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40)
439. 맴매
홍염여제 그랑펠리시에.
초월종 중에서 가장 과격하고 위험하다고 알려진 그녀의 주특기는 미티어 스트라이크.
아일라가 쓰는 짭테오와 비슷한 계열이지만, 위력은 전설의 공간마법 미티어와 대등할 정도다.
사실 그랑펠리시에와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는 1.00버전에서는 없었다.
내 기억으로 1.02c에서 추가됐는데, 그때 업데이트 노트가 있었다.
【지지할 수 있는 세력권이 추가됩니다.】
【기사학부. 마법학부. 학생회와 검은깃발이 아닌 초월종의 진영 선택이 가능합니다.】
【한 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다른 세력과 강제적으로 적대하게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진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얼음여왕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2. 홍염 여제 그랑펠리시에 파이어로드】
【앞으로도 D/Z SAGA에 대한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얼음세력과 불꽃세력이 서로 싸운다. 정도는 누구나가 알고 있었고 그 떡밥은 엄청 세게 굴러갔다.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는 극초기부터 나름 떡밥도 많이 뿌렸고, 여왕님의 처소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며 앞에 설인호위병들이 막아섰다.
물론 그 호위병을 전부 쓰러트리고 여왕의 방에 들어가도 ‘여왕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대신 여왕의 화장대 위에서 전설의 손거울을 발견했다.’ 정도의 메세지가 끝. 그 손거울을 사용하려고 눌러도 ‘앞으로의 패치를 기대해주세요.’의 메세지만 나오는 이스터에그였다.
그랑펠리시에의 대지는 가지도 못했다. 거긴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고, 버그로 벽을 뚫어도 아무것도 없이 그래픽만 깨지는 글리치 월드였다.
그리고 대망의 1.02c 패치에서 두 세력의 여왕이 공식적으로 업데이트 된 이후 카페에 세력은 둘로 갈렸다.
그렇다.
또 제작진이 카페에 불을 지르고 민심을 갈라치기 한 것이다.
뭐.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쪽 파벌은 나도 이해를 하는 편이다.
‘여왕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죽어서도 명예로우리라.’
‘살아서는 얼음 왕국의 충신. 죽어서는 얼음 왕국의 귀신이 될 것이다.’
‘혁명정신으로 무장해 우리는 영원한 빙정세계를 만들 것이다.’
‘더러운 땅딸보 그랑펠리시에를 벌하고 만년빙정의 세계 세우자.’
‘우리가 죽는다면 최전선에서 죽을것이오. 우리의 뼈가 묻힌다면 왕국의 가장 밑바닥의 토대가 될 각오가 되어 있다.’ 등.
사실. 맛이 가긴 했지만 뭐 그래도 광적인 또라이가 한 둘이 아닌 이 게임 유저층에서 이정도면 오히려 온화한 편이다. 레지나단과 비교하면 저건 그냥 좀 빨간맛이 날 뿐이지.
다만.
그랑펠리시에 파이어로드를 지지하는 녀석들은 ···좀 이야기가 다르다.
‘크윽···. 이길 수 없어. 아저씨는, 아저씨는 다른 누군가에게 이겨도 저 망할 꼬맹이만큼은 이길 수 없어.’ 라던가. ‘이 굴욕. 완전히 짓밟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기뻐하는 내가 밉다!’ 라던가.
그런 놈들은 전부 사형이야 사형.
예로부터 다 사형이라고 법으로 정해져있다고.
자. 그럼 나는 어땠을까.
아무튼 모든 루트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던 나도 그랑펠리시에 지지를 한 번 해본 적 있다.
결과는 어쨌냐고?
글쎄다.
그랑펠리시에는 히든 루트가 있고, 거기서 녀석과 1:1로 싸워 이기면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그리고 희망의 집에서 저렇게 까부는 동생들은 회초리 열대였다. 어딜 감히.
아무튼, 나는 저 망할 꼬맹이 컨셉을 이해할수도, 따라갈수도 없었고, 그랑펠리시에는 나에게 있어서 계도하고 이끌어줘야 할 덜 자란 꼬마에 지나지 않는다.
즉 화 날 일이 전혀 없다. 완전 면역.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 그랑펠리시에의 목소리를 들으며 도발에 걸리는 애들은 무척이나 쉽게 걸리더라.
【꺄하하 허접. 허접. 그냥 돌아가서 죽어버리라니까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거야? 그렇게 나한테 괴롭혀지고 싶어? 변태야?】
“초월종 ···이라고 했나요?”
“그렇다.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와 천적이며, 필티아 누나와 비슷한 정도로 강하지.”
“···그렇군요. 그런데 울프람 그거 알아요?”
“뭘 말이지?”
“저, 저 엄청 화나요.”
“음. 그런가.”
“네···. 저, 저런 건방진 말을 하는 꼬마는 엉덩이를 때려줘야 해요!”
“그렇군. 힘내라.”
“네···! 반드시 해낼게요!”
뭐.
아일라가 열심히 하고 싶다니 상관없나.
