에 쌓인 먼지 향과 함께 어둠속에서 마법등이 켜졌다.
촤악! 소리와 함께 켜진 마법등을 의지해 주변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가 있는 안전 지대. 여기는 그냥 평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절벽.
그 주위를 ‘돌 발판’이 듬성듬성 떠있다.
즉.
“이 발판을 뛰어서 건너라는 건가요?”
“그렇다.”
“······쉽진 않겠지만, 할만하네요.”
한 발이라도 잘못 뛰면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던전 구조.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질 나쁜 장난’
하지만 이 던전은 ···그만큼 흉악하지는 않다.
【그럼 이 랑시가 허접하고 쓰레기면서 삼류인 너희들에게 이 던전의 룰을 가르쳐주겠어. 특별히 가르쳐 주는 거니까 집중하고 잘 들어. 너희들의 뇌로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네.】
약을 올리는 듯 한 꼬맹이의 말.
“······.”
【자. 이 던전의 룰은 간단해. 점프해서, 발판을 밟고, 다음 영역으로 날아가. 하지만 건방지게도 스스로의 같잖은 속도에 의지하는 쓰레기들이 노리고 올 수도 있으니까. 자.】
“읏?!”
“음.”
아일라는 인상을 찌푸렸고, 나는 몸에 힘이 깃듬을 느꼈다.
【너희들의 스테이터스를 전부 9로 맞췄어. 세상에 10도 안 되는 허접한 숫자라니! 허접. 허접. 삼류 스테이터스!】
그리 말하며 까르르 웃는 목소리.
세상에. 모두 9라니. 재주가 끔찍하게 떨어졌지만, 그와 반대로 체력과 근력이 무한하게 오르는 실감이 난다.
강한 힘. 더 강한 체력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오오 세상에
【대신 특별히 재주는 15로 맞춰줄게. 꺄하하. 이 랑시에게 고마워하라고!】
아니.
그만해.
나에게 더 이상 퍼주지 마.
내 안의 악마가 깨어나 버릴지도 몰라.
“으윽. 엄청나게 끔찍한 저주에요. 울프라암···.”
“그렇, 군.”
이대로 혼자 마계의 문을 전부 뚫어버리고 싶은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저주다.
나를 더 이상 강하게 만들어서 어쩔 속셈이냐···!
아일라는 울상이 되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애당초 이런 점프 맵은 스테이터스를 고정해놓는 게 국룰이니까.
나가면 전부 낫는다. 나가기까지가 좀 고생이긴 하지만 말이야.
“여기는 그저 뛰고, 뛰면 된다. 발판 보이지? 그리 어렵지 않다. 도착하면 전부 해제 될 거다.”
“그, 그렇군요.”
【이봐요. 허접들 잡담 시간은 끝이야! 자, 뛸 준비를 해야지! 어서 멍청하게 뛰어봐! 아하핫. 나를 즐겁게 해줄 거지? 응?】
직후.
내 몸 주위에 쾅! 하고 무언가가 떨어졌다.
“울프람?!”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떨어진 것은 하나의 새장.
나는 팔조차 내밀 수 없다.
즉, 갇힌 몸.
이 점프 맵은 한 번에 한 명씩만 도전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뛰었더라면 아일라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을텐데, 이건 조금 아쉽군.
이건 완전히 랜덤 요소라, 그냥 기도할 수 밖에 없다.
“네가 잘 뛰어서 결승점에 도착하면, 나를 해방해 줄 수 있다.”
“네, 네에!”
“아일라. 조심해서 뛰어라. 알겠나.”
“네, 네에 ···한 번이라도 넘어지면 위험하니까요. 잘 해볼게요!”
아일라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첫 발판 앞에 섰다.
가라. 아일라.
너는 할 수 있다.
“울프람을 지키겠어요. 제가···. 저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절벽 너머 발판에 몸을 날렸다.
첫 번째 발판을 무사히 밟고, 두 번째 발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 번째를 지나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저기만 도착하면 ···결승점!”
그리 말하고 신뢰의 도약으로 아일라가 날아간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
지상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
“발판이 있었는데에에에에에에!”
음.
그야 뭐.
이런 던전에서 사라지는 발판 정도는 흔한 함정 아니겠니.
아무튼 그렇게 아일라는 붕 날았고. 그리고···.
띠링 피이잉. 샤르라라랑.
묘하게 평온한 BGM과 함께.
【허접. 허접. 개허접. 점프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허접. 능력이 고정되면 점프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여긴 왜 온거야? 집에 돌아가서 우유죽이나 더 먹으렴.】
랑시의 묘하게 꼴받는 음성이 들려왔다.
직후 위이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올라오는 소리.
철컹 하며 멈춰서는 소리. 그리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라. 저는 떨어졌는데? 아래에 뭔가 푹신한게 있더니 ···그대로 레일 같은걸 타고 옮겨져서 ···울프람?”
“돌아온 걸 환영한다. 아일라.”
아일라가 돌아왔다.
***
뭐.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여기는 진짜 던전이 아니라 미니게임 형식.
설령 어떻게 잘못되더라도 사람이 크게 다칠일은 없다.
