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4)
길고 긴 하루가 끝났다.
보람찬 노동 마치고 편의점으로 귀환하는 발걸음 가볍기도 하여라.
“그럼 저는 이쯤에서 가볼게요.”
“고생 많았다. 아일라.”
“별 말씀을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우아하게 물러났다.
편의점에 도착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 죽을 만큼 피곤하다.
허나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음식이 몸을 넘어가지 않는 가운데, 하프 버서크가 걸려있는 케이크를 먹는다.
휙. 마고 마력이 줄어든다.
울프람의 마력은 3 그것이 깎여나간다.
체력과 근력이 마력 소모량의 절반만큼 오르고, 몸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활력이 돈다.
“이것이 3.5의 영역.”
대충 파악했다.
버프 지속시간은 역시 20분.
“가장 위험할 때. 한 번 움직일 정도의 틈은 되는가.”
지금 나는 나약하니까. 가지고 있는 패를 총 동원 해야 하고, 체력을 무려 1.5나 올릴 수 있는 이 하프 버서크 케이크는 생각 외로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없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내일의 준비다.
청소를 하고, 장사 준비를 마친다. 도넛 반죽을 냉동고에 넣고 크림도 냉동고에 밀어 넣는다. 출력을 약하게 해서 냉동고를 냉장고로 만들고 청소를 마친다. 재빠르게, 20분 내로 전부 해결한다.
“오늘의 싸움을 이겼다고 해서, 내일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그것이 자영업이다.
내일 해는 뜨고, 내일도 장사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는 만족하고 매트 위에 누웠다.
내일도 또 하루가 시작된다.
***
다음날은 근육통으로 쉬었다.
***
“······.”
머리가 지끈거린다. 몸은 물을 먹은 솜 마냥 축 늘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D/Z SAGA의 공식상 버서크 스킬은 언제나 ‘피드백’이 있다. 즉 마력을 소모한 만큼 체력을 키웠다면 나중에 그 데미지를 받는다.
나 같은 경우는 2에서 3.5로 무려 가진 바 체력의 75%를 강제로 강화했기에 그 피드백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아무튼 겨우겨우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을 너무 자유롭게 째는 거 아닌가 싶지만, 중간고사는 아직 좀 남았다.
“그보다는 1-3이 먼저지.”
입학식. 튜토리얼에서의 아일라의 패퇴.
공용기숙사 유령사건.
한밤중 기숙사 탈주사건.
그리고 찾아오는 1막의 끝.
각 막은 대부분 보스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당연하지만 1-3에도 보스전이 있다.
“꽤 중요한 분기점인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콩콩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곳에 분홍 병아리가 문 밖에서 조심스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밀푀유”
“···안녕하세요. 선배님.”
얼굴에는 병아리 모양 반창고를 붙이고, 무척 지친 기색이 가득하지만.
활짝 웃는 병아리가 있었다.
***
밀푀유가 찾아왔기에 가볍게 스무디 두 잔을 내왔고, 자리에 앉았다.
“뭘 그리 안절부절 못하고 있지.”
“네, 헤?”
“마셔라.”
“네, 네에.”
병아리는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내 부름에 깜짝 놀라며 삐약 거렸다.
스무디를 한 모금 쪼롭 하고 빤 병아리는 큰 숨을 몇 번 내뱉더니 이내 안정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선배님. 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우선 싸움 결과부터.”
“아, 아아. 네. 그것부터요. 으, 으흠. 그러니까···. 이겼어요. ···헤헤.”
“그런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꽤 놀랐다.
영웅 켈터스를, 낙제자 밀푀유가 이겼다.
“어떻게 이겼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서, 선배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했어요.”
내가 뭔가 가르쳤던가?
아.
“쾅.”
“쾅.”
우리 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한 음절이었지만,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쾅.
게임에서도 쓸 수 있는 기교다.
물마공 복합 캐릭터를 상대할 때.
근접 공격을 가해오는 상대에게 디펜스나 이뮨을 몇 번 성공시키면 상대 AI는 물러서서 마법을 준비한다.
그 캐스팅 타임에 기습이나 암살을 걸면 높은 확률로 성공한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아이가, 켈터스를 이기기 위해 몇 번을 굴렀을까. 기백만으로 켈터스에게 마법을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격을 허용했을까.
켈터스는 태생이 다르다. 존재 자체가 반칙이다.
그걸 오직, 올곧은 의지만으로 이겨내서 일격을 먹인 것이다.
말하자면 기적을 직접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번 넘어졌지?”
“······네?”