“엉덩이를 때려줄 거예요!”
“음···. 그래.”
나중에 화나 더 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
재미있는 것은, 그 뒤의 아일라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날카로워졌다는 것이다.
증오와 분노가 만들어내는 앙상블.
가볍게 1번맵을 뚫고 2번맵.
당연하지만, 넘어갈수록 기믹이 좀 더 다양해진다.
즉. 다른 말로 하면 패턴이 더러워진다는 뜻.
거기에 한 번 떨어지면 1번맵으로 돌아가는 것이 또 악랄하지.
세이브 지점따위는 없는 완전한 태초마을 게임. 토게피도 기쁘기보단 질릴 정도의 원점회귀다.
하지만 아일라는 포기하거나 기죽은 기색 없이, 바닥에 처박혀서 태초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뛴다.
“으, 으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 점프는 완전히 패턴이 틀리지 않았나.”
“하지만 빨랐죠!”
그야 그런데.
“울프람이 말했잖아요. 이건 저를 위한 연슴 도구라고, 여기처럼 능력을 제한하고 가야하는 전장이 있다고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일라는 살짝 풀어진 교복 앞섬을 여미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하고, 넘어 질 만큼 넘어지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구간은 다 해보고 ···그리고 성공해서 저 꼬맹이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해줄 거예요!”
“···그런가. 힘내라.”
“네! 힘 낼게요!”
그리고 아일라는 다시 날았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직이 탄성을 내질렀다.
조금씩 몸을 쓴다는 것. 날린다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방금 전에 닿지 못했던 곳에 손끝을 닿아, 강제로 잡아끈다거나, 미끄러진 후 뛴다거나···. 하나 둘 ‘기교’를 익혀가며 스스로의 몸을 ‘쓰기’ 시작했다.
육체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서 스킵 구간을 찾아보기도 하는 그 모습.
체력과 근력. 거기에 재주까지 한참 낮아져 자신의 몸 같지 않을 터.
거기에 이렇게 추락을 반복하면 아래에 푹신한 쿠션이 깔려있다고 해도 체력을 지속적으로 갉아 먹을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는 기색 없이 아일라는 날았다.
꼬르륵.
살짝 배가 고파져온다.
그야 여기에 오고난 뒤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퀵 크리에이트로 가볍게 먹을 것을 만든다거나, 포메이션 체인지로 아일라와 위치를 꾼 후 한 번 클리어해 버린다던가···.
아무튼 그렇게 아일라를 불러서 식사를 하면 그만이지만.
“다음! 한 번 더!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거에요!”
저 빛나는 눈. 즐거워 보이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 해 버렸다.
정말. 지켜봐도 질리지 않는 녀석이로세.
***
으아아아! 하는 포효와 함께, 아일라는 두 번째 맵도 클리어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 마지막에는 진짜 운빨로 뛰었는데 그걸 겨우 잡고 기어 올라갔다.
【흐응. 좀 하네. 건방지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안 될거 야. 자. 이 랑시가 자랑하는 특별 무대야. 기뻐하면서 음미하라고!】
그랑펠리시에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가라앉았다.
즉. 여기서부터는 중급자용 맵이라는 의미.
내가 아일라에게 개념을 선보이기에는 무척이나 좋은 곳이다.
“어, 어라?”
이후. 스윽, 하고 아일라와 내 위치가 바뀌었다.
내 근처의 철창이 사라지고, 아일라 근처에 퉁. 하고 떨어진다.
이번에는 내가 움직여서 클리어 하라는 의미.
“아일라. 네 움직임은 무척이나 유연하다. 능동적이지만 침착하지. 거기에 눈도 좋고 생각도 빠르다.”
“네, 네? ···감사합니다···.”
움직임을 칭찬하자 아일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칭찬에는 익숙하지 않은 건가.
아무튼.
정말 나쁘지 않은 움직임이다. 파티 리더로서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달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네?”
“보여주마. 잘 보도록.”
이 정도의 움직임을 피로하는 건 또 처음이네.
재주 15 체력 9. 근력 9.
나는 절벽에 등을 지고 섰다.
“우, 울프람? 이쪽을 보고 있으면 위험해요. 잘 발판을 보고 뛰어야죠.”
루트는 전부 기억했다. 씩 웃고 반 발자국 뒷걸음 쳐 허공을 내딛었고, 그대로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 울프라아암?! 괜찮아요?! 같은 아일라의 비명이 들려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떨어지는 그대로 절벽을 발로 차서 오른손으로 발판의 끝을 집는다.
이것으로 ‘닿는 판정’이 된다.
즉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피격 판정’ 혹은 ‘충돌 판정’과 같다.
그렇다면 뭐가 가능할까.
당연히 ‘패링’이다.
닿는 그 순간 새끼 손가락을 살짝 긁어 몸을 날린다.
상상하지 못한 높이로 날아간다.
‘패링’ 이후의 동작인 ‘백스텝’
백스텝은 회피에 성공하면 ‘지정된 거리’ 만큼 움직일 수 있다.