다만, 이 던전을 만든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그 흔히 말하는 항아리류 게임의 느긋한 BGM과 망할 꼬맹이의 앵앵거리는 보이스를 합쳐놔서 사람의 화를 두 배로 돋운다는 기적을 선보였다.
이건 대체 어떻게 발상을 섞으면 나오는 걸까. 거기에 항아리류 게임이라니 대체 언제적 게임이냐고.
아무튼 떨어지면 다시 태초마을.
“···어째서 처음에 이야기 안 해 줬어요? 안전하다고···?”
“그야 그 쪽이 더욱 진심이 되어 열심히 뛸 것 아닌가.”
“그야 그렇지만 ···돌아보면 제 유언이 발판이 있었는데! 가 될 뻔 하지 않았나요?”
“걱정 마라.”
“네, 네?”
“네가 유언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에, 너를 보낼리가 없지 않나.”
“······아.”
내 말에 아일라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파티원은 절대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 내 신조고 철칙이다.
“자 그럼. 다시 가야겠지 아일라. 횟수 제한은 없으니 어디 마음대로 뛰어보도록”
“네, 네!”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주먹을 꽉 쥐고, 다시 절벽 앞에 섰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뛰었을 때.
“방금 전에는 네 번째 아니었어요?!”
다시 한 번 지상으로의 비행을 선보였다.
아일라야.
패턴의 변주는 기본중의 기본 아니겠니.
샤르라라랑. 샤랑.
【아하하! 허접. 돌아가. 그냥 돌아가서 죽어버려. 이것도 못 뛰는 삼류.】
거 참.
이 BGM과 보이스는 진짜 언제 들어도 환상적인 조합이로세
***
그렇게 드르륵. 하고 아일라가 한 번 더 신속 안전 배달 되었다.
“울프람···.”
“왜 그러지.”
“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 자세히 보고 뛰어라.”
“하, 하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 ···저, 저 꼬마애의 아하하! 허접!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아. 그렇지.
아래로 내려가면 랑시의 추가 보이스가 있다.
그건 정말, 사람을 꼴받게 하지.
“정말 못 하겠나?”
“······윽. 조금만. 조금만 마음을 다잡을게요. 괜찮겠죠?”
“음. 그럼 보고 있어라.”
“네, 네?”
【포메이션 체인지】
그렇게 말 한 뒤.
나는 아일라와 위치를 바꿨다.
철창 안에는 아일라가, 절벽 앞에는 내가.
완벽한 위치 전환에 아일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울프람···?”
“잘 봐라. 지금부터 시범을 보여주지.”
체력 10. 근력 10. 재주 15.
가장 완벽한 스테이터스다.
아예 이렇게만 주어졌어도, 나는 지금쯤 마계 팔문 중 한두 개는 혼자 박아봤을지도 모른다.
넘쳐나는 힘을 가지고 절벽 앞에 서서 가볍게 뛰었다.
이 점프의 기본은 생각하지 않고 뛰는 것.
오른발로 절벽을 박찼다면, 왼발로 첫 번째 발판을 밟는 순간 반걸음 내로 두 번째 발판을 향해 뛰어야 한다.
“와···.”
등 뒤에서 아일라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문제는 세 번째 발판과 네 번째 발판, 어느 한 쪽이 랜덤하게 사라진다는 것.
즉 여기서 해결법은 간단하다.
세 번째 발판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달리면서 네 번째 발판을 스킵해 골에 매달리는 것.
결국 1/2 확률로 떨어지게 되어 있으나···.
“도박이 통했군.”
손으로 결승점 끝 절벽에 매달려 웃었다.
“울프람! 어서 올라가요! 골이 앞이에요!”
“음? ···아아. 너무 취했군.”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손을 슥 놓고, 미끄러졌다.
천장 위 랑시의 목소리에 비웃음 띈 채.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와 입구로 배송되었다.
입구로 돌아오자, 안타깝다는 표정의 아일라가 이쪽을 보며 위로를 건냈다.
“울프람···. 아깝네요. 정말 코앞이었는데.”
“일부러 미끄러진거다.”
“네?”
“마계의 문 중 하나는 ···이런 변수가 잔뜩 있는 곳이다. 심지어 능력이 고정되지. 그렇기 때문에 여기는 좋은 시험장이다. 즉. 네가 힘들어 할 때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 역할은 끝이다.”
“아···.”
“가라. 아일라. 설명은 길게 하지 않겠다. 네 눈으로 보고 느끼고 익혀라. 네가 위험해지지 않기 위해 나는 이곳을 골랐다.
”네, 네!“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다시 한 번 절벽 앞에 서고. 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번 더 미끄러졌다.
그리고.
샤라랑. 샤랑.
【허접. 허접. 개허접. 아하하! 집에 돌아가! 돌아가서 죽어버려.】
랑시의 목소리와 은은한 BGM이 다시 울려 퍼졌다.
”울프람. 저, 저 목소리 화나요···!“
”공감한다.“
거 참.
그랑펠리시에 녀석.
초월종이면 초월종답게 굴면 안 되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