“켈터스를 상대하면서 몇 번 넘어졌지.”
“구른 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맞은 건 백 번 정도 되는 거 같아요.”
“······.”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헤헤 웃었다.
백 번.
이십분이 지나면 하프 버서크는 풀리고 밀푀유의 승리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이십 분 내에 백 번 이상 공격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켈터스에게 일격을 빼앗았다.
“무릎은 까졌고 손바닥은 찢어졌겠지. 많이 아팠을 거다.”
“···네. 엄청 아팠어요.”
“그럼에도, 해냈구나. 수고했다. 열심히 했어.”
“······네!”
밀푀유는 장갑을 낀 왼 손을 들어 올려 브이를 그리면서, 내가 본 적 없는 화사한 미소로 답했다.
아. 장갑.
“그 장갑은 도움이 되었나보군.”
“네, 네헤? ···아. 네! 도움, 도움이 엄청···. 그러니까 아니 엄청까진 아닌데. 아니 엄청 되긴 했는데요.”
“확실히 말해라.”
“그, 그러니까요. 선배님이 옆에 계시다고, 생각···이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그러니까 더 빠르게 그러니까···.”
“더 빠르게 공격할 수 있다고 느껴졌나?”
“네, 네에···. 곁에 계셨···다고. 그러니까.”
“그건 맞는 말이다. 더 빠르게 공격했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밀푀유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 그 말은 그러니까···. 저와 선배님의 마음,이? 그 때 하나로 이어져···.”
“그 장갑은 재주 10 미만을 +3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빨라진 게 맞아.”
“······.”
“왜 그러지?”
“장갑. 정말 감사하게 잘 썼습니다. 선배님.”
갑자기 깍듯하다.
“이거, 돌려드릴게요.”
좀 차갑기도 하고?
“음. 잘 썼다니 다행이군.”
“네.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이겼어요.”
아니.
그건 아니지.
“허튼 소리.”
“네에?”
“전부 네 노력이 빚어 낸 것이다. 스스로 이뤄낸 성과다.”
“······우.”
병아리가 볼을 잔뜩 부풀리고 붉어진 얼굴로 이쪽을 노려봤다.
왜 그러는 거야 대체.
***
병아리가 돌아간 이후 오늘 하루는 장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근육통 남은 것도 있고, 하니 멍하니 편의점 밖을 정리하다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앉았다.
제프린의 계절은 지구와 똑같고, 날짜 표기법도 똑같다. 뭔가 삭월의 달이라든가 상현이라든가 하월, 이런 걸 달지 않고 1월부터 12월. 1일부터 31일이다. 어쩜 이렇게 개성이 없을까 싶지만, 그런 점에서 설정을 대충 편하게 잡는 게 또 D/Z SAGA의 맛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5월 초. 봄이 가장 기분 좋은 시기.
살랑이는 꽃내음을 맡으며 살짝 졸고 있을 때.
“울프람 있나요?”
“···음. 아일라인가.”
“어머, 이런 곳에서 명상? 또 반역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울프람도 참.”
그리 말하며 웃는 아일라.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편리한 사고회로를 가질 수 있을까.
“무슨 일이지.”
“아, 우선 이거 받으세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가 내민 것은 지폐 다발이었다.
“5만 린으로 백 장. 대상 상금이에요.”
“···그걸 왜 네가 가져오지?”
“매지컬 파티시엘로 나오는 모든 물건의 유통 판권을 제가 관리하기로 했잖아요? 그렇게 선언하니까 상금도 제 쪽으로 넘기더라고요. 전해주라면서 말이죠.”
“일리 있군.”
지금까지 판권을 독점하기만 했을 테니까 이 경우에는 대충 줘도 되겠지 뭐, 라는 책상행정이 만들어낸 실수다. 쓰레기 같은 교수놈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교수들이 울프람에게 잘 부탁한다고 저에게 청탁을 의뢰하더군요.”
“청탁? 어떤 청탁 말이지?”
“울프람이 짜낸 반역의 날개 한 쌍을 어떻게든 얻어내고 싶어 하는 심보죠. 역겹기 그지없어요. 방구석 퇴물들 주제에. 제가 거절해뒀어요.”
“그렇군. 그런 의미인가.”
“네. 그런 의미에요.”
놀랍게도 전혀 모르겠다.
뭔 뜻이야?
“매지컬 파티시엘을 필두로 하는 수 없이 많은 혁명. 혁신. 그것을 짜올려 이루어지는 예술적인 반역의 깃발 아래에 그런 퇴물들은 필요 없죠. 준다고 한들, 진짜 엄선된 이들 뿐.”