그걸 아래를 본 채 성공하면, 당연하게도 몸이 지정된 거리만큼 ‘날아오른다.’
이후. 우아하게 착지한 이후 쭈욱 미끄러진다. 발바닥이 지면과 접촉한것을 ‘낙하 데미지’에 의한 ‘피격’으로 보고 다시 한 번 ‘패링’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그 상태로 몸을 뒤로 돌리면서 ‘백스텝’ 을 날리면 뒤를 보며 앞으로 미끌어질 수 있다.
그 뒤로는 자유자재다.
모든 곳에 부딪치는 순간 ‘패링’ 하며.
그 순간에 맞춰 ‘백스텝’을 쓸 수 있다.
닿는 곳이 있다면 튕겨낼 수 있고
보이는 곳이 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허공을 날듯.
공중을 춤추듯.
마력이 없음에도 기교로서 비행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 으, 으아 ···이. 으아으아아아?”
아일라는 내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오면서도 이해하지 못 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사라지려는 발판을 밟아 몸을 튕기며 골에 도착.
【흐, 흐응. 꽤, 꽤 하잖아? 하지만 아직 멀었어!】
클리어 판정이 뜨고
골 쪽으로 강제 이송된 아일라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가요? 저, 저는 울프람이 악령에 씌인 줄 알았어요? 공중에서 사지의 모든 관절이 전부 다른 방향으로 튕기면서 날아다니는데···. 허접한 길거리 인형사가 다루는 목각인형이 허공에서 튕기는 것 같았다고요!”
“······.”
그런가.
그렇게 보이는 구나···.
“이 또한 능력이다.”
“···능력?”
“모든 공격을 정확하게 움직이며 튕겨낼 수 있다면 허공또한 대지와 같다. 라는 의미다. 내가 깨달은 것이지.”
“······울프람. 그건 인간의 깨달음이 아니에요.”
그런가?
“이것이 진정한 움직임이라는 거다. 아일라.”
“···울프람.”
“음?”
“전 아직 인간으로 있고 싶어요···.”
아니.
누가 들으면 내가 인간이 아닌 줄 알겠네. 참나.
***
그렇게 네 번째. 다섯번 째 맵까지 통과했다.
중간에 진짜 위험한 구간은 아일라 대신 내가 클리어했지만, 대부분은 아일라의 능력.
“후우. 하아. 이제 끝난건가요?”
“음. 그렇다. 자 봐라. 올라갈 곳이 없지 않나.”
“아하. 아하하···. 이제. 이제야···”
【우, 으으아···. 이럴 수 없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된다구···.】
절벽 너머서 들려오는 그랑펠리시에의 목소리도 물기가 가득해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듯 들렸다.
그 모습에 아일라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고, 허공에 소리쳤다.
“자! 어서 나오세요! 저희가 이겼으니 엉덩이 팡팡 형벌에 처하겠어요!”
“······음.”
그러고보니 설명을 안 했네.
아니, 이런 던전에 처음 오는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눈치 못 챘단 말이야?
【꺄하, 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 바보! 바아보오! 내가 여기에 있을리가 없잖아? 안타깝게 됐네요. 이건 전부 녹음이랍니다? 하르크가 시켜서 녹음한 것 뿐이지. 이 그랑펠리시에님께서 이렇게에나 먼지냄새나고 돌냄새나고 낡은 던전에서 너희들이랑 놀아줄리가 없잖아?】
“아?”
【바보. 바보. 바아보! 낫지 않는 바보는 죽어야지. 죽어버려. 멍청이. 응응. 수고해쪄요. 잘해쪄요. 점프점프 많이해서 좋았겠네요. 응후후. 멍청이 머어어엉청이.】
그리 말하며 그랑펠리시에가 배를 잡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이것도 오랜만에 듣네. 다들 엄청 열받더라고.
나야 뭐.
희망의 집 애들이 했던 장난에 비하면 이건 귀여운거지.
어깨를 으쓱하고 아일라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주먹을 꽉 쥔 아일라의 겨우겨우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프람.”
“또 뭐지.”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님은 ···저 그랑펠리시에라는 아이와 대척중이라고 하셨죠? 서로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 언젠가 한 번 둘이 크게 싸울 날이 오겠지.”
“후. 후후. 아하. 아하하하. 그렇군요. 네에.”
음.
괜찮나.
내가 뭐라 말리기도 전에, 아일라는 주먹을 꽉 쥐고 선언했다.
“저희 트라이스타 가문은 지금부터 전력으로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님을 지지하겠어요! 그리고 이 전쟁에 선봉에 서서, 저 아이의 엉덩이를 스무 대 때려 줄 사람은 바로 저에요!”
···.
거 참.
그렇게 기만당하고도 여전히 체벌 수준에서 끝나는 건가.
“혼쭐을 내서 버릇을 길들여놓겠어요! 어릴 때의 습관이 중요한 거라고요!”
“···상대는 수 백 년을 살았다만.”
“정신이 어른이 되지 않으면 어린아이에요!”
“······.”
이래저래.
참으로 아일라 트라이스타 답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오