“······.”
아하.
그러니까 아일라의 말을 정상인의 언어로 풀어서 해석해보자면, 아무래도 교수들은 나의 매지컬 스위트를 얻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런데 아일라가 중간에서 거절했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잘 했다.”
“네. 반역의 깃발 아래에 모일 수 있는 영웅들은 한정되어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제 1석이지만요.”
“······음. 그래.”
“더러운 교수들이에요. 고작 몇 천 만 린이나 7티어 마도구 따위로 이 위대한 행보에 함께 하기를 바라다니.”
“···뭐?”
얼마요?
“허나 이 모든 게 겉으로는 돈이 없어 보이는 울프람이 짜낸 계획이겠죠. 저도 깜빡 속을 뻔 했다니까요? 월세가 비싸다느니 일부러 제 감정을 건드려 보기나 하고.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싱긋 웃었다.
아냐.
그거 아냐.
나 돈 없어. 진짜 없어.
“이 거짓 정보로 인해 2류는 돈을 제시하겠죠. 그들은 싹 걷어내고, 진정한 1류가 될 아이들만 합류시키는 거죠. 이 모든 게 울프람이 옥석을 가리기 위한 위장이죠?”
“······.”
“오직 저만이 가장 처음으로 그 위장에서 벗어나, 모든 진실을 직관되게 알았다. 후후.”
위장이 뒤틀린다.
예를 어떻게 해야 하지 진짜.
진짜 여기서 나갈까. 이 상황이면 얘는 월세는 깎아주기는커녕 두 배로 올린다 이런 소리 할지도 모른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그 있잖나.”
“그런 계획을 저에게 말해줬으니, 앞으로 월세는 절반만 받도록 할게요.”
“뭐?”
“완전히 무료로 하면 상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어요. 하지만 저에게 모든 걸 믿고 밝혀준 파트너에게 갈취하기도 싫어요. 그러니까 반. 오십만 린.”
“······아일라 트라이스타.”
“네.”
“너는 최고의 파트너다.”
“별 말씀을.”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우아하게 뒤로 돌아섰다.
뭐야. 왜 저렇게 빛나.
“그럼 오백만 린도 전했고, 월세 이야기도 끝났고, 매지컬 파티시엘은 어떤 기준으로 뿌릴까요?”
“뿌리지 않는다.”
미쳤니 그걸 뿌리게.
별 이상한 애들이 쳐들어오면 어쩌라고.
“아예 뿌리지 않나요?”
“음. 적어도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진 뒤가 아니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이 스킬은 윗 티어가 있다. 진화할 때 마다 두 배 강해지지.”
“뭐···라고요?”
“그리고 그 진화는 앞으로 두 번 남았다.”
그 말에 아일라는 눈을 크게 치떴다.
“···네. 알겠어요. 그럼 오늘 회의는 이쯤 하죠.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조심히 들어가도록.”
이거 회의였어?
나만 몰랐네.
봄바람을 역풍으로 맞으며 아일라는 8구역을 걸어 나갔다.
떠나가기 전, 아일라는 나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아 그러고보니까 슬슬 그 계절이네요.”
“그 계절?”
“꽃들의 준동. 알고 계시죠? 울프람이니 만큼 추레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하겠지만, 주의하세요. 물건이 필요하면 말씀하시고요.”
“음? ······음. 알겠다.”
아일라가 떠나간 이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5월. 꽃들의 준동?
뭐였더라 그게?
“원작 기준 5월 초에 일어나는 일?”
한참 생각하다. 이내 떠올릴 수 있었다.
5월.
제프린 전체를 덮는 상태이상.
어느 의미 참상.
“동부 숲지역 끝. 위대한 황제가 만들어낸 꽃의 성역에서 꽃들이 만개하고, 바람이 거주구 쪽을 향해 분다. 그리고···.”
꽃가루는 인간을 적대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계는 작동하지 않고, 제프리는 꽃가루에 뒤덮인다.
그것이 바로 꽃들의 준동.
제프린에서 코 훌쩍이는 소리와 눈물 기침소리가 하늘 끝까지 덮는 시기.
특히 이 시기의 이브가 한 번 꽃가루에 당했다가 전투에서 무능해지는 서브 스토리가 있었다.
그 이브가 눈물 콧물을 짜면서 에취 에취 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군.”
그건 진짜 좀 그래.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걸 봐야하는데?
“뭐 해결하면 될 일이다.”
메인 스토리도, 계절 이벤트도 해결했다.
서브스토리 하나 둘 정도 가볍게 해결하면 그